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분의 1 ‘가스누출’도 용납 못해! 자나깨나 빨주노초파남보 안전 7계명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스’다.
전기와 함께 난방은 물론 요리를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다. 이 가스를 인천은 물론 수도권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24시간 땀 흘리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본부다. 가스공사 인천 송도 액화천연가스(LNG)인수기지 등으로도 불렸다.
집에서 가스 밸브만 쉽게 열면 언제나 가스레인지를 통해 나오는 가스이기에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지만, 겨울철엔 전국적으로 가스 사용량이 많아 전력만큼이나 공급관리가 중요하기에 인천기지본부가 맡은 책임은 막중하다.
비록 영하 165℃라는 상상도 가지 않는 초저온 액화된 상태로 보관되는데도, 가스라는 단어가 주는 특성상 폭발 등 위험이라는 단어가 쉽게 떠오른다. 이 때문에 인천기지본부의 키워드는 첫 번째도 안전, 두 번째도 안전, 세 번째도 안전이다.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 10일 ‘수도권 도시가스 공급’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인천기지본부의 안전 점검원으로 변신해, 기지 곳곳을 돌며 안전을 점검해봤다.
■ 매일 아침마다 안전실천 ‘무지개’ 구호! 무사고 다짐
국가지정 1급 보안시설답게 철통 같은 경계망을 뚫고 들어간 인천기지본부. 정문에서부터 안전팀 담당자들과 동행, 기지로 들어갔다. ‘기지’라는 단어보다는 ‘공장’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라도 모를 폭발사고를 염려해 정전기를 방지하는 옷을 입고, 안전모와 안전화 등까지 착용하자 긴장감이 몰려왔다. 안전관련 교육을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되기 전 팀원들과 함께 ‘안전실천 무지개’ 구호를 외쳤다.
“‘빨’라야 5분! 여유있게”, “‘주’변 정리정돈 철저”, “‘노’련해도 원칙 준수”, “‘초’보자는 기본 충실”, “‘파’수꾼되어 안전 점검”, “‘남’보다 먼저 안전 실천”, “‘보’호장구 착용 생활화”
이 구호는 매일 아침 인천기지본부 근로자들이 외치는 구호다. 바로 TBM (Tool Box Meeting)으로 불리는 아침조회다. 공구상자를 갖다 놓고 동그랗게 모여 안전을 다짐한다 해서 TBM으로 명명됐다.
그날 작업사항과 위험사항에 대해 토의하고, 위험 발생시 조치 및 행동사항에 대해 설명한 뒤 조회 마지막에 이 구호를 외친다. 인천기지본부가 매일매일 실시하고 있는 중요한 안전장치 중 하나다. 현장 입구에 있는 무재해기록판은 다시 한번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무사고를 기원하게 한다.
■ 무색·무취의 가스… 물 샐 틈? 가스 샐 틈없는 점검
인천기지본부에 들어와 새삼 안전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기기를 한참. 드디어 현장 점검에 나섰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기화송출설비 시설이 있는 곳이다.
바닷물을 끌어와 냉각된 액화가스를 기체로 기화시키는 해수식 기화기와, 직접 열을 가해 기화시키는 연소식 기화기 등 기화 설비 수십여대가 있다. 설비의 파이프 등 수많은 조임부분 하나하나에 가스를 감지하는 장비로 가스누출 직접 확인했다. 가스는 무색·무취이기에 이 같은 장비는 안전점검엔 필수다.
설비 곳곳에도 가스를 감지하는 장치가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작은 가스 누출을 사전에 막으려고 사람이 직접 안전점검을 매일, 그것도 수시로 하고 있다.
게다가 혹시라도 가스누출이 의심된다면, 100만분의 1까지 가스 감지가 가능한 장비로 재차 확인한다. 1개 기화송출설비에 수많은 점검 포인트를 모두 살펴봤는데도, 극도의 긴장감 때문인지 안전모 안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기화송출설비에 혹여나 녹슨 곳이라도 있는지 살피는 것도 안전팀의 임무다. 모든 설비엔 화재에 2시간 이상 버틸 수 있도록 녹색의 방화도료가 발라져 있다. 방화도료가 없으면 화재 발생시 설비를 받치고 있는 쇠기둥까지 모두 녹아 설비 자체가 무너지면서 가스 누출로 이어져 큰 위험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 부두에서 관로 지나 탱크까지… 펌프·파이프 너트 돌리고~ 돌리고
기화송출설비 점검을 마치자 LNG선이 정박하는 부두로 향했다. LNG선이 정박해 있지 않은 날에 맞춰 안전점검이 이뤄진다. 액화가스가 부두에서부터 탱크로 이동하는 관로가 무려 1.2㎞ 길이에 달한다. 이날 LNG선과 연결되는 부분부터 점검에 나섰다.
먼저 자주 사용되는 펌프와 주변 파이프를 먼저 육안으로 살핀다. 혹시라도 너트 등이 풀려 있으면 가스 누출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다. 대부분 너트까지 도료와 페인트가 발라져 있어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자주 쓰이는 곳은 직접 몽키스페너로 하나하나 돌리며 확인했다.
부두 점검이 끝나자 도보로 관로를 걷기 시작했다. 이 관로를 따라 탱크로 이동해 저장되는 액화가스. 비록 거대한 관로가 영하의 온도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철저히 다중으로 쌓여 있고, 마무리는 스테인레스로 되어 있지만 관로의 이음새 부분은 꼭 점검해야 할 포인트다.
■ 작은 실천으로 대형 사고·재해 예방… “안전, 지나칠 정도로 강조돼야”
안전을 위한 작은 노력들이 인천기지본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정전기 방지 옷은 필수 착용이지만, 손에 장갑 착용은 금지다. 자칫 정전기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천기지본부에서 쓰이는 모든 자동차 배기구엔 불꽃방지망이 달려있다.
특히 모든 차는 경유차다. 휘발유 자동차는 엔진에 있는 점화플러그로 구동되는 방식이기에 작은 불꽃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혹시라도 자동차가 운행 중에 불꽃을 일으키지 않도록, 인천기지본부 내 모든 곳에선 시속 30㎞가 제한속도다.
특히 인천기지본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손에 꼭 들어오는 작은 책 ‘Q’가 하나 있다. 이 책은 각종 위험작업 안전기준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책이다.
작다고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QR코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반작업을 비롯해 용접작업, 화기작업, 고소작업, 밀폐공간, 굴착작업, 중량물 인양, 염산 유해물질, 염소처리실, 가성소오다 저장설비 등 다양한 작업시 필요한 내용을 볼 수있는 QR코드가 담겨 있다.
작업 또는 교육시 해당하는 작업을 찾아 페이지를 열면 간단한 안전에 대한 설명과 함께, QR코드를 볼 수 있다. 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그 상황에 맞는 안전기준 등을 아주 자세히 볼 수 있다.
또 개인보호구 착용법 및 관리감독 방법, 화재 및 폭발사고나 지진·해일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조치요령과 연락처 등 실제 현장에서 꼭 필요한 맞춤형 정보가 가득하다.
이 Q 소책자는 인천기지본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었고, 전국 기지에서 잘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인천기지본부의 한 관계자는 “가스는 초저온에서 액체 상태로 보관되고 외부에 공급될 때만 기체가 되기 때문에, 인천기지본부는 굉장히 안전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전 근로자가 철저하게 상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면서 “가스 누출은 물론 불꽃 방지 등 작은 안전부분부터, 비상상황 발생을 대비해 철저한 보완 시스템 등을 갖췄다.
인천기지본부가 절대 위험하지 않은, 그리고 너무나 안전한 시설이 될 수 있도록 모든 근로자가 ‘안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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