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딱팔딱~ 진짜배기 삶의 맛 따끈따끈~ 오늘도 살맛나네
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전통시장의 도전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의 옷을 입고 이케아, 코스트코,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등 굴지의 거대기업과 승부수를 띄운 광명전통시장 한복판 서 뜨거운 정을 느끼며 치열한 삶의 현장을 경험했다.
지난 7일 이른 오전 7시. 광명지역 및 서울 구로구, 부천지역의 고객을 대상으로 상권을 형성한 광명전통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지머리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그 옆에서 뜨거운 김을 참아내며 기자가 손질을 거들고 있다.
“닭발 얼마예요?” 기자는 “아주 맛있어요. 3천 원밖에 안 해요” 중년의 아주머니를 대상으로 첫 판매에 나섰다.
장사시작 전 이른 오전 7시부터 깨끗이 손질해 잘 삶아진 돼지머리고기를 대형 솥에서 꺼내는 만만찮은 작업이 앞섰다. “뜨거워요! 맨손으로 돼지머리를 만지면 화상입어요.
맛있는 만큼 작업도 힘들어요”라는 27년차 베테랑 부부상인(돼지상회·사장 이항기)의 따뜻한 충고 한마디에 힘입은 기자는 신안 천일염이라고 표기된 포대자루에서 소금을 퍼 연기 펄펄 나는 돼지머리에 간을 하고, 손질했다.
“저희야 직접 삶아서 잔칫집이나 고사에 필요한 곳에 배달을 하니깐 그래도 입에 풀칠은 하지요. 하지만 이케아, 코스트코, 롯데 아울렛 등이 들어오면서 공산품을 취급하는 업체는 너무 힘들어해요”라며 이웃집을 걱정하는 이 사장 부부의 모습에서 시장상인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 무궁무진 먹거리 행렬… 실수연발 ‘진땀’
“백종원씨가 다녀간 빈대떡 집이 맞아요!” 뜨거운 철판위에서 빈대떡을 부치는 ‘원조 광명할머니 빈대떡’ 이귀순 씨에게 손님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기자는 할머니를 돕기위해 “고기가 많이 들어간것이 8천 원이쥬~!”라고 손님한테 전했다. 이 할머니는 “그놈 눈치도 빠르고 귀여운 점백이일세~”(웃음)라며 한바탕 손님들과 웃음꽃이 피었다.
뜨거운 기름에 신경이 쓰일 만도 한데 일일이 손님들에게 대답을 다해주는 할머니의 센스에 기자도 세월의 연륜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배웠다. 다음 코스는 ‘죽’(서울 마님죽).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기세등등하게 뛰어든 기자는 새알이 둥둥 뜬 큰 솥에 팥죽을 휘휘 크게 원을 그리며 젓는데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돌아온 건 안경애 사장(광명시장상점가 진흥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의 핀잔. “이거 함부로 젓는 것이 아니예요. 잘못하면 밑이 눌어붙어 탄내가 나 못 먹어요”라는 안 사장의 말에 기운이 빠진 기자는 풀이 죽었다. 광명전통시장 상인분들은 못 하는 게 없는 진정한 ‘달인’들이라는 생각이 체험 내내 머릿속에 박혔다.
귀순 여사(오른쪽)의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기자가 빈대떡을 부치고 있다.
수산물 판매업소인 ‘인천소래수산’에서 “뭐 도와드릴 일이 없나요”라고 묻자, 옆 가게에서 벌써 소문(?)을 들었는지 “아침에 들어온 김장용 생새우를 먹어보라”는 임성택씨. 오래 씹으라는 말대로 씹기를 계속하자 고소한 맛을 제대로 느꼈다.
대형마트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그런 살아있는 ‘맛’이었다. “바지락이나 들어주고 다른 데 가서 도와줘요! 또 봐요”라며 삼촌처럼 친근한 임 사장의 가게서 나와 상인분들을 거들자 어느새 체험 막바지에 들어섰다.
■ 전통시장도 이제 ‘배송시대’… 편리한 장보기
“전통시장에서 무료배달을 해준다는 말은 옛날 얘기예요. 지금은 무게와 부피에 따라 요금을 정해놓고 배달해 드려요. 하지만 그마저도 많이 있는 일이 아녜요” 광명전통시장 배송센터 이융재 팀장은 배송 자체가 흔치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더구나 오토바이를 타고 짐을 나르는 것도 한계가 있고, 전통시장에 배송센터가 존재한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해 아쉽다고.
그나마 대형 마트에 없는 품목인 떡 종류와 이불 배달 때문에 명맥은 유지한다는 이 팀장의 모습에서 헛헛함이 느껴졌다.
어서 빨리 활기가 넘치는 호시절이 오길 바랐다. 어떻게든 도움을 드리고 싶어 시킬 일이 없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 팀장은 “우리 광명전통시장, 앞으로 많은 손님들 찾아오시도록 좋은 글이나 많이 써주세요”라고 호방한 웃음으로 당부했다.
체험을 마치며 시장주변 청소라도 도울 요량으로 박스를 주섬주섬 주워 옮기려는 차 한 아저씨가 불호령을 내렸다. 박스를 빼앗듯이 가져간 아저씨는 ‘그거 내 박스요’라고 말해 기자의 얼굴은 민망함에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루하루 치열한 삶의 순간을 살아내는 전통시장 상인들에 고마움을 느낀 하루였다. 건강한 겨울, 신명나는 겨울을 나시길 기원하며 다시 한번 글쟁이로서 삶도 치열하게 살아내야겠다고 새삼스러운 다짐을 했다.
광명=김성훈기자사진=김시범기자
광명전통시장은…
광명시 광명동에 위치한 가로형 전통시장으로서 광명지역 및 서울 구로구와 부천 지역 고객을 대상으로 상권을 형성하고, 수도권 도시철도 7호선 광명사거리 역과 맞닿아 있다.
일일 5천여 명이 방문하며 1천여 명의 상인들이 수십 년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6·25전쟁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광명전통시장은 410여 개 의 점포(노점 포함)와 농수산물축산물의류공산품음식점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업소들이 들어서 있다.
또 비가리개와 고객쉼터 등을 갖춰 현대화된 전통시장으로 내년도엔 주차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한편, 지난 10월 여수에서 열린 ‘전국우수시장 박람회’에서 광명전통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지역경제에 기여한 공으로 중소기업청장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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