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한표! 건강한 선거! 우리가 지킵니다!
정치부 기자로서 처음 치르는 4ㆍ13 총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기자가 아닌 유권자로서 선거에 임하는 스스로의 자세를 되짚어 볼 수있는 계기를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기자 일일체험으로 공정선거지원단을 선택한 이유다. 지난 18일 공정선거지원단 체험을 위해 수원시 영통구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다.
■ 신참 필수 코스는 ‘선거법 교육’
“공정선거지원단으로 활동하려면 기본적인 선거법부터 숙지해야죠”
밝은 남색과 옅은 노란색으로 디자인된 단복을 건네받았다. 단복으로 갈아입고 느릿느릿 옷매무새를 만지고 있는게 답답했는지 옆에 있던 차태욱 영통구선관위 지도담당관이 이내 옷소매를 잡아 끌었다. 차 담당관에게 이끌려간 자그마한 사무실에는 단복을 맞춰 입은 영통구선거관리위원회 공정선거지원단이 모여 있었다.
현재 경기도에는 700여명이 넘는 공정선거지원단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 영통구선관위 지원단은 총 13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본부팀과 지역순회 3개팀으로 구성돼 있다. 영통구내 10개동을 관할한다.
교재에는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 교부 등 예비후보자와 관련한 선거법이 할 수 있는 사례와 할 수 없는 사례로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지원단은 이러한 사례들을 완벽히 숙지해 예비후보자 및 관계자들에게 이를 전달, 예비후보자와 관계자들이 법을 잘 몰라서 위반하는 것을 미연에 예방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시간가량 진행된 오전교육. 다양한 선거법과 사례들을 머릿속에 넣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현장에 나가서도 틈틈이 숙지할 요량으로 교재를 챙겼다.
■ 관할구역 정치관계법 홍보 바쁘다~ 바빠!
지역순회 1팀 차량에 올라탔다. 관할 구역을 돌며 정치관계법을 홍보하고 선거관련 활동정황을 체크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후보자에 한표, 정당에 한표’ 문구가 쓰여진 선거 홍보 카탈로그를 한 움큼 쥐고 첫 방문지인 영통2동 척사대회장으로 들어섰다.
투표기간과 투표방법, 유의사항 등이 기재된 선거 홍보 카탈로그를 동네 어르신들께 전달하고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는 다소 쉬운(?) 업무였지만 그리 간단치만은 않았다. 몇몇 분들은 윷놀이에 열중하느라 카탈로그를 내민 손을 외면하기도 했고 말을 걸기도 전에 자리를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지원단은 선거법에서 정하고 있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들이 단순한 임시직 또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고 한다.
차태욱 지도담당관은 “지원단은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현장에서 선거법을 안내하고 위법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등 ‘공무수행’을 하고 있지만 몇몇 분들이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거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때는 아쉽고 힘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척사대회장에 이어 견학차 찾은 A예비후보 사무실. 이곳에서는 회계책임자에 대한 정치자금회계실무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지원단 중 비용회계팀은 이렇게 하루 1~2개의 사무소를 돌며 회계담당자 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영통구선거지원단의 경우 예비후보자 사무소 5곳, 후원회 사무소 2곳 등 총 7개 사무소를 순회한다.
지원단 활동에서 특이할 점은 핸드폰을 통한 정보 공유다. 지원단은 핸드폰 단체 채팅방을 이용해 서로의 정보를 교환,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예비후보자나 입후보예정자의 활동상황, 선거와 관련한 각종 행사 및 현수막 등 사진을 지원단이 현장에서 직접 촬영해 채팅방으로 공유, 선거관리위원회 임직원, 지원단 지도부 등이 이를 체크하는 구조다. 하루 평균 채팅방에 게재되는 사진만 40~50건이라고 한다.
지원단 업무는 오후 6시까지다. 오전 간단한 교육일정을 제외하면 8시간여를 야외에서 활동하는 셈이다. 특히 본격적인 선거기간인 3월31일부터 4월12일까지는 주야로 나눠 야간근무까지 병행한다고 하니 지원단의 노고를 알 수 있다.
오전 야외 홍보활동에 이어 투표함 관리번호 홀로그램 스티커 부착과 2016년형 기표대(거동불편자겸용) 점검 및 시연 업무를 체험했다. 영통구 선관위 사무실에 놓여진 선거 투표함들에다 일일이 스티커를 부착하는 작업이다. 투표함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착되는 ‘관리번호 홀로그램 스티커’는 전국단위 선거에 처음 사용되는 것으로 지폐를 만드는 기술로 제작된다.
레이저로 미세하게 요철을 깎아 인쇄한 동판으로 제작해 똑같은 금형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 홀로그램 스티커 안에는 위ㆍ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위원회 로고 모양의 워터마크가 새겨져 있으며 워터마크는 식별필터로만 확인이 가능하다.
투표함을 열고 스티커를 안쪽과 바깥쪽에 각각 하나씩 붙여 나갔다. 스티커를 잘못 붙였다가 다시 떼어 낼 경우 스티커가 손상돼 재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경을 써줘야하는 작업이다.
이어진 업무는 2016년형 기표대 시연이다. 일반적인 기표대와 함께 투표소당 1개씩 설치되는 이 기표대는 장애인, 노약자 등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투표 편의를 위해 제작됐다. 휠체어 등을 감안해 기표대는 양 폭을 넓게 설계했고 높이를 낮췄다. 기표대를 설치해 이상 유무를 꼼꼼히 살핀 뒤 다시 처음 상태로 돌려 보관한다.
조광호 영통구선관위 지도홍보계장은 “공정선거지원단은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거법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작은 활동일 수도 있지만 공정한 선거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지원단 모두가 큰 자부심을 갖고 있죠.
특히 후보자 등이 선거법을 잘 몰라 경미한 위반을 저지른 상황에서 지원단의 신속한 현장 시정안내로 반복된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게 된데 대해 고마움을 전할 땐 지원단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지원단은 자신들을 ‘선거 단속반’이 아닌 ‘공정선거 알리미’로 바라봐주길 희망한다. 주변에서 노고를 인정해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넬 때 큰 힘이 된다는 공정선거지원단. 오는 4월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기까지 공정한 선거를 만들기 위해 거리를 오가는 영통구선관위 공정선거지원단의 활약을 기대한다.
박준상기자사진=전형민기자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