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꽃다발
김하늘
형은 식탁 밑에
누나는 책상 옆에
엄마는 욕실 앞에
아빠는 현관에 한 짝 소파에 한 짝
모두 주워
발목을 모아 쥐고
모두 앞에 내민다.
자,
꽃다발
오늘 우리가 가꾼 꽃이야.
무질서 속 보이는 가족애
바쁘게 사는 가족의 모습을 양말로 보여주는 동시다. 아빠와 엄마는 직장으로, 형과 누나는 학교로 바삐 가다 보니 양말을 아무 데나 벗어두게 되고, 그 벗어놓은 양말 때문에 집안은 어지럽기 그지없다. 어느 집이고 간에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아무렇게나 벗어 놓은 양말을 모아 놓고 보니 ‘꽃다발’이 됐다는 얘기다. 이 얼마나 엉뚱한 발상인가? 양말 꽃다발! 세상에는 별의별 꽃다발이 다 있다지만 양말 꽃다발이라니? 그런데 이게 우습게도 문학이 되는 것이다. 시인은 평소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풍경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야기’를 건졌다. 건졌을 뿐 아니라 이를 장난기 어린 익살로 풀어냈다. 그러니 재미있을 수밖에. 단추를 꽉 채운 옷보다 하나쯤 덜 채운 옷에서 사람 냄새가 풍기듯 이 동시는 정돈되지 않은 무질서한 가정을 통해 오히려 화목한 가족애를 보여준다. 여기저기 벗어던진 양말이 오히려 가족이란 의미와 함께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다. 비록 어린이를 위한 동시지만 그 뜻은 성인(成人) 시에 못잖다. 이런 게 동시다. 아이다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른이 읽어도 좋을 시여야 한다. 그래서 동시도 먼저 시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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