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경기아츠컴퍼니페스티벌’ 절반의 성공

무용극부터 국악 연주, 연극, 오케스트라 음악회까지 다양한 종합예술을 선보인 2013 경기아츠컴퍼니페스티벌. 경기도립예술단의 진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경기도문화의전당 측의 노력이 단연 돋보였던 축제였다. 하지만 기존에 선보였던 각 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를 나열하는데 그친데다, 예술단원들의 야외 무료 공연은 무질서한 객석 운영과 어린이 관객을 배려하지 않은 아슬아슬한 장면 노출 등 미숙해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4~12일 약 8일간의 축제기간 동안 경기도문화의전당은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며 첫 무대를 장식했던 경기도립무용단의 무용극 태권무무 달하 공연은 대극장의 전석을 가득 메울 정도로 세간의 관심을 시사했다. 여전히 곡선과 직선으로 각각 상징되는 전통무용과 태권도가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모습이 씁쓸했지만, 우리 민족의 기원을 형상화한 전통무용단의 기예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경기도립국악단은 해외 민속음악과의 조화를 시도한 음악회 축제를 통해 국악을 관객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도록 했다. 인도네시아 음악 도팽글라스에서는 국악 타악기인 운라를 활용해 인도네시아 고유의 리듬을 구현하는데 성공했으며, 붉은 옷을 입고 등장한 광대의 익살스러운 연기가 어우려져 즐거움을 선사했다. 일본 소란부시와 중국의 목금연주와의 협연 속에서도 국악의 매력은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수십년 관록에 빛나는 베테랑 연극배우가 총출동한 도립극단의 늙어가는 기술은 고선웅 단장 특유의 유머가 베어있는 무대로 관객의 호응을 얻었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협연자들의 카리스마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이처럼 각 도립예술단의 공연은 성공적이었지만 예술단이 하나돼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던 당초 페스티벌 기획 의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예술단원들이 축제기간 중 썬큰무대에서 갈라쇼 형식으로 선보인 디아티스트 공연이 페스티벌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무료 공연인 탓에 객석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돼 산만했다. 게다가 경기도립앙상블의 공연 중 라틴풍 댄스에서는 출연진이 반라(反裸)에 가까운 의상을 입고 춤을 춰, 어린이와 청소년 관객이 함께 보는 오픈 무대에서의 적절한 연출이었는 지 고민케 했다. 이번 축제를 반면교사 삼아 더 풍성하고 신선한 내년 축제를 기대해본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공연리뷰] 시민극단 율(栗) ‘쓰레기 파동사건’

시민의, 시민에, 시민을 위한 연극 오늘 만큼은 우리도 전문 연극배우랍니다. 시민극단 율(栗)이 지난 1일 오후 5시 장안구청 6층 대강당에서 10월의 시민소통공연으로 쓰레기 파동사건을 공연했다. 연극치고는 무대디자인나 음향ㆍ조명,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프로 뺨치는 실력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분 정도의 짧은 공연시간 동안 좀 모자라도 좋고, 어설퍼도 좋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임은 분명했다. 시민극단 율(栗)은 지난 2012년 7월 수원 시민들에게 연극으로 감동을 전하겠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낸 평범한 율천동 주민 총 12명으로 시작한 순수 아마추어 극단이다. 이해음 단장을 비롯해 이상인, 염상훈, 양혜란, 한훈숙, 송주은, 정정순, 유화순, 김교숙, 이연숙, 이해흠, 김현광, 오향순씨가 그 주인공이다. 주부, 공무원, 시의원, 통장, 부녀회 회원 등 다양한 계층과 2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이들은 비록 아마추어 연극배우들이지만 전문 배우 못지않게 연습해 온 덕분에 어지간한 연기는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작품 쓰레기 파동사건은 수원시가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 사업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가운데 율천동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쓰레기 사건을 중심으로 주민간, 가족간 오해와 화해 속에 느껴지는 인간미 나는 삶의 모습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오세호 전 화성문화재단 사무국장이 총감독을 맡고 올챙이들의 하수구 탈출 작전를 쓴 동화작가 김현광 율천동장이 대본을 썼다. 때 묻지 않은 시선으로, 아마추어의 열정으로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율(栗)은 그동안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간에 시민참여프로그램인 시민공동체 연극 경연대회, 율천동 파크데이(Park Day) 축제, 장안구청 시민소통공연 등 작지만 뜻깊은 무대에 올랐다. 12명의 단원들은 얼마나 진실되게 무대에 임하며, 얼마나 따스한 마음으로 이웃을 찾아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했다. 이를 통해 극단은 연극으로 새로운 지역문화 모델을 구축해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수원문화에 여간 귀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율천동 주민들은 왜 연극을 할까. 연극이 필요한 건 현실을 의심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다. 의심하고 발전하는 사이 희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극단 율(栗)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로 희망을 선물할 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공연리뷰]2013 피스앤피아노 페스티벌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이 너무나 다니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핑크색 피아노학원 가방을 든 한 친구가 참 멋져보였고 부러웠다. 그런데 엄마는 나를 주산학원에 보냈다.(주산학원 가방은 촌스러운 초록색) 그렇게 피아노와 나는 멀어졌다. 어른이 되어서도 피아노를 배우지 것이 못내 한이 되었는지 2011년 가을부터 개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악보 보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전에 피아노부터 구입해 남편으로부터 구박을 받았다. 서른을 훌쩍 넘긴 아줌마 기자의 피아노 입문에는 2011년 제1회 피스앤피아노페스티벌의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 페스티벌을 아는 척하며 뻔뻔하게 관람한 것이 기자로서 솔직히 창피했다. 2013년 제2회 피스앤피아노페스티벌이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열렸다. 정진우, 신수정 등 세계적 수준의 참여 피아니스트들의 활약으로 이미 단일악기 페스티벌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최초(最初)라는 수식에 만족하지 않고 최고(最考)를 지향하는 페스티벌이 되기 위한 김대진 예술감독과 경기도문화의전당 임직원들의 노고가 대단히 많았음을 오프닝콘서트, 오마주 콘서트, 피스 콘서트 3개 공연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기자는 2년 전과 비교해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감동의 강도와 크기가 달랐다. 특히 22일 열린 피스 콘서트는 착한피아노들이 설치된 새로운 무대와 판소리, 현대무용, 타악기, 비주얼아트가 콜라보레이션(협업)된 기상천외한 무대였다. 그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을 과감히 도전하는 도전성과 창의력이 압권인 공연이었다. 2013년 피스앤피아노페스티벌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의 단편적인 연주가 아닌 곡 너머의 이야기와 열정으로 관객들을 드넓은 피아노의 세계로 안내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일방적으로 어려운 피아노를 듣고 감동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또한 피아노를 듣는 악기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보는 대상으로 권했다. 그 속에서 도민들은 피아노와 교감하고 최고의 호사를 누렸다. 단언컨대, 피스앤피아노페스티벌은 대한민국 대표 클래식 페스티벌이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리뷰] 수원화성 달빛동행

달과 함께 옛 왕들이 거닐었던 성곽을 따라 걸으며 화성행궁의 야경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수원문화재단이 오는 10월19일까지 총 14회에 걸쳐 수원화성 달빛동행을 운영한다. 지난 21일 오후 8시 수원화성 달빛동행이 시작하는 화성행궁, 그 현장을 가봤다. 수원화성 달빛동행은 8~10월 음력보름을 전후해 수원화성 성곽과 화성행궁, 수원천 등을 거닐며 수원의 밤풍경과 전통음악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밤 8시~10시 두시간동안 진행되며 화성행궁을 시작으로 화성열차를 타고 팔달산에서 장안문까지 관람하고 화홍문, 방화수류정, 용연, 수원천, 행궁광장 등을 돌아보는 약 3.84km의 코스다.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화성행궁을 걷노라면 새삼 그 정교함과 웅장함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여기에 청사초롱을 들고 풀내음을 맡으며 오르는 팔달산 오솔길과 시원한 바람으로 열대야를 잊게 해줄 야간달빛열차는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특히 수원 8경에 해당하는 용지대월(龍地待月)과 화홍관창(華虹觀漲)은 달빛동행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달빛야경을 선사한다. 방화수류정 아래 자리잡은 연못인 용연에서 달이 떠 오르기를 기다린다는 뜻의 용지대월. 실제로 용연 수면에 떠오른 달과 달에 비친 방화수류정의 모습은 무아경 그 자체였다. 제 7경 화홍관창은 아름다운 무지개 문이라는 뜻을 지닌 화홍문에 물이 넘쳐흐를 때 생겨나는 물보라의 장관을 뜻한다. 화려한 조명과 달빛은 입은 화홍문은 수원천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수까지 더해져 절경을 이뤘다. 임금이 행차할 때 잠시 머무르며 집무를 하던 공간으로 평상시에는 화성유수의 처소로 사용됐던 유여택에서는 행사의 대미를 장식할 경기도립무용단과 국악단의 달빛 향연 공연이 펼쳐졌다. 구간별 해설의 깊이와 전달력을 높이고 진행자의 능숙함, 다양한 콘텐츠 등을 보완한다면 수원 대표문화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프로그램은 내년 3월 유료화를 앞두고 관내 기업, 자원봉사자, 파워블로거, 인바운드 여행사 등을 대상으로 팸투어 형식으로 시범 운영된다. 문의(031)290-3611 박준상기자 parkjs@kyeonggi.com

[공연리뷰] 천지진동 페스티벌Ⅲ ‘평화울림ㆍ평화열림’

DMZ 설정 60년ㆍ정전 60주년을 기념해 열린 천지진동 페스티벌Ⅲ-평화울림평화열림이 지난 27일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성공리에, 정확하게 말하자면 성황리에 치러졌다. 성공과 성황은 비슷한 단어 같아도 그 의미는 확연하게 다르다. 같은 명사지만 성공(成功)은 목적하는 바를 이룸을 의미하고 성황(盛況)은 모임 따위에 사람이 많이 모여 활기에 찬 분위기를 말한다. 천지진동 페스티벌Ⅲ-평화울림평화열림은 40%의 성공과 60%의 성황으로 마무리된 행사였다. 독창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경기도 지역의 정체성까지 담아냈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인 행사였고, 2천여명의 출연진을 포함해 총 2만명의 관람객이 하나돼 평화울림을 휴전선을 넘어 북녘까지 전달했다는 점에서 성황을 이뤘다.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행사 진행에 있어 분명 미흡한 점도 있었다. 허나 이번 축제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한 번 해보자는 안이한 자세로 만든 축제와는 궤를 달리한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지역축제 가운데 상당수가 일회성 소비개념의 축제들로 비춰지고 있지만 평화울림평화열림은 문화적 영향은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축제의 성공 여부를 평가해볼 때 합격점을 받을만하다. 김덕수패사물놀이 1천명, 세로토닌드럼클럽 500명, 경기도립예술단 연합합창단, 제국의 아이들, 씨스타 등이 출연해 선보인 제1부 평화 길놀이, 제2부 평화 콘서트, 제3부 평화 난장은 전쟁종식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그 자체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큰 메시지를 전달하기 충분했다. 할머니, 엄마 손잡고 임진각 평화누리에 왔다는 정재윤(10)군은 평화콘서트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장 중앙에 마련된 대한민국 대형 지도 위에서 태극기(사진)를 그리며 평화를 기원했다. 정군은 학교에서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쟁 중이라고 배웠어요. 전쟁은 다 아픈거니깐 그만 했으면 좋겠어요. 파주에 사는 재윤이가 평화를 기원하며 태극기를 그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것만으로도 이번 천지진동 페스티벌Ⅲ-평화울림평화열림은 의미가 있었다. 굳이 성공과 성황을 따지기 전에 말이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공연리뷰]‘디퍼런트 디토’ 공개 리허설

연주자들이 무대서 공연을 시작한다. 그러나 지휘자가 연주를 중단시키고 연주자들에게 요구사항을 전한다. 음악은 다시 이어진다. 지난 17일 오후 7시30분 안양 평촌아트홀에서 열린 디퍼런트 디토(Different DITTO)의 공개 리허설 장면이다. 이날 무대는 말 그대로 공연이 아닌, 리허설이었다. 2013 디토 페스티벌의 현대음악 프로젝트로 이튿날 서울에서의 본공연을 앞두고 실제 공연처럼 진행하는 리허설을 사전 신청 관객에게 공개하는 자리였다. 이 같은 공개 리허설은 클래식계에서는 흔치 않은 시도인데다, 올해 안양문화예술재단의 상주 예술단체가 된 디토 오케스트라의 첫 무대여서 주목받았다. 이들이 관객 개발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이 공연은 우후죽순 늘어난 기초문화재단에게 요구되는 신선한 도전 정신과 예술단체에 필요로 하는 관객과의 적극적 소통이 모두 발현된 아름다운 하모니였기 때문이다. 무대에는 본 공연과 마찬가지로 스타 비올리스트이자 음악감독을 맡은 리처드 용재 오닐이 주축이 된 실내악단 앙상블 디토와 최수열 지휘자를 중심으로 한 실력파 젊은 연주단체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올랐다. 단,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피아니스트 지용 대신 박진우가 함께 했다. 이들은 중국계 미국 작곡가 후앙 루오의 다시 말해서와 미국 대표 미니멀리즘 작곡가 존 애덤스의 그랜드 피아놀라 뮤직을 연습했다. 용재 오닐이 악기 연주와 함께 입으로 소리를 내고, 연주자들이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퍼커셔니스트가 고무호스를 머리 위로 돌리고, 여성 성악가 3명이 무한 반복되는 악기 연주음을 뚫고 노래하는 등 혁신 그 자체였다. 월요일 저녁임에도 사전 리허설 신청자가 300명을 웃도는 등 관객들이 몰렸다. 관객들은 연주가 끊겼다가 다시 호흡을 맞추는 생경한 장면까지 가슴에 담으려는 듯 숨죽인 채 몰두했다. 문화예술재단의 목적인 관객 개발이 이뤄지는 현장이었다. 연주 후 짧은 질의 응답 시간까지 진행하면 금상첨화일 듯 싶다. 앞으로 이들이 지역의 클래식 활성화를 위해 더 다채로운 사업을 추진한다니 귀추가 주목된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공연리뷰]창작뮤지컬 ‘해를 품은 달’

용인문화재단은 지난 8일 ㈜쇼플레이, ㈜이다엔터테인먼트와 공동주최로 포은아트홀에서 창작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을 초연했다. 이날 공연은 지역문화재단이 전국에서 처음 뮤지컬을 처음 만나는 공연장으로 자리잡겠다는 전략이 통한 듯 첫 공연에 800여명의 관객이 몰렸다. 인터미션에는 전문가적 평가를 나누는 공연계 종사자, 언론인, 뮤지컬 마니아 등이 큰 관심을 보였다. 인기 소설과 드라마를 뮤지컬로 재창조한 해품달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 속에서 한국 특유의 문화를 발현했다. 천연염색 조각보 이미지의 무대막과 그 한가운데서 해를 품은 달 모양의 비녀 이미지가 검은 비단에 사라지는 영상은 전통적 매력을 발산하겠다는 연출 의도를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실제로 상연 내내 조명과 의상, 긴 천이 달린 부채와 같은 각종 소품 등을 통해 전통 특유의 아름다운 색감을 선보였다. 탈춤, 붓글씨, 시조 등 전통문화를 극 곳곳에 풀어내 외국 뮤지컬과 차별화했다. 총 20부작 드라마를 짧은 호흡의 무대극으로 옮기면서 스토리에 대한 적절한 선택과 집중도 돋보였다. 뮤지컬 해품달은 조선시대 권력 다툼과 무속신앙, 얽히고 설킨 사랑이야기 대신 순정파 왕 이훤과 세자빈이자 액받이 무녀인 연우의 운명적 사랑에 집중했다. 이에 주연배우의 흡인력은 더 중요해졌는데, 헤드윅과 라카지에서 능청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여장남자를 소화해왔던 배우 김다현은 익살스러우면서도 애달픈 사랑을 간직한 왕에 몰입해 관객을 매료시켰다. 문제는 뮤지컬의 가장 강력한 힘이었어야 할 음악의 혼돈이었다. 잦은 변조에 재즈ㆍ트로트ㆍ가요ㆍ민요 등 다양한 장르음악풍의 뮤지컬 넘버가 뒤섞여 오히려 관객의 감정이입을 방해했다. 뮤지컬의 사전적 정의는 현대 음악극의 한 형식으로, 그만큼 음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제 첫 발을 뗀 해품달이 장수공연물이 되기 위해선 음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이 공연은 포은아트홀에서 오는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7월6일부터 31일까지 이어진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공연리뷰]2013 수원화성국제연극제

2013 수원화성연극제가 지난 24~28일 닷새 동안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이번 축제는 김철리 예술감독의 의도대로 대사가 중심이 되는 연극이 아닌 음악, 무용, 영상 등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연극이 주를 이뤘다. 행사 준비 부족이라는 문제가 산재해 있었지만 관객들이 새로운 연극에 마음을 뺏긴 것만은 사실이다. 개막작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는 시민 배우가 직접 참여하며 시민이 주인 되는 축제를 보여줬다. 오디션을 거쳐 무대에 오른 70여 명의 배우는 실수를 거듭하면서도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고, 카메오로 출연한 염태영 수원시장과 노영관 수원시의회 의장은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아쉬운 부분이 가장 많으면서도 가장 호응도가 높았던 작품은 스페인 극단 작사 씨어터의 마법의 밤과 불꽃의 바다이다. 불꽃 사용 불허로 완구용 소품으로 대체된 마법의 밤은 2% 부족한 불꽃놀이에 그쳤다. 그러나 만석공원으로 장소를 옮긴 불꽃의 바다는 달랐다.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스페인 불꽃이 음악과 무용에 어우러져 관객들은 배우들을 따라다니며 공연을 만끽하기에 충분했다. 천막극장에서 펼쳐진 레오는 배우의 몸짓이 카메라 기법을 통해 또 다른 형식으로 펼쳐져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독일 Y2D프로덕션이 한국인 스태프는 리허설 참석을 금지한다는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 때문에 예정과 달리 폐막작이 된 지팡이쇼는 비가 오는 행궁광장을 들썩이게 했다. 현란한 비트박, 화려한 댄스에 코믹적인 요소가 가미되면서 내리치는 빗발에도 관객들은 우비를 입고 배우들과 끝까지 함께 했다. 이번 축제는 지난해 설립된 수원문화재단이 처음으로 자체 준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개ㆍ폐막작에 사용되는 불꽃 사용과 관련해 개막 전날까지 경찰과의 입장을 좁히지 못했고, 무대 문제로 공연이 취소되는 등 준비 과정이 부실했다.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재단만의 리그가 아니다. 한 달 뒤 열리는 축제 평가회에서 재단 측은 부족했던 부분을 당당히 드러내야 하고, 평가위원회는 질타보다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결합한 평가를 해야 한다. 아쉬웠던 올해 축제를 뒤로 한 채 배우가 흥분하고, 시민이 열광하고, 주최 측이 스스로 박수칠 수 있는 2014 수원화성국제연극제를 기대해본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공연리뷰]경기도립극단 ‘부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을 원작으로 한 동명 연극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최근 출판계와 영화계에서 고전을 재조명하는 등 세계적으로 고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주목받는 실력파 연출가 고선웅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이 각색ㆍ연출을 맡아 고전 중의 고전을 어떻게 연극 무대에 표현해낼지 연극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부활은 귀족인 네흘류도프 공작(서범석)과 창녀 카츄샤(예지원)의 이야기를 통해 정신적 타락과 육체적 타락에서 부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선웅 감독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은 채 순수로의 회귀라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대신 각색 과정에서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역사적 배경(러시아 말기)은 과감하게 버리고 노래와 현대무용 등 뮤지컬적인 양념을 팍팍 넣어 현대적으로 변신시켰다. 그래서 순수연극이라기 보다는 뮤지컬 냄새가 짙다. 고 감독이 기존에 즐겨 사용하는 연극 기법도 곳곳에 묻어 있다. 네흘류도프가 약혼자 미시와의 파혼을 선언하는 만찬장에서 귀족들이 속사포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과 카추샤와 네흘류도프가 만나는 유치장 면회실 장면을 언어 자체의 리듬과 역동적인 춤을 이용해 연출한 점이 그렇다. 폴란드 출신의 무대디자이너 알렉산드라 바실리코프스카의 무대 연출도 연극의 뮤지컬화를 한몫 거들었다. 리모델링 공사로 무대 안쪽으로 30m나 깊어진 CJ토월극장의 공간을 적극 활용, 턴테이블 한쪽 끝에 7m 높이의 언덕(사이클로라마)을 세웠다. 인물들은 연신 오르락내리락, 굴러떨어지거나 미끄러진다. 그리고 언덕을 회전시켜 장면 전환효과를 높였다. 고 감독은 이 언덕을 주인공 네흘류도프의 영적인 성장과정과 그가 점진적으로 부활과 깨달음의 상태로 도달하는 것을 상징하는 장치로 사용했다. 무엇보다 주연급 서범석, 예지원을 비롯해 이승철, 류동철 배우를 비롯한 경기도립극단 배우 19명 등 모두 26명의 출연진이 무려 103명의 등장인물을 소화해 낸 것 자체가 탄탄한 팀워크를 입증해보이기에 충분했다. 단, 네흘류도프의 비중이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카츄샤 캐릭터가 왜소해졌다는 것과 극 전반부에 힘이 많이 실리고 후반부가 급하게 마무리된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선웅 예술감독의 부활은 한편의 뮤지컬같은 명작연극임은 틀림없다. 오는 6월2일까지 공연된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공연리뷰]수원시니어합창단 ‘광교산 연가가 흐르는 효의 사랑의 이야기’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느린 걸음걸이, 외우지 못한 가사. 여느 음악회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런 출연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공연 중간 중간 OO가 최고다!라는 응원 메시지를 전한다. 출연진뿐만 아니라 관객도 달랐다. 백발은 물론 허리는 반쯤 꼬부라져 지팡이에 의존한 할아버지, 할머니로 공연장이 가득 찼다. 지난 7일 저녁 특별한 사람들이 만든 특별한 음악회 수원시니어합창단 광교산 연가가 흐르는 효의 사랑의 이야기 무대의 모습이다. 서곡으로 수원 애향의 시인 임병호씨의 시 광교산 연가가 단원들의 하모니로 변해 울려 퍼졌다. 오현규 지휘자가 직접 작곡한 곡은 부드러우면서도 금세 귓가에서 맴도는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오 지휘자는 이날 지휘자로, 사회자로, 색소폰 연주자로 멀티 플레이어의 면모를 선보였다. 2부에서 두 무리로 나뉘어 연신 야옹, 야옹 앙칼진 고양이 소리를 냈던 여성단원들의 고양이 2중창은 지루할 수 있는 음악회에 활력소가 됐다. 마지막 3부에서는 단원들의 연기가 가미된 코믹무대 중화반점과 율동과 어우러진 무조건으로 딱딱한 음악회라는 이미지를 깨고 좌중을 폭소케 하는 센스를 보였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단원들의 손자, 손녀가 직접 무대에 올라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단원에 대한 감동과 함께 효를 주제로 한 음악회가 한껏 돋보인 순간이다. 51세 막내부터 78세 맏이까지 일주일에 세 번, 하루 5시간을 함께 한 그들이 만들어 낸 작품은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 1, 2층을 꽉 채운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공연리뷰]경기도립극단 ‘외톨이들’

1일 43명, 30분에 1명꼴. 대한민국에서는 하루에 43명, 거의 30분에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문제는 해마다 자살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처참한 상황에서 경기도립극단의 영상음악극 외톨이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3일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소극장에선 자살이라는 사회적 문제와 사춘기 청소년들의 삶의 문제를 다루고자 기획한 외톨이들이 첫선을 보였다. 외톨이들은 경기도립극단(예술감독 고선웅)과 경기광역정신증진센터(센터장 김현수)가 정신건강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로 준비한 작품으로 제7회 G-mind 정신건강연극제 초청작이기도 하다. 솔직히 청소년 자살 문제는 연극 소재로는 뻔한 이야기다. 기존에 많은 작품에서 계몽적인 목적에만 충실한 나머지 죽지 말고 희망을 갖고 살자라는 메시지만 무식하게 강요해왔다. 그러나 외톨이들은 달랐다. 연극적 재미와 희망의 메시지가 잘 버무려진 웰메이드 정신건강 연극으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게이 아빠 현상이 집을 나가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씩씩하게 살아가는 18살 여고생 기쁨이, 기쁨이의 집에서 얹혀사는 단짝 친구 소라, 그리고 기쁨을 좋아하지만 고백은 못하고 주변만 어슬렁거리던 지호, 유기농 빵을 만들어 돈을 모으면 성형을 하고 싶어하는 털녀 민지와 토끼 이슬이 등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안한 존재다. 불안한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관계를 단정 짓는 나쁜습관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의 고민은 새털처럼 가볍고, 내 고민은 바위처럼 무겁다고 아우성 친다. 이들은 노숙자를 만나면서 삶의 희망을 노래한다. 외톨이들이의 수척해진 인생, 야위어만 가는 인생은 춤과 노래, 재치 넘치는 대사로 융통성있게 표현됐다. 작품마다 이슈를 몰고 다니는 연극계의 지드래곤 고선웅 예술감독의 연출과 젊은 배우들의 연기호흡이 좋아 자살 이야기가 거꾸로 살자로 강하게 다가온다. 공연은 오는 7월 13일까지 경기도내를 순회공연한다. 문의 070-7119-0881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공연리뷰]경기도립국악단 신춘음악회 ‘경기인물뎐’

고백한다.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지만 정작 국악공연에 대해선 솔직히 고루(固陋)했다. 지난 3월 20일 저녁 7시 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열린 2013 경기도립국악단 기획공연 신춘음악회 경기인물뎐을 보러 가는 길도 그러했다. 여기서 그러함은 도립국악단의 신춘음악회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낡고 고루할 것이라는 무책임한 생각을 뜻한다. 내심 헛기침도 못하고 부동자세로 앉아 90분을 무슨 재미로 버티나 걱정이 앞섰다. 허나, 국악공연에 대한 기자의 무책임한 태도와 막연한 걱정이 얼마나 무식한(?) 행동이었는지 공연 시작 얼마되지 않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경기인물뎐은 뛰어난 기획력이 돋보이는 신춘음악회였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조선 정조대왕을 필두로 경기문화재단에서 선정한 경기도 위인 33인 소개하고 그 중 정도전(평택), 조광조(용인), 이이(파주). 정약용(남양주)을 매(梅), 난(蘭), 국(菊), 죽(竹) 사군자에 빗대어 전통음악을 선보였다. 우렁찬 대취타를 시작으로 웅장한 대북연주와 함께 종묘제례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번 신춘음악회는 듣는 국악을 뛰어넘어 보는 국악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경기도 위인 4인을 주제로 경기민요와 생소병주, 산조합주, 풍물놀이 등이 연주되는 동안 화가 박채성이 대공연장 한쪽 무대에서 직접 사군자를 테마로 그림 퍼포먼스를 선보여 그야말로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다. 실시간 퍼포먼스는 국악이 다소 낯선 관람객들을 사로잡기에 참, 좋은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수원과도 인연이 깊은 남양주 출신의 정약용을 테마로 진행된 풍물놀이는 도민들에게 힘찬 새 기운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또 두 마리의 사자탈이 나와 엎드리고, 기고, 뛰고, 업고, 꼬리를 흔드는 사자의 춤사위에 어깨가 들썩, 들썩거렸다. 귀가 흥겹고, 눈이 즐거운 경기도립국악단의 공연을 통해 국악이 이리도 매력적인 녀석(?)이었는지 이제서야 알게 됐다니 참, 촌스럽다. 국악이 고루(固陋)한 것이 아니었다. 기자가 형편없이 고루(孤陋)한 것이었지.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공연 리뷰]공연보다 더 판타스틱한 문화재단

평일, 그것도 목요일 저녁 7시30분. 저녁먹을 식당도 아니고, 개봉작을 볼 영화관도 아니고, 담소 나눌 찻집도 아닌데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어린 자녀의 손을 잡은 젊은 부부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향한 곳은 오산문화예술회관. 지난달 28일 오산문화재단(상임이사 강창일)이 주최한 넌버벌 퍼포먼스 판타스틱(FANTASTICK)에는 평일 저녁임에도 총 객석 4분의 3 이상인 관람객 700여 명이 몰렸다. 이 같은 이례적인 관객 몰이는 문화재단이 최근 종영한 주말 인기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즐겼던 바로 그 공연으로 홍보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처음으로 오산을 찾은 판타스틱은 지난 2011년 초연 후 전용 상연관에서 공연 중이다. 타악, 현악, 상모를 돌리며 추는 비보잉, 퓨전국악 등 한국 특유의 공연 콘텐츠를 한데 모은 작품이다. 정비소를 운영하는 타악 가문과 귀신이 돼 하늘피리를 찾아 떠도는 현악 가문이 음악 베틀을 겨루는 스토리다. 간결한 이야기에 다채로운 보고 들을거리로 무장해 어린이와 노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 대상 작품으로 제격이다. 하지만 그만큼 허점도 있다. 진부한 슬랩스틱식 코미디나 유명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통해 익숙한 타악과 각종 퍼포먼스는 식상하게 느낄 법 하다. 또 당초 중극장 규모의 작품인 판타스틱은 리허설 부족과 대극장 규모에 적응하지 못해 조명 실수를 연발하고 배우들이 무대를 장악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이날 판타스틱은 오산의 특별한 공연으로 기억될 만 하다. 지난해 7월 창립된 문화재단이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많다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온 가족이 관람할 수 있고 때마침 드라마 인기 상승에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작품을 선택, 공연계 비수기인 2월 평일에 많은 관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날 문화재단 직원들이 공연장 로비에서 커피와 빵 등을 저렴한 가격에 직접 판매하고 공연장 외부에 친숙한 음악을 틀어놓는 등 섬세하면서도 적극적인 서비스가 돋보였다. 어린 꼬마를 웃기고 관객을 춤추게 했던 공연보다 더 판타스틱했던 것은 맞춤형 공연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의 문화예술 저변 확대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문화재단이었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공연리뷰]세계 초연 괴테의 ‘쉰 살의 남자’

욕심많은 사냥꾼은 사냥에 나가 빈손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토끼, 사슴, 맷돼지 등 모두 잡고 싶은 마음이 앞서 정작 사냥 대상에 따른 도구와 방식을 선택하는 데 시간을 뺏기기 때문이다. 지난 22~23일 부평아트센터(관장 조경환)에서 초연된 창작오페라 THE 50은 바로 그 욕심많은 사냥꾼이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독일의 대문호 볼프강 폰 괴테의 단편소설 <쉰 살의 남자>를 바탕으로 제작한 창작오페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오페라단의 창작팩토리 지원사업에 선정, 작곡가 성세인과 부평아트센터가 공동기획했다. 오페라로 구현하기 어려운 독일 문학작품 중 괴테의 숨겨진 보석을 끄집어낸 것만으로도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 하다. 원작은 아들의 짝으로 생각했던 스무살 여인의 사랑을 받게 된 쉰 살 먹은 아버지 소령과 연상의 미망인을 사랑하지만 거절당하는 아들이 제자리를 찾기까지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그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학한 성세인 작곡가는 이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함축적인 대본과 서정적인 아리아로 표현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어둡고 낮은 음률이 반복돼 폭발력이 아쉬웠다. 특히 좁은 음역대의 곡이 이어져 각 성악가의 기량을 발휘할 지점이 없었다. 다만 소령의 여동생 남작부인역의 정미영 메조소프라노가 고혹한 분위기의 몸짓과 특유의 음성으로 놀라운 흡인력을 보였고, 아리아 봄이 와 꽃을 피우고를 통해 극의 주제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 것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극이 단조롭게 느껴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많은 요소를 한 무대에 끌어올린 탓이다. 박상연 연출가는 전형적이지 않은 복합 장르의 표현법이 관건이라며 텍스트나 음악의 전형성을 깨겠다고 밝혔으나, 욕심이 지나쳤다. 예로 검은색 디귿자를 좌우 반전 시킨 중심 무대는 단순하고 강렬했지만 너무 높았다. 1막 후 앞자리에 앉은 관객은 모두 뒷자리로 옮겨 앉았야만 했다. 무대 전체를 덮은 검은 스크린에 하얀색의 공간 분할 선, 한글, 숫자 50 등을 연출했는데 역시 과했다. 극 초반에는 신선한 무대 공간 연출로 다가왔지만, 점차 눈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살아 움직이는 배우에 대한 몰입도를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욕심많은 사냥꾼의 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3월 2013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막을 올릴 예정이다. 참 진부하지만, THE 50은 이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를 맞았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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