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서 행복한 다양한 지원… 출산율 유럽 꼴찌서 1위로
유연한 근로시간, 철저한 보육시스템… 일·가정 양립 돕는다
몸은 까맣지만 노란 얼굴에 빨간 바지를 입은 여자와 빨간 반점이 가득한 하얀 몸에 검은 얼굴을 가진 남자가 손을 잡고 있다. 괴상하리만큼 인상적인 포스터 상단 부분에는 ‘모든 부모는 모두 다르다(TOUS PARENTS TOUS DIFFERENTS)’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1992년 국립인구문제연구소가 참여한 전시의 포스터다. 다민족 국가인 프랑스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알리고, 이에 대한 인식 개선과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열린 전시였다. 지금으로부터 25년전 이미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시켜, 당시 프랑스가 가지고 있던 인구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 가족형태에 따른 맞춤형 지원
저출산을 타개하기 위한 가족정책도 마찬가지다. 100년 전부터 시작된 프랑스 가족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맞춤형’이다. 전통적인 핵가족 형태에서 벗어나 미혼부모가족, 한부모가족, 이혼가족, 재혼가족 등 가족의 형태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가족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이들은 모두 평등하게 자랄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국민적 합의에 따라 미혼커플 사이에서 태어나거나, 여자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운다 하더라도 지원의 내용이 바뀌지 않는다. 프랑스가 2014년 유럽에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 1.93%를 기록하고, 지난해까지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것은 프랑스의 다양한 지원 정책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프랑스는 ‘가족의 형성과 유지’를 위한 부분과 ‘출산과 양육’을 위한 부분으로 나눠,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획일적이거나 동일하지 않고, 40여가지 사례로 나눠 각각의 상황에 맞게 지원한다는 점이다.
가족의 형성과 유지를 위한 지원만 보더라도 ‘가족수당’ ‘장애아동을 위한 특별수당’ ‘한부모수당’ ‘새학기수당’ ‘주거수당’ ‘가족보충수당’ ‘가족지원수당’ ‘세계지원’ ‘영유아수당’ ‘입양수당’ 등으로 다양하다. 이중 가족수당은 고용이나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개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지급한다. 자녀가 16세가 될 때까지 지급하며, 친자 외에 입양과 위탁아이를 키우는 가족도 포함한다.
장애아동수당은 50% 이상의 장애가 있는 20세까지의 자녀를 대상으로 장애 정도에 따라 차등 지원하고, 새학기수당은 6~18세 자녀를 대상으로 지급한다. 가족지원수당은 자녀를 키우고 있는 사별한 배우자나 한부모에게 지급하며, 이혼한 부모가 양육책임을 거절한 때에는 대상아이에게 지급하고 있다.
한부모수당과 세계지원은 프랑스 가족정책의 또 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프랑스는 1980년대부터 기혼커플이 줄고 미혼부모가족과 한부모가족이 늘고 있는 것에 집중했다. 이에 결혼을 하지않고 아이를 낳는 가족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한부모수당도 그 중 하나다. 한부모수당은 한부모가 한 자녀 이상을 키우고 있거나 임신을 한 경우 1인 가구의 최저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또 프랑스는 자녀가 많으면 많을수록 혜택이 늘어난다. 가족수당, 새학기수당, 영유아수당 등 모든 지원은 둘째 이후의 자녀가 더 오랫동안 받을 수 있다. 세명 이상의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대가족카드’가 발급되는데, 공공교통요금이 반액으로 줄 뿐만 아니라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약 70여개 제휴기업의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세계지원도 부양가족이 많은 가족의 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출산과 양육을 위한 지원도 ‘육아휴직수당’ ‘아동간호수당’ ‘가정 내 보육수당’ ‘등록보육사 고용지원’ 등으로 세분화 돼 있다. 육아휴직수당은 부모 중 한 사람이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근무시간을 감축했을 경우 지급한다. 아동이 심각한 질병에 걸렸거나, 장애를 입어 부모가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는 아동간호수당을, 6세 미만의 아이가 있는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는 가정 내에서 보육교사를 고용할 수 있도록가정 내 보육수당을 수당을 지급한다.
프랑스 가족정책의 또 하나의 성공요인은 육아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여성에게 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앞서 2000년 ‘35시간 노동제’를 도입함으로써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했다. 35시간 노동제는 1년에 1천600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1년 단위로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해 일과 생활이 조화되게 한 것이다. 여기에 2002년 ‘성 평등 원칙’을 선포함으로써 출산과 육아가 여성만의 몫이 아닌, 남성과 함께 부모의 역할을 공유하게 했다.
일과 가정생활의 양립지원 뒤에는 철저한 ‘휴가제도’와 ‘보육시스템’이 있었다.
프랑스에는 ‘출산휴가’와 ‘부성휴가’ ‘부모휴가’ ‘아동간호휴가’ 등 4가지의 휴가제도가 있다. 출산휴가 역시 자녀 수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된다. 두번째 자녀까지는 일반적인 휴가기간인 16주를, 세번째 자녀부터는 26주, 쌍둥이는 34주, 세쌍둥이는 46주를 쉴 수 있고, 휴가기간에는 사회보험에서 모성급여가 지급된다.
부성휴가는 2002년 성 평등 원칙이 선포되면서 3일에서 2주로 연장됐다. 중요한 점은 휴가기간 동안 임금 총액의 80%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실제 시행 첫해 25만명이 부성휴가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 부모휴가는 출산휴가가 끝나면 사용하거나, 근로형태 시간을 조절해 사용할 수 있고, 아동간호휴가는 16세 미만의 자녀가 아픈 경우 사용할 수 있다.
보육시스템도 훌륭하다. 먼저 3세 미만의 영아를 보육하는 ‘유아원’과 3세 이상 6세 미만이 다니는 ‘유치원’이 있다. 3세 미만의 영아는 집에서 돌봐야 한다는 프랑스의 국민 정서상 실제 유아원의 이용율은 9%에 불과하다. 유치원의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유치원 교육은 무료로 제공되며, 교육부에서 맡아 운영한다. 재원은 교육부가 65%, 지방정부가 35% 부담한다. 오전, 오후, 주 3회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한다.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가족의 경우 개인 보육교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또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경우에도 공립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오후 7시까지 운영하며, 보충수업도 가능하다. 전업주부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제 보육도 있다. 엄마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으며, 필요한 시간과 원하는 장소에 전문 보육 교사가 방문하는 시스템이다. 이용 요금은 소득과 시간에 따라 정해진다.
저출산 문제의 시작과 원인은 비슷하다. 하지만 얼마나 발빠르게 대처하고,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는 매우 다르다. 프랑스 가족정책의 성공요인은 정확한 타깃과 그에 맞는 정책 시행이다. 공급자로부터의 일괄적 지원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정책은 프랑스의 미래를 새로 그리게 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초저출산 국가로 접어들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송시연기자
“양육·교육비 스트레스 해소… 정부의 꾸준한 지원 필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국립인구문제연구소는 다양한 인구 문제를 연구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기관이다. 저출산 뿐만아니라 한부모, 다문화, 이민자, 빈곤 등 여러가지 인구 문제를 분석하고 연구한다. 국립인구문제연구소의 저출산 담당 연구원 로랑 뚤몽은 저출산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가족의 형태에 따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꾸준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랑스의 가족정책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프랑스는 18세기말부터 출산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전쟁을 통해 국력을 키웠기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특히 19세기로 접어들었을 때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의 모든 국가 출산율이 많이 증가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1914~1918년에 일어난 제1차세계대전 이후 피임과 유산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특히 프랑스 내 기업들을 독려해 직원들이 출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1920~1930년까지 계속해서 출산율이 하락했다. 이후 1945년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본격적인 가족정책을 수립했다.” <표 참조>
-프랑스는 출산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
“2014년 기준으로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98명이다. 유럽연합은 대략 1.6 명으로 프랑스보다 낮다. 최근 2년사이 하락 하긴 했지만, 유럽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위치한다. 제2차세계대전 후만 보더라도 유럽 모든 국가의 출산율이 베이비붐으로 급속도로 상승했다. 하지만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급격히 하강했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미국과 많은 나라들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졌지만, 프랑스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가족정책이 상당히 세분화 돼 있다.
“다자녀가족, 저소득가족, 미혼모가족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따라 지원 정책도 달라진다. 생활보조수당을 물론 주택공급까지 광범위하다. 1980년대 부터는 기혼 커플이 줄고, 동거 형태의 미혼 가정과 한부모 가정이 늘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성평등 정책을 추진한 것도 눈에 띈다.
“프랑스는 20년 전부터 높은 출산율이 지속되면서, 남녀평등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재 어느나라든 많은 여성들이 집안 일보다는 직장에 다니며 독립된 삶을 살길 바란다. 또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살기위해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프랑스는 아이를 가진 여성이 편하게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많은 양육지원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전폭적인 보육과 교육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가령 유아원을 시작으로 유치원, 초ㆍ중ㆍ고등학교까지 전 과정의 학비가 무료다. 만 6살 부터는 학교에 의무적으로 입학하고, 밤 늦게까지 아이들이 머물 수 있는 시설도 있다.”
-저출산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하다. 해결책이 있을까.
“지금은 아이를 가지는 것이 하나의 선택이 됐다. 결혼을 해 가족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장점과 단점을 고려해 선택한다. 또 자신의 삶과 삶의 자유를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 때문에 가족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도 개인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지원을 해줘야 한다. 먼저 여성들을 출산과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로 부터 벗어나게 해야한다. 또 양육과 교육비에 대한 부분이다. 일본이나 한국을 보면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꾸준한 지원과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것은 부모를 위한 투자가 아닌, 나라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국립인구문제연구소 같은 인구문제에 대한 국가적인 연구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관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각 부서마다 인구문제에 대한 확실한 목적이 있어야한다. 현재 프랑스 인구정책은 출산율 상승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 저출산 타계를 위한 빈곤대책과 남녀불평등에 중점을 두고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평가하고, 어딴 대책을 세울건지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송시연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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