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야

1992년, 빌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을 꺾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여의도에서는 여전히 국가의 불안 요소가 정치가 아니라 경제라고 외치고 있다. 동시에 복잡하고 낯선 경제 지표를 내세워 국민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경상수지, 무역수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고용률, 소비자물가지수, 가처분소득, 청년 취업률, 출산율 등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통계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언론과 방송매체는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 앞다퉈 ‘경기 침체’와 ‘경제 위기’를 언급하며 한국의 내일을 어두운 겨울로 묘사한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가 경제일까. 정치가 경제를 결정한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인 대런 애스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국가 흥망성쇠의 주요 원인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제도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영국과 이집트,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나뉜 노갈레스시,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 동서로 나뉜 독일, 북미와 남미, 유럽과 아프리카의 극단적 차이를 통해 정치제도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는 정치제도가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오판으로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 첫째, 단임제가 만든 불안정한 구조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진국에서 보기 힘든 5년 단임제다. 1987년부터 시행된 단임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과 제도가 극단적으로 변화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경제 상황 예측에 불안정성이 늘 따라다녔다. 정권이 경제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안정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단임제는 정책의 단절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둘째, 수도권 과밀과 주택 문제다. 수도권 주택 집중화 문제는 이미 2004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해결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투자나 투기를 통해 얻는 수익이 훨씬 크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 이로 인해 청년들은 불안한 미래를 감수하며 대출에 의존한 투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단기적인 일자리가 증가하며 결혼과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와 경제 활동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셋째, 교육제도의 악순환이다. 거의 매년 바뀌는 입시제도, 사라지지 않는 주입식 교육, 그리고 거대한 사교육 시장은 우리 교육제도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사교육으로 인해 가계 부담은 커지고, 학교 교육의 역할과 교권은 약화됐다. 또 대학 입시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은 사회성이나 공동체 의식 형성을 방해하며 결국 취업 시장에서도 대졸자만 선호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이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양극화와 부동산 시장의 통제 불능은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넷째, 외교정책이 중요하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돼 한국 경제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 인상, 방위비 분담금 증가, IRA법의 확대 등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 한국의 주요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교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이러한 문제는 국민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수출 중심, 제조업 중심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나 환율의 변동은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외교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제도는 국민의 생계와 경제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권은 정쟁에 매몰돼 국민경제를 살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의 경제를 살리는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길이다.

[생각 더하기] 도시 미래 열쇠는 ‘싱크탱크’

인천시는 개항장과 차이나타운, 월미도를 중심으로 문화와 관광을 통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지역 활성화를 도모해 왔다.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인천시의 이러한 노력이 집약된 정책이다. 그러나 중·동구 일대는 항만시설과 배후 산업 지역의 유휴화 및 이전으로 인한 공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송도·청라·영종 경제자유구역 등 외곽 신도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중·동구의 경제적, 물리적 쇠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인천시가 추구하는 목표가 시민이 편안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면 ‘원도심과 신도시’ 간의 균형 발전은 더는 미룰 수 없는 핵심 과제가 됐다. 도시 개발은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히고설켜 복잡하기 그지없다. 특히 원도심의 활성화는 인구 감소로 인해 주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그로 인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위험이 커지고 있어 더욱 어려운 과제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난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천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시정부가 제시하는 비전과 시정 슬로건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실천되는 것일까.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곳이 정책 연구와 자문을 제공하는 싱크탱크, 즉 인천연구원과 같은 기관이다. 이들은 실현 가능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필요한 근거와 자료를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한 비전 제시를 넘어 그 비전을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인천연구원은 인천시 산하의 ‘정책 지식인’ 싱크탱크다. 인천시의 각종 정책이나 주요 미래 구상에 대해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시정을 자문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인천연구원에서 수행한 정책 연구 과제 건수가 2023년 241건, 2022년 214건에 달했지만 이러한 연구 성과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많은 연구 결과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않거나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연구 성과의 실질적 적용을 위해서는 정책을 만드는 입안권자와 연구자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많은 연구 결과가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나는 문제는 연구 결과에 따른 정책 실행과 평가를 위한 체계적 피드백 메커니즘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이를 보완하려면 연구 결과부터 정책이 시행된 이후까지 그 효과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 및 정책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객관적 평가를 가능하게 하여, 정책뿐 아니라 연구의 질적 향상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피드백 과정이 지속된다면 인천시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한 예측과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장기적 정책과 단기적 정책을 구분한 논의도 가능해져, 정책의 전략 또한 한층 효율적으로 실행될 것이다. 또한, 정책 입안자와 연구자 간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연구회의’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연구회의는 인천연구원의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가 연구 결과와 정책 제안을 논의하고 실질적 적용 방안을 검토하는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자신의 성과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체감할 수 있으며, 정책 입안자는 현장의 문제 해결과 연구 성과의 연결 고리를 더욱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부서 간 소통을 촉진해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고, 중복된 연구와 비효율적인 정책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인천연구원이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민 중심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토론회, 세미나 등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실제로 직면하는 문제를 연구 주제로 삼는 방식도 고려해 본다면, 인천연구원은 단순한 연구기관을 넘어 인천시 정책의 성과를 높이는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300만 인구를 품은 인천은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진정한 성장과 도약을 이루기 위해 인천연구원의 역할 강화는 인천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다. 결국, 도시 문제 해결의 열쇠는 객관적 자료와 논리를 바탕으로 한 정책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싱크탱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 간의 긴밀한 협력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인천은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도시이자 시민 공감을 더한 진정한 르네상스를 선사할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을 갖추게 될 것이다.

[생각 더하기] 문화로 함께한다는 것

지난 2022년 8월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들은 지병과 생활고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주변의 관심이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립돼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서로를 살피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수원시가 3차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됐기에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은 ‘서로를 살피고 문제에 맞서는’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시민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시민 주도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문화자치 상생 모델을 개발하며 문화와 생활이 연결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급격한 도시 팽창 속에서 새로운 도시문화 커뮤니티를 모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시민을 중심으로 예술가, 문화 기획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문화축제와 플리마켓, 국내외 유명 공연 등 수요자 중심의 프로그램이 다수 추진됐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그들만의 리그’라고 혹평을 받았던 문화도시 수원이 시민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제는 문화예술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함께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것이다. 지난 10월19일, 수원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문화도시 수원 페스티벌’은 기존 축제들이 단순하게 문화를 향유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축제에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기획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문화배율×125 나의 사사로운 나의 도시이야기’와 ‘수원했어, 오늘도’가 대표적이다. 수원 인구 125만명을 대표하는 수원시민 125명을 모집해 그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빙 영상을 통해 나를 암에서 이겨내게 해준 공간, 타지에서 왔을 때 나를 보듬어준 공간 등 수원시민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내며 서로를 살피고 의지할 수 있는 도시로서의 문화도시 수원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또 ‘수원했어 오늘도’는 문화배율×125에서 선정한 시민과 수원에서 활동하는 공연예술가들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 서로에게 위안이 돼 주는 콘서트로 진행됐으며 시민 한 분은 직접 무대에 나와 연주를 선보이며 큰 울림을 줬다. 이번 축제는 수원이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각 개인의 삶과 기억이 깃든 장소를 공유하고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수원이라는 도시와 더 깊이 연결되며, 앞으로의 문화적 발전과 소통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문화도시 수원은 단순히 문화적 행사나 프로그램을 넘어 시민들이 서로를 살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공동체로 나아가고자 한다. 우리가 함께하는 문화도시 수원은 외로움과 아픔이 없는 미래를 꿈꾸고 행복을 나누는 도시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생각 더하기] 마주한 기후위기, '적응'을 넘어 '대비'해야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후가 변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위기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했지만 과장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지독한 더위가 9월이 다 지나도록 물러날 기미가 없다가 10월이 돼서야 좀 수그러들었다. 동시에 집중호우는 더욱 날카롭게 도시들을 공격하고 있다. 과거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는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한 드문 일이었다. 요즘은 이곳저곳에서 툭하면 발생한다. 언론에도 100년, 200년 빈도의 폭우가 내렸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비정상이 정상이 돼버린 게 기후변화의 현실이고 위기의 근원이다. 지구의 평균 온도 증가가 이런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건 이론적으로도 규명된 사실이다. 산업혁명 이후 단지 1도 정도 상승한 기온이 오늘날의 현실을 만든 것이다. 이에 각국 정상은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구 평균 온도의 증가를 1.5도 이하로 억제하자고 약속했다. 안타깝게도 이 약속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현실적 이유로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위기는 현실이 될 것이고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완화’와 ‘적응’을 중심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완화는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고 적응은 이미 발생한 변화에 대응해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러나 완화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모든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나 선진국과 후진국, 대륙별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각국은 적응을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위 적응은 각국이 처한 상황과 우선순위에 맞춰 해법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저항 능력도 키우면 된다. 물 분야에 있어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다목적댐이다. 최근 발표된 기후대응댐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적응 전략 중 하나다. 기존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의 홍수와 가뭄에 대응해 저항 능력을 키우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홍수나 가뭄에 대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홍수 대응을 위해 위험지역을 보호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위험지역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있다. 극단적이지만 주민을 이주시키고 하천 주변 농경지는 포기할 수 있다. 용수전용댐을 건설할 수도 있지만 해수 담수화 등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결국 사회가 합의해 나갈 몫이다.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갈등은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 고려되고, 그도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삼선이 고려된다. 하나의 안으로 부족하면 두 개, 세 개의 안이 복합적으로 고려되기도 한다. 이번에 발표된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도 이런 과정을 치밀하게 거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강 유역에는 특히 다목적댐이 2개 포함돼 있다. 그중 하나가 경기 연천의 아미천댐이다. 임진강, 한탄강 유역의 연천, 포천은 매년 홍수특보의 발령을 거르는 적이 없을 정도로 홍수에 취약하다. 실제로 1996, 1999년 이 지역을 덮친 대홍수로 당시 한탄강 인근 마을과 군부대 침수로 인한 인명 및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2020년에는 집중호우로 연천읍 일부 지역이 침수 피해를 겪기도 했다. 또 한탄강댐의 다목적화를 요구할 정도로 가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2007년 북한지역에 황강댐이 건설되면서 평상시 임진강 수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연천군은 이에 대한 용수 확보 대책 마련을 정부에 꾸준히 제기했다. 2015년에 중부지방에서 발생한 대가뭄 역시 가뜩이나 가뭄 대책이 부족한 이 지역의 용수 확보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아미천댐은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에 반복되고 있는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연천군에서 건의한 댐이다. 정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검토해 7월 발표한 기후대응댐 계획에서 다목적댐으로 제시했다. 추진 목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달성하면서 댐이 건설되는 지역에도 충분하고 실질적인 혜택이 지원되는 정부 당국의 정책을 기대해 본다.

[생각 더하기] 경기도 독립기념관

황금빛 가을 들녘을 가르며 화성시 궁평항으로 떠나는 자동차의 행렬이 평화롭다. 그러나 이 길은 한때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일제에 항거한 피로 얼룩진 독립항쟁의 길이었다. 1919년 3월28일은 사강 장날이었다. 따라서 인근 지역의 면민들은 자연스럽게 장터로 모여 들었다. 당시 관할 주재소는 3월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의 독립선언문 낭독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번져 가는 거족적 만세운동과 3월21일 동탄면의 만세운동, 3월26일 사강리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난 만세시위를 빌미 삼아 상점 문을 열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송산·서신·마도면민 등 1천여명이 합류, 격렬한 만세 시위를 했으며 급기야 분노한 시위 군중들이 강경 진압하는 일본인 순사부장 노구치 고조(野口廣三)를 살해했다. 이후 독립만세운동은 향남 발안 장터와 장안, 우정면으로 빠르게 확산돼 시위 행렬은 2천500여명에 달했으며 일본 군경의 총칼에 격렬하게 맞섰다. 당시 체포된 애국선열들의 재판기록을 보면 ‘다음에 언급한 자들은 1919년 4월3일 수원군 장안면, 우정면내에서 조선독립운동에 가담하고 각 동리 사람 약 2천500명을 선동해 조선 독립만세를 불렀으며, 두 면사무소의 유리와 창문 및 서류상자, 책장, 의자 따위를 파괴하고, 그곳에 비치된 장부와 서류 따위에 불을 질러 태웠다. 또 화수리 경찰관 주재소에 불을 질러 전소시키고, 그곳에 근무하는 순사 천단풍태랑(川端豊太郞)을 살해한 범인을 인치하고 이에 보고 한다’로 돼 있어 단순한 독립만세 시위가 아니라 일제와 맞서 싸운 독립항쟁이었다. 화성시가 발간한 3·1운동사에 따르면 일본 군경들은 자국의 형사들이 살해되고 시위가 확산되자 보복의 일환으로 1919년 4월15일, 향남 발안장터 만세시위 사건 인근에 있는 제암리에서 15세 이상 성인 남자를 교회에 모이게 했다. 불참한 사람들을 강제로 불러 모아 교회당을 포위하고 창문을 통해 안으로 일제히 사격을 했다. 그런 다음 예배당에 짚더미를 넣어 석유를 끼얹고 불을 질렀다. 바람이 세게 불어 교회 아래쪽 집에 불이 옮겨 붙었고, 군경들은 위쪽 집에 불을 질렀다. 그로 인해 2명의 부인을 포함해 23명이 그곳에서 순국했다. 그 후 제암리 너머 고주리로 이동해 6명을 살해, 결국 29명이 순국했다. 잔악무도한 일제에 희생된 화성시 3·1운동사의 아픈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화성시의 독립운동사는 다른 지역보다 저평가됐다. 이에 화성시장은 기존의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지난 4월15일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으로 확장 개관했다. 이런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 추진 의사를 밝혔다. 9월26일에는 도담소(옛 도지사공관)에서 이종찬 광복회장,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장 등 관련 인사들과 회동, 건립과 관련된 논의를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다른 어느 지역보다 아픔과 상처, 그리고 큰 희생을 치른 화성시민들은 화성시장과 함께‘경기도 독립기념관이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성지(聖地)인 화성시에 건립되기를 고대(苦待)하고 있다.

[생각 더하기] 개항장, 언제쯤 인천의 몽마르트르 될까

최근 로컬리즘 트렌드가 소비자들을 저격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이나 부산 영도지역이 대표적인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가 소비를 넘어 생산적 소비자인 프로슈머(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그 변화의 주체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옮겨 가는 추세다. 건국대 김시월 교수는 ‘소비는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일시적 유행이나 트렌드, 그리고 문화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소비행위는 개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를 모방해 동참함으로써 대중에게 확산된다’고 한다. 인천아트플랫폼 H동에 들어선 개항장 뮤직갤러리가 인천서점을 대신하면서 많은 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대상공간을 활용해 시민과 문화예술을 공유하기 위해 카페, 북카페 등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일단은 실패했다. 이러한 실패의 책임은 오로지 인천문화재단에만 있을까.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 문제는 없는 것인가.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된 뮤직갤러리는 시작도 전에 왜 술집으로 방점이 찍혔을까. 커피나 빵 그리고 서점이 소재가 됐을 때는 어디에 방점이 있었을까. 요즈음 음주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다. 맥주 한잔을 들고도 광장문화가 가능하고 흥겨우면 어깨춤도 자연스럽게 춘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 즐길 줄도 안다. 뮤직갤러리의 방점은 맥주가 아니라 음악이지 않을까. 공간성의 문제에서 문화예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세간의 시선은 본질보다는 술집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천맥주는 지역 맥주로 수제맥주를 만들어 인천을 알리고 있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인천의 양념치킨과 인천맥주를 콜라보한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정도로 지역 맥주와 지역 치킨을 홍보하며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문화와 관광은 오감 만족의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이들이 한몫을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에 등장한 뮤직갤러리는 과연 유흥업소인가. 어쨌거나 이 논란은 개항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본질에 대한 적확한 진단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부차적인 술집 논란으로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문화예술에서 주체는 생산자만의 전유물일 수 없다. 소비자도 주체가 돼야 한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문화예술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역사학에서는 공공역사라는 용어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역사가 소수 연구자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역사소비자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도 공공문화예술의 관점으로 옮겨 갈 수 있지 않을까. 시각예술에서 대학의 사진과가 폐과(廢科)되는 현실이 시사하는 바를 읽어야 한다. 시민의 참여와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당연히 개항장과 관련한 모든 사람의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이러한 소통의 장에 대한 요구는 오늘날 처음 새롭게 등장한 말은 아니다. 대안 없는 제안은 아무나 할 수 있다. 소위 책임질 일이 없는 ‘지적질’은 쉽다. 어느 한편의 생각만이 옳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다. 역사나 문화나 예술이 소수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제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다. 역사든 문화예술이든 소비자가 없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꽃피던 시절 위대한 예술가의 탄생은 기억하지만 그 예술가의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문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다. 그러나 현지에 가보면 이 메디치 가문에 대한 존중은 남아 있다. 이제는 인천에서 메디치 가문 같은 후원을 소비자에게서 받을 수 있는 예술가들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관이 못하면 소비자가 하면 된다. 이 글을 쓰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례는 다르지만 공론화 과정을 제시했던 20여년 전 신문에 기고했던 필자의 글을 다시 보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인천은 변한 것이 없다는 느낌 때문이다. 빠른 시간 내에 이런 먹먹함이 추억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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