꿈틀거리던 생명은 아득한 우주에 기호 한 움큼 남겨 두고 허공을 날아올랐다. 모두가 무관심한 풀은 풀이 아니라 생명을 잉태시킨 귀한 안식처였다. 홍채원 사진작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자연, 생명이 있는 것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기계로 교감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부드럽고 따뜻함을 느끼기보다는 이미 결정된 틀 안에서 대부분 답을 얻는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질감이나 감정 정서를 놓치고 있지 않은지. 짧은 시간 근처 공원 산책을 하며 야들야들한 풀을 만져 보고, 나무에 기대 교감해 보는 건 어떨까. 홍채원 사진작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늘어진 버드나무 이파리는 치렁치렁 삽살개 눈 다 가린 털처럼 나무줄기를 휘덮었는데.... 작년까지 무성한 잎을 자랑하던 담쟁이는 화석이 된 채 늦 봄까지 소식이 없었다. 누군가 눈여겨 보고 있음을 알아챘을까, 힘을 모았나, 드디어 초록 잎을 선사했다. 나의 일상이 경이롭듯 생을 밀어낸 담쟁이의 생이 경이(驚異)다. 홍채원 사진작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살구 알이 생기면서 두어 달 동안 굵기에 따라 소리 음률이 달라진다.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커 깜짝 놀랄 만큼이니 익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한다. 잠자고 있는 지붕 위로 살구 굴러떨어지는 소리는 5월에서 6월까지 들을 수 있다. 이 계절 청각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소리다. 6월 중순이면 한 소쿠리씩 정을 나눌 수 있는 살구 익는 소리가 점점 노랗게 들려온다. 홍채원 사진작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갤러리 근처 테이블도 몇 안되고 조용하고 편안해서 좋았던 곳. 메뉴도 딱 한 가지 국수만 팔았다. 운 좋으면 가끔 자작한 된장찌개를 맛보는 행운도 있었다. 엄마가 끓여 주던 딱 그 맛을 내주던 팔순이 넘으신 할머니, 50년 신었다던 초록 덧신은 아직 곱기만 했다. 독서광이셨던 할아버지께서 읽던 책들이 벽면 가득이다. 얼마 전 언제나 건강해 보이셨던 할아버지는 운명을 달리하셨고 그 바람에 작고 소박했던 칼국수 집은 문을 닫았다.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며 할머니의 건강을 소원한다. 홍채원 사진작가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장미를 심는 것도 아름답게 키웠던 것을 버리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우리는 새로운것을 찾고 다시 옛 것을 그리워한다. 생성과 소멸의 모습에 세월이 보인다. 홍채원 사진작가
우리는 흔히 사람의 얼굴에서 표정을 읽는다. 표정은 사람의 얼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래된 성벽에도 있다. 시간과 빛의 양에 따라 표정이 다양하게 읽힌다. 해넘이 직전의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빛 때문에 전혀 다른 색이 되었다. 우리 마음에도 다양한 빛들이 너울 너울 춤 추길! 홍채원 사진작가
인적 드문 숲 길을 걷다 보면 자연이 주는 귀한 선물을 만날 때가 있다. 전혀 생각지 않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질 때다. 몇 해 전 만난 귀한 장소인데 근거리에 있어 좋고 멍 때리고 있기에 더할 나위 없다. 홍채원 사진작가
내면에 자리 잡은 풍경은 바라보는 나를 응시하고 있다. 누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돌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다 할 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홍채원 사진작가
봄 비 머금은 끄무레한 날씨 때문인지, 마음의 날씨 때문인지 착 가라앉은 마음 속으로 풀 냄새가 위로를 주었다. 산책 길에 만난 진하지 않은 은은함이 주는 풀 냄새 덕분에 하루가 파릇파릇 싱그러울 것 같다. 홍채원 사진작가
봄 꽃들이 지천의 눈을 유혹한다. 그 즈음 아직 품고 있던 박주가리가 홀씨를 내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바람이라도 불어줘야 훨훨 날아갈 텐데 혼자의 힘으로는 도리가 없다. 자연이 보여주는 기다림의 미학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뜬구름은 선언이며 반향(反響)이다! 구름은 모였다 흩어졌다 반복한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포효하며, 때로는 천둥 번개에 억수 같은 비를 내리게 한다. 뜬구름은 결코 없어지는 게아니라 다시 돌아오는 반향이며 하나의 선언이다. 뜬구름은 위대하다. 홍채원 사진작가
보이지 않는 바람에서 리듬을 타고 들리지 않는 빛에서 리듬을 읽는다. 홍채원 사진작가
일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그 결과가 나타날수밖에 없는 원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성과를 거두는 법, 농부가 씨를 뿌리면 수확하고 강에 그물을 치면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거둘 수 없는 것이다. 모든삶의 인과는 시간의 축척이 쌓인 결과물. 결과물이 부족해도 최선을다한 아름다움을 안다면 그 힘으로 희망의 한발을 더 내디뎌 보자. 홍채원 사진작가
수수부꾸미와 찍어 먹을 조청까지 손수 만들어 찾아 온 친구의 정성에 쫄깃한 행복함을 느낀다. 음식을 나누는 일은 마음을 나누는 일이니 그 마음 한 해 쭉 담아 가련다. 홍채원 사진작가
하루를 새롭게 살아간다는 것은 매일 새로운 삶을사는 것이며 새로운 날이오는 것. 한 스푼의 긴장과 한 줌의 스트레스로 간을 조미하며 맛나게 살아내는 것이다. 매일 같은 삶일 것 같은 일상이 매일 똑같을 수 없다. 매일 조금씩변화하며 새롭게 살아내는 것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지난해 개천을 산책하다 웅크리고 앉아 올망졸망 피어난 꽃 한 뿌리 캐다 화분에 옮겨 심었다. 이름이야 어떠한들 겨우내 햇살 한 줌 먹고 피워낸 위대함이란. 봄이 눈앞이다. 봄! 참 설렌다. 홍채원 사진작가
홀로 있는 시간은 가장 진실한 시간이며 내면의 성숙을 가져다준다. 고독, 그것을 알아차릴 때 내가 잃어 버린 것을 찾을 수 있다.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유영하며 사랑해 보자. 홍채원 사진작가
잔설이 남아 있는 대지 밑에 숨을 내 딛는 생명들 소리 가 난다. 동안거(冬 安居)에 들었던 모 든 생명들은 쉬는 게 아니라 눈곱 만 큼씩 자라고 있었던 게다. 어느새 봄이 텃밭 집 앞에 도착 했다. 땅기운 가득 머금고 겨우내 기운 을 응집해 놓고 있 는 봄을 만져보자. 봄의 문턱에서! 홍채원 사진작가
1월이 가는 소리가 들린다. 혼자 속 끓이다 쿨한 척 한 해를 보냈지만 아직 못한 숙제에 속이 탄다. 연말에 끝내지 못한 일들을 정리하며 속물임을 느낀다. 2월엔 그리운 사람들과 따끈한 국밥이라도 나누며 살기로 다시 마음 먹는다. 홍채원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