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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 (수)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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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해양환경관리공단 인천지사 청항선 938호 ‘해양 쓰레기 수거작업’

소주병·음식물쓰레기…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 본보 박용준기자가 인천해경 인항파출소 앞바다에 떠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얼마 전 찾아간 연안부두 앞 바닷가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부두 앞바다 군데군데 떠 있는 쓰레기가 가장자리로 모이면서 소주병, 플라스틱병, 스티로폼 할 것 없이 마구 뒤엉켜 있었다.

쓰레기 주변에는 기름띠마저 떠다녀 지나가는 관광객이 눈살을 찌푸렸으며, 악취는 물론 환경오염까지 짐작케 했다.

육상 쓰레기야 환경 미화원이 치운다지만, 바다 위 쓰레기는 누가 치울까. 혹시 어선이나 여객선 항로에 쓰레기가 있으면 운항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까.

이같은 고민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자 30일 해양환경관리공단 인천지사의 청항선 ‘인천 938호’에 동승해 해양 쓰레기 수거 작업을 체험했다.

인천 938호는 1989년 건조된 36t급 청소·방제 겸용 선박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 인천지사에는 인천 938호 외에 인천 936호, 인천 937호 등 모두 3척을 운용 중이다.

■ 깨끗한 인천 앞바다 만드는 사람들

이날 동승은 아쉽게도 물때가 맞지 않아 정기 청소가 아닌 특별 청소에 맞춰 이뤄졌다.

일정한 시간에 이뤄지는 육상 청소와 달리 바다 청소는 물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만조 시에만 이뤄진다. 인천 938호는 인천 가까운 바다, 인천 937호는 인천 먼바다, 인천 936호는 내항을 각각 맡으며 이날 탄 배는 가장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인천 938호다.

청항선은 매일 1회 새벽이나 오전에 담당 구역을 4~5시간에 걸쳐 정기 청소를 진행하며, 오후나 심야에는 민원이 접수되거나 상황이 발생하면 특별 청소를 진행한다. 인천지사에서 매년 수거하는 부유 쓰레기양만 해도 200여 톤에 달할 정도로 부유 쓰레기는 결코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 본보 박용준기자가 수거한 쓰레기를 크레인에 연결하고 있다.

오후 5시께 해양환경공단 인천지사 앞 부두에서 인천 938호와 피요환 선장 포함 4명의 선원을 만났다. 19년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피 선장부터 이제 2년 남짓 된 박상현 기관사까지 경력은 다양하지만, 팀워크만은 어느 배 못지않았다. 다행히 날씨는 전형적인 여름 날씨였으며, 며칠 전 내린 비로 바닷가에 떠 있는 해양 쓰레기양 또한 양호했다.

막내인 박 기관사는 “물론 깨끗한 바다를 만들고자 하는 일이지만, 너무 없으면 허무하기도 하다”며 “많은 쓰레기를 치우고 돌아와야 일한 느낌도 나기 마련”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피 선장의 신호 아래 기자는 박 기관사의 도움을 받아 라이프 재킷과 안전모를 쓰고 인천 938호에 올랐다. 인천 938호는 작은 어선과 비슷한 크기로 낡은 배이지만, 다소 독특한 모양으로 이뤄졌다.

일반적인 배가 속력을 내기 위해 유선형으로 생긴 반면, 인천 938호는 선수 부분에서 쓰레기를 올리기 위해 선수 부분이 뭉툭하게 만들어져 개폐가 가능했다. 선수 부분이 열리면 프로펠러를 가동해 선수 인근의 부유 쓰레기를 그러모으게 되며, 이를 컨베이어 벨트로 배 안에 모으게 되는 시스템이다.

■ 쓰레기 꼼짝 마! 유리병·플라스틱 청항선 안으로 쑥~

“멀미가 날 경우는 약 먹어야 하니깐 얼른 얘기해요. 자 출발합니다.”

약 30분간 배 구조와 작동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이정훈 항해사와 박 기관사가 인천 938호를 부두와 고정한 계선줄을 풀자 배는 서서히 움직였다.

오늘의 민원 장소는 바로 부유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연안부두 인천해경 인항파출소 앞. 인천 앞바다 해류의 특성상 만조 시에 각종 쓰레기가 부둣가로 몰려들며, 특히, 모서리에 해당하는 연안부두 인천해경 인항파출소 앞은 많은 관광객이 찾으면서 민원이 자주 접수되고 있다.

여객선이나 어선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도 있지만 부유 쓰레기의 대부분은 육상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바람이나 인력에 의해 바닷가로 버려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 정기 청소를 하더라도 금세 쓰레기가 모여, 심한 경우는 하루에 4~5차례 넘게 이곳을 찾게 된다.

 

▲ 청항선 작동법을 배우고 있다.

인항파출소 인근에 도달하자 늘 보던 것처럼 부유 쓰레기가 한가득 우리를 맞이했다. 피 선장의 지휘 아래 선수가 개방됐고, 조정식 기관장과 기자가 함께 컨베이어 벨트를 바닷물 속으로 내리고 프로펠러를 가동했다. 이 정도만으로 쓰레기가 모이면 좋으련만 프로펠러의 힘이 약해서인지 멀리 있는 쓰레기는 꼼짝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좌측 선수에 이 항해사, 우측 선수에 박 기관사와 기자가 배치돼 뜰채나 핫갓대를 양손에 들고 멀리 있는 쓰레기를 선수 앞으로 모았다.

이날 처음 본 핫갓대는 장대 끝에 갈고리가 달린 형태로 스티로폼같이 부피가 큰 쓰레기를 당길 때 주로 사용한다. 핫갓대나 뜰채 같은 도구들이 모두 3~4m 정도 길이에 달하는데다 물 안팎으로 쓰레기를 움직여야 하니 조준 자체도 쉽지 않았다.

스티로폼이나 노끈 같은 비교적 멀쩡한 쓰레기만 있으면 좋겠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 같이 보기만 해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쓰레기도 적지 않았다.

기자가 힘겨워하자 박 기관사가 올바른 자세와 요령을 알려줬고 30여 분이 지난 후에는 하나 둘 쓰레기들을 원하는 대로 조준할 수 있었다. 매번 일일체험이 언제나 그렇듯 이제 손에 익을만하니 다른 작업에 배치됐다.

이번 작업은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오는 쓰레기를 분류하는 일. 일명 ‘1t 마대’라 불리는 대형 마대가 컨베이어 벨트 끝쪽에 달렸으며, 어지간한 쓰레기는 자동으로 마대 안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뾰족한 쓰레기가 마대로 들어가 마대가 찢어지거나 대형 쓰레기가 그대로 마대 안을 차지해 다른 쓰레기까지 막지 않도록 분류 작업이 진행된다.

이 항해사와 박 기관사가 여전히 선수에서 사투를 벌이는 것과는 별개로 기자는 조 기관장과 50여㎝ 길이의 꼬챙이를 손에 쥐고 커다란 쓰레기와 뾰족한 쓰레기를 따로 빼냈다. 시선을 컨베이어 벨트에 고정한 채 올라오는 쓰레기를 계속 보고 있자니 ‘이런 쓰레기는 바다에 어떻게 왔을까’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난해 장마 때는 커다란 돼지 사체가 떠내려와 4명이 모두 달려들어 고약한 냄새를 이겨내며 겨우 배 안으로 끌어올렸단다. 기자의 남다른 비위 탓에 분류 작업은 비교적 손쉽게 진행됐으며, 바다에 떠있는 쓰레기도 눈에 띄게 줄어들며 작업은 끝을 보였다.

■ 사명감·보람으로 하는 작업, 시설만 더 좋았으면…

1시간 넘는 작업을 마치고 다시 부두로 복귀하는 길에 접어들고서야 겨우 물 한 잔을 마실 수 있었다. 좁디좁은 배 안에서 제대로 앉을 수 있는 의자 하나 없어 난간에 기댄 채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놀란 근육을 진정시켰다.

마침 인천대교 너머로 석양이 시작되자 기대하지 않았던 낭만이 펼쳐졌다.

이 항해사는 “이렇게 돌아가는 길이 되면 ‘아 또 하루가 끝났구나’하는 안도감이 든다”며 “고되기는 해도 보람찬 일이라 사명감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아쉬운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떨어지는 인천 938호의 기동성이었다. 인천 938호는 26살 먹은 배로 전국 19척의 청항선 중 가장 최고령에 해당한다.

때문에 최고 속력이 4노트에 불과해 가까운 인항파출소를 다녀오는데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결국, 민원이 들어와도 출동하는데만 시간을 허비해 제때 대처하지 못하고 시민 불만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오는 쓰레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또 프로펠러 등 배의 각종 시설이 낡아 각종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다소 힘이 부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청항선 교체 사업을 조속하게 추진한다니 아쉬움은 접어두고, 부두에 도착해 수거한 마대 자루를 크레인을 이용해 육상으로 올렸다. 이날 수거한 쓰레기만 해도 1t 마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물에 젖은 탓에 인력으로는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러나 다들 ‘척하면 척’ 알아들을 정도의 팀워크로 능수능란하게 움직였고, 이내 마대는 육지 위로 안착했다. 2시간여의 작업을 마치자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로 안 쑤신 곳이 없었다.

그래도 인천 938호 선원들이 잘 도와준 덕분에 인천 앞바다를 깨끗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돌아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박용준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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