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객 반입 감염 축산물, 공항·항만서 보관중
ASF 발생국서 수입된 돈육도 유통경로 파악 안돼
태풍 예보까지 겹쳐 곳곳에 구멍… 추가 발병 우려
‘치사율 100%’의 가축전염병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이 파주ㆍ연천지역에 상륙하면서 정부가 방역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ASF 발생농가 외 국내 곳곳에서도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다.
ASF 발생국이 수출한 돼지고기가 국내에서 버젓이 거래(본보 7월23일자 1면)되고 있음에도 유통경로가 파악되지 않음은 물론, 공항이나 항만에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가공품이 보관 중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ASF 추가 발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ASF 차단방역 상황 점검을 위해 포천시 소재 밀집사육단지와 거점소독시설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는 “ASF는 ‘사람ㆍ동물ㆍ차량’ 셋 중 하나에 의해 전파됐을 것”이라며 “현재 정확한 경로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ASF 발병 원인은 크게 ▲야생 멧돼지를 통한 바이러스 전이 ▲농장 관계자의 ASF 발생국 방문 ▲바이러스로 오염된 음식물 잔반 급여 등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일각에선 ▲해외여행객을 통해 밀반입된 휴대축산물(돈육 가공품) ▲ASF 발생국에서 수입한 돈육의 유통과정 등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여행객이 우리나라에 몰래 들여 온 순대ㆍ소시지 등 휴대축산물 중 일부에서 ASF 유전자가 검출되고 있고, 이 불법 휴대축산물이 소각되거나 반송되기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이유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여행자 휴대품 모니터링 검사 ASF 유전자 검출 사례’ 자료를 보면 실제 지난 5월7일 청주공항에 밀반입된 중국산 순대(3.2㎏)는 검사 결과(5월14일) ASF 바이러스 유전자 일부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7월4일 중국 여행객이 인천공항을 통해 가져온 소시지(0.5㎏)에서도 역시 7월29일께 ASF 유전자가 검출됐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1~3주가량 공항이나 항만에 해당 축산물이 보관됐을 뿐더러, 검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소각ㆍ반송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추가 시간이 소요돼 추가 발병 확산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현재까지 적발된 불법 휴대축산물 중 ASF 유전자가 검출된 수는 20건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ASF 발생국으로부터 수입한 돈육이 국내 소비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헝가리ㆍ벨기에산 돼지고기에 대해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지만 약 1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국가 수입육이 시중에 거래되고 있고, 관할당국이 유통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한반도 방향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 태풍 역시 더 큰 방역 허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높이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공항과 항만에서 적발된 밀반입품은 기본적으로 폐기 대상이며 축산물의 경우 반송이 아닌 소각 조치를 취한다. 공항에서 압수하면 밀봉해 차폐시설에 넣어 처리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아 소각장에 보내 처리하는 식”이라며 “장기간 방치하는 건 사실이 아니며 구체적인 소각 현황은 추가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측은 “유통되고 있는 헝가리ㆍ벨기에산 돼지고기는 수입중단 조치 이전 들어온 것으로 유통기한(2년) 내에선 유통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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