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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1 (화)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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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케이티스 경기 114본부 상담원

사랑합니다 고마워요~ 상담원님 

일등 ‘국민비서’ 80여년 친절 안내

일평균 1천300번 따스한 목소리

“사랑합니다. 고객님!”수화기 너머로 사랑스러운 여성의 고백(?)이 들려온다. 때로는 연인의 목소리보다 달콤하고, 따스하게 느껴진다.

전화 문의만 했을 뿐인데…. 바로 전화 안내 114 상담원들의 첫 멘트다. 최근 ‘사랑합니다’라는 멘트로 인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해 “네, 고객님!”으로 멘트를 변경했다. “당신이 왜 날 사랑하느냐?”, “얼마만큼 사랑하느냐”, “나도 사랑한다”는 등 첫 멘트로 인한 시비 또는 장난을 거는 고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란다.

사실 기자는 사회생활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114 전화문의’라는 것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아니,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기자생활을 시작하면서 여기저기 전화할 일이 많이 생기고, 인터넷으로 전화번호를 알아내고자 사무실에 복귀하거나 인근 피시방을 찾아 헤매는 일이 잦아지면서 기자는 자연스럽게 114 애용객이 됐다.

요즘에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손안에서 쉽게 검색할 수 있지만, 사회 초년생이던 2008년도만 해도 전화번호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추억 속 경험이 된 114 상담원을 체험해보기로 결정. 곧바로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에 소재한 ‘케이티스(KTis) 경기 114본부’를 찾아 일일 전화 상담원을 체험했다.

■ 오전 8시부터 숨 가쁜 업무 ‘스타트’

지난 10일 아침 일찍부터 전화 안내 상담원 체험을 위해 고양시 케이티스 경기 114 본부(이하 본부)를 방문했다. 본부 관리지원센터 교육팀 서현정 강사와 한구희 사업운영팀장, 배신혜 정보안내센터팀장과 대면해 이날 하루 일정에 대한 논의와 114의 역사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곧바로 업무에 돌입했다.

24시간 서비스 체제로 운영되는 114 상담원은 오전 8시~오후 5시, 오전 9시~오후 6시, 오전 10시~오후 7시, 오전 11시~오후 8시까지 등으로 나뉘며, 나머지는 스마트워크팀(재택근무)로 구성된다. 마침 체험이 이뤄진 금요일, 정기 조회에 참석할 기회가 왔다.

 

이날 서현정 강사의 진행으로 △업무에 대한 지식 전달 △CS마인드(고객응대) 교육 외에 △스트레칭 △동요에 맞춘 율동 △재미있는 영상 시청 등 교육을 받았다.

얼굴없는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응대하면서 쌓여가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해서다. 특히 추석 연휴, 개천절, 한글날 등 유난히 공휴일이 많은 9~10월에는 업무량(전화문의)이 폭주해 직원들의 사기 충전은 필수다.

이어 수시로 바뀌는 전화번호 등 변동사항 공지로 조회를 마치며 본격적인 상담원 체험을 위해 상담원들의 안내센터로 향했다. 150여 석의 책상과 컴퓨터가 즐비한 센터에는 자리마다 산소공급으로 가습효과를 주는 스킨다비스 꽃과 거울이 배치돼 있었다. 자연과 더불어 항상 웃으며,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구석에 자리한 코칭석에서 고객으로 변신한 서 강사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1시간 동안 114 전화안내를 수십 차례 반복 연습을 실시한 끝에 베테랑 상담원의 동석하에 실제 전화안내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고양시 마두동의 한 음식점을 찾는 전화 문의였다. “네, 고객님. 마두동의 ‘ㄱ’ 음식점이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행히 실수없이 지나갔지만 10초가량의 짧은 시간 동안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더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10년, 20년 경력의 베테랑 상담원들도 진땀을 빼는 일부 고객들과 오안내로 인한 민원발생 사유로 114 안내는 단 2번의 체험으로 아쉽게 마무리됐다.

■ 직원 행복이 최우선! 복지시설서 하루 피로 싹~

체험과 점심을 마친 뒤 오후부터는 센터 내 다양한 복지시설과 분야별 업무 등에 대해 견학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1시간 근무하고 10분간 쉬는 상담원들을 위해 센터 측은 우리 같은 일반 회사원들이 느끼기엔 최고의 복지시설(?)을 제공하고 있었다. 직원들을 위한 다목적실에는 노래방 기기와 헬스 기구, 대형 TV, 피아노 등이 갖춰져 있었고, 병원을 연상케 하는 물리치료실에는 전기 안마기를 비롯해 상담원의 피로를 풀어주는 전용 안마사까지 상주해 있었다.

하루 평균 1천300건의 전화상담, 이유 없는 욕설과 성희롱 등 각종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질 나쁜 악성고객까지….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한 직원들의 업무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흔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 서비스는 진화했지만 고객은 갈수록 줄어

1935년 10월, 전화번호부에 의한 번호안내 업무 개시로 시작해 어느덧 80여 년의 역사를 지니게 된 114는 2001년 캐치프레이즈를 ‘국민의 비서’로 정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젊은 고객이 감소하고 이용자 상당수가 고령화되면서 ‘맞춤형 안내’를 실시하며 고객 잡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고객이 지정하는 전화번호 외에도 DB를 구축, 그 지역에서 부동산을 찾으면 고객이 원하는 위치 인근의 여러 부동산의 번호를 안내해 주는 등 음식점, 콜택시, 장날 등 불특정 문의에 대해서도 눈높이를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케이티스 경기 114본부 측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2011년부터 매해 20%씩 이용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한구희 경기114 사업운영팀장은 “한국의 114 전화안내 서비스는 인도네시아 등 타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큼 선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안타깝게도 매해 이용객이 줄어들고 있다”며 “맞춤형 서비스로 고객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많은 이용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근에는 고객 서비스 뿐만 아니라 유치원, 초교생, 군인, 관공서 등을 상대로 외부 출강으로 전화예절 교육을 실시하며 밝은 사회분위기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 베테랑 상담원도 때론 진땀… 장난전화 근절돼야!

목소리 위주로 선발된 후에도 지속적인 목소리 연출법 교육을 받은 상담원들은 ‘친절한 서비스’를 위해 최대한 밝고 젊은 목소리를 연출한다. 얼핏 느끼기에 20대 초반 같지만 케이티스 경기 114의 경우 상담원 평균 나이는 43세로 베테랑 상담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하루라는 짧은 기간에 기자가 체험한 전화 상담원은 상상 이상으로 악성 고객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받는 직업이었다.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리는 사람, 막무가내로 유명 여가수의 숙소를 알려달라는 생떼에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전화를 걸었다는 노인까지…. 사람냄새 오가는 따뜻한 정(情)을 목소리에 담아 오늘도 행복을 전하는 상담원들의 고충을 헤아릴 수 있었다.

친절한 목소리에 나 홀로 환상에 빠져 고객에게 최고의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전화 상담원들에게 장난전화 등의 행위는 더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양주=하지은기자

사진=전형민기자

네네~ 사랑합니다~ 상담사 ‘첫 멘트’ 변천사

상담원들이 일일이 전화번호부를 뒤져가며 안내하던 1980년대 ‘시외전화국’은 1990년대 들어 ‘번호안내국’으로 개칭되면서 전화번호 자동안내 시스템을 도입.

1980년대에 114 전화를 걸면 상담원들이 ‘안내입니다’라는 인사를 건냈지만 ‘안됩니다’로 잘못 듣는 고객들이 ‘뭐가 자꾸 안돼냐’면서 끊임없는 불만을 제기. 공공 기관들의 민원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높아가던 1990년대에 들어서 고객의 문의에 답한다는 의미로 ‘네네~’로 응대 멘트를 변경. 독특한 억양은 지금까지도 개그맨들의 패러디로 회자.

1998년에는 ‘안녕하십니까?’로 본격적인 서비스 마인드로 응대, 당시 큰 화제를 일으키며 서비스업에 빠르게 퍼져나가. 가장 오래 사용된 114의 인사말.

밀레니엄 시대인 2000년부터 기업 간 ‘감성경영’이 대세를 이루면서 10년 가까이 사용해 오던 ‘안녕하십니까’ 대신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다소 획기적인 멘트로 기획. 하지만 최근 악성 고객의 야유로 인한 상담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네. 고객님’으로 간결히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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