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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공항철도 정비사

‘시민의 발’ 진찰하는 굿 닥터 출동!… 오늘도 ‘안심 질주’

▲ 공항철도 용유차량기지 현장체험 중인 본보 양광범기자가 검수고 직원과 함께 전동차 하부를 점검하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 치고 지하철을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대중교통망으로 자리매김한 지하철은 현대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교통수단 중 하나다. 인천국제공항이 터를 잡은 인천지역에는 타지역에 없는 특별한 지하철이 있다.

바로 지난 2007년 3월 첫 운행을 시작한 공항철도다. 1단계 구간(인천공항역~김포공항역 간 37.6㎞)이 개통한 이후 2010년 12월 29일 2단계 구간(김포공항역~서울역 간 20.4㎞) 개통과 공덕역(2011년 11월 30일), 청라국제도시역(2014년 6월 21일)이 차례로 문을 연 공항철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두 곳의 국제공항과 도심을 연결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개통한 용유 임시역을 이용하면 인천의 대표 해변인 을왕리해수욕장을 갈 수 있어 레저 철도로 젊은 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꺼번에 수천 명을 수송할 수 있는 엄청난 크기의 교통수단인 만큼 정비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으로 생각만 했는데, 우연히 거대한 전동차 정비를 체험할 기회가 생겼다.

공항 이용객뿐 아니라 인천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정비하는 모습을 두 손과 두 눈으로 체험하기 위해 인천시 중구 영종도에 있는 공항철도(주) 차량기지로 향했다.

 

▲ 공항철도 용유차량기지 현장체험 중인 본보 양광범기자가 검수고 직원과 함께 전동차 하부를 점검하고 있다.

■ 차량기지 ‘검수고’ 현장 들어서다

차량기지 정문에 도착해 직원의 안내를 받아 처음 찾아간 곳은 검수고, 자동차로 치면 경정비를 하는 곳이다. 전동차 경정비는 크게 4천㎞, 10만㎞ 정비로 나뉜다. 마치 우리가 자동차를 몇 ㎞ 운행했을 때마다 엔진오일 갈고 에어컨 필터 갈듯이, 전동차도 주행거리에 따라 필요한 정비과정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중정비로 분류되는 주행거리는 60만㎞, 120만㎞, 180만㎞ 등으로 급격히 올라간다. 일반 차량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거리다. 출퇴근 시간을 포함, 지하철 운행이 주간에 몰리다 보니 차량정비는 자연스럽게 야간에 집중된다. 낮에는 하루 운행을 마치고 대기 중인 전동차나 정비 중인 전동차 4~5대가량이 기지에 정차해 있다.

김동민 검수반 대리는 “경정비는 크게 주간정비와 야간정비로 나눈다”며 “공항철도가 다른 운영기관에 비해 운행거리가 2~3배 긴 만큼 정비주기가 빨리 돌아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 전동차 정비, 첫째도 둘째도 ‘안전 제일’

지난 2006년 입사한 김동민 대리는 2007년 운행을 시작한 공항철도와 역사를 함께 써가는 정비 베테랑이다. 김 대리로부터 차량기지 전반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들은 후 4천㎞ 정비과정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날 기자가 정비체험에 나선 전동차는 인천공항 급행열차. 인천공항을 출발, 불과 43분 만에 논스톱으로 서울역에 도착하는 열차다.

4천㎞ 정비는 △기능(실내)점검 △옥상점검 △하부점검 등 3개 파트로 나뉜다. 직원과 함께 가장 처음 들어선 곳은 전동차 기관실.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가 근무하는 곳으로 수많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컨트롤타워다.

모든 조작은 열차 내·외부 안내방송과 함께 시작된다. 작업 중인 다른 동료에게 알리기 위해서란다. 익숙한 손놀림에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진 김 대리와 달리 기자는 모든 행동이 어수룩했다. 펜 기자의 비애일까, 나도 모르게 땀이 삐질삐질 났다.

기능점검은 열차가 가진 모든 기능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출입문을 여닫는 것은 물론 전등 하나하나 세심하게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기관실 점검이 끝난 뒤에는 모든 객실을 돌아다니며 파손된 것은 없는지 확인했다.

 

▲ 중정비 직원 안내를 받아 전동차 기어박스를 세척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향한 곳은 옥상. 옥상점검 전에는 전동차에 흐르는 전류를 차단해야 한다. 전동차에 흐르는 전류는 무려 2만 5천 볼트. 정비사의 안내방송에 이어 전류를 차단한 뒤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김 대리는 “전류도 그렇고 정비과정에서의 위험요인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안전이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하부 점검. 육중한 쇳덩이를 지탱하는 ‘발’과 같은 역할인 만큼 보다 철저한 점검이 요구되는 곳이다. 기자는 현장 직원의 안내를 받아 전동차 하부를 들여다보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세계가 펼쳐졌다. 하부라고 바퀴만 있지 않았다.

기어박스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수십 종류의 부품박스까지, 이 큰 쇳덩이를 굴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품이 자기 자리에서 맡은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쪼그려 앉아 걷는 것조차 힘겨운 기자와 달리 직원들은 능숙하게 연결부위를 점검했다. 함께 작업하던 직원은 “하루하루 철저하게 점검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전동차 점검에 이어 향한 곳은 전자반. 핵심 중의 핵심 부품인 회로기기를 정비하는 곳이다. 공항철도는 최근 프랑스산 제품 국산화에 성공, 안전은 물론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외국기술에만 의존하면 부품을 고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자반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김주현 과장은 “부품 국산화를 통해 예산절감은 물론 보다 완벽한 정비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 단 한명의 승객 안전까지 우리가 책임진다

정비체험의 마지막은 주공장. 이곳은 주행거리 60만㎞, 120만㎞, 180만㎞ 등 운행 기간이 긴 전동차 중정비 현장이다.

 

▲ 전동차 감속기에 들어가는 정밀부품 중 하나인 레비니스 커버의 간격을 측정하고 있다. (간격은 오차범위 0.02mm 이내)

지난 2007년 1단계 개통과 함께한 전동차 1편성이 정비 중인 이곳은 앞서 보았던 경정비 검수고와 넓이부터 달랐다.

이곳 정비의 핵심은 세척. 무지막지한 크기의 부품들이지만 이곳에서는 거의 ‘완전분해’ 상태다. 승객들이 늘 타는 전동차는 껍데기만 남은 채 정비를 기다리고 있으며 하부의 바퀴와 기어, 부품들은 죄다 완전분해 된 채 전문 정비사들의 손길을 거치고 있었다.

주공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강암 과장은 “완전분해 공정이고 부품 하나하나를 분리해 세척하는 작업이 이어지기 때문에 보통 1개월에 가까운 정비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작업은 정말 세밀하게 이뤄졌다. 이곳 직원들은 ‘세심한 정비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마음가짐 속에 결코 서두르는 일 없이 맡은 정비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전자·기계장비들과 씨름하고 있는 정비원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평소 지하철 이용에 불만만 늘어놓았던 나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됐다.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정비원들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어느덧 안전 강조가 일상이 됐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매스컴에서는 실체도 없는 안전만 강조해 온 것은 아닐지. 안전은 결코 한글 단어에 그치지 않는다. 그 소중한 진리를 눈과 손으로 체험해본 소중한 시간이었다.

양광범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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