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모의 실사구시 경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보상체계 혁신: 단기 배분에서 장기 가치로

2026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예상 영업이익이 각각 300조원, 190조원으로 합산 4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전 산업계의 화두로 부상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10% 재원화와 삼성전자 노조의 15% 요구안은 인당 성과급은 각각 약 3억6천만원, 약 5억6천만원대의 성과급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영업이익 연동형 무한 성과급 방식은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을 갉아먹고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주요 기업 노조가 성과급 재원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영업이익은 기업 성과를 보여주는 직관적 지표이지만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제조업과 바이오 산업에서는 위험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주주는 기업의 모든 비용과 세금을 제한 뒤 남은 몫을 가져가는 잔여 청구권자다. 하지만 영업이익 단계에서 거액의 성과급이 먼저 확정되면 주주환원과 재투자에 쓰일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은 급격히 줄어든다. 이는 기업의 소유권자인 주주의 권리를 제약하며 자본시장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엔비디아 등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보상을 설계할 때 단기 매출뿐 아니라 3년 단위의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TSR)과 주가 연동 보상을 활용한다. 현금 지급 위주인 한국과 달리 일정 기간이 지나야 권리가 확정되는 주식 보상(Restricted Stock Units·RSU 등)을 통해 직원의 이익과 기업의 장기 성장을 결합한다. 또 임원 보수는 이사회와 주주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반면 한국은 노사 협상력에 의해 성과급 규모가 결정되는 구조여서 사업의 특성이나 장기 혁신 역량이 반영되기 어렵고 ‘성과급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상승 및 수출 경쟁력 하락의 위험을 안고 있다. 최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은 원청 기업의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며 성과급 갈등의 전선을 하청·협력업체까지 넓혔다. 제조업 하청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조선업(63%) 등에서 원청과 동일한 수준의 성과급 요구가 거세질 경우 산업생태계 전반의 비용 구조가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가 우려된다. 단기 실적에 치우친 현금 배분에서 벗어나 혁신과 실패를 포용하는 장기성과 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대안은 첫째, 이익공유제의 내실화다. 기준은 영업이익 대신 최소 투자 재원을 확보한 후의 조정이익이나 잉여현금흐름, 상각전 영업흐름(EBITDA) 등 보수적 지표를 기준으로 전 직원이 나누는 '얇은 이익공유제'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보상의 차등화 및 전략화다. 사업부별로 수익성, 고객 만족도, 제품 경쟁력, 매출 구성, 지속가능성, 인적자본 등 전략적 지표를 반영한 단기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해야 한다. 셋째, 핵심 인재의 장기 유인 설계다. 임원과 핵심 인재에게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과 장기성과 인센티브(LTI)를 확대해 주가 및 장기 성과에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결국 성과급은 단순히 이익을 나누는 잔치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 성장을 견인하는 정교한 유인책이 돼야 한다. 생산 현장에는 생산성 중심의 보상을, 핵심 인재에게는 미래 가치 공유를 제안하는 입체적인 설계가 도입될 때 비로소 노사정과 주주가 상생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강정모의 실사구시 경제] 삼전·SK하이닉스의 ‘K-반도체 역사’

기업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이윤 추구에 머물지 않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정당한 이익을 내고 이를 통해 회사를 튼튼하게 키우는 것이다. 기업이 이익을 내야만 국가 운영의 근간인 세금을 납부할 수 있으며 신기술 개발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빈곤을 구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반도체의 역사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됐다. 1974년 이건희 전 회장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비를 털어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정보기술(IT) 강국의 초석을 닦았다. 이어 1983년 이병철 창업 회장의 ‘도쿄선언’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일본의 NEC, 도시바 등은 한국의 도전을 비웃었으나 삼성은 선언 10개월 만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하며 반전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삼성의 승부수는 ‘고위험 고수익’ 전략과 과감한 공정 혁신이었다. 일본 기업들이 안정적인 트렌치 공정에 안주할 때 삼성은 웨이퍼 위에 회로를 쌓아 올리는 스택(Stack) 공정을 선택해 기술적 한계를 돌파했다. 그 결과 1992년 세계 최초 64Mb D램 개발과 함께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선 후 30년 넘게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며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의 제왕으로 군림해 왔다. 메모리산업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널뛰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2000년대 들어 세 차례나 벌어진 잔혹한 치킨게임은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일 때 오히려 설비 투자를 두 배로 늘리는 역발상 경영으로 일본의 엘피다와 유럽의 키몬다를 무너뜨렸다. SK하이닉스의 생존사는 더욱 극적이다. 2001년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후 10년간 채권단 관리 체제라는 암흑기를 보냈으나 현장 노동자들과 연구진은 생산성 개선에 사활을 걸며 버텼다.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후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지원 아래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한 하이닉스는 오늘날 삼성, 마이크론과 함께 세계 메모리 시장을 삼분(三分)하는 거물로 성장했다. 2022년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의 등장은 반도체산업에 새로운 변곡점을 가져왔다. 과거 자료를 저장하던 디지털 창고에 불과했던 메모리는 이제 AI 연산의 핵심 엔진인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진화했다.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독보적인 적층 기술과 공정 고도화를 바탕으로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하며 2025년 D램 점유율 1위라는 반란을 일으켰다. 삼성전자 역시 전열을 재정비하며 반격에 나섰다. 설계(System LSI), 제조(Foundry), 메모리를 모두 갖춘 세계 유일의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 HBM부터 첨단 패키징까지 한번에 해결하는 ‘턴키 솔루션’을 통해 AI 아키텍트로서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삼성과 SK의 메모리 없이는 AI 인프라 구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한국은 대체 불가능한 전략적 요충지가 됐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전선의 설계의 엔비디아, 제조의 TSMC, 메모리의 삼성·SK라는 삼각 구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추격과 미일 중심의 반도체 동맹은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반도체는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 대항전인 ‘기정학(Techno-politics)’의 영역에 들어섰다. 과거 일본 반도체가 성공에 취해 몰락했듯이 우리도 과거의 영광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대만이 TSMC를 중심으로 ‘실리콘 실드’를 구축했듯이 우리 정부도 파격적인 세제 지원과 인프라 확충, 그리고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통해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43년 전 무모해 보였던 도전을 위대한 승리로 바꾼 기업가정신과 근로문화를 다시금 일깨워야 한다.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심장이자 자유민주주의와 국부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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