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반입 通! 不通! 환경 지키는 저승사자 떴다
SL공사로 이어지는 지금의 ‘드림로’는 ‘쓰레기 매립지 도로’라 불렸고, 주변은 ‘쓰레기 매립 동네’ 또는 ‘쓰레기 동네’라고 불렸다.
하지만 지난 2000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쓰레기’라는 단어를 빼고 이름을 바꿔 새롭게 태어났다. 이름 뿐만이 아니다.
15년이 넘는 시간동안 인천과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양의 폐기물을 받아 처리하면서 노하우를 쌓았고, 지금은 전국이 아닌 전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매립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SL공사는 시민들이 미워해 준 만큼 스스로를 담금질 하며 성장했고 결국 국화꽃 축제와 드림파크CC로 완벽하게 이미지를 탈바꿈했다. 매년 가을, 인천시민은 물론 수도권의 많은 관광객들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발걸음을 하고 있고, 수많은 골프인들이 드림파크 CC를 오간다.
이러한 SL공사가 있기까지는 구성원 모두의 화합은 물론, 어디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은 개개인의 역량이 뒷받침 됐지만, 그보다 더 밑바닥에서 단단한 디딤돌이 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반입 폐기물 감독관들이다.
이들은 인천의 환경지킴이이자 안전관리자로, 중장비 사이를 거침없이 가르며 반입 금지 폐기물을 걸러 악취를 잡는가 하면 가스배출 등을 막아 안전을 지킨다. SL공사 측의 “힘들다. 초보자는 위험하다”는 만류를 뒤로하고 기자는 SL공사의 매립장으로 뛰어들어 그들의 고된 업무를 체험해 봤다.
생활폐기물과 건설폐기물 등 SL공사로 폐기물을 들여오는 차량은 모두 통합계량대를 거치는데, 오전 6시부터 이들의 러시가 시작된다.
지난 26일 오전 7시께. 감독관들과 함께 근무복과 안전화, 안전모에 마스크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업무에 투입됐다.
우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기 전, 동료들과 함께 할 일이 있다. 새벽길을 달려 먼곳까지 와 아침식사를 걸렀을 게 뻔한 운전기사들에게 샌드위치와 주먹밥 2개, 음료수는 물론 물휴지까지 함께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며 인사를 하는 것이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고된일을 하는 업무적으로 서로 느껴지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1시간여가 지나 기사들과 웃으며 뿌듯함을 느낄 새도 없이 통제실로 이동했다. 모니터를 통해 폐기물 반입 차량들이 제자리를 잘 찾아가는지 확인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됐다고 한다. 차량이 통합계량대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해당 차량이 이동해야 할 매립구간을 안내하고 또 그 차량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실시간 감시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몇대의 모니터를 순간순간 계속 바라봐야 하기에, 눈이 바빠진다.
어디선가 혹시 정체가 일어나진 않는지, 또 정체구간이 아님에도 1~2대의 차량이 한군데서 생각보다 오랜시간 머물며 움직이지 않으면 출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SL공사 관계자는 “물론 24시간 모니터 앞에 앉아 매립지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감시하는 요원은 따로 있지만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기도 전에 대부분 직원들이 이 모든 업무를 조금씩 나눠서 한다”고 전했다.
최대높이 40m의 매립장에 직접 올랐다. 깜짝 놀랬던 것은 바로 갈매기. 바닷가에서보는 것 보다 더 많은 갈매기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한 듯 쳐다보며 이유를 물었지만, 선임(?) 감독관들의 표정은 굳어있다. 표정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공(公)은 공, 사(私)는 사.
운전기사와 친분이 있다해도 매립지의 안전과 인천의 환경파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분위기에 압도되듯 기자의 표정도 굳어져감을 스스로 느낀다. 수백만원의 벌금을 물려도, 멀리서 싣고 새벽길을 달렸을 기사들의 노고를 잘 알아도, 감시는 철저하다. 매립 현장에서 감독관들은 그야말로 저승사자다.
이때 멀리 건설폐기물 매립현장에서 한 감독관이 작업을 멈춘다. 이곳에 있던 모든 중장비들이 작업을 멈췄고, 감독관의 매서운 눈이 폐기물 속에 숨어 있던 가연성 폐기물을 잡아낸다. ‘얄짤없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다.
기자는 손에 쥐고 있던 태블릿pc로 어떤 지자체에서 들여온 폐기물인지, 폐기물을 옮긴 업체는 어딘지 확인한 뒤 증거로 남길 사진을 촬영했다. 불과 한두시간 전 샌드위치를 건네며 웃으며 이야기도 나눈 기사라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감독관 A씨는 “나도 사람이라 단속을 하고, 싣고 왔던 폐기물을 그대로 담아 도로 가져가라고 처분하면 마음이 아픈데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며 “그래서 감독관 상당수가 선글래스를 착용하고 있는데, 눈과 눈을 직접 마주하면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잠시후 다른 감독관과 각종 폐기물 매립 현장을 돌며 매립이 고르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이는 매립 과정에서 차량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전도되는 것을 막는 중요한 작업 중 하나다.
환경파괴 방지와 안전을 책임지는 감독관은 현장에서 말 그대로 법이고, 신이고, 저승사자다.
고된 업무 과정 중간에 잠시 쉬는 시간. 한 감독관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살짝 들었다. 어두운 과거였다.
한 감독관은 “반입 폐기물은 정해진 바에 따라 음식물이 혼입되면 안되고 건설폐기물에도 가연성 폐기물이 섞이면 반입 자체가 불허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면서 “인천 시민들은 물론, 특히 서구 주민들이 겪는 악취 등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나마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까다로운 조건에도 반입되면 안되는 폐기물이 섞여 들어왔다가 적발되면 반입 수수료에 비례하는 벌금이 t단위 무게로 곱해져 최대 차량 1대에 16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물론 그 폐기물은 전량 반송된다. 결국 폐기물 반입 차량 기사들은 싣고 왔던 폐기물을 그대로 다시 싣고 가야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 감독관은 “이러다보니 차량 기사들은 친한 감독관들을 찾게 되고, 이들이 근무하고 있는 매립구역으로 들어가 이른바 ‘커피값’을 지불하고 위반 폐기물을 버리는 대신, 이를 눈감아줄 것을 부탁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SL공사는 스스로의 자정능력을 높이기 위해 차량이 통합계량대를 통과할 때부터 랜덤 방식으로 매립 구역을 지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지금은 전 세계 매립장이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감독관들의 어두운 과거지만, 이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발판이 된 셈이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은 “매립현장에서는 예측 자체가 불가할 정도로 많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감독관들은 모든 업무에 있어 철저를 기한다”며 “이들이 우리 공사의 가장 튼튼한 기초로, 경기일보는 SL공사의 기반을 체험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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