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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도서관에서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 공연 등 각종 문화 활동을 즐긴다. 도서관에서 휴식을 취하며 삶의 여유를 누리고자 오는 시민들도 있다. 이들에게 도서관은 힐링의 공간이다.
또한 유치원생부터 70∼8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해, 각 연령층에 맞는 특성화된 서비스도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중추적 사회기관인 도서관을 움직이는 핵심 일꾼은 ‘사서(司書)’이다. 이들은 ‘서적을 맡아보는 직분’이란 사전적 의미는 기본이고 책 수리, 공연 기획, 각종 행정 업무 등도 맡고 있다. 가을 햇살이 눈부셨던 지난 28일 음악도서관으로 특화된 고양시 ‘아람누리 도서관’에서 일일 사서 체험을 했다.
■ 사서의 첫 번째 임무는 ‘정보 제공’
아람누리 도서관 로비에서 이은진 일산동구도서관과장에게 사서 역할에 대해 짤막한 강의를 들었다. 이 과장은 사서의 첫 번째 임무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보 제공’이라고 했다. 그래서 사서는 자기개발이 중요하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양시 사서직 1호·사서직 사무관 1호’란 별칭 때문인지 이 과장의 말에는 왠지 믿음이 갔다. 이 과장은 고양시 도서관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가 첫 근무를 한 1990년에는 시청 문예회관 책자료실이 전부였는데, 현재는 시립도서관 16곳이 시민들을 맞고 있다. 택지개발에 따른 기부채납 방식으로 시립도서관이 많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혹시 나에게 이용객이 이런 질문을 해오면 어떻게 해야 되나 생각하니 답답해졌다. 하지만 오늘 나의 1일 사수인 김주희 주무관(사서직)을 소개 받고 이 고민은 사라졌다. 누군가의 질문을 받으면 “김 주무관이 친절하게 대답해 줄 것”이라며 답변을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 도서 대출·반납·정리 “바쁘다 바빠”
사서 경력 8년차 베테랑인 김 주무관은 아람누리 도서관에서 종합자료실, 책누리 서비스, 단체대출, 도서택배 서비스, 장애인자료실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를 따라 2층 종합자료실로 들어갔다.
먼저 도서관 사서의 기본 업무인 책 대출, 반납 코너에 앉았다. 50대 중년 여성 회원이 책을 빌려가겠다며 휴대폰에 저장된 모바일 회원증을 제시했다.
김 주무관 설명에 따라 모바일 바코드에 기기를 대자 컴퓨터 모니터에 회원 자료가 떴다. 이어 책에 붙은 바코드를 기기로 찍은 뒤 대출과 반납 날짜를 체크했다. 아람누리도서관 대출기간은 14일이고, 7일간 연장이 가능해 최대 대출기간이 21일이다.
반납된 책은 청구기호(분류번호, 저자기호 등)에 맞춰 제 자리에 비치해야 되는데, 초보자인 나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한국십진분류표에 따라 정리된 서가에 대해 설명을 들었지만, 머릿속에 입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루 이틀에 걸쳐 될 일이 아니라도 생각해 북트럭(반납된 책을 서가에 비치하기 위해 쌓아 놓은 기기) 운전대를 잡았다. 북트럭을 몰고 종합자료실 여기저기를 다니며 책을 정리하는 김 주무관을 도왔다. 책 정리를 어느 정도 마친 뒤에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사서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었다.
■ 수천 권 책 분류… 망가진 책은 수리까지?
대출된 뒤 반납된 책 중 밑줄이 그어진 곳과 낙서, 손상된 부분을 확인해 수선하는 작업이었다. 연필로 낙서된 곳은 지우개로, 볼펜은 화이트로 지웠다. 일반 소설류보다 토익, 토플 등 어학류 서적에 낙서가 많다고 한다.
반납된 모든 책을 일일이 점검하다 보니 지우개, 화이트 소비량이 많아지고 그만큼 팔 근육도 강화(?)된다고 한다.
이후 장기 연체자에게 책 반납 독촉 문자와 전화 거는 작업을 지켜봤다. 김 주무관은 “6개월 이상 연체한 장기 회원들에게 전화를 하면 스팸으로 저장돼 전화를 안 받는 경우가 많다”며 “도서관 책은 반드시 반납해 모든 시민들이 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전 업무가 끝나고 점심을 먹으면서 오후 업무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오후의 주된 업무는 고양시립도서관이 시민들을 위해 2014년 4월부터 시행한 ‘책누리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는 고양시립도서관 모든 자료를 이용자가 원하는 도서관에서 대출·반납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대화도서관에 빌린 책을 도서관까지 가지 않고 지하철이나, 다른 도서관에 반납하면 책누리 서비스팀이 수거해 대화도서관에 반납해주는 서비스이다. 또한 예약을 통해 아람누리도서관에 있는 책을 화정도서관에서 받아 볼 수 있다.
단순 작업이지만 혹시나 도서관이 다른 책이 포함되면 다시 손이 가야 돼 정신을 집중해 분류작업에 임했다. 이날 시립도서관 16개소와 지하철역 6개소에서 수거된 책은 3천여 권이 넘었다. 전날 도서관 휴무날이라 평일보다 많았다고 한다.
책누리 서비스 마치고 어린이자료실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도 책 대출과 반납, 정리 등을 했다. 어린이자료실인 관계로 책 손상이 많을 것 같고, 이럴경우 어떻게 수리하는지 궁금했다. 이곳 관계자의 ‘같은 책을 복사해 붙인다’는 답변이 신기할 정도였다.
■ 도서관의 ‘꽃’ 사서… ‘골치’ 민원인 대응 고충도
지난 2007년 개관한 아람누리 도서관에는 김 주무관을 포함해 4명의 사서가 근무 중이다. 김 주무관은 “업무 때문에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언제든지 손을 뻗으면 책이 있는 공간에서 근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참 멋진 직업 같았다.
김 주무관 말처럼 손만 뻗으면 책이 있고, 근무 시간 내내 음악이 흐르는 공간(음악특화 도서관이라)에서 근무하는 직업군은 아마 사서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서란 직업의 장점은 여기까지였다.
책 반납, 연체 등과 관련해 민원인이 언성을 높이며 인격모독성 발언을 할 때는 회의도 느끼는 사서도 적지 않다고 한다.
도서관 사서는 팥빵의 팥 같은 존재 같았다. 팥빵에 팥이 없으면 팥빵이 아니듯, 도서관에 사서가 없으면 제대로 운영될 도서관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고양=김현수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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