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아트센터 레퍼토리 시즌 2021
'시나위 일렉트로니카' 신선함 가득 채워
‘낯선 음악과 낯선 음악의 합’.
지난 10일 오후 4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 시즌 2021 공연 <시나위 일렉트로니카>는 완벽하게 서로 다른 음악이 만나 색다른 익숙함을 선사했다.
조금은 이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악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합은 보기 드물 뿐만 아니라 아직 낯설다. 영상과 조명 또한 아울렀다. 공연은 지루하고 이상할 것이라는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다. 1장부터 5장까지 진행될 동안 대극장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의 음악으로 가득 채워졌다.
막이 오르고 하임(haihm)과의 <아미고>가 시작됐다. 웅장한 전자 음악이 진동하고 대금과 소금, 아쟁과 해금 등이 전자 음악에 맞춰 연주하기 시작했다. 다른 장르의 음악이지만 합을 맞추어 가며 서로 음악을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아냈다.
두 번째 아킴보(Akimbo)의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몸을 움직이는 등 더 여유롭고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무대였다. 전자 드럼 소리와 북과 장구 등의 타악기가 어울려 빠른 박자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해금과 대금의 청량한 소리와 거문고와 가야금이 중심을 잡아 한 층 더 경쾌하고 밝은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였다.
여노(YeoNo)와 함께 한 <화>에서는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내뿜었다. 붉은 레이저 조명과 함께 전반적으로 어둡지만 높은 소리를 내며 우리가 가진 화와 한, 대화를 표현해냈다. 낮은 일렉트로닉 음악과 함께 피리, 아쟁 등 시나위만의 소리가 쌓여가면서 화에서 한, 한에서 대화로 화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아냈다.
120여분간의 연주는 ‘합’이었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음악이 하나가 돼 완벽한 합을 보였다. 1장의 시작에선 차츰 시나위와 일렉트로닉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2ㆍ3장에서는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4ㆍ5장에선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완벽하게 표현돼 하나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났다. 공연은 이질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두 장르의 음악이 익숙해졌고 곧 색다름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국악과 일렉트로닉 각각이 가진 본래의 특성을 끝까지 유지했다. 국악에 맞춰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 것도 아니었으며 일렉트로닉 음악에 맞게 국악을 끼워 맞춘 것도 아니었다. 서로 음악에 맞추며 현대 악기와 우리 전통의 악기가 만들어낸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만의 음악이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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