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가 2월 7일 금요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김성진의 지휘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Op.45’를 연주했으며 소프라노 홍주영, 바리톤 양준모, 성남시립교향악단, 수원시립합창단이 함께했다.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위령미사곡’으로 해석되는 레퀴엠(Requiem)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다. 가톨릭 교회의 전례에 따라 라틴어 가사가 붙고 입당송(Introitus), 자비송(Kyrie), 거룩하시도다(Santus), 부속가(Sequentia), 하느님의 어린 양(Agnus Dei) 등의 순으로 악장이 나뉘어 연주된다. 2월 7일 성남시립합창단이 노래한 브람스의 ‘Ein Deutsches Requiem(독일 레퀴엠)’은 자신의 평생 스승인 슈만과 어머니를 비슷한 시기에 잃고 슬픔에 잠겨 쓴 작품으로 1859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미사 전례에 따른 레퀴엠이 아닌 브람스 자신이 발췌한 성경 구절을 조합했으며 종교는 없었지만 신교에 영향을 받은 브람스였기에 라틴어가 아닌 자신의 모국어 독일어 가사를 붙였다. 보통의 레퀴엠이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na eis, Domie)’, 즉 세상을 떠난 이의 넋을 위한 기도로 시작하는 반면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로 시작해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기도 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중 ‘제1곡: 합창’은 ‘찬가(Hymn)’ 그 자체였다. 가사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다 괜찮다, 지나간다’는 위로를 느낄 만한 정제된 합창의 진수였다. 오케스트라의 낮은 음역을 담당하는 현악 파트의 더블베이스, 첼로, 비올라와 금관악기의 튜바 및 트롬본, 목관악기의 바순 등이 최소한의 선율을 연주했고 인간의 목소리로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Selig sind, die da Leid tragen)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혼을 위로하는 목소리 이날 솔리스트로 무대에 선 소프라노 홍주영과 바리톤 양준모는 각각 제5곡과 3, 6곡을 노래했다. 바리톤 양준모는 독일 레퀴엠 무대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협연자 중 한 명으로 제3장 “주님, 제 끝을 알려 주소서. 제가 살 날이 얼마인지 알려 주소서”의 절절함을 영락없이 소화해냈다. 단, 독일 레퀴엠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3장에서 솔리스트와 합창이 만나 시너지가 폭발할 것을 예상했으나 서로 주춤거리는 인상이 아쉬웠다. 반면 6곡에서 등장한 바리톤 솔로와 합창은 ‘땅 위에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성이 없음’을 ‘앞으로 올 도성을 찾고 있음’을 교대로 주고받으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위로받고 싶은 마음 뒤에 우리 모두에게 올 죽음에 대한 의연함을 균형감 있게 노래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솔리스트가 무대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날 84명의 합창단이 뿜어내는 음색의 일체감과 화려함, 섬세함과 웅장함은 그 모든 것을 압도할 만큼 아름다웠다. 브람스가 직접 편곡한 ‘피아노 듀엣과 합창을 위한’ 독일 레퀴엠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살아있는 자의 슬픔을 덮고 고생 끝에 안식을 누리고 있을 영혼을 위로하는 것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공연·전시
조혜정 기자
2025-03-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