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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수원시 가사홈서비스 Yes 생활민원처리 기사

뚫고! 박고! 조이고!… 맨손의 마법사들

▲ 수원시가사홈서비스 YES 생활민원처리반 일일체험에 나선 안영국 기자가 수원 권선구 세류3동의 한 저소득가정에서 방충망, 노후 수도꼭지를 교체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빰빰빰, 빰빰빰~ 빰빰, 빠빠바바마 빰빰빰~’, 맥가이버를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30대를 훌쩍 넘어섰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지…”라는 대사와 함께 일명 맥가이버칼, 클립 하나만으로 탈출도구를 만들고 폭탄을 제조하는 맥가이버의 활약을 보며 우리는 평범한(?) 사람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꿨다.

미국 TV드라마였던 맥가이버 시리즈는 지난 1992년 막을 내렸지만, 23년이 지난 2015년 우리 주변에는 맥가이버와 같이 어려운 문제를 ‘뚝딱’ 해결해 주는 평범한 영웅들로 가득하다. 맥가이버 서비스라 불리는 ‘수원시 가사홈서비스 Yes 생활민원처리반’도 우리 주변의 평범한 영웅 중 하나다.

나 역시 1일 현장체험을 통해 슈퍼맨, 배트맨처럼 특별한 능력을 지닌 슈퍼영웅이 아닌, 맥가이버와 같은 평범한 영웅에 도전했다. (물론 고생만 하고 맥가이버들에게 민폐만 끼쳤지만)

■ 하루 5~6가구 방문… 아침부터 바쁘다 바빠!

수원시청 인근 임시주차장 내 위치한 가사홈서비스 Yes생활민원처리반은 오전 8시부터 분주하다. 수원시 휴먼콜센터를 통해 미리 접수한 생활불편 민원에 대해 출동할 멤버를 구성하고 동선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

2인 1조로 움직이는 Yes 생활민원처리반은 하루 5~6가구를 방문해 생활불편 민원을 해결해야 하기에 수혜자 집을 방문하는 동선이 중요하다.

이동원 반장이 동선 등을 검토하는 사이, 나머지 6명의 맥가이버들은 주차된 특장차량과 창고 등에서 수리 등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이 특장차량에는 없는 것 빼놓고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이동하는 철물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맥가이버와 비슷한 말총머리의 오흥석 기사는 “수리를 하러 방문하는데, 부품이나 도구가 없어 못 고치는 일이 발생하면 안돼요”라며 도구점검을 지시했다.

하지만 도구 다루는 손재주가 아내보다도 없는 터라 평소 어떤 도구가 어떤 용도에 사용되는지도 몰랐던 내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차라리 몸으로 때우자는 생각에 도구 및 물품상자를 특장차에 나르며 초보 ‘맥가이버’로서의 하루를 시작했다.

■ 생활 속 민원 뚝딱뚝딱~ “뭐든 고쳐드립니다”

Yes 생활민원처리반은 맥가이버처럼 뭐든지 뚝딱 해결한다. 전구와 콘센트, 노후전선·안전기 교체, 전기선 연결 등의 전기설비는 물론, 가전·통신제품 점검 및 수리, 수도꼭지와 배관 막힘, 에어컨과 보일러 등의 전문적인 영역까지 점검·수리한다.

또 못을 박는다거나 창문틀과 타일을 보수하고 도배까지 서비스하는 등 못하는 게 없을 정도다.

이날 처음 방문한 곳은 세류동에서 손자들을 키우며 거주하는 A할아버지(73) 댁이었다. 요구 사항은 방충망 교체였으나 1명이 방충망을 교체하는 사이, 나머지 1명은 집 안에서 다른 불편사항이 없는지 확인하고 점검해준다.

주민이 요구한 부분 외에 선풍기와 TV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 자리에서 뚝딱 수리해 주는 식이다. 오흥석 기사는 “막상 방충망 설치를 하러 와도 눈에 보이는 부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드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대웅 기사가 TV를 손보는 동안 오흥석 기사와 방충망 작업을 시작했다. 방충망 작업 전 창틀에 낀 먼지를 제거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 휴지와 걸레를 가지고 창틀에 낀 먼지를 싹싹 씻어내자 오흥석 기사가 전문용어로(?) 쫄대를 들고왔다.

노란색 쫄대를 창틀에 대고 길이를 잰 뒤 니퍼로 잘랐다. ‘어 생각보다 쉽네’라는 생각도 잠시, 좁은 창틀에 몸을 기대고 잘라진 쫄대를 붙이는 것도 일이었다. 혼자 낑낑거리며 겨우 쫄대를 붙이고 방충망을 창 크기에 맞춰 잘랐다.

땀은 비 오듯 흐르고 방충망은 잘 안 잘리고. 방충망 하나 다는 것도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파란색 쫄대에 방충망 모서리 부분을 말아 창틀에 부착된 노란색 쫄대에 꽂아 넣는 작업을 마치고 나니 ‘맥가이버’ 역시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됐다.

■ 신속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고마워요~ 맥가이버”

오후에 두 번째로 찾아간 집은 장애를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B할아버지(70)의 거주지였다.

귀여운 강아지 2마리가 ‘맥가이버’들을 반겨줬던 이 가구는 화장실 수전 수리를 부탁했다. 이번에는 김대웅 기사와 함께 싱크대 수리에 나섰다.

이전 서비스로 하수 배관은 교체됐지만 상수 배관 교체를 원하신 것. 화장실 한편에 쭈그려 앉아 렌치로 꼭꼭 잠겨 있는 너트를 풀고 나니 김대웅 기사가 새로운 배관과 수도꼭지를 건네줬다.

싱크대 밑이 하도 좁은 터라 눈으로 보지 못하고 손을 집어넣어 어찌어찌 설치를 완료했다. 뻐근한 허리를 부여잡고 기뻐하기도 잠시, 김대웅 기사는 “완벽하게 해야 해요. 서비스를 받으시는 분들이 고령이나 몸이 불편해 직접 만지지 못하시거든요”라며 직접 마무리 작업을 했다.

수전 작업이 끝나고 뒤를 돌아보니 방과 주방에서는 오흥석 기사가 혼자서 방충망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보조만 하기로 했다.

방충망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데, 진이 빠질 대로 빠져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자의 꼼수(?)를 웃음으로 넘긴 오흥석 기사는 금세 창문 2곳에 방충망을 설치했다. 그사이 김대웅 기사는 불량 콘센트까지 교체한 상태였다.

모든 수리를 끝마치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연방 ‘고맙다’고 웃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동원 반장은 “저를 포함해 반원 모두가 전기나 설비, 가스 등 직접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던 전문가들”이라면서 “많은 가구를 찾아가 민원 사항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신속하고 완벽하게 작업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4시께 사무실로 돌아와 창고 물품을 정리한 뒤 이른 조기퇴근을 하며 기자에게 7인의 맥가이버들이 농담을 건넸다. “오늘 도배 일정이 없었던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역시 맥가이버는 TV로 보는 것이 제맛(?)이다.

안영국기자

사진=오승현기자

취약층 든든한 해결사… ‘수원시 가사홈서비스 YES 생활민원처리반’

수원시는 지난 2011년 영통구가 시범적으로 하던 가사홈서비스를 2012년부터 장안구와 권선구, 팔달구 등 수원 모든 지역으로 확대했다.

이 서비스는 가정 내 불편사항(배관수리·보일러수리·도배·방충망설치·전기작업 등)을 경제적 이유와 노령, 거동불편 등에 제때 교체하거나 수리를 하지 못하는 사회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과 주거안정을 도모하고자 생활불편사항을 해결해 준다.

앞서 수원시는 2012년 ‘수원시 생활민원 처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뒤 Yes 생활민원처리반 발대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섰다. 지난 3년 반 동안 모두 1만3천건 이상의 서비스(연 평균 4천건)를 제공했다.

이순자 수원시 시민봉사과 휴먼콜센터팀장은 “서비스 초기에는 범위나 대상 등 우려 사항도 많았다”면서 “하지만 사업초기 9개월 만에 3천200여건의 민원을 해결했고 매년 3천~4천건의 민원요소도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실적도 증가하고 있는데다 수혜가구의 만족도 역시 98%가량 나오고 있다”며 “이에 맞춤형 서비스로 SNS 문자 홍보는 물론, 민원사항 외 불편사항을 발굴 처리하는 등 원스톱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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