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지방선거, 정당보다 후보에 투표를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 선거는 시민이 공직을 맡을 인물을 뽑는 공식적인 집단 의사 결정으로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초적이면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다. 투표를 통한 다수결 등 의사 결정, 그리고 이를 통해 선출한 인물이 공직을 맡기 때문이다. 뜨거웠던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대한민국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치 성향에 따라 분열이 있었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은 통합의 시대를 외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대선보다 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다. 내년 6월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지방선거. 내 손으로 직접 내가 사는 지역의 시장·도지사 등 광역단체장, 시장·군수·구청장 같은 기초단체장, 그리고 광역·기초의원까지 일꾼들을 손수 뽑는 절차. 특히 내년 지방선거는 민선 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치러지는 만큼 진정한 지방자치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크다. 단순히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에게 무조건적으로 투표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지역의 일꾼을 보고 투표하는 높은 시민의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후보군이 정작 가장 중요한 시민들의 선택보다는 우선 유력 정당의 선택, 즉 공천을 받기 위해 애를 쓸 것이 뻔하다. 현재 우리의 지방선거는 시민의 선택은 정당이 받고, 자신은 정당의 선택을 받는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주객이 뒤바뀐 셈이다. 이 같은 형태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다는 지방선거에 취지와 동떨어져 있다. 단순 정당 간의 싸움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모든 시민이 ‘○○당 후보’라고 표현하지 말고 ‘○○○ 후보’라는 이름을 기억하고 투표하는 문화가 생기길 바라 본다. 지역의 현안 해결이나 정책은 결국 사람이 한다. 이해집단인 정당은 이를 절대 해결해주지 않는다. 우리가 특정 정당의 후보를 기억하기보다는 후보 이름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지지대] 경기도 특례시, 창원을 지켜라

2022년 1월,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됐다. 행정 수요가 많은 지역에 행정·재정 특례를 부여해 균형발전과 지방시대 구현에 나서게 하자는 취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개 지역이 특례시로 지정돼 있다. 수원, 용인, 고양, 화성 등 네 곳이 경기도에 집중됐고 비수도권에서는 경남 창원이 유일하다. 하지만 창원시는 인구 감소로 특례시 유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 내국인 100만명 선이 붕괴돼 지난달 인구는 등록 외국인을 합쳐 101만7천여명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이 추세가 계속되면 내년 총 인구는 100만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특례시 지위 부여, 박탈 기준이 ‘인구 100만’에 한정돼 있다. 내·외국인 인구가 2년 연속 100만 이상이면 얻고, 미만이면 잃는다. 이에 창원시는 지난해부터 정부에 특례시 인구 기준 완화를 건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원·용인·고양·화성시는 이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어도 될까. 절대 아니다. 만에 하나 창원특례시 지위 상실 문제가 현실화하면 특례시는 경기도에만 있게 된다. 지금 특례시들이 정부에 외치는 ‘법적 지위 부여, 실질 행정·재정 권한 이양’도 ‘지방시대를 위한 과제’가 아닌, 경기도 특정 시·군의 요구로 축소된다. 지금도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난관으로 작용하는데 과연 특정 지역 요구를 정부나 비수도권, 심지어 같은 경기도 시·군조차 공감할 수 있을까. 경기도 특례시들이 창원특례시가 겪는 문제에 내 일처럼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특례시제도는 2020년 관련법 통과 직후부터 차별 여지가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경기도 4개 특례시는 스스로를 위해 정부에 특례시 진입 ‘허들’을 낮추고 다변화를 꾀할 것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 특례시가 ‘인구 100만 도시 별칭’으로 전락하기 전에 말이다.

[지지대] 수원 상징목의 시름

수원에는 특이한 곳이 많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늘어섰다는 뜻의 ‘노송지대(老松地帶)’도 그렇다. 좀 더 들여다보자. 이곳은 안양에서 1번 국도를 따라 지지대를 넘으면 만날 수 있다. 길이는 5㎞ 남짓하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양옆으로 늘어선 모습이 마치 열병식을 하는 병사들처럼 늠름하다. 한 그루, 한 그루 들여다 보면 제법 가지런하다. 그리고 다소곳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선비처럼 올곧다.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에 따르면 노송지대는 조선 후기 개혁군주인 정조가 조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왕실 경비 1천냥으로 소나무 500여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250여년 전이다. 현재는 대부분 고사하고 38그루만 남아 있다. 이곳의 소나무는 껍질이 붉은 편이다. 흔히 적송이라 불리는데 내륙지방에서 많이 자란다. 낙락장송이 울창한 경관은 정조의 효성을 함축하면서 발길을 멈추게 한다. 수원에는 이처럼 노송지대는 물론이고 만석공원과 옛 경기도청이 있던 팔달산 등지를 비롯해 곳곳에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그래서일까. 경기도기념물과 수원시 상징목으로 지정됐다. 각각 1979년과 1999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원에서 소나무들이 때 아닌 시름(본보 6월13일자 5면)을 겪고 있다. 잎이 바짝 마르고 일부는 가지째 축 늘어져 있다. 상당수는 생장 기능을 멈춘 듯 줄기가 갈라져 있다. 죽은 가지 사이로 병든 잎도 드문드문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지난해 폭설로 추정하고 있다. 소나무는 공원녹지사업소와 각 구청이 예산을 편성해 관리 중이다. 소나무를 포함한 수목관리 예산만 140억원가량이지만 일부 소나무가 고사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더구나 정기적인 관리보다는 민원 접수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나무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매뉴얼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조치하는 방식보다 사전에 점검하고 예방하는 관리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지지대] 빚의 덫, 언제 풀릴까

‘빚도 자산’이라는 말이 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있어야 그만큼 또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근데 이건 ‘있는 사람들’ 얘기다. 시장 냉각기가 이어지는 지금은 아니다. 월세가 밀려서, 휴대폰 요금을 못 내서, 전기·가스가 끊겨서, 별 수 없이 빚을 내야만 하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어떻게 빚이 자산인가. 빚은 그냥 빚이다. 부채밖에 없는 명의를 ‘자산가’라 표현할 수 없다. 9월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이에서만 50조원에 달하는 빚이 사회를 덮친다. 코로나19 당시 정부가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지원했던 대출금을 갚아야 할 때다. 상권이 살아나지 못해 폐업 옆 폐업이 속출하는데 어느덧 ‘상환 디데이(D-day)’가 기다린다. 해결책은 ‘내수 활성화’다. 하지만 가계부채도 이미 심각하다. 지난달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만 한 달 사이 6조원 이상 늘었다. 특히 신용대출이 1조원 넘게 늘어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금융협회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우리나라가 ‘세계 2위’라고 분석한 바 있다. 소비 위축이 성장률 하락, 경기 침체 가중화를 이끈다. 새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복지 측면에서의 채무 조정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빚을 나라가 대신 갚자는 게 아니라 서민의 삶이 회복될 수 있게끔 최소한의 조치라도 하겠다는 뜻이다. 이 방향 설정을 빠르고 명확하게 해주길 바란다. 지난해에 절망의 빚이 희망의 빛을 가린다는 기사(본보 2024년 1월29일자 1·3면 등)를 썼는데 이젠 정반대 기사를 쓰고 싶다.

[지지대] 아보하! 경기도 여행

알로하(Aloha) 아니다. ‘아보하’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로 특별함 없이 평범한 하루를 긍정하고 만족하는 일상 정도를 의미한다. 21대 대통령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아보하를 누릴 시간이다. 바쁜 출근길, 사람들과의 소소한 대화, 지친 퇴근, 가족과의 저녁식사 등 평범한 일상을 감사하면서 말이다. 아주 보통의 하루와 함께 ‘아보하’ 여행은 어떨까. 아주 보통의 여행. 굳이 정의하자면 가볍게 마음 편히 떠나는 여행. 큰 욕심 안 부리고 짧게 다녀올 수 있는 평범한 여행. 짧은 휴식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여행이 아보하 여행이다. 경기도는 아보하 여행지의 최적지다. 남으로 북으로, 동으로 서로 어딜 가도 여유롭게 여행을 누릴 공간이 있는 곳이 경기도다. 양평 두물머리의 물안개와 잔잔한 강변 풍경은 스마트폰 알람 없는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은 과하지 않은 문화 체험과 조용한 갤러리 산책이 가능해 충족감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화성 궁평항에선 갯벌체험, 갈매기 먹이주기 같은 재밌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서해안 낙조까지 보면 금상첨화다. 광주 곤지암 화담숲에서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된다. 아보하 여행이란 결국 ‘무탈하고 안온한 하루’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주말에 자연과 문화 사이에서 아주 평범한 하루와 여행을 경기도에서 경험해보는 것 어떨까. 그 경험으로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게 말이다.

[지지대] 편협한 종차별주의

비좁은 울타리 안에서 돼지나 닭 등을 기른다. 가축 동물권이나 동물 복지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가축들은 면역력 저하로 고통을 겪는다. 집약적 축산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경기를 벌이는 과정에서 소가 죽는다. 관객들은 이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투우나 로데오 경기가 그렇다. 오락을 위해 동물을 이용한다. 단지 겉치장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벗겨 낸다. 가죽 생산 과정이다. 쓰임새는 신발, 옷, 가방, 벨트, 패션 액세서리, 자동차, 실내장식 등 다양하다. 동물학계는 이를 종차별주의(Speciesism)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인류에게도 폭력적 지배의 정당화 도구로 작동해 왔다고 지적한다. 동물을 상품화하고 노동력으로 전유하며 소비하는 구조가 노동자와 소외된 인간 집단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특히 대표적인 동물권리 운동가인 디네시 와디웰 시드니대 교수는 인간의 동물에 대한 폭력을 고발한다. 그는 생물의 한 종에 불과한 인간이 다른 종의 생물을 단지 식량으로 활용한다는 이유로 멸종에 가까운 살육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믿어온 수천년의 지적 전통과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인간 주권 논리가 동물에 대한 착취와 살육을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인간이 생태계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갖게 된 건 동물을 지배할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우발적인 역사·생물학적 조건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힘이 곧 권리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 주권 논리가 동물은 물론이고 인간에게도 폭력적 지배의 정당화 도구로 작동해 왔다. 동물을 상품화하고 노동력으로 전유하며 소비하는 구조가 노동자와 소외된 인간 집단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 인간 주권의 허상에서 벗어나야 인간과 동물이 함께 기나긴 전쟁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지지대] 명언과 국적

‘명언과 격언’이란 과거의 위인이나 현대의 유명인이 남긴 현명하고 깊이 있는 말들이다. 그 속에는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는 가르침이나 조언이 담겨 있다. 우리는 명언과 격언을 통해 얻는 지혜와 인생 교훈을 시대적 배경에 맞게 잘 활용하면 된다. 시대상을 타개할 가장 현명한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명언과 격언에 국적이 생긴 모양새다. 시대적 환경과 상황에 맞게 말한 명언이 지금은 검증 대상이 되고 말았다. 가장 대표적인 명언이 바로 ‘흑묘백묘론(黑猫白貓論)’이다.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고양이는 털이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며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정치체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백성이 잘살기만 하면 된다는 뜻으로 이 말을 발표했다. 그런데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흑묘백묘’, 이 말을 쓰면 친중 세력으로 지목된다. 필자도 그동안 글을 쓰면서 이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 그럼 친중 세력으로 분류되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뉴딜정책을 추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말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행동하는 사람이 역사를 만든다’ 등의 명언을 인용하면 친미 세력인가. 대한민국은 지금 전례 없는 경제위기에 빠져 있고 출구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갈등과 반목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고 ‘내란과 탄핵’이라는 단어는 이제 국민들에게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들에게서 해답을 찾아보자. 진짜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검은 고양이와 흰 고양이의 구분이 아닐 것이다. 쥐(경제)만 잘 잡는 고양이가 필요한 게 아닐까. 지지했던 기호가 1번이든 2번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새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일할 기회를 줄 시간이라는 것이다.

[지지대] 루소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사회 계약은 자유와 평등 등에 기반해야 합니다. 국가의 규칙인 법은 ‘일반 의지’를 통해 결정돼야 합니다.” 300여년 전 유럽의 한 지식인이 주창한 이론이다. 당시로서는 반역이었다. 시민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절인 만큼 자유와 평등이란 단어들도 생소했다. 장 자크 루소가 그랬다. 그는 문명이 되레 이성의 퇴보를 불러온다고 꼬집었다.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고정관념이 대세인 시대였다. 이 같은 지적은 ‘에밀’에서 완성됐다. 이 저서는 에밀이라는 가상의 소년을 통해 이상적인 교육을 제시했다. 당시 민중은 억압과 통치의 대상이었다. “사람들은 어린이에 대해 모르고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고찰은 어린이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데서 시작해야만 합니다.” 루소는 그러한 생각에서 에밀이라는 고아를 통해 자연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는 이론을 내놨다. 조물주의 손에서 떠날 때는 모든 게 선하지만 인간의 손으로 넘어 오면 모든 게 악해진다고 주창했다. 사회·가족 등 외적 환경이나 나쁜 습관, 편견 등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고 자유롭고 크게 자라나도록 하자는 게 이 책의 주안점이었다. 주입식 교육에도 반대했다. 체육·품성 등 전인교육을 중시했다. 인간 중에서 가장 순수하게 자연성을 간직하고 있는 어린이에게 그 본래의 자연과 자유를 되돌려줄 것을 주장했다. 교육 주체로 자연, 인간, 사물등을 들어 인간의 능력을 내부로부터 발전시키는 건 교육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이 저서에 철퇴가 내려졌다. 기독교적 원죄설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법원으로부터 판매 금지 판결을 받고 작가도 구속영장이 발부돼 도피생활에 들어간다. 1762년 6월9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곧이어 발생한 프랑스 대혁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민주주의 형성에 거대한 이론적 토대도 제공했다. 우리 사회는 루소의 지적으로부터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까. 새 정부에 보내는 충고는 그래서 유효하다.

[지지대] 진정한 리더십

6·3 대선으로 제21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계엄과 탄핵 정국 이후 불거진 국가 분열과 경제·안보 불안정성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 산적한 현안만큼 새 지도자의 목표도 뚜렷하기 때문에 국정의 나아갈 방향 역시 분명해 보인다. 통합과 민생경제 회복,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빼어난 리더십으로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지도자들을 돌아볼 때다. 그들은 무엇을 했으며 어떤 식으로 행동했을까. 세종대왕, 에이브러햄 링컨, 넬슨 만델라,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이순신, 마하트마 간디, 앙겔라 메르켈, 그리고 얼마 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우리에겐 감명을 주는 지도자로 익숙하다. 이들은 저마다 공익적 역할을 한 점과 남다른 자질 때문에 현 시대에 울림을 준다. 이들 지도자는 비전을 제시해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면서 혁신을 추구했으며 윤리적인 면에서 인종차별을 없애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펼쳤다. 또 남다른 결단력으로 외세 침입을 막거나 무거운 책임감으로 민주주의 기반을 확립했다. 위기 대응에서 빛을 발하거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특유의 공감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디지털 역량 등도 더해져야 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나 샘 올트먼이 21세기 지도자 모델로 거론되는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대한민국이 근래 가장 어두운 지점을 지났다면 이제는 밝은 빛으로 온 국민을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혼란스러운 이 땅에서 우리가 믿고 힘을 실어줄 지도자, 진정한 대통령이 되길 기원한다.

[지지대] 모두의 소망이 이뤄지길

대한민국이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출발한다. 경기일보는 21대 대선을 앞두고 10대부터 70대까지 도민들에게 ‘우리가 투표하는 이유’를 물어봤다. 태어나 처음 투표한다는 10대 대표 운정고등학교 학생은 “민주사회의 시민으로서 투표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20대 유권자는 “취업의 문턱이 조금이라도 낮아지고 기초적인 주거 고민과 연금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기 바란다”며 투표의 이유를 밝혔다. 50대 유권자는 투표의 이유로 ‘K-민주주의의 회복’을 주장했고 60대 유권자는 “재생에너지 진흥, 전기차 보급 및 배터리산업 지원 등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책이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투표하려 한다”고 말했다. 70대 유권자는 “계층 간, 지역 간 화합과 단결을 이뤄 국가의 번영과 국민이 행복하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러한 국민의 간절한 소망을 안고 21대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다. 이번 정부 역시 문재인 정부에 이어 인수위원회 활동 없이 곧바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지난해 말 계엄 사태부터 대통령 탄핵까지, 국내는 극심한 혼란의 시간을 지나왔고 저 멀리 바다 건너 미국에는 트럼프 정부가 다시 출범해 강력한 통상 정책을 통해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다. 국내외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게 됐다. 당장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둘로 쪼개진 민심을 통합하고, 세계 경제 시장에 대응해야 하며, 부동산 시장을 비롯한 내수 경기 부흥도 시급하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의료개혁 문제도 매듭 지어야 하고 저출생, 청년실업, 연금개혁, 실업률 등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과제가 놓인 새 정부이지만 국민 모두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응원한다.

[지지대] 대선, 끝이 아닌 시작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국민이 대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권력을 부여하는 일, 그 권력을 막강하게 만드는 정통성, 그게 바로 선거다. 오늘, 우리는 나라의 얼굴이자 미래인 대통령을 결정한다. 오늘이 지나면 혼란스러웠던 권한대행 체제는 사라지고 다시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로 안정을 찾아가게 된다. 그러나 대통령선거가 끝은 아니다. 지지를 호소한 후보들에게도, 국민에게도 대선은 출발점이어야 한다. 이번 대선을 통해 구성되는 새 정부는 불과 1년 뒤 하나의 성적표를 받아든다. 민심의 평가표이자 그들의 국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치가 될 지방선거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에 들어서는 정부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과의 약속 이행에 초점을 맞출 거라 입을 모은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 역시 지방선거다. 이들은 알고 있다. 국민이 지방선거를 통해 냉정한 국정 평가를 내놓게 될 것을 말이다. 짧고 치열한 선거였다. 전쟁같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끝으로 갈수록 서로를 향한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이런 경쟁력이 있으니 저를 뽑아주세요’보다 ‘이렇게 나쁜 사람이니 저 사람은 뽑지 마세요’가 난무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욱 이번 대선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그들이 가려버린 공약들을 하나씩 꺼내 점검해야 한다. 유권자인 우리가 그들의 약속을 놓치지 않고 기억해야 약속을 어길 때도, 지키지 않았을 때도 그들에게 항의할 명분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오늘이 지나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그러나 당선이란 성적표는 또 다른 투표 속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끝이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

[지지대] 복합재해 기후 리스크

더위에 가뭄까지 겹치고 산불까지 난다면 어떨까. 최악의 상황이다. 이런 사태가 실제로 현실로 나타났다. 2010년 러시아에서였다. 그해 6월 초순부터 7개월여 동안 이어졌다. 5만5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제 피해는 17억4천만달러(약 2조3천477억원) 규모였다. 당시로 더 들어가 보자. 매일 수은주가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농작물은 타 들어 간다. 대기가 고온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산불 연기는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 유입돼 폭염과 함께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 폭염은 지면에서 높이 2m의 기온인 하루 평균 기온이 상위 10%에 드는 날이 사흘 이상 연속되는 경우다. 가뭄은 물순환을 반영해 하루 증발산 부족량 지수가 하위 10%에 드는 날이 사흘 이상 연속되는 경우다. 폭염에 가뭄을 동반하는 현상을 복합재해라고 부른다. 한국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상협회의 분석 결과다. 한국기상협회는 전국을 100㎢ 격자로 나눈 뒤 1979년부터 2023년까지 기상자료를 활용해 5~10월 폭염과 가뭄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분석했다. 한 격자에 6월10~15일 폭염, 같은 달 12~20일 가뭄 등이 나타났다면 폭염이 시작한 10일부터 가뭄이 끝난 20일까지 복합재해 한 건이 발생한 것으로 규정했다. 그 결과 복합재해 발생 횟수는 연평균 446.3건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2014~2023년)만 놓고 연평균을 계산하면 951.5건에 달했다. 복합재해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일이 급증했다는 의미다.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1994년으로 4천113건이었다. 2018년(2천194건)과 2016년(1천670건)이 뒤를 이었다.복합재해 지속 기간은 평균 11.4일이었다. 복합재해는 자연 훼손과 환경 파괴 등이 불러 온 후유증이다. 명백한 기후 리스크다. 마땅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지대] 새로운 깃발

예부터 다양한 의미가 있었다. 깃발 이야기다. 특히 병영에서 그랬다. 부대의 존재를 과시했다. 장군의 지휘권도 상징했다. 전투 중에는 위치도 알렸다. 그래서 기수는 적이 최우선으로 노리는 타깃인데도 늠름하게 위치를 특정했다. 이 때문에 담대하고 용맹한 병사들이 맡는 명예로운 직책이었다. 영토나 영역의 표시이기도 했다. 적군이 점유하던 곳을 점령한 후에는 아군의 깃발로 바꿔 달았다. 이때 노획한 적군의 깃발은 아군의 빛나는 전공을 상징하는 증거 중 하나로 보관됐다. 전후 적군과의 화친이 성립돼도 반환을 꺼렸다. 19세기 말 신미양요 당시 미군에 빼앗긴 장수를 뜻하는 수(帥)자가 적힌 깃발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파병 당시 노획한 금성홍기가 전쟁기념관에 전시 중이다. 해병대 제2사단(청룡부대)이 노획한 베트콩기도 보관하고 있다. 동티모르 파병 당시 상록수부대가 인도네시아 국기를 노획한 사례도 그렇다. 세계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프랑스 ‘삼색기’는 혁명의 불꽃 상징으로 세계 곳곳의 계급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영제국의 상징인 ‘유니언 잭’은 제국주의의 확장을 촉발했다. 공산권 국가의 상징인 ‘오각별’은 거대한 이념집합체를 의미했다. 지난해 겨울부터 광화문과 여의도 등지에서도 다양한 깃발이 나부꼈다. 평화를 사랑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몸짓이었다. 청마 유치환 시인의 ‘깃발’이 떠올랐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아아! 누구던가?/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며칠 후면 우리 마음에 새로운 깃발이 걸린다. 어떤 형태와 내용일까.

[지지대] 푸른 제복의 공직자

흉기를 든 범인을 만났을 때 효과적인 호신술로 소개되는 기술이 있다. ‘기회를 포착해 신속히 도망가는 것’. 이런 돌발적이고 경악할 만한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위에서 제시한 호신술(?)과 정반대로 날카로운 흉기와 맞서야 하는 직업군이 있다. 바로 푸른 제복의 공직자 ‘경찰’이다. 지난 22일 오후 9시50분께 파주시 한 아파트에서 가정폭력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3명이 40대 남성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했다. 조사 결과 중상을 입은 경찰관 2명이 방검복 등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현장으로 출동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이들 경찰관이 본능적으로 위험을 인식하고 상황을 회피했다면? 2021년 인천 남동구 빌라에서 층간소음으로 인해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현장. 혈흔이 낭자한 범행 장면을 목격한 여경이 도망쳐 계단 아래로 피신했다. 현장으로 향하던 남경도 여경을 보고 발걸음을 돌려 함께 빌라를 빠져나갔다. 이후 이들은 사회적 지탄을 받은 뒤 해임됐고 형사재판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다시 파주 흉기 사건과 관련, 경찰 고위 관계자의 “출동 지령에 안전장구 착용 지시가 있었으나 출동 경찰들은 착용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발언이 보도되면서 경찰 내부에선 지휘부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위급한 신고 상황에 방검복을 다 챙겨가지 못한 현장 경찰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 등에선 “권한은 지휘부에 있고, 책임은 현장에만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이어졌다. ‘본인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위해와 불법과 불의에 대결하며....’ 경찰의 복무선서 중 일부 내용이다. 심각한 인력난 속에서 최소한의 안전 확보를 위해 명시된 매뉴얼 규정조차 지키지 못한 채 참사의 현장으로 달려나가는 경찰들. 이들이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을 당시 다짐하고 외쳤던 선서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

[지지대] ‘나홀로’ 니트족 증가

‘니트(NEET)족’이라는 용어가 있다. 취업 경쟁에서 밀려나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한다. 영어의 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첫 글자를 땄다. 맨 처음 이 단어를 사용한 나라는 1999년 영국이었다. 이후 유럽 전역과 미국, 캐나다 등에 이어 일본과 국내에도 상륙했다. 이들은 국내는 물론이고 어느 나라에서나 민감한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니트족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1개국 중 유일하게 2014년에 비해 증가했다는 지적(본보 26일자 8면)이 나왔다. 나 홀로 증가인 셈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 결과다. 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니트족은 2022년 기준으로 11개국 중 3위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통계를 산출한 결과 국내 니트족의 비중은 2014년 17.5%를 기록한 후 증가세를 보이다 2020년 20.9%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1년 20%, 2022년 18.3% 등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2014년보다는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위인 이탈리아와 2위 멕시코 등 다른 주요 OECD 국가는 2014년에 비해 2022년 니트족 비중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도 15.7%에서 12.6%로 3.1%포인트 줄었다. 성별로는 2018년에 비해 지난해 남성은 13.5%에서 15.7%로 상승한 반면 여성은 18%에서 15%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0대 후반 비중(20.2%)이 가장 높았고 20대 후반에서도 남성의 비중은 늘었고 여성의 비중은 하락했다. 젊은이들의 진로 심리 역량을 어떻게 증진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회복 탄력성을 높여줄 맞춤형 통합정책 설계도 시급하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씀처럼 청년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지지대] 인천 찾지 않는 대선 주자

인천은 선거 때마다 ‘전국 선거 바로미터’, ‘전국 민심의 풍향계’ 등으로 불린다. 역대 선거 결과 인천의 표심이 전국 득표율 등과 거의 같은 것은 물론이고 정치 지형과 비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번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인천의 유권자는 261만8천461명이다. 전국 유권자 4천436만3천148명의 5.9%에 불과하다. 이런데도 인천은 매번 전국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선거 때마다 주요 정당의 지도부 등은 인천을 자주 찾아 지지를 호소한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유독 인천이 외면받는 듯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대선 후보들이 인천을 찾는 유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후보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아쉬워하고 서운하다는 속내를 종종 내비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번 대선 기간 인천을 딱 한 번 찾아 선거 유세를 했다. 인천 계양을 선거구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인 만큼 이 같은 인천 유세 일정이 적은 것은 인천시민 입장에서 아쉬울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아직 인천 유세를 하지도 않았다. 오는 29일 새얼아침대화에 참석하는 일정은 있지만 구체적인 유세 일정은 미정이다. 지도부에서도 나경원 의원이 한 차례 지원 유세를 왔을 뿐이다. 반면 이 후보와 김 후보 모두 경기도지사 경력을 내세우며 인천과 인접한 경기 고양, 김포, 부천, 시흥 등은 찾아 유세를 하기도 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도 최근 인하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학식을 먹은 뒤 곧바로 서울로 향했다. 일반 시민을 만나 소통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대선 후보들이 짧은 선거운동 기간에 전국 17개 시·도 곳곳을 모두 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인천이라는 대도시에 얼굴 한번 제대로 비치지 않는 것은 한 인천시민의 입장에선 조금 섭섭하긴 하다.

[지지대] 안산갈대습지와 붉은발말똥게

이 도시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촉촉한 대지에서 갈대들이 바람에 따라 눕고 일어선다. 안산시 상록구 사동 시화호 인근에 위치한 안산갈대습지 얘기다. 2005년 말 완공됐다. 당시 관할 주체는 한국수자원공사였고 ‘시화호 습지공원’으로 불렸다. 당초 명칭에 시화호가 들어간 연유는 인근에 시화호가 있어서였다. 이후 2014년 관할 주체가 안산시와 화성시 등으로 나뉘었고 안산 쪽 이름은 안산갈대습지가 됐다. 이 대목을 좀 더 들여다보자. 1994년 1월 시흥 오이도와 안산 대부도를 잇는 시화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시화호라는 인공호수가 형성됐다. 그런데 물이 가둬지자 공장 오폐수 등으로 수질이 악화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습지 조성에 나섰다. 안산갈대습지가 탄생된 배경이다. 이후 이곳에는 야생동물들이 쉴 수 있는 인공섬과 수중식물 및 야생동물 활동공간 등이 마련됐다. 전시장과 전망대를 갖춘 환경생태관도 들어섰다. 습지에서 정화된 물이 빠져나가는 생태 연못도 있다. 2014년부터는 람사르 습지 등재도 추진 중이다. 이곳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붉은발말똥게’의 대규모 서식지가 국내 최초로 발견(본보 23일자 8면)됐다. 녀석은 잡식성으로 진딧물, 지렁이, 죽은 물고기, 식물 잎 등을 먹는다. 그동안 주로 서해 일부 지역과 제주도 등지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안산갈대습지에는 500여개체가 분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안산환경재단은 안산갈대습지 입구부터 장전보까지 약 600m 구간에 걸쳐 이 녀석들의 집단 서식을 확인했다. 내시경 조사기를 활용한 현장 관찰과 서울대 연구팀과의 공동 조사 등을 통해서다. 시화호 최상류가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염분 농도가 낮은 진흙 지형과 넓은 갈대 군락이 형성됐다. 그래서 먹이활동과 은신에 적합한 최적의 서식환경을 갖췄다. 후손들에게 빌린 자연은 온전하게 물려줘야 한다. 환경 보전을 위한 리트머스 시험지여서다.

[지지대] ‘성별 지우기’ 대선

18년 만에 여성 후보가 0명인 제21대 대통령선거다. 18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17대 대선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 무소속 후보 등 남성만 후보로 등록했다. 5년 후인 2012년 18대 대선은 여성의 진출이 가장 활발했다. 후보 등록 마감일 기준 총 7명 중 4명이 여성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김소연·김순자 무소속 후보 등이 출마했다. 선거일 직전 이정희 후보가 사퇴해 3 대 3으로 성비가 동등해졌다. 19대 대선에선 15명의 후보 중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가 유일했다. 이어 2022년 치러진 20대 대선에선 심상정 전 대표, 진보당 김재연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공약에서도 여성이 사라졌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를 제외하곤 10대 공약 등 정책의 전면에 ‘성평등’이나 ‘여성’의 키워드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 대선은 사실상 젠더 이슈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각 대선 후보 캠프는 부랴부랴 여성 공약을 펴냈다. 여성 표심 잡기에 나섰지만 구호에선 남성 표를 의식한 조심스러움이 묻어난다. 젠더 이슈가 봇물 터지 듯 나왔던 2022년 대선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득표를 위해 성평등 의제를 ‘성별 갈라치기’ 전략으로 활용했던 당시 대선의 후유증 탓이다. 사회적 함의가 사라지고 ‘남’과 ‘여’만 남은 자리에 성평등은 정치권에서 다루기 불편한 담론으로 변질됐다. 여성 학자들은 이번 대선 후보들이 ‘성별 지우기 전략’을 세웠다고 비판한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성평등 정책이 다른 성별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선명성을 흐릴 만큼 젠더 갈등은 여전하다. 저출생, 돌봄 문제, 사회 갈등은 성평등을 갈등이 아닌 통합 영역으로 바라볼 때 해결할 수 있다. 이 문제들은 사회의 지속성과도 맞물려 있다. 몇 년 전 젊은 유권자들이 짊어진 아픔에 올라타 생존하려 했던 정치권이 이제 정말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지지대] 드론의 역사

최초의 형태는 오스트리아에서 나왔다. 1849년이었다. 열기구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가동됐다. 미국에선 남북전쟁이 한창인 1863년 등장했다. 1918년 공중에서 수평으로 비행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폭탄 300파운드를 싣고 비행에 성공했다. 1930년대 영국서 최초로 왕복이 가능한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400대 이상 양산됐다. 1950~1960년대 베트남전을 거치면서 적진 감시 목적으로도 이용됐다. 2000년대 들어선 군사 목적 이외에도 촬영, 배송, 통신, 환경 등 여러 분야로 뻗어 나갔다. 하늘 위의 만능 재주꾼으로 진화하고 있다. 더 나아가 농업은 물론이고 영상 촬영부터 배송, 시설 점검, 교통 관측까지 일상에서 쓰임새를 늘려 가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전쟁 등에선 다시 숱한 인명을 해치는 공포스러운 무기로 둔갑하고 있다. 초경량 비행기구인 드론의 간단찮은 역사다. 드론이 최근 5년 새 국내에서 7배 정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의 분석 결과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6만7천902대가 등록됐다. 지난해 말 6만4천863대에서 3천여대 증가했다. 2016년 2천226대에서 2019년 9천848대로 늘었다가 2020년대 들어 증가폭을 키웠다. 이후 2020년 1만6천159대에서 2021년 3만1천314대, 2022년 4만1천694대, 2023년 5만2천387대로 늘었다. 지난 3년간 한 달에 1천대씩 증가한 셈이다. 유형별로는 무인멀티콥터(프로펠러 여러 개를 사용하는 비행체)가 5만9천여대로 전체의 89.7%를 차지했다. 무인비행기 7.4%, 무인헬리콥터 2.8%, 무인비행선 0.1% 등으로 나타났다. 4만2천627대(62.8%)는 사업용, 나머지는 취미·레저용 등 비사업용이었다. 과학의 발달로 기구들도 첨단화되고 있다. 하지만 인류를 살상하는 흉기로 전락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지지대] 소만과 씀바귀<小滿>

매년 이맘때 들녘에 나가면 발목에 채이는 풀이 있었다. 씀바귀다.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초다. 예부터 뿌리와 줄기, 잎 등은 식용으로 널리 쓰였다. 잎을 뜯어 나물을 해먹었다. 소만(小滿)이라는 절기 즈음의 풍광이다. 5월21일이 음력으로 딱 그렇다.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들어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해 ‘가득 찬다’는 의미가 있다. 서해안과 강원도 일부 산간지역을 제외하면 이 무렵부터 거의 여름 날씨를 보이기 시작한다. 이 절기의 분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천인 쑥과 냉이 등이 씀바귀에게 자리를 내준다. 보리도 고개를 숙이면서 익어간다. 야산에선 땅거미가 지면 부엉이가 울어댄다. 이 무렵부터 보릿고개라 불렀다. 지난해 수확한 양식들은 바닥이 나고 올해 농사 지은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서다. 신록은 우거져 푸르게 변한다. ‘농가월령가’에 “4월이라 맹하(孟夏·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라는 대목이 있다. 이때부터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하며 식물이 성장해서다. 농부들은 모내기 준비로 바빠진다. 이른 모내기, 가을 보리 먼저 베기, 여러 가지 밭작물 김매기 등이 줄을 잇는다.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보리 싹이 성장하고 산야의 식물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모판을 만들면 모내기까지 모의 성장 기간이 예전에는 40~50일 걸렸으나 지금의 비닐 모판에선 40일 이내에 충분히 자란다. 죽순을 따다 고추장이나 양념에 살짝 무쳐 먹는 것도 이때의 별미였다. 냉잇국도 많이 먹었다. 모든 산야가 푸른데 대나무는 푸른빛을 잃고 누렇게 변한다. 새롭게 탄생하는 죽순에 영양분을 공급해줘서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어린 자식을 정성 들여 키우는 어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누런 대나무를 가리켜 죽추(竹秋)라 불렀다. 옛 성현들이 들려주는 소만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