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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기관서 내몰린 아이들, 다시 공포의 집으로] 1. 개선 필요한 현행법

재학대보다 무서운 친권… 악순환 반복

해마다 부모 품을 떠나 보호기관으로 보내지는 수백 명의 경기도 아이 중 절반은 학대하고 방임하는 ‘자격 부족 부모’로부터 벗어난 아이들이다. 그러나 이중 대다수는 결국 다시 부모에게 돌아간다. 보호기관에서 재(再)학대의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도, 부모가 아이 복귀를 원하면 기관은 이를 막을 방법과 권한이 없어서다. 무분별한 원가정 복귀로 국내 재학대 건수는 8년 만에 5배가 늘었고, 기관 내 아동 간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더욱이 보호기관은 24시간 보호아동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아동 보호에는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아픔을 지닌 아이들이 보호기관에서도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를 짚어보며 정부와 지자체 등의 현장 중심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경기도 한 아동그룹홈에서 지내던 5살 D군은 지난 3월부터 4월 초까지 함께 생활하는 A군(16)에게 유사성행위를 수차례 당해(본보 4월26일자 7면) 왔다. 사건 후 D군은 원가정으로 복귀했다. 부모의 방임으로 원가정을 피해 그룹홈의 보호를 받던 D군은 시설에서조차 끔찍한 일을 당하고서 다시 무관심했던 부모 곁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아동그룹홈 등 보호기관에 격리조치된 아이들이 불가피하게 원가정으로 돌아가면서 학대와 방임의 공포를 또다시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보호기관에서 아이들끼리 사고가 발생하거나, 자격 미달 부모가 아이의 복귀를 원할 때 법과 제도는 항상 원가정 복귀를 우선시하고 있어서다. 이처럼 재학대와 방임에 위험에도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현 피해아동 보호조치에 지난 2018년에만 2천 명이 넘는 아동이 재학대를 당했다. 이에 현행법 개정을 통한 ‘원가정 복귀 여부 결정’에 대한 조건 강화 등 구조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경기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1999년 경기도에 처음 도입된 아동그룹홈(Group Home)은 가정해체, 방임, 학대, 유기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에서 생활공간을 제공하고 보호해주는 사회복지시설로 현재 도내에는 145개 시설에서 715명의 아이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D군의 사례처럼 그룹홈 내에서 아동 간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조치는 대부분 ‘원가정 복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아이들은 부모의 방임과 학대의 공포에 또다시 고통받아야 하는 현실이다.

아동보호기관이 피해 아동들을 원가정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행법이 ‘원가정 보호 원칙’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 제4조 3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아동을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실제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2018년에 발생한 아동학대사례 2만4천604건을 살펴본 결과, 피해 아동 82%(2만164건)가량이 ‘원가정 복귀’ 조치됐다. 분리보호는 13.4%(3천287건)에 불과했다.

주목할 점은 재학대 사례다. 아동학대사례 중 재학대 사례는 2천543건(2천195명)으로 전체의 10.3%이다. 이 같은 재학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1천591건(1천397명ㆍ8.5%)이었던 재학대 사례는 2017년 2천160건(1천859명ㆍ9.7%)으로 증가했고, 2018년에는 10%를 넘어선 것이다. 반복되는 학대에도 재학대 피해사례 중 69%에 달하는 1천755건은 원가정보호가 지속됐다. 최종 분리조치된 사례는 606건(23.8%)였다.

더욱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선 원가정 복귀 시 재학대 우려가정에 사후 방문ㆍ모니터링을 하지만, 친권자인 부모가 거부하면 모니터링 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보호기관 현장에서는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경기지부 관계자는 “친권이라는 법의 틀이 너무나 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 역시 원가정 복귀가 아동복지의 목표이자 최선이지만, 현재와 같은 ‘무조건적인 복귀’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지영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시설 내 피해 아동들에게 이뤄지는 무분별한 원가정복귀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며 “현행법 개정 등을 추진해 아이들을 원가정에 복귀하는 절차를 조금 더 세분화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휘모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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