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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인천 남부소방서 119구급대원

1분1초 다투는 긴급상황 골든타임 반드시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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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현기자가 구급차량 안에서 구급대원에게 차량에 비치된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남자친구에게 전화 한 통 부탁드려요. 번호 알려줄게요. 한 번만요.”

 

지난 1년 인천지역에는 54만 건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아기가 밤중에 갑자기 열이 나거나, 가족이 갑자기 쓰러진 응급상황도 있지만,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접수된 119신고 전화 54만 2천477건 중 13만 8천368건은 ‘단순 안내’로 분류됐다.

 

특히 전체 119신고의 61%가 출동이 필요 없는 ‘상담·민원성’ 신고였다. 어릴 때부터 ‘생명이 위급한 일이 생기면 119에 신고하라’고 배우지만 실제로는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는 얘기다. 이런 데다, 구급대원 폭행사건도 지난 2013년 4건에서 지난해 14건으로 2년 사이 3배 이상 늘었다.

 

소방관들은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평소에는 그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에 ‘1일 소방관’이 돼 보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출동이 제일 많은 구급대원 1일 체험을 택했다.

한시라도 출동이 급한 상황에서 행여 폐가 되지 않기 위해 일요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 사전 체험을 한다는 마음으로 인천 남부소방서 119구급대를 찾았다.

“출동 업무는 크게 화재, 구조, 구급분야로 나뉩니다. 구조는 시민이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을 구해내는 것이고, 구급은 응급처치를 하는 것입이다. 화재 같은 경우 현장에서 시민을 구하면 곧바로 응급처치를 하기 때문에 구급대가 출동횟수가 가장 많지요.”

사전에 연락했던 남부소방서 이형범 119구급대장이 구급대원의 역할을 설명했다. 119로 전화하면 119종합방재센터에서 화재·구조·구급신고를 분류해 접수한 뒤, 가까운 센터에 지령을 내린다.

“사무실 밖에 프린터 보셨죠? 저기서 출동 지령서가 자동으로 나와요. 방송이 나올 때부터 구급대원들이 출동 위치를 미리 확인했다가 지령서를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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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들것 작동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구급대원들은 현장에 도착해 환자의 상태를 체크한 뒤, 중증도를 판단해 상황에 맞는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하면 임무가 끝난다. 구급대 사무실은 곧바로 차고와 연결돼 있어 문만 열면 구급차에 바로 탈 수 있는 구조다.

사무실에는 모두 7명의 대원이 있었다. 남부소방서 119구급대는 3개 조 2교대로 나눠 21일제로 근무한다. 일주일은 주간 8시간, 야간은 일주일은 홀수날, 일주일은 짝수날 근무하고, 공휴일은 24시간 근무한다. 출동이 뜸한 시각, 그동안 구급활동을 하며 겪은 일화들을 들려 달라고 요청하자 대원들이 모두 기자 앞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구조와 구급 출동 방송이 지역마다 다릅니다. 똑같은 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있어 바꾸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요.”

올해 10년차인 김요섭 대원은 출동에 대한 강박관념에 대해 털어놨다.

“여러 출동이 있는데 내가 나가야 하는 소리를 구별해야 하는 것이 긴장됩니다. 구조대나 화재 진압대를 경험한 사람은 화재 안내 방송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리죠.”

신입대원들은 여차 하면 출동해야 하기 때문에 샤워도 제대로 못 할 때도 잦고, 근무시간에는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항상 119구급차가 다니니까 밥을 제때 못 먹습니다. 얼마 전에는 국수가 나왔는데 출동을 다녀오니까 다 불어 있어서 먹지 못했던 적도 있어요.”

구급대원은 심정지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골든타임 내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은 시민 의식이 높아져 차들이많이 비켜준다고 하지만, 전통시장 같은 경우 불법 주차를하면 차량이 이동할 수가 없어 아직도 힘들다고 한다.

“요즘은 차량보다는 횡단보도 보행자들이 더 안 비켜 주세요. 이어폰을 끼고 걷기 때문에 못들을 수도 있고, 더러는 ‘파란불인데 내가 왜 비키냐’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있죠.”

119구급대는 환자의 상태에 맞는 병원으로 이송하지만, 환자나 보호자가 자신이 가는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병원에서 주는 믹스 커피를 마셨는데, 그걸 보고 이 병원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커피도 맘대로 못 마셔요.” 16년차인 김지나 대원은 출산하는 산모를 맡았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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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현기자와 남부소방서 119구급대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산모가 곧 출산할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갔는데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받았어요. 1년 뒤 제가 출산휴가를 받아서 쉬고 있는데 산모 분이 돌이 된 아가와 함께 오셨더라고요.” 힘든 점도 많지만, 현장에서 따뜻한 음료를 건네거나 목숨을 구해줘 고맙다며 구급대로 찾아오는 일도 있다.

오충교 대원은 “한 남성분이 가족회의를 한 끝에 사례하기로 했다며 구급대를 찾은 적이 있어요. 봉투만 보고 돌려 드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200만 원이나 되더군요. ‘구급대원을 위해 써 달라’고 해서 여러 경로로 알아봤지만, 현금은 시 금고로 환수되기 때문에 결국 되돌려 드렸습니다.” 한참 여러 이야기를 듣다가 오후 11시36분, ‘딩동’ 소리가 세 번 나더니 구급출동 지령이 내려왔다. ‘아기가 열이 나고 구토를 한다’는 신고였다. 방송이 나오고 대원들이 출동하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20초 내외.

야간에는 응급상황도 많지만, 주취자 신고도 많다고 한다. “주말에는 술을 많이 드시잖아요. 집에 가다가 넘어져 다치기도 하고, 명절 때 되면 가정폭력이나 배탈 등의 신고도 많아요.”

김지나 대원은 사회에 이슈가 되는 현상에 따라 신고 유형도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예인이 자살하면 그걸 모방한 ‘베르테르 효과’도 있어요. ‘연예인이 어떻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더라’ 하고 뉴스가 나가면 비슷한 방법으로 목숨을 끊는 분들도 계시고…. 안타깝죠. 최근에는 요리 프로가 대세다 보니 튀김을 하다 화상신고를 하는 분들도 많아요.”

단순 신고 중에는 상습적으로 신고하는 ‘나이롱 환자’도 있다. 한 60대 남성은 1년 동안 40여 차례 119 신고를 했지만, 정작 응급상황은 없었다. 이 대장은 “전화로는 정확한 상황을 모르니 일단 현장으로 출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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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정작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여유 차량이 없으면 소중한 생명을 구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시민의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낮에 119구급대를 다시 찾았다. 아침에 교대 조가 출근하면 스트레칭을 한 뒤 구급차량을 점검하고 ‘정확한 응급처치, 안전한 차량 운행’이라는 구호를 외친 뒤 새로운 일과가 시작된다.

인천지역 구급대에는 1년에 70~80명의 응급구조학과와 간호학과 실습생이 다녀간다. 병원 실습을 아직 하지 못한 학생은 뒷좌석에 동승하고 상황을 지켜보며 하나씩 배우고, 실습을 나갔던 학생들은 혈압하고 맥박, 체온을 재는 일을 도와주기도 한다. 기자는 실습생이 돼 심폐소생술을 다시 한 번 익히고, 주들것을 작동하고 이동하는 방법도 배웠다.

“심폐소생술은 흔히 구강 호흡과 흉부 압박을 번갈아 가며 하는데, 혼자 있을 때는 흉부 압박만 해도 됩니다.” 구급차량 내부에는 산소 게이지와 산소량 조절하는 법. 혈압과 맥박을 체크하는 기기들뿐만 아니라, 출혈 환자를 위한 약품과 심전도 검사 장비까지 있었다.

“여기를 누르면 윗부분이 접혀서 휠체어처럼 사용할 수 있고요. 차에 실을 때 오른쪽 손잡이 아래를 누르면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요.”

환자 한 명을 주들것에 눕히고 실제로 구급차량에 태우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이소연 대원은 “하루 출동 건수가 15건 정도 되면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주들것을 조작하느라 손이 아프다”고 웃으며 말했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주안동의 한 주택에서 ‘할머니가 3일 동안 식사를 못하고 구토를 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대원들과 구급차량 뒷자리에 탑승해 따라가자, 딸과 사위가 여든 살 된 할머니를 부축하고 있었다. 

차량 안에서도 한 차례 구토를 한 할머니를 신속하게 가까운 대형병원 응급실로 이송하고 돌아온 시간은 30분도 채 넘지 않았다. 요즘은 여름철을 맞아 온열질환자를 위해 차량에 얼음조끼와 얼음팩을 비롯한 폭염 관련 구급장비 9종까지 갖췄다.

한 대원은 기자에게 ‘멋있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소방관들의 처우가 많이 알려지며 개선이 많이 되긴 했지만, 이제는 소방관이라고 밝히면 ‘영웅’의 이미지가 아니라 힘들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구급차 이용료를 올리거나, 처벌을 강화하기 보다는 시민들이 정말 긴급한 상황일 때만 119를 찾는 것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스스로 지키는 방법이라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김덕현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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