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여담] 인천의 미래, 시민 삶을 먼저 이해해야

다시 지방선거의 시간이 왔다. 거리에 현수막이 걸리고 후보들은 저마다 인천의 미래를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말의 대부분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것을. 그래서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누가 더 잘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인천시민의 삶을 제대로 보고 있느냐”를 묻자. 인천은 단순한 하나의 도시가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세계와 연결된 도시이면서 동시에 오래된 골목과 시장이 살아 있는 도시다. 송도와 청라, 검단 같은 신도시가 빠르게 성장하는 동안 원도심은 여전히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 이 간극을 이해하지 못하는 후보는 인천을 말할 자격이 없다. 시민이 체감하는 인천은 ‘글로벌 도시’라는 말이 아니라 출퇴근 시간, 주차 문제, 골목길 안전, 아이를 키우는 환경, 부모를 모시는 현실이다. 정치를 하려면 이 현실부터 내려다보지 말고 들어가야 한다. 후보에게 필요한 것은 ‘능력’ 이전에 ‘자세’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거창한 비전이 아니다. 그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겸손함이다. 정치는 시민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시민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인천을 발전시키겠다는 말보다 ‘시민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를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둘째, 구체성이다. ‘발전시키겠다’, ‘세계도시로 만들겠다’는 말은 누구나 한다. 그러나 시민은 묻는다. “그래서 우리 동네는 어떻게 바뀌는가.” 구체적인 숫자, 일정, 대상이 없는 공약은 책임 없는 말이다. 셋째, 책임감이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지, 실패하면 어떻게 할지까지 말하는 사람이 진짜 후보다. 좋은 말만 하는 정치인은 많지만 책임을 말하는 정치인은 드물다. 시민은 더 이상 구호에 감동하지 않는다. 인천시민은 이미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도시는 성장했지만 삶의 체감은 여전히 부족하다. 교통은 여전히 불편하고, 청년은 떠나고, 소상공인은 버티고, 노인은 점점 늘어난다. 이 현실 앞에서 ‘큰 그림’만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내일의 삶이 조금 나아지는 변화다. 인천의 미래는 ‘균형’에 달려 있다. 앞으로 인천의 핵심 과제는 분명하다. 신도시와 원도심의 격차를 줄이는 것, 교통망을 연결이 아니라 ‘시간 단축’으로 바꾸는 것, 공항과 산업을 시민의 일자리로 연결하는 것, 환경과 안전을 비용이 아닌 필수로 보는 것. 이 네 가지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어떤 화려한 공약도 결국 시민에게 닿지 않는다. 이제는 정치가 아니라 ‘생활’을 말해야 한다. 후보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인천을 알고 있는가, 아니면 인천을 말하고만 있는가. 시민은 더 이상 정치적 구호에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정치는 결국 생활이다. 시민의 하루를 바꾸지 못하는 정책은 의미가 없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모든 후보에게 한 가지를 당부한다. 인천을 이용하려 하지 말고 인천을 책임지라. 그리고 시민에게도 말하고 싶다. 이번만큼은 말이 아니라 내용으로, 이미지가 아니라 실천으로, 사람을 선택하자. 인천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누가 더 크게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깊이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우리는 선택할 준비를 해야 한다.

[현장여담] 유품자원순환관리사 전문가 양성

‘유품자원순환관리사’ 명칭의 민간자격 등록은 필자가 관리하는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에서 5년에 걸쳐 추진했던 설립 목적이기에 감회가 특별하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관리·운영하는 민간자격 공인제도에 의거, 자격기본법 제17조에 따라 1월 인증을 받았다. 초기 의도와 달리 방향이 선회했지만 유품정리의 실무적 성격이 현실적으로 장례업이 아닌 청소업과 폐기물업에서 다뤄지므로 오히려 환경적 명칭이 적합하고 주무부처도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더 부합된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교육부의 민간자격등록관리 자문위원회에서 유품은 상속재산이라는 다소 왜곡된 판단으로 업무 소관을 법무부로 이첩한 것에 대해 협회는 유품정리업은 유가족의 위탁을 받아 고인의 생활물품 및 거소환경의 정리 업무로 상속 개념이 아닌 점에서 법무부 소관이 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한편 협회는 2019년 민간자격의 행정적 및 사회적 공론화 차원에서 유품정리업이 활성화된 일본의 관련 행정과 실무 사례를 중심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는 주한 일본대사관 후생노동성 조사관의 ‘일반사단법인 유품정리사인정협회’ 관련 자료 협조로 유품정리의 필요성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아울러 시·군·구 노인회 노인대학과 노인종합복지관의 홀몸노인 생활관리사 등을 대상으로 강의를 펼쳐 왔다. ‘민간자격 관리·운영 매뉴얼’에 명시된 업무 주무부처(당시 환경부)의 ‘생활환경의 보전, 폐기물관리 및 재활용 관리 관련 분야’에 의하면 유품정리업은 환경 측면에서의 관점이 더 타당성이 있으며 실제로 유품정리업이 생활환경과 방향을 함께한다는 직업능력 전문가와 공직 행정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담당 부처를 변환했다. 민간자격등록 관련 행정조치로 ‘한국표준직업분류’에 등재해 남녀 모두에게 신직업군으로 일자리 창출과 창업에 기여하는 사회적 가치와 아울러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에 의해 고인의 존엄성을 지킨다는 도의적 가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일정한 교육으로 고인의 생활유품과 거소를 정리하는 직종의 특성에 부응하는 윤리의식이 필수적이다. 유품은 쓰레기가 아닌 고인의 혼이 담긴 물품인 점에서 ‘정리’와 ‘처리’가 다르듯이 올바른 인식 및 업무 관련 기본 지식과 실무능력을 토대로 반듯한 업무 수행이 요구된다. 업무특성상 활성화와 상생을 도모할 부문은 웰다잉문화운동의 사전유품정리와 생전유품정리를 위한 정리수납 그리고 상조업의 연계 업종 등이 있으며 특히 유품자원순환관리업을 지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장례지도사 직종이 있다. 장례업에 종사하면서 은퇴 후 창업을 도모할 수도 있다. 이에 협회는 2025년 대한장례지도사협회와 협약을 체결해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즈니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신뢰성 확보의 세 가지 방지 사안으로 과도한 청구금액, 귀중품 도난, 회수물품 불법투기에 두고 교육 첫 시간에 ‘직업윤리’ 과목을 설정했으며 일본에서 자격증 소지업체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유는 신뢰 기반의 안전성 때문으로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는 이제 ‘유품자원순환관리사’ 자격 전문단체로서 주무부처의 시책에 적극 부응하고 생활유품의 환경친화적 자원순환관리와 거소 생활환경 보전 및 이에 따른 전문가 양성으로 새롭게 도약할 것이다.

[현장여담] 일상이라는 당연한 안전을 위해

2024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827명이다. 하루 평균 2.27명이라는 수치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여전히 위태롭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특히 경기도는 같은 기간 242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이는 전국 최대 규모로 경기도의 활발한 산업활동 이면에 그만큼 높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더욱 뼈아프다. 우리나라의 산재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은 0.39로 일본의 3배, 독일의 5배에 달한다. 세계적인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의 안전 수준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단계다. 통계 숫자 뒤에는 한 사람의 고귀한 생애와 한 가정의 무너진 일상이 담겨 있다. 일터로 향했던 이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비극이 반복되는 것은 산업안전이 단순히 규정이나 관리의 영역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그간 산재를 줄이려는 노력이 계속돼 왔음에도 인력과 여건이 부족한 중소사업장과 소규모 공사 현장은 여전히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세밀한 부분까지 살필 수 있는 지방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별 산업 구조와 현장의 특수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지방정부가 직접 나설 때 비로소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는 사후약방문식 처방이 아닌 사전에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현장 중심의 예방정책인 ‘지중해(지역 중대재해 예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의 ‘지중해’ 사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운영된다. 첫째,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영세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단지 위험성평가’를 지원한다. 전문가가 현장을 찾아 작업 공정과 환경의 위험 요인을 진단하고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사고를 근본적으로 차단한다. 둘째, 빈번하게 발생하는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해 ‘지붕 추락재해 예방 기술지도’를 실시한다. 지붕 개·보수나 태양광 설치 등 고소작업 현장을 방문해 안전시설 설치를 유도하고 작업 방식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 셋째,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정보 접근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안전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한다. 맞춤(체험)형 교육을 통해 스스로 위험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산업현장의 안전은 특정 기관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결정짓는 필수 조건이다. 일터에서의 안전은 선택이 아닌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약속이다. 평범한 하루를 지탱하는 안전이 결코 우연이 되지 않도록 경기도는 산업안전의 사각지대를 지우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현장여담] 감정권력 시대, 조직의 온도

사무실엔 따뜻한 커피보다 따뜻한 말이 더 절실할 때가 있다. 몇 해 전 방영된 드라마 ‘사랑의 온도’는 제목만 보면 포근한 로맨스 같지만 실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사무실 풍경과도 닮아 있다. 하루에 최소 아홉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은 누군가의 다정한 인사 한마디로도 온기가 돌지만 차가운 시선 한 번에도 얼어붙을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는 매일 그 온도를 조절하며 살아간다. 최근 직장에서는 “요즘 젊은 직원들 상대하기 어렵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세대 차이라기보다 태도와 가치관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같은 세대 안에서도 워라밸을 이유로 야근을 거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해내는 이도 있다. 직장 내 폭언, 과도한 업무 요구, 사적 지시 등 이른바 ‘갑질’은 오랫동안 사회적 문제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 반대의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피해자 위치를 내세워 감정 프레임을 씌우고 상급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을질’ 현상이다. 이는 권력의 새로운 형태, 이른바 ‘감정 권력’의 작동 방식이다. 한 신입사원이 “나이도 어린 게 상사냐”며 상사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허위 경력으로 징계를 받게 되자 오히려 직장 내 괴롭힘을 주장한 사건을 인터넷 기사로 접한 적이 있다. 해당 회사는 감정 권력의 악용으로 판단했고 법원과 노동위도 이를 인정했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갑질, 을질’이라는 정서적 단어 대신 ‘직장 내 부당 행위’로 개념을 정리하며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사회학 연구에서는 한국 사회가 이분법적 갈등 구조에 익숙해지면서 관계의 다양성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조직사회학에서는 감정노동을 단순한 ‘강자-약자’ 관계로 보기보다 다양한 관계와 맥락 속에서 복합적으로 작동한다고 본다. 실제 과도한 ‘피해자 코스프레’는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은 종종 분란을 피하기 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비공식적으로 넘기려 한다. 이런 방식은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감정노동에 대한 교육, 공정한 대응 시스템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강자이고 또 다른 순간엔 약자가 된다. ‘나는 약자다’라는 자기 선언이 면죄부가 될 수 없고 ‘상급자’라는 이유만으로 특권이 주어져서도 안 된다. 조직문화는 직책이 아니라 태도가 결정한다.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상호 책임을 분명히 하는 조직만이 건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도 좋지만 이제는 감정의 권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함께 돌아볼 때다. 조직의 온도는 결국 우리가 감정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