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시민의 ‘생명수’ 지키기… 불법 낚시ㆍ쓰레기 ‘꼼짝마’
북한강과 남한강 등지에서 매일 2천965만t의 물이 유입돼 형성되는 팔당호는 일일 최대 7천985천만t의 상수원수 수도권 인구에게 제공하면서 수도권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사람들에게 매일 생명수를 공급하는 것으로 팔당상수원이 깨끗이 보존돼야 하고 지켜져야 하는 이유이다.
이런 팔당상수원을 보호하고 불법 행위로부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파수꾼의 역할을 해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 주인공은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본부. 본부장 이하 90여명의 직원들은 각자 맡은 파트에서 매일 팔당호를 지키기 위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수질개선 기획부터 수질연구, 비점관리, 오수관리와 가축매몰지수질관리에 이르기까지 팔당호의 우수한 수질 확보를 통해 수도권 2천400만이 매일 사용하는 최적의 물을 공급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팔당수질개선본부는 해상감시와 육상감시, CCTV영상 감시 체제를 병행하면서 팔당호의 원류 훼손을 사전차단하고 있다.
기자는 이처럼 수도권 인구에게 공급돼야 하는 팔당호를 지키기 위해 다양하게 펼쳐지는 팔당수질개선본부 직원들의 전반적인 활동에 대한 체험에 나섰다.
팔당호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은 크게 3개 분야에 걸쳐 이뤄진다.
감시선을 이용한 수상 감시, 육로를 통한 육상감시, 팔당호 인근 18개소에 설치된 CCTV분석을 통해 이뤄지는 통합관제 감시 등이다.
본부는 이를 통해 팔당호 유역에서 불법적으로 벌어지는 쓰레기 투기 및 야영ㆍ취사행위에 대한 지도와 단속을 펼친다.
또 팔당호 인근에 통행이 금지된 유류유독물 등 운반차량에 대한 통행제한도 경찰청과 시ㆍ군과 합동으로 실시한다.
기자가 24일 팔당수질개선본부로부터 부여받은 첫 임무는 수상 감시활동.
관계직원들로부터 안전수칙을 비롯해 단속활동에 대한 교육을 받고 오전 10시께 수상 감시에 나섰다.
팔당호의 수상감시는 2인1조로 운영된다. 이날 기자와 함께 수상감시에는 나선 인물은 이곳 팔당수질개선본부에서 25년째 수상감시 역할을 해 온 조효동씨(지방선장 6급).
조씨는 80년대부터 순찰선을 이용해 팔당호지킴이 역할을 해오면서 팔당호의 수질변화를 함께 겪어온 베테랑 요원이었다.
조씨는 “예전에는 팔당호에서 불법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어요. 구역구역마다 낚시를 하던 사람들때문에 팔당호가 많이 훼손됐죠.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인식들이 많이 개선돼서 낚시를 하는 사람이 적발되는 것은 거의 드문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계도나 경고 차원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상감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수하기는 어려워도 그동안 지켜왔던 것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에 지금 잘 보호되고 있는 팔당호를 지키기 위해서는 한순간도 방심을 해선 안됩니다”라고 힘줘 설명했다.
일행을 실은 순찰선이 본부를 출발해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이동하자 두물머리가 보였다.
이곳은 몇 해 전 수십년간 유기농 농사를 지어오던 원주민들과 이를 철거하기 위한 관청이 큰 갈등을 빚었던 곳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생명사수, 생활권 보장’이라는 큰 혼란이 빚어졌던 공간이 이제는 당시의 혼란스러움을 뒤로 한 채 공원으로 조성돼 관광객들과 주민들에게 평화롭고 안락한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된 것을 보면서 가슴 한켠에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수상 순찰선이 남한강 하류와 북한강 하류 일대를 도는 와중에 기자는 눈을 바로 뜬 채 팔당호 인근 곳곳에서 낚시나 세차, 쓰레기 투기와 같은 불법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지에 대해 감시하는 일을 했다.
다행히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수상감시활동 동안 남한강과 북한강, 팔당호 인근에서는 수질을 훼손하는 이렇다할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
팔당수질개선본부 수상순탈팀 11명은 이처럼 한시간정도 소요되는 수상순찰을 3대의 수상 순찰선을 이용해 하루에 두세차례씩 수시로 실시하면서 수질오염행위의 원천봉쇄를 시도하고 있었다.
육상에서도 5개의 감시초소에 공익요원, 청원경찰 등 36명의 인력이 배치돼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순찰을 하면서 감시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으며 CCTV를 통해서도 실시간 현황에 대한 점검도 즉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수상 순찰에 이어진 다음 일정은 팔당호 인근의 쓰레기 수거작업이었다.
팔당본부는 매년 장마철이면 청소선 10척을 이용해 남한강과 북한강에서 떠내려 오는 부유쓰레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벌인다.
연도별 강수량에 따라 수거량에 차이는 있지만 2010년 1천393t이던 처리량이 2011년 1천436t, 2012년 2천517t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팔당본부는 이같은 쓰레기들이 팔당댐에 유입되기 이전에 수거해 안전한 상수원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매년 장마철이면 수거작업을 실시해 오고 있었다.
기자가 찾은 이날은 청소선으로 인한 수거작업이 아닌 수변구역 적치쓰레기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팔당본부는 청소선으로 작업할 수 없는 팔당호 인근 수변지역에 적치된 쓰레기들을 수거하기 위해 인근 지역민들을 단기 채용해 수시로 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장마 기간 유입된 쓰레기들이 팔당호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수초 사이나 토양 위에 적치된 것을 제거하는 것으로 수위가 다시 상승하기 이전 이를 제거해 수질을 관리하는 작업이다.
이날 기자는 ‘내가 먹는 물을 내 손으로 지켜낸다’는 마음으로 쓰레기 수거 작업에 참여했고 두시간남짓한 짧은 시간 속에서도 30포대가 넘는 쓰레기를 수거, 처리했다.
이날 단 하루였지만 이곳 팔당호를 지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길들 모두 ‘내 가족이 먹을 물을 관리한다’라는 자부심을 갖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안전한 상수도를 사용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얻는 체험이 됐다.
정진욱기자 panic8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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