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불화·성적비관·우울증… 해마다 늘어나는 ‘극단적 선택’
매년 9월10일은 WHO에서 지정한 ‘세계 자살예방의 날’. 그러나 한국 아동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로 한해 120여 명의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가장 많은 학교와 학생 수를 보유하고 있는 경기도에서도 지난해만 34명의 학생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고위험군 청소년들에 대한 맞춤형 정밀지도와 실효성 높은 자살예방정책이 절실한 경기교육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1. 체육대회 날 학교에서 떨어지려고 시도한 학생이 “삼삼오오 다 모이는 날, 나만 혼자여야 되는 걸 못 견디겠다”라고 표현하는 거예요.(전문상담교사A)
#2. 여학생이 손목 긋다가 들키니까 괜찮다고 했는데, 어느 날 보니 허벅지를 완전 칼로 난도질을 해놓은 거예요. 또 쥐약, 농약 이런 거 먹는 녀석도 있어서 병원에 보냈다가 또 다시 시도하고 또 병원가기를 반복….(전문상담교사B)
#3. 겉으로 봤을 땐 집안도 좋고 부모님이 ‘사’자시고, 유명인인데 진로갈등으로 자살하는 아이들이 많아요.(전문상담교사C)
경기도 내 학생들의 마음의 병이 심상치 않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입시경쟁으로 인한 성적비관을 비롯해 우울증, 교우관계 등으로 자살이나 자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서다.
9일 ‘경기도교육청 학생 자살 사망 실태 보고’에 따르면, 2015년 24명, 2016년 27명, 2017년 34명의 학생이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한 2016년에 자살을 시도한 학생도 82명이나 된다. 자살 원인은 가정불화 및 가정문제가 32.5%, 원인 미상(유가족의 공개 거부 등) 26.8%, 우울증 19.5%, 성적 비관 16.3%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5월까지 보고된 ‘경기도 학생 자살 사안’ 94건의 사례 중 61건의 사례(64.9%)가 고등학교, 28사례(29.8%)가 중학교, 5사례(5.3%)가 초등학교로 나타났다. 사망 장소는 자택이 57사례(60.6%)로 가장 많았고, 교량과 아파트 옥상 등의 공공장소가 35사례(37.2%)이다. 자살 방법은 투신 60사례(63.8%), 목맴 사례(27.7%) 순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같은 기간 자살시도 사안으로 보고된 사례도 총 129건으로 집계된 가운데 자살시도 방법으로 칼로 손목 긋기(자상)가 48사례(37.2%)로 가장 많았고, 투신 38사례(29.5%), 약물음독 17사례(13.2%), 목맴 11사례(8.5%)로 나타났다.
이처럼 도내 학생 자살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 자살 위기에 대한 이해 부족 및 체계적인 예방이나 대응 절차를 갖추고 있지 못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특히 청소년 자살은 우울증이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을 동반하거나 극심한 우울감 등 사전 징후가 나타나는 성인 자살과는 달리, 평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갑작스런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많아 자살 위험에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개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자살시도나 정서 불안 등 위기에 놓인 학생들을 보호하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감 직속기구로 지난해 출범시킨 ‘학생위기지원단’의 운영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고 있다”며 “특히 자살고위험군 또는 자해, 자살 시도 학생을 위한 심리상담비와 치료비를 지원하고, 학부모 대상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현숙기자
댓글(0)
댓글운영규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