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한다.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지만 정작 국악공연에 대해선 솔직히 ‘고루(固陋)’했다.
지난 3월 20일 저녁 7시 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열린 2013 경기도립국악단 기획공연 신춘음악회 ‘경기인물뎐’을 보러 가는 길도 ‘그러’했다. 여기서 ‘그러함’은 도립국악단의 신춘음악회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낡고 고루할 것이라는 무책임한 생각을 뜻한다. 내심 헛기침도 못하고 부동자세로 앉아 90분을 무슨 재미로 버티나 걱정이 앞섰다.
허나, 국악공연에 대한 기자의 무책임한 태도와 막연한 걱정이 얼마나 무식한(?) 행동이었는지 공연 시작 얼마되지 않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경기인물뎐’은 뛰어난 기획력이 돋보이는 신춘음악회였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조선 정조대왕을 필두로 경기문화재단에서 선정한 경기도 위인 33인 소개하고 그 중 정도전(평택), 조광조(용인), 이이(파주). 정약용(남양주)을 매(梅), 난(蘭), 국(菊), 죽(竹) 사군자에 빗대어 전통음악을 선보였다. 우렁찬 대취타를 시작으로 웅장한 대북연주와 함께 종묘제례가 이어졌다.
무엇보다 이번 신춘음악회는 ‘듣는 국악’을 뛰어넘어 ‘보는 국악’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경기도 위인 4인을 주제로 경기민요와 생소병주, 산조합주, 풍물놀이 등이 연주되는 동안 화가 박채성이 대공연장 한쪽 무대에서 직접 사군자를 테마로 그림 퍼포먼스를 선보여 그야말로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다. 실시간 퍼포먼스는 국악이 다소 낯선 관람객들을 사로잡기에 참, 좋은 아이템이었다.
게다가 수원과도 인연이 깊은 남양주 출신의 정약용을 테마로 진행된 풍물놀이는 도민들에게 힘찬 새 기운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또 두 마리의 사자탈이 나와 엎드리고, 기고, 뛰고, 업고, 꼬리를 흔드는 사자의 춤사위에 어깨가 들썩, 들썩거렸다.
귀가 흥겹고, 눈이 즐거운 경기도립국악단의 공연을 통해 국악이 이리도 매력적인 녀석(?)이었는지 이제서야 알게 됐다니 참, 촌스럽다. 국악이 고루(固陋)한 것이 아니었다. 기자가 형편없이 고루(孤陋)한 것이었지.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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