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대통령 궁 옆길을 걷는다. 궁은 원래 아스테카 제국의 왕궁이 있던 자리에 누에바 에스파냐 시절 총독부 건물로 지었으나 지금은 대통령 궁으로 사용하고 있다. 광장 집회 때문에 궁 주변은 경찰 경비가 삼엄해 내부 구경을 포기하고 골목길로 들어선다.
대통령 궁 뒷길에는 보따리상들이 여행자를 상대로 짝퉁 물건을 파는 노점상이 많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외마디 외침에 순식간에 모두 사라진다. 대통령 궁 부근이라 보따리 장사를 할 수 없는 곳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경찰 단속 때문이다. 어려운 사람들의 삶이 있는 현장을 이곳에서도 본다.
모네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산티시마 거리와 만나는 모퉁이에서 오래된 성당을 만난다. 멕시코대성당에 비해 초라하고 누추하나 성당 안에는 오래된 세월이 축적된 흔적이 남아 있어 카메라에 담는다.
월요일은 성직자에겐 휴일이지만 복사가 제대에 촛불을 켜는 것을 보니 곧 11시 미사가 시작될 것 같다. 멕시코에서 첫 미사를 드리자는 아내의 제안으로 미사에 참례한다. 미사를 마치고 신부는 우리 부부에게 다가와 성수로 축복해 준다. 여행지에서 뜻하지 않게 축복을 받는다.
몇 년 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순례자를 위한 저녁 미사 후 받았던 축복을 이곳에서도 받고 보니 심적으로 편안하다. 관리인에게서 산티시마 트리니다드 성당이라는 이름을 받아 적고 발길을 재래시장으로 옮긴다.
인구가 1억5천만 명이 넘고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9배나 되는 나라의 수도에 걸맞게 시장 규모가 대단하다. 미국 오리건 ESL에서 함께 공부한 멕시코 친구의 조언에 따라 길거리 식당에서 타코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한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매콤하면서도 독특한 맛과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향이 일품이다.
현지인이 즐겨 찾는 재래시장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고 그곳에서 맛보는 토속 음식은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특히 멕시코 음식 중 타코와 부리또는 대중 음식으로 각종 고기와 다양한 채소를 넣어 볶은 후 옥수수 가루로 만든 토르티야로 쌈처럼 싸서 먹는다. 내용물은 지역 특산물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비슷하고 가격은 우리 돈 천 원 정도로 저렴하다.
최근에는 멕시코 토속 음식을 주된 메뉴로 하는 고급 레스토랑이 광장 주변에 생겨 타코와 부리또를 비싼 가격으로 서비스한다. 하지만 서민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현지인처럼 길거리에서 손으로 들고 먹어야 한다. 콜로니얼 시절 귀족에게 무시 받던 원주민 음식이 지금은 멕시코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사랑받고 그들의 정체성을 알리는 중요한 음식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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