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천 5·3민주항쟁, 잊혀지지 않도록

1986년 5월3일 정오께 인천시민회관 사거리.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과 인천지역노동자연맹(인노련) 회원 등이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점차 대학과 사회단체·기독교 관계자 등 일반 학생과 시민들이 합류하며 1시간 만에 일대에 4천여명이 모여들어 ‘군사독재 타도’를 외쳤다. 각계각층이 모인 탓에 하나의 단결 구호는 없었지만 목표는 바로 직선제 개헌으로 모아졌다. 경찰은 일대에 총 34개 중대를 배치, 시민을 향해 다연발 최루탄 등을 무차별 쏘면서 진압에 나섰다. 그 후 319명을 연행하고 129명을 소요죄로 구속해 고문과 구타를 가하기도 했다.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의 폭력수사는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이는 이듬해 6월 항쟁의 불씨로 이어진다. 사실상 1987년 6월 항쟁의 1년 전 예고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인천 5·3민주항쟁’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사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겼지만 민주화운동사에서 잊혀진 항쟁에 불과했다. 그동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인천 5·3민주항쟁은 명시화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3년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국회의원(인천 서구갑) 주도로 기념사업회법에 인천 5·3민주항쟁을 민주화운동 정의로 규정, 국가기념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어 최근에는 인천시가 인천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조례에 인천 5·3민주항쟁을 기념일에 담아냈다. 이제 남은 건 수년째 표류 중인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이다. 현재 인천 5·3민주항쟁 관련 자료 등은 창고 등에 방치돼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인천 5·3민주항쟁이 펼쳐진 미추홀구의 옛 시민회관 쉼터 등이 최적지로 보고 있다. 인천의 기념일에 인천 5·3민주항쟁이 들어간 만큼 인천시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후보지는 물론이고 사업계획까지 세우는 등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지지대] 청년백수 120만명 시대

만 19세 이상인 어른이면서 직업이 없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는 한량, 건달, 룸펜 등으로 불렸다. 정확한 의미는 근로능력은 있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는 경우다. 빈손이라는 뜻의 백수(白手) 얘기다. 실질적으로 백수는 아니지만 사회생활 문제로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을 유지하는 경우는 ‘경계선 백수’라고 부른다. 경계선이라는 의미는 돈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애매한 경계선에 서 있다는 모습의 은유다. 보통 실업자라고도 표현한다. 에둘러 취업준비생 또는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있다면 프리랜서라고도 일컫는다. 이런 가운데 집에서 그냥 쉬는 젊은이가 120만명(본보 17일자 8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청년 가운데도 4명 중 1명은 근로시간이 짧은 단기 근로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더 들여다보자.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중 실업자는 26만9천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26만4천명)과 비교하면 1년 새 5천명(2.0%) 늘었다. 2월 기준 청년 실업자는 2021년 41만6천명에서 2022년 29만5천명, 2023년 29만1천명, 지난해 26만4천명 등으로 3년 연속 감소하다가 올해 4년 만에 다시 증가했다. 청년층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420만9천명으로 1년 전보다 1만5천명 증가했다. 이 중 별다른 활동 없이 ‘그냥 쉬는’ 청년은 50만4천명이다. 청년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 준비자도 43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거나 비경제활동 인구 중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인 청년의 수를 모두 더하면 120만7천명이었다. 지난해(113만4천명)과 비교하면 1년 새 7만명 넘게 늘었다. 모름지기 청년들은 내일의 주역이다. 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 건 기성세대의 사명이다.

[지지대] ‘K-스포츠 문화’ 선도하는 야구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고교야구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고교야구 중계를 들으며 많은 국민이 야구를 이해하고 환호했다. 야구는 당시 지방에서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종목이 아니었기에 라디오 중계로 듣는 야구 열풍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캐스터의 일본식 발음의 외래어가 섞인 다소 격앙된 목소리에 당시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했음에도 몰입해 중계를 들었던 기억이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TV가 흔치 않았고 특별히 즐길거리가 없던 시절, 야구는 국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줬다. 제5공화국 출범 후 1982년 국민의 여가 선용을 위해 6개 구단 체제로 프로야구가 탄생했다. 명분은 국민의 여가 선용이었지만 실제는 혼란기 국민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 출범 초기 프로야구는 지역 연고에 기반한 경쟁으로 점차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IMF 외환 위기와 스타 선수의 해외 유출, 국제대회 부진, 인기 구단 LG, 롯데, KIA 등의 성적 부진으로 침체됐다. 2000년대 초 암흑기를 거친 프로야구는 야구 대표팀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4강 등으로 다시 붐이 일었다. 지난해 출범 43년 만에 첫 1천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올 시즌도 시범경기 개막일부터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넘어서는 등 벌써부터 뜨겁다. 이제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응원가와 응원봉의 등장, 구단별 독특한 응원문화, 나들이를 겸할 수 있는 캠핑존 설치 등 ‘K-스포츠 문화’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국내외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 국민들은 야구 경기를 즐기며 위로받고 힐링하고 싶어한다. 이에 각 구단과 선수들 역시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는 역사 깊은 인기 스포츠가 바로 야구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보답해야 한다. 그 보답은 바로 좋은 경기력과 스포츠 스타 개인이 아닌 ‘공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행동이다.

[지지대] 미국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Sensitive Country>

분쟁, 내전, 독재.... 지구촌 어디에선가 지금도 진행형인 상황이다. 무기 수출 제한, 경제 제재, 여행 경고 등이 적용된다. 극도로 긴장 상태이거나 군사적인 위협도 우려된다. 국제사회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지면서 경제 활동이나 외교 관계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국가를 민감 국가(Sensitive Country)라 한다. 미국, 구체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 에너지부의 분류 방식이다. 원자력 및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협력이 제한된다. 연구소 및 방산업체 등과의 기술 이전도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북한 등이 이에 포함된다.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의 우려가 있으면 민감 국가 리스트에 추가되고 있다. 그런데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미국이 민감 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추가해서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적용 예정일은 4월15일부터다. 이 때문에 정치·외교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한국과 미국 간 첨단 기술 협력이 제약을 받는다. 전통적인 동맹 국가라는 명분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을 제약하면 안보 차원에서도 북한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부를 정도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말이다. 아직은 발효 전으로 정부가 2개월 가까이 관련 상황을 분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정책 등에서 미국 우선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변화가 아니냐는 판단에도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국에 대한 민감 국가 지정 시기는 바이든 정부 말기인 지난 1월 초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어떤 이유로 추가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국론을 모아 대처해야 한다. 안보의 으뜸이 뭔지 제대로 헤아려야 마땅하다.

[지지대] 중국 권력 서열 3위의 불참

중국의 집권당은 공산당이다. 건국 이후 줄곧 그랬다. 1949년 이후부터로 올해 76년째다. 이 나라에는 권력 서열이라는 게 있다. 모든 절차나 회의 등도 권력 서열 순으로 엄정하게 진행된다. 자본주의 국가에선 의전 서열이라 부른다. 이런 가운데 연중 가장 중요한 정치 행사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권력 3위가 회의 폐막식에 불참해서다. 좀 더 들여다보자. 발단은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였다. 지난 11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폐막식에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의 권력 서열은 공식적으로 3위다. 전인대 폐막식에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총 7명)이 전원 참석하지 않은 건 수십년 만에 처음이다. 물론 그는 하루 뒤 공식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폐막식에는 시진핑 주석 등 최고 지도부와 전인대 위원 3천여명이 모였다. 하지만 이날 최고 지도부가 착석하는 연단에서 시 주석 바로 앞 자오 위원장 자리에는 리훙중 부위원장이 앉았다. 위원장이 낭독하는 폐막사도 리 부위원장이 읽었다. 자오 위원장은 서부 칭하이성에서 정치 경력 대부분을 쌓았다. 칭하이성과 산시(陝西)성 당 서기를 거쳐 시진핑 1기인 2012년 중앙정치 무대에 입성했다.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중앙조직부장 등 요직도 거쳤다. 외신은 자오 위원장의 폐막식 불참 사유를 병환 때문이라고 짧게 알렸다. 하지만 분위기는 석연찮다. 중국은 이번 양회를 통해 키워드를 제시했다. 내수·무역 고민 속에서 성장 목표 ‘5% 안팎’이 그것이다. 예년 양회에 비해 눈에 띄는 대목은 ‘평화통일’이란 표현 삭제다. 이 때문에 대만과의 관계에서 변화가 예고된다. 무력 행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중국 외교부는 자오 위원장의 전인대 폐막식 불참에 말을 아꼈다. 애써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는, 그 속내가 참으로 궁금하다.

[지지대] 특혜가 답이다

“대한민국은 완전히 망했네요.”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저출생 실태를 듣고 머리를 부여잡은 채 한 말이다. 현실이 그렇고, 미래는 암담할 따름이다. 이러다가는 국가의 존립 자체도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0명 미만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참담한 예측은 인구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세계 인구는 2024년 81억6천만명에서 2072년 102억2천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인구는 5천170만명에서 3천600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줄어든 인구의 절반은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전망은 더욱 충격적이다. 손 놓고 절망할 시간이 없다. 인천시의 사례를 보자. 2023년 인천시의 합계출산율은 0.69명으로 전국 평균(0.72명)보다 낮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0.76명으로 상승하며 전국 평균(0.75명)을 넘어섰다. 1년 만에 나타난 이 성과에는 인천형 저출생 정책 제1호 ‘아이(i) 플러스 1억드림’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임산부에게 교통비 50만원을 지원하는 ‘임산부 교통비 지원’ △1세부터 18세까지 중단 없이 지원하는 ‘천사지원금(연 120만원·1~7세)’ △‘아이(i)꿈수당(월 5만~15만원·8~18세)’ 등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미성년 자녀를 3명 이상 둔 가족은 6월부터 인천공항 등에서 우선출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든든전세’ 입주사 선정 시 신규 출산가구에 대한 가점이 상향되는 등 출산·다자녀 가정에 대한 주거 분야 우대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국가 존망이 달린 중대 기로에선 출생률 향상에 선택적 복지를 통해 특혜인 것만큼 많은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100년 뒤에 대한민국이 없어지기 전에 말이다.

[지지대] 캐즘의 사회학<Chasm>

캐즘(Chasm)이란 단어는 원래 지질학 용어다. 땅, 바위, 얼음 속 등에 난 아주 깊은 틈을 설명할 때 사용됐다. 요즘은 새로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수용되기 전까지 겪는 침체기를 가리킬 때 쓰인다.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 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절 현상을 뜻한다. 경제학에서 소비자는 혁신·선각 수용, 전기 다수, 후기 다수, 지각 수용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첨단 제품이 출시되면 혁신·선각 수용자는 기술 애호나 잠재적 이익 등을 고려해 구입한다. 전기 다수 및 후기 다수 계층은 실용적인 측면이 증명돼야 구매한다. 기업 관점에서 볼 때 이 두 계층이 사들일 때 비로소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누가 처음 이 단어를 경제 용어로 사용했을까.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던 컨설턴트 제프리 무어 박사다. 1991년 상반기였다. 그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MP3 플레이어가 막 시장에 출시됐다. 이후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 등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음원 다운로드 플랫폼이 구축됐고 그러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MP3 플레이어는 캐즘을 이겨낸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캐즘은 주로 정보기술(IT) 등 첨단 산업에서 발생한다. 해당 산업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선보이는데 소비자가 이에 적응하고 가치를 알아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대다수 벤처기업이 성공하지 못하고 중도에 쓰러지는 건 캐즘을 이겨 내지 못해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시적 수요 정체에다 전기차용 배터리도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정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반드시 이겨 내야 한다.

[지지대] AI 디지털교과서 유감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다. 교육계에서는 지난해부터 AI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교육부가 AIDT를 2025년부터 초등 3·4학년, 중 1, 고 1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다. 과거 서책형 교과서를 웹 브라우저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한 디지털교과서가 있었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습자 맞춤형 자료가 실시간 지원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되면서 AI 디지털교과서로 이름 지어졌다. 이후 교사, 학부모들의 찬반 논란이 가열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교과서 지위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장이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민주당 백승아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경기도내 학교의 44%가 AIDT를 채택하거나 채택할 예정으로 전국 32.4%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누구도 AIDT의 실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AIDT가 검정을 통과하면서 박람회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고 올해 1월 AIDT 검정 청문회를 거치면서 겨우 사용 후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교육당국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AI라는 거대한 시스템 앞에 보지 못한 것,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혼란을 더욱 키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3월 새 학기다. AIDT를 대면하게 된 학생들에게서 어떤 평가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지지대] 미국의 젤렌스키 복장 타박

복장을 타박하는 발언이 나왔다. 국가 정상들의 만남에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무릎을 맞댄 자리였다. 뜬금없이 나온 돌발 발언인 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다. 외신에 따르면 정상회담이 열린 건 지난 2월28일 미국 백악관에서였다. 우크라전 종전이 취지였다. 한 기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정장을 입지 않았습니까”. 뉘앙스는 조롱조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거들었다. “오늘 완전하게 차려 입었습니다”. 누가 듣더라도 비꼬는 듯한 말투였다. 회담은 고성 끝에 소득 없이 끝났다. 후폭풍이 이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장병들에 대한 연대의 의미로 입는 군복을 의전이나 격식의 문제로 타박한 것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감정이 깔려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 12장을 올렸다. ‘우리만의 정장이 있다’는 문구와 함께 군장을 착용한 군인들과 피 묻은 수술복을 입은 의사, 폭격 현장에서 시민을 꺼내는 구조대와 소방관 등이 담겼다. 군복을 입고 여군과 악수하는 젤렌스키 대통령, 다리를 절단해 의족을 착용한 채 우크라이나 전통복장을 하고 패션쇼 무대를 걷는 우크라이나인의 모습도 있다. 성명도 나왔다. “우크라이나인 수십만명이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근무복을 군복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1994년 안전보장을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점도 제기됐다. “우리의 정장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의 핵무기와 함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쟁이 4년째 접어들었는데 여전히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지옥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나. 얼마나 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영영 정장을 입지 못하게 됐는지 아느냐”는 반문도 있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줄곧 군복 스타일의 복장을 고수해 왔다. 중요한 건 이 사태의 여진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간단치 않은 에피소드다.

[지지대] 저출산 고령화 걱정하는 중국

예상했던 기댓값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 중국의 연중 가장 큰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그랬다. 중국 헌법상 최고기관은 두 곳이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다. 매년 3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이 두 최고기관의 회의가 열린다. 올해 양회는 반환점을 돈 시진핑 3기 체제에서 세 번째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쟁점이 명쾌하게 정리됐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 얘기다. 경제성장률은 전인대 개막일인 5일 오전 리창 국무원 총리의 업무보고를 통해 공개됐다. 중국이 올해 양회에서 제시한 경제성장률 목표는 ‘5% 안팎’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 목표도 나왔다. 2004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밑도는 2%로 제시됐다. 20년 만에 가장 낮다. 중국이 수요 둔화를 인정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재정적자율 목표도 제시됐다. 역대 최고인 국내총생산(GDP)의 4%다. 적자 규모는 5조6천600억위안(약 1천122조원)이다. 한 해 만에 1조6천억위안(약 320조원) 늘었다. 한층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해 지출 강도를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실업률 목표는 5.5%다. 지난해와 같다. 신규 고용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천200만명으로 잡았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도 제시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육아수당 지급과 기초양로금(연금) 인상 등을 시행키로 결정됐다. 인구절벽 위기 해결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주목된다. 리 총리는 “다층적 사회보장 시스템을 완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관련 농촌 거주자 및 비근로 도시 거주자를 위한 기초연금의 월 최저기준을 20위안(약 4천원) 올리고 퇴직자의 기본연금 기준선도 적절히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엿볼 수 있는 건 중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출산과 고령화를 우려한다는 점이다. 어디 중국뿐이겠는가.

[지지대] 오프라인 매장의 종말

매출 기준 국내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했다. 홈플러스 측은 신용등급이 낮아져 자금 관련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며 이번 회생절차는 사전 예방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유통채널은 정상 영업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생절차 소식이 알려지자 CGV와 신라면세점, 뚜레쥬르와 빕스 등에서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고 나섰다. 홈플러스에 대규모로 상품을 납품하는 일부 식품회사는 납품 대금에 대한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 원인으로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조원 규모의 막대한 부채가 꼽힌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대형마트에서 전자상거래(이커머스)로 이동한 유통 시장의 변화에서 찾는 것이 옳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 이미 편리함에 길들여진 고객의 발길을 다시 오프라인으로 끌어내기 위해 경쟁 업체들은 창고형 매장을 강화하거나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강화한 복합 매장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등 부단히 노력해 왔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이러한 유통시장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반면 이커머스 기업의 대표인 쿠팡은 지난해 연 매출 40조원을 돌파, 창사 13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쿠팡의 40조원 매출은 기존 유통 대기업인 롯데쇼핑, 신세계그룹(이마트, 백화점) 등을 뛰어넘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가 ‘오프라인 매장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홈플러스가 보여주고 있다.

[지지대] “머뭇거릴 필요 없다”

서양에는 없는 게 있다. 절기가 그렇다.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으로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다.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모두 24개로 나뉜다. 아주 오래된 동양의 우주과학이다. 3월5일은 얼음이 깨지는 소리에 놀라 개구리들도 뛰쳐나온다는 경칩(驚蟄)이다.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의 절기다. 한자로도 겨울잠 ‘칩(蟄)’에 놀랄 ‘경(驚)’이다. 삼라만상이 소생하는 시기다. 이맘때면 농민들은 선농제(先農祭)를 지내면서 차분하게 봄을 맞이하고 농사를 준비한다. 둑제(纛祭)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시대 군대를 출동시킬 때 군령권을 상징하는 둑(纛)에 지내는 제사다. 보리싹점도 있다. 들녘에서 자라고 있는 보리 싹의 성장 상태로 그해 풍흉을 예측하는 농점(農占)이다. 보리의 싹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고 생기 있게 잘 자라고 있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개구리점은 어떨까. 울기는 하겠지만 울지 못하면 논에선 좋은 벼를 거둘 수 있다. 개구리가 울부짖으면 논에서 모내기 상앗대를 끌어당기기 좋다. 개구리 울음소리를 서서 들으면 그해는 일이 많아 바쁘다. 누워 들으면 편안하게 농사를 지을 수도 있다. 봄은 영어로 스프링(Spring)이다. 용수철도 철자는 같다. 봄과 스프링, 두 단어 모두 솟아 오른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봄은 솟아 오르는 계절이다. 이 계절에 솟아 오르는 대표적인 건 새싹이다. 봄이 오면 땅속에 있던 씨앗들이 발아해 땅을 뚫고 올라온다. 새싹이 올라오는 건 봄의 전령사여서다. 쑥도, 냉이도 한 뼘씩 웃자란다. 둔덕과 야산 등지에서 쑥과 냉이 등도 캘 수 있다. 소생의 계절을 맞아 우리의 믿음도 새싹과 같이 솟아 올라야겠다. 경칩이다. 어깨를 활짝 펴고 솟아오르는 계절을 맞이하자.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지지대] 떨어진 화살을 굳이

최근 아역 출신 여성 배우가 유명을 달리했다. 그를 사망하게 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악플. 연예계 악플 잔혹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가수 설리 죽음 이후 비극의 사슬을 끊기 위해 20대 국회에서는 소위 ‘설리법’(악플 방지 법안)이 우후죽순 쏟아졌지만 현재까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이젠 일반인도 악플의 표적이 돼 고통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12월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온라인상에 퍼졌다. 악플은 꼭 인터넷상에 남기는 독화살이 아니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하며 타인으로부터 근거 없는 평가와 조롱을 하기도, 받기도 한다. 과거 한 기관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직장인 33%가 사내 루머에 휩싸였다는 여론 결과도 발표됐다. 언론사의 생태계를 예로 들자면 ‘A기자가 과거에 무슨 일을 했다더라’ , ‘B경찰 사생활에 대해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 등 동료 혹은 기관 직원들에 대한 평가는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정보보고’라는 미명하에 여전히 남아 있다. 날조된 정보로 인한 구설수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는 무엇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떤 처지나 상황에 있더라도 초연함을 유지하라는 명언이 있다. ‘벼락에도 멍들지 않는 허공이 되어라’, ‘바다는 소낙비에 젖지 않는다’. 범부중생(凡夫衆生)이 듣기에는 너무나 거창한 문구다. 최근 유튜브를 즐겨 보고 있다. 몇 달 전 우연히 본 한 채널에서 진행자가 악플에 힘들어하는 게스트에게 자신이 본 드라마 대사를 인용하며 건넨 위로의 말이 생각난다. ‘떨어진 화살을 굳이 집어 들어 내 가슴에 꽂지 마라.’ 진실에 닿지도 않는, 숨어서 하는 말에 자해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지대] 캡틴 아메리카

얼마 전 캡틴 아메리카가 구속됐다. 사실은 미국 마블의 인기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의 복장을 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얘기다. 주한 중국대사관과 경찰서 난입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이 남성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블랙요원이자 미군 예비역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육군 병장으로 제대했으며 미국으로 출국한 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조기를 온 몸에 두른 듯한 ‘코스튬플레이’는 미국도, 한국도 품지 못한 허황된 몸짓으로 남았다. 세계인의 영웅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와 전혀 동떨어진, 경찰 수사까지 받는 피의자 신세가 됐다. 최근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캡틴 아메리카의 동료인 ‘팔콘’ 샘 윌슨이 겪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무게감과 분투를 담았다. 미국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은 캡틴 아메리카는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탄생했으며 평범한 인물이 초인적 힘을 갖고 특별한 방패를 들고 적에 맞서는 모습을 수십년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을 상징하지만 세계의 평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상징의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자국 중심주의 관세 정책과 비교하면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결국 캡틴 ‘아메리카’는 지금 인접국이나 다른 여러 나라에도 불안감을 가져다 주고 있다. 한국도 이 같은 관세전쟁에서 결코 예외는 아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변론 종결이 25일 있었다. 12·3 계엄 이후 사태 수습을 위한 여러 절차를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이면서 한때 반미 감정도 있었던 만큼 숙명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1년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영화의 국내 제목이 ‘캡틴 아메리카’가 아닌, 부제였던 ‘퍼스트 어벤저’인 걸 봐도 당시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보수집회에서는 꾸준히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펄럭인다. 캡틴 아메리카까지 등장해 난동을 부렸다. 다시 한번 미국과 한국에 대한 묘한 괴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지지대] 미국의 ‘정부효율부’ 논란

정부효율부라는 정부 부처가 있다. 미국 얘기다. 영어로는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라고 쓴다. 약자로 DOGE라고 불린다. 좀 더 들여다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통령 자문위원회의 명칭이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공동 수장을 맡고 있다. 공식 정부 부처는 아니고 의회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머스크는 이 부처 운영을 통해 미국 연방 예산을 2조달러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 또한 이 구상을 거들었다. 이 부처의 약자인 DOGE는 도지라는 인터넷 밈과 머스크가 이전에 관련됐던 암호화폐인 도지코인을 모두 가리키는 번역어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를 공동 수장직에 앉혔다. 부처의 형태는 의회의 법안을 통해 창설되는 연방 부처가 아니라 관리예산국과 긴밀히 협력하는 대통령 위원회의 구성 요소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가운데 해당 부처를 놓고 미국 공직사회가 떠들썩하다. 난데없는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폭풍 같은 한 달이 지나갔다. 월권 논란도 나온다. 언론은 ‘몰아치듯 인력·예산 곳곳 칼질’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그 중심에 머스크가 있다. 미국 연방정부 지출의 대대적인 삭감 임무를 맡은 DOGE는 불과 한 달 새 다수의 정부 기관을 돌면서 조직을 폐지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정리해고 칼바람을 일으켰다. 이에 트럼프 지지 진영에선 정부 기관의 방만한 운영을 효율화하고 예산을 성공적으로 절감하고 있다는 찬사가 나왔다. 하지만 DOGE가 지나친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일자리를 잃은 공무원들을 비롯해 반대 진영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부효율부로 대표되는 미국의 사태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메시지가 제법 묵직하다.

[지지대] ‘러스트벨트’ 이야기

타다 남은 연료 찌꺼기 더미가 수두룩하다. 그 속에 방치돼 있는 건물의 잔해가 스산하기 그지없다. 폭격을 맞은 듯 전봇대가 길가에 쓰러져 있다. 러스트벨트(Rust Belt)로 불리는 쇠락한 산업단지의 모습이다.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돌풍 원인이 러스트벨트의 민심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대안당은 예전에는 상대적으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옛 동독에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서부 독일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지지율이 올라가 원내 제2당의 위치에 올랐다. 해당 정당의 정치적 기반이 동독 바깥으로 확장된 대표적인 곳으로 뒤스부르크가 있다. 독일 러스트벨트를 대표하는 도시다. 라인강과 루르강이 합류하는 곳에 위치해 세계에서 가장 큰 내륙 항만을 배경으로 예전부터 철강산업이 발전했다. 2000년에는 독일 전체 금속의 49%가 이곳에서 생산됐다. 철강산업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도 많이 거주해 한때는 중도좌파인 사회민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이런 가운데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뒤스부르크의 정치적 풍향도도 급변했다. 1970년대 뒤스부르크 인구는 60만명이었지만 일자리가 감소한 탓에 현재 50만명으로 줄었다. 가장 크게 바뀐 건 이민자에 대한 태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튀르키예와 이탈리아 출신 근로자들을 수용하면서 이민자를 환영했다. 이민자의 노동력을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원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10년 전부터 중동 난민을 대거 수용하면서 이민자에 대한 시선이 확 바뀌었다. 노동으로 돈을 벌기 위한 이민자가 아니라 난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받기 위해 독일에 왔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됐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유럽연합(EU) 난민협정을 거부하고 난민을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독일대안당 지지율을 올린 밑거름이 됐다. 정치는 결국 돌고 돌기 마련이다. 이 같은 열풍이 비단 독일이라는 먼 나라만의 얘기일까.

[지지대] AI 원주민 ‘베타세대’가 온다

올해 태어나는 아이들은 ‘베타(β)세대’로 불린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알파(α)세대’의 다음 세대로 호주의 미래학자 마크 매크린들이 제안한 개념이다. MZ세대의 자녀들이며 2025년부터 2039년까지 약 15년간 태어날 아이들이다. 베타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다. 기성 세대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자랐다면 이들은 인공지능(AI)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시대에 태어난다. 이를 예고하듯 올해 초 등장한 ‘딥시크 R1’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기존 생성형 AI 시장을 위협하며 기술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했다. 이어 생성형 AI 분야의 선두 주자인 오픈AI는 이달 초 ‘딥리서치’를 공개해 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해당 기술을 사용한 연구자들은 대학원생이 몇 달에 걸쳐 수행할 작업을 단 몇 시간, 심지어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불과 3년 전인 2022년 11월 챗GPT가 출시된 이후 AI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한 결과다. 베타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이 같은 AI 기술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활용할 것이다. 유아기에 새로운 지식을 익히는 과정은 성인이 돼 배우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베타세대는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AI를 빠르게 내재화할 것으로 보인다. AI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메타버스, 양자컴퓨터 등 미래 기술이 융합된 환경 속에서 성장할 것이다. AI와 협력하며 학습하고 창작하며 심지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크다. 베타세대는 인류가 가진 문제에 해답을 제시할 잠재력을 갖춘 세대가 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AI 업계는 미국이 선두 주자이고 이를 중국이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캐나다,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도 집중 투자를 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은 지난해 9월 발표된 ‘글로벌 AI 인덱스’에서 조사 대상 83개국 중 6위로 올랐지만 강대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빠른 국회 입법, 빅테크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 국내 유치 등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우리는 준비와 지원을 통해 다가오는 베타세대를 맞이해야 한다.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지지대] 대장장·김양식·호미문화

동구 밖에 작은 대장간이 있었다. 그곳에선 대장장이가 쇠를 두들기고 있었다. 엄동설한인데도 그의 이마에는 연신 구슬땀이 흘러내렸다. ‘텅텅’ 하는 둔음이 온 동네에 울렸다. 남해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 양식장은 또 다른 경이로움이었다. 넘실거리는 바닷물 사이로 파릇파릇한 김 등이 자라고 있어서다. 그곳에서 생명의 소중함도 느꼈다. 들녘에서 허리를 구부린 채 호미질 하시던 외할머니 모습도 새삼스러웠다. 그 광경 자체가 근면과 성실이었다. 가끔 한 번씩 허리를 펴고 하늘을 올려다보시던 눈매가 애잔했다. 이런 가운데 쇠를 뜨겁게 달궈 도구를 만드는 대장장과 ‘밥도둑’인 김을 양식하는 어업활동, 무릎걸음으로 이뤄지던 호미문화 등이 국가무형유산으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평가가 진행 중이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대상은 이외에도 선화(禪畵), 해조류 채취와 전통어촌공동체, 덕장과 건조기술, 마을숲과 전통지식, 전통관개 지식과 문화 등 9종이 포함됐다. 대장장은 전통 철물 제작 기술을 보유·전승하는 장인이나 그런 기술 등을 일컫는다. 충남에선 이미 산업화로 갈수록 사라져가는 야장기술의 맥을 100년 넘게 이어온 당진 대장장 가치를 인정해 무형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2016년이었다. 양식하는 어업활동은 우리나라 바다의 조석 간만 차에 대한 깨우침이다. 해안가 주민의 생업·문화 등 일상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주는 영역이다. 호미문화는 전통 농기구인 호미의 역사, 사용 방식 등을 아우른다. 마을숲과 전통지식 등은 마을 공동체의 주요 공간인 숲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보여주는 무형유산이다. 국가유산청은 공동체 전승 종목을 위주로 국가무형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보유자나 보유 단체를 별도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더욱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다. 문화는 우리의 국력을 키우는 근육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지구촌을 지켜온 건 이 같은 문화의 집합체인 문명이다.

[지지대] “89초밖에 남지 않은 지구 멸망”

지구가 멸망하기까지 단 89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경고가 나왔다. 핵무기 및 인공지능(AI) 위험으로 역대 최근접이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물론 상징적인 메시지이겠지만 등골이 오싹해진다. 외신에 따르면 지구촌 핵전문가들의 모임인 핵과학자회는 최근 이 같은 수치를 알려주는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를 발표했다. 이 시계를 보면 정확하게 초침이 자정 89초 전으로 맞춰졌다. 지난해 90초 전에서 1초 당겨졌다. 이 단체가 이 같은 수치를 발표하는 건 1947년부터다. 인류가 핵전쟁, 기후변화, 생물학적 위협, AI 등 신기술로 멸망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이 시계는 자정을 지구가 멸망하는 시점으로 설정하고 자정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데 이번에 발표한 89초는 1947년 이래 가장 짧다. 핵과학자회는 이처럼 시간을 앞당긴 이유로 핵전쟁 위험 증대를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가 미국과 체결한 신전략 무기감축조약(New START) 이행을 중단하고, 중국은 핵무기를 빠르게 늘리고 있으며, 미국도 핵무기 확대로 기울고 있다. AI를 무기에 접목하려는 시도와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기후변화 대응정책 우선순위 하향 조정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첫 지구 종말 시계에선 7분이 남았다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옛 소련이 핵폭탄 실험에 처음 성공한 1949년에는 3분 전으로 조정됐다. 인류가 멸망에서 가장 안전했던 시기는 미국과 옛 소련이 전략핵무기 감축에 합의한 1991년이었다. 당시 시간은 자정 17분 전이었다. 2020년 이후 100초 전으로 유지해 오다 2023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무기 사용 우려가 커진 점을 반영해 90초로 당겨졌다. 인류 공멸 예방을 위한 명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소중한 행성인 지구를 사랑해야 하는 까닭들이 차고 넘쳐서다.

[지지대] 키오스크에도 인정이 피어나길

요즘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가장 먼저, 자주 만나는 것 중 하나가 키오스크다. 우리말로 가장 유사한 걸 찾아보면 ‘무인 주문 기계’ 정도가 될 것 같다. 무인, 단어 자체에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는 이 기계는 이상하리만큼 사람을 위축시킨다. 멀쩡히 잘 보이던 단어가 안 보이기도 하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쓰는 게 익숙한 필자에게도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초조함을 준다. 이런 감정은 어르신들일수록 더할 것이다. 오죽하면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지 못해 햄버거 하나 사 먹지 못했다는 어르신의 사연이 온라인을 달궜을까. 이런 글을 볼 때면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이 떠오른다. 식사 후면 티타임이 일상인 분들인데, 그렇지 않아도 블렌디드에 프라푸치노 같은 어려운 말들 속에서 무인 주문 기계까지 만나 초조함을 느끼다 발길을 돌릴까 하는 걱정이다. 그러다 얼마 전 우연히 이런 장면을 봤다. 어르신 네 분이 카페에 설치된 키오스크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초조해 하고 계셨고 점원들은 음료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그분들 바로 뒤에 선 한 학생이 “괜찮으시면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하며 싱긋 웃었다. 그제야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안도감 섞인 웃음이 번졌다. 상당한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줄을 선 이들 중 누구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무인 기계에 인정이 피어난 것이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늘도 우리 앞에서 초조해할 어르신들이 단단하게 이 땅을 지켜 왔기에 새로운 문화라는 이름의 혜택을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바라본다. “괜찮으시면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저도 아직 어려워요”라며 웃어줄 수 있는 인정이 모든 키오스크에서 피어나길.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