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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화)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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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예비군 동원훈련 집행관

초록조끼 휘날리며… 안전 집행 이상무!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국방의 의무’.

 

2년여 간 험난한 여정을 거쳐 무사히 미션을 완수하면 영광스러운 호칭 ‘예비역’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직급이 업그레이드 되는 순간부터 그들에게는 7년 동안의 새로운 임무가 부여된다.

예비역 남성이라면 누구나 꺼림칙(?)하게 여기는 ‘예비군 훈련’이 기다리는 것.

전역하고 군복만 입으면 왜 그렇게 잠이 쏟아지고 몸이 무거워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예비군 훈련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은 그들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렇게 훈련을 떠나는 예비역들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지만, 정작 예비역 누구도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 예비군 4년차로 인천경기지방병무청을 출입하는 기자도 몰랐다.

예비군 수송의 출발에서 도착까지 안전을 지키는 ‘예비군 동원훈련 집행관’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23일 오전 6시30분 안성시민회관 앞. 본격적인 가을을 알리듯 해가 어슴푸레해 아직 어둑어둑한 시간, 오전 7시로 예정된 집결 시간에 맞춰 군복을 입고 걸어오는 예비역들이 속속 눈에 띄었다.

훈련장으로 병력을 수송할 대형버스 6대도 줄지어 도착했다. 본격적으로 집행관이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집행관임을 알리는 녹색 조끼를 입으니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같은 예비역들이라고 생각하니 민망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들의 안전이 달렸다고 하니 책임감이 느껴졌다.

함께 나온 권영아 집행관의 설명이 이어졌다. “오늘 6대 버스로 예비역 200여명이 강원도 원주 예비군 훈련장으로 갑니다. 소요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 걸릴 예정이에요”

일단 처음은 간단한 일부터. 도착한 버스에 동원 수송 버스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붙이고, 예비역들이 이름과 연락처 등을 남기는 명부를 하나씩 놓았다.

 

‘뭐야 간단하네’라고 생각하며 방심하던 찰나, 스쳐가는 생각이 정신을 번쩍 뜨이게 했다.

모두가 병장 이상 출신인 예비역들. 기자조차 군복만 입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라는 인터넷 유행어를 몸소 실천하는데 이들이라고 다를쏘냐.

단단히 소형 마이크를 붙잡고 버스에 오르는 예비역들을 향해 안내를 시작했다.

“아무 버스나 타시면 됩니다. 탑승하시면서 앞에 놓인 명부에 성함과 연락처 꼭 적어주세요! 명부 적으신 뒤에는 그 버스만 타셔야 하지 다른 버스 타시면 안됩니다!”

별것 아닌 걸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연락처는 기본 중의 기본. 특히나 오늘처럼 중·장거리 수송에는 더더욱 중요하다.

일일이 입소 예비역들이 명단을 작성하는 것을 확인하고 탑승 인원수를 체크했다. 45인승 버스 한 대 당 대략 20명 정도가 탑승한 상황.

집결 시간인 오전 7시가 되면서 집행관의 일은 더 바빠졌다.

버스 운전기사들에 대한 안전수칙 강의와 함께 음주측정도 집행관의 몫.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이동 시 차선간격 유지·과속 금지 등 기본적인 수칙을 설명한 뒤 음주측정기를 이용해 6분의 버스기사들의 음주 측정을 실시했다.

 

초록불, 초록불, 초록불…. 무사히 넘어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삐~’ 소리가 들린다. 순간적으로 당황. 곧바로 재측정에 들어갔고, 다행히 이번에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기계가 순간적으로 오류가 났거나 측정 바로 직전 흡연을 한 것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뒤늦게 도착한 예비역들을 인도하고 탑승 방법을 알려주는 일도 계속됐다.

그리고 집행관의 하이라이트, 버스 통제관 임명이 이어졌다.

출발하는 버스는 6대이지만, 병무청에서 나온 집행관은 2명. 이럴 때에는 버스에 탑승한 예비역 장교 등에서 한 명을 선발해 안전통제관으로 임명, 해당 버스의 안전을 책임지게 한다. 단순해 보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차량 사고가 일어날 경우나 탑승 장병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시 이를 담당 집행관에 보고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임무를 맡는다. 임명장과 소정의 상품까지 전달할 정도로 막중한 역할인 것.

최종적으로 차량을 점검하고 탑승인원 확인을 마무리했다. 7시30분, 이제 본격적으로 훈련장으로 출발할 시간이다.

새벽부터 나와 피곤할 법도 하지만 훈련장으로 가는 동안 집행관은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사고라도 일어나면 재빠르게 안전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

군 운전병 시절 수없이 뇌까리던 ‘오늘도 무사히’를 기도하며 1시간3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강원도 원주 예비군훈련장.

아무 사고도 없이 무사히 도착, 이제 마무리 단계다. 부대로 들어가는 버스와 장병을 안전하게 인솔하고 나서야 오늘의 임무가 끝났다.

인천경기지방병무청에서 매해 수송하는 예비군 병력만 5만5천여명에 이르고, 투입되는 버스만 1천600대에 달한다. 동원훈련 집행관은 예비역 장병의 출발부터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모든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오늘 도착한 원주는 차라리 가까운 편이다. 현재 예비군 훈련의 특성상 강원도 양양이나 고성 등 편도만 해도 4~5시간이 걸리는 곳까지 가는 일도 허다한 상황.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여느 때 보다 높은 이 시점에서 5만여 예비역 장병의 안전을 책임지는 집행관들의 분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기자의 동원훈련은 사실 끝났다. 내년부터 예비역 5년차에 접어들면 2박3일로 진행되는 동원훈련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 그래도 이번 체험을 통해 느낀 점을 아직 동원훈련을 가야 하는 예비역 동생, 후배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동원훈련 갈 때 솔직히 짜증도 나겠지만, 녹색 조끼를 입은 분들이 있으면 ‘고맙다’고 한마디 인사 정도는 해주자”라고.

 

이관주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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