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경심-김건희, ‘일가족 도륙’의 역사인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조사를 받았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KT 광화문빌딩 사무실이다. 전·현직 영부인의 소환 조사는 세 번째다. 2004년 5월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조사를 받았다. 소환 사실은 귀가 후인 당일 밤에 알려졌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2009년 4월 조사를 받았다. 역시 다음 날 소환 사실이 알려졌다. 피의자 신분으로 생중계된 소환은 김 여사가 처음이다. 김 여사가 특검법에서 받고 있는 혐의는 16개다. 지난 2023년에는 윤 전 대통령의 장모인 최모씨가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구속됐다. 최씨는 유죄가 확정된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판결문에도 등장한다. 김 여사의 계좌 3개와 모친 최씨의 계좌 1개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는 대목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처남인 김모씨도 양평공흥지구 개발과 관련해 기소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내란 예비 음모 등 혐의로 구속돼 있다.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생생하다. 검찰총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수사를 지휘했다.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전원 부정입학 의혹이 발단이었다. ‘윤석열 검찰’이 정 교수를 조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했다. 법무장관 임명을 막아서듯 이뤄진 이상한 기소였다.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구속된 것은 그 뒤의 일이다. 최종 공소장에는 입시 비리 외 사모펀드 비리, 증거인멸 등 15개 혐의가 들어갔다. 조 전 장관의 동생 조모씨도 그즈음 구속됐다. 가족사학재단의 채용 비리, 배임수재, 허위 소송 등 혐의가 적용됐다. 뒤를 이어 조 전 장관이 기소됐다. 딸 조민씨는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기소됐다. 조 전 장관의 가족에게는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조 전 장관도 수감 중이다. 당시 구속됐던 정경심 교수가 눈의 고통을 호소했다. 안대를 착용한 채로 수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 측도 실명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도륙(屠戮)은 ‘사람이나 짐승을 함부로 참혹하게 마구 죽임’을 뜻한다. 수사나 처벌 등 법치에 적절하지 않은 단어다. 이 단어를 처음 언급한 건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다.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던졌다. 보수 진영의 반발이 일었다. 그러자 표현에 대한 정정 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면서도 “조국 수사가 과잉수사는 맞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표현의 옳고 그름이 뭐 중요하겠나. 어차피 그 또한 과잉 말장난인데. 지지층이 동의할 건 ‘도륙당했다’는 호소다. 모든 국민이 동의할 건 ‘죄 없다’는 증명이다. 이게 중요하다.

[사설] 공무원 입건한 오산 옹벽 붕괴 수사, 시공사는 문제 없나

첫 번째 형사 입건자는 공무원 3명이다. 오산 옹벽 붕괴 사고 수사 관련이다. 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다. 붕괴 사고가 난 것이 지난달 16일 오후 7시4분이다. 오산시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옹벽이 무너졌다. 10m 높이 벽이 지나던 승용차를 덮쳤다. 40대 운전자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시민들로부터 세 번 정도의 관련 신고가 있었다. “지속적인 빗물 침투 시 붕괴가 우려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신고가 있었음에도 전면 통제를 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 사고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오산시에 던진 질타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그동안 오산시청, 현대건설, 국토안전관리원 등을 압수수색했다. 현대건설은 시공사, 국토안전관리원은 감리업체다. 우리가 지켜봐 온 관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안전조치 미흡 여부다. 오산시 공무원의 책임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고가도로의 부실시공 여부다. 2023년 개통된 구조물이다. 시간당 40㎜의 비에 처참히 무너졌다. 수사 20일 만에 첫 입건자가 나왔다. 시공사 대표나 감리 책임자가 아니다. 오산시의 팀장과 팀원 등 공무원 셋이다. 경찰이 중대시민재해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들린다. 더 광범위하고 엄격한 법률이다.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과 관련된 사고에 적용된다.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2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10명 이상 발생했을 때 해당된다. 이번 경우 교통수단에 의한 사고이고 1명이 사망했다. 일단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할 범위 내에 있다. 지역의 관심이 이권재 시장 입건 여부다. 사고 초기부터 나돌던 주장이다. 내년에 연임 도전이 확실시되는 그다. 정치적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중대시민재해로 기소된 시장은 한 명이다. 2023년 7월 충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있었다. 차량 17대가 물에 잠겨 14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했다. 검찰이 이범석 충주시장을 기소했다. 중대시민재해법 위반 혐의다. 지자체 책임 소재와 안전 조치 범위를 두고 팽팽하다. 경찰의 공식 확인은 없다. 사실 수사가 정치적 파장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실체적 진실만 밝혀내면 그걸로 끝이다. 이번 수사의 시작은 옹벽 붕괴의 원인이다. 그날 다른 지역에도 40㎜의 비는 내렸다. 붕괴를 합리화할 이유가 못 된다. 개통 2년 된 신설 구조물이었다. 그런 도로가 두부 잘리듯 뽀개졌다. 시공·설계 부실을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다. 강제수사의 첫머리도 시공사와 감리업체였다. 하지만 업체 관계자의 입건은 없다. 아직 수사를 안 한 건가. 아니면 했는데 없는 건가. ‘40대 가장’의 유족이 말한 것은 모든 인재(人災)의 규명이다. 행정 책임이 시공사 부실을 가려도 안 되고, 시공사 부실이 행정 책임을 가려도 안 된다. 수사를 통해 드러날 종합적 정황을 기다려 보자.

[사설] 경기도, ‘4.5일제’ 자랑하며 ‘24시간 격일제’ 방관하나

경기도가 ‘주 4.5일제’를 추진하고 있다. 임금 축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참여 기업에는 장려금도 지원하고 있다. 직원 1인당 최대 26만원에 이른다. 주 40시간 대신 주 35시간을 근무한다. 아니면 격주로 주 4일제를 시행해도 된다. 68곳이 시작했고 47곳이 추가됐다. 도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들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시범 정책이다. 전국의 4.5일제 실시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다. 김동연 지사의 뜻이 반영된 ‘경기도형 4.5일제’다. 이와 너무도 다른 도 내부의 근무 실상이 소개됐다. ‘어떤 공무원’이 ‘생각해보자’며 전한 얘기다. 경기도소방학교 파견 공무원의 격무 실태다. 소방 공무원의 교육과 훈련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그 시설에 중앙감시실이 있다. 시설 전반의 유지·보수와 안전 감시 업무를 본다. 경기도에서 파견된 공무원 2인이 근무 중이다. 6급인 이들의 근무 형태가 격일제다. 24시간 근무하고 하루를 휴식한다. 평일·주말의 구분이 없고, 설날·추석에도 예외 없다. 어엿한 경기도청 소속이다. 그런데 ‘주 4.5일제’와 딴 세상이다. ‘보다 나은 환경’을 전하는 게 아니다. ‘보다 못한 환경’을 고하는 것이다. 실상을 전하는 공무원이 대안을 말했다. “3조3교대나 4조3교대 등으로 전환해 줘야 하지 않나.” 도가 밝혔다. “중앙감시실의 근무 환경 관리는 소방학교 소관”이라며 “정식 건의가 접수될 경우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소방학교 관계자의 설명도 있다. “교대 근무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노동시간 개선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된 강도 높은 질타도 있었다. “생업을 위해 나간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후진적 사고는 근절돼야 한다.” “주 4일을 밤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12시간씩 일하는 게 가능한가”라고 묻기도 했다. 올해만 다섯 차례 사망사고가 있었던 SPC그룹의 예를 언급한 것이다. 법정 근로시간 속에 방치되는 변형된 격무의 폐해다. ‘24시간 격일제’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해결하고 가야 할 집중 노동 현장이다. 경기도의 ‘주 4.5일제 시범 사업’은 시작됐다. 이제는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는 절차다. 부정·긍정적 견해를 새삼 토론할 단계는 지났다. 그렇더라도 ‘시범 경기도’에 걸맞은 모습은 맞춰 가야 할 것이다. ‘도 공무원’이 전하는 취지도 여기 있다. ‘12시간 연속 노동’에 대통령이 격노했다. ‘24시간 연속 노동’은 도지사가 질타해야 한다. ‘건의’가 오기를 기다릴 게 아니다. ‘소방’의 영역이라고 맡겨 둘 일도 아니다. ‘4.5일제’보다 선결해야 할 ‘격일제’다.

[사설] 경험 축적·안전 행정, ‘인천 펜타포트 락’의 새 역사 쓰다

송도달빛축제공원은 지구촌 축제의 현장이었다. 폭염을 뚫고 늘어선 관객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록의 향연에는 세계인 누구도 낯설지 않다. ‘터치드’의 강렬한 연주에 곧바로 하나가 됐다. 만장을 중심으로 관중의 군무가 시작됐다. 남녀·인종 없이 어우러진 퍼포먼스였다. 곳곳에 뿌려지는 물줄기는 더위조차 즐거웠다. 스무 번째를 맞는 인천의 축제, 2025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성료됐다. ‘인천 역사를 새로 썼다’ 외의 표현이 없다. 펄프(Pulp)가 무대에 섰다. 20세기 브릿팝 최고의 밴드다. 30년 넘는 활동으로 영국 록의 전설이다. 몽환적이며 사이키델릭한 그들의 연주가 밤하늘을 덮었다. ‘통속적 가사로 건강한 사회를 추구하는’ 그들의 노래다. ‘Common People’을 모든 관객이 함께 부르며 하나가 됐다. 벡(Beck)은 이번 축제의 중량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래미 8관왕의 위용이 빛났다.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도 섰다. 일본의 세계적인 록 밴드다. 국내 록 밴드도 총망라됐다. 장기하, 혁오 앤 선셋 롤러코스터, 크라잉넛, 자우림, 이승윤, 델리스파이스.... 모두 58개팀이 무대 사흘을 채웠다. ‘이런 라인업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번 축제에 쏟아진 많은 팬들의 경탄이다. 화려하고 방대하고 웅장했다. 국내 공연 사상 최대 무대 설비였다. 모두 3개를 준비해 순차적으로 활용했다. 안전을 위해 특별한 기술이 적용된 설비였다. 최고의 축제는 이런 최고의 시설이 있어 가능했다. 용광로 같았던 공연은 행복을 남겼다. 77세 관객의 소감이 언론에 소개됐다. “왜 펜타포트냐고요. 록이잖아요. 제 안에는 록에 대한 향수가 있어요.” 광주광역시에서 왔다는 41세 관객도 말했다. “이 3일간의 공연을 보기 위해 1년을 살았어요.” 출연 밴드들의 감회도 특별했다. 크라잉넛은 “한국 밴드로서 펜타포트 무대에 서는 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20회를 맞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이 대체불가 축제가 나눠준 행복이다. 모두에게 본보기가 된 부분이 있다. 안전을 위한 인천시 행정이다. 작열하는 태양 속에 치러진 축제다. 안전을 위한 상상 이상의 준비가 이뤄졌다. 하병필 행정부시장이 직접 안전 점검 회의를 주재했다. 경호, 의료, 소방 인력 642명이 관객 사이를 소리 없이 지켰다. 살수차, 워터캐논, 미스트 선풍기, 파라솔이 배치됐고, 생수 3만개가 무료 제공됐다. 인하대병원 등 6개 병원과 연계된 응급 체계가 축제 현장 곳곳을 촘촘하게 지켰다.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 투명한 운영이 있었다. 누적된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철저한 안전 행정이 있었다. 이런 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20년 만에 최고로 밀어 올린 힘이다.

[사설] 정청래 여당 대표, 협치정치 해야 이재명 정부 성공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일 전당대회를 열어 정청래 국회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계속 1위를 차지한 정청래 후보는 일반의 예상과 같이 거대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돼 앞으로 1년간 이재명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같이하면서 국정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여당 당대표가 지닌 책무는 실로 막중하다. 그러나 당대표 경선 과정과 전당대회 취임 연설에서의 발언 내용을 보면 우려되는 점이 많다. 경선 과정은 열성당원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한 선거운동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으나, 정 대표의 의정 경력과 공약을 보면 과연 국민들이 원하는 야당과의 협치정치가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염려된다. 당대표 경선에서 정 대표는 야당을 압박하고 강력한 입법 독주를 할 투사가 되겠다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협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협치보다 내란 척결이 우선”이라며 ‘완전한 내란종식’을 강조하면서 ‘명심(明心)’을 내세웠다. 심지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겨냥해 위헌 정당 해산, 내란동조 의원 제명 추진 등을 언급했을 정도로 야당과는 협치는 고사하고 오히려 적대세력으로 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정 대표는 더 이상 더불어민주당 일부 강성 지지층의 대표가 아니다. 거대 여당의 대표로서 국민 전체를 보고 여당을 이끌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최근 이념·지역·세대 차원에서 극도로 분열,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국가 발전의 심대한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 사회통합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통합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둘째, 헌법에 의거, 삼권분립 정신을 염두에 두고 협력과 긴장이 공존하는 당정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수행의 동반자 역할에 머물지 말고 잘못할 경우 비판도 과감하게 할 때 정 대표가 추구하는 이재명 정부도 성공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 국민의힘이 집권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못해 동반 실패했음을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정 대표는 야당이 결코 적대 세력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국회가 국정 발목을 잡는 싸움터가 아닌 건설적 입법 경쟁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하며, 야당을 척결 대상이 아닌 국정 동반자로 인정하는 것이 협치정치의 시작이다. 이는 곧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우는 ‘협치와 통합의 정치’ 구현이 아닌가. 정 대표를 비롯한 여당은 대화와 토론을 통한 협치정치라는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을 되새겨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하기를 간곡히 요망한다.

[사설] 노란봉투법이 국민 모두의 ‘국익’인가

한미 관세협정이 타결됐다. 상호관세는 15%로 결정됐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낮아졌다. 일본과 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이다. 3천500억달러(약 487조원)의 대미투자금도 포함됐다. 이 중 1천500억달러는 조선협력 전용 펀드다. 관심이 컸던 농축산물 개방은 현 수준이 유지됐다. 타결 내용에 대한 해석은 양국이 엇갈린다. 서로 이익이 되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다행히 협상 시한에 타결했다. 협상 불발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가운데 이런 게 있다. ‘새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고 싶다.’ 협상이 타결된 상대국 지도자에 대한 배려다. 한미 정상회담에 합의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우리도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소감을 냈다. 호혜라는 협상의 기본을 설명했다. 가장 주목할 것은 국익(國益)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또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항상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는 외교 원칙도 강조했다. 협상 평가를 단편적으로 볼 수는 없다. 대통령 지적처럼 협상은 상대적인 것이다. 분명한 것은 국내 기업에 시작된 고난이다. 25%를 기준으로 삼으면 10% 감세다. 하지만 한미 FTA에 근거한 그동안의 관세는 0%였다. 타결된 관세 15%가 모조리 새로운 부담이다. 우리 기업의 대미 평균 영업이익률은 5% 내외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10%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우리 기업의 평가가 정치·외교적 평가와 전혀 다른 이유다. 생존이 걱정이다. 생각해 볼 게 있다. 이 대통령이 ‘국익’을 강조할 때 정부 여당은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인다. 당정이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7월 임시 국회(8월4일까지)라는 기한까지 정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업의 책임을 하도급 업체까지 확대하고, 하도급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불법 파업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의 방향은 새삼 논쟁이 필요 없다. 반(反)기업, 친(親)노조다. 기업들이 ‘노란봉투법’의 분노와 절망감을 표했다. “엄중한 경제 상황에도 상법,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는 것에 대해 우려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경제8단체가 지난달 29일 낸 성명이다. 정치가 ‘트럼프 관세 공포’를 보는 순간에 기업은 ‘노란봉투법 공포’를 보고 있는 셈이다. 성명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이 전해졌다. ‘유예기간도 있고, 그 사이에 한계가 있다면 충분히 조율할 수 있다’. ‘유연성’으로 해석하면 너무 순박할까. 이재명 대통령의 ‘국익’에 동의한다. 수출기업의 경영도 ‘국익’이다. 이 ‘국익’도 보호돼야 균형 있는 국가다.

[사설] 지역화폐, 소비쿠폰 시장 빼앗긴 이유가 있다

소비쿠폰을 지역화폐로 쓰면 소상공인이 좋다. 맞다. 가장 확연한 차이는 매출 수수료다. 신용카드는 0.4%에서 1.45%다. 매출 구간별로 차이가 있다. 지역화폐는 0.15%에서 1.15%다. 차이만큼 소상공인에게 이익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로 유인된다. 이게 지역화폐의 존재 이유다. 소비쿠폰의 목표도 내수시장 활성화다. 지역화폐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된다. 그래서 많은 기대도 걸었다. 기대만큼의 효과는 있는 걸까. 경기일보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점검했다. 한마디로 실망이다. 시중은행 신용카드에 크게 밀리고 있다. 29일 현재 소비쿠폰 신청자는 1천186만6천116명이다. 전체 도민의 87.4%에 달한다. 수취 거부자나 수취 불능자가 있을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신청할 사람은 대부분 했다. 이 시점에서 861만9천631명이 신용·체크카드로 신청했다. 전체의 72.6%다. 반면 지역화폐 신청자는 22%인 257만6천738명이다. 시장을 놓친 것이다. 수원의 한 전통시장 상인이 소비 현장을 설명했다. “지역화폐로 소비쿠폰을 쓰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지역화폐를 이용하지 않는 도민이 많고, 이들은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니 번거롭고, 신용·체크카드가 주거래 수단으로 이미 자리했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을 극복해야 할 이득도 지역화폐에는 없다. 경기도도 물론 알고 있다. 그래서 미리 준비한 노력은 있었다. 사용처를 신용·체크카드와 동일하게 확대해 놨다. 공공배달앱을 통해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김동연 도지사까지 현장을 찾아 홍보 활동도 폈다. 그런데도 실제 신청률에서 참패하다시피 했다. 생각건대 도민에게 돌아갈 실질적인 혜택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명심해 들은 조언이 있다. 이은희 교수(인하대 소비자학과)의 주문이다. “행정 목표가 아닌 도민 입장에서 정책을 펴가야 합니다.” 원론적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절절한 진단이다. 소비를 결정하는 건 도민이다. 소상공인은 그 선택을 받는 위치다. 그런데 행정은 소상공인만 향했다. 지역화폐의 정책적 목표만 강조했다. 정작 선택권이 있는 도민의 이익은 외면된 것이다. ‘소상공인을 살려야 하니 불편하더라도 지역화폐를 쓰라’고 강요하고 권고해온 것이다. ‘상공인을 돕자’는 선의(善意)에만 기대고 있었던 것이다. 지원금은 또 있을 수 있다. 이번에 바꿔 놓자.

[사설] 수원·인천지검장 취임사, 예전과 다른 느낌 있다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박영빈 인천지검장이 취임했다. 29일 나란히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지역민에게 내놓는 첫 메시지를 들을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검찰 역할에 대한 당부다. 과거의 경우 흔히 접한 화두는 ‘엄단’(嚴斷)이다. 검사장의 임기는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1년이다. 두 검사장에게는 지방선거라는 검찰 수요가 있다. 선거사범 엄단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을 법하다. 하지만 선거에 대한 언급은 둘 모두 생략했다. 그 밖에 검찰권 행사에 대한 언급도 생활형 범죄에 비중을 뒀다. 마약·강력·디지털·아동·산재 범죄에 대한 대처다. 그 대신 많이 강조된 부분은 검찰의 역할과 본분, 개혁 등이다. 박 수원지검장은 “사건 관계인의 주장을 경청하고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인천지검장은 “감찰권 남용으로 억울함을 느끼는 국민이 없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한보다는 인권의 보호·자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검찰 개혁에 대한 의견도 냈다. 박 수원지검장은 직원 간의 합심을 강조하며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듯이 어떤 어려움도 헤치고 나아가면 국민을 위한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처한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인천지검장은 검찰 개혁을 직접 언급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탄탄한 사법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여야는 28일에도 ‘검찰개혁 4법’ 논란을 이어갔다.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공소청·국가수사위원회·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위원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만 분리하면 탈정치화가 되겠나”고 따졌다. ‘정치 검찰’이 그냥 ‘정치 경찰’로 바뀔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검찰이) 가차 없이 수사해 재판받게 했다”며 자신의 예를 빗댔다. 일선 지검장들의 취임사는 절제되고 정제된다. 정치적으로 해석될 표현은 담지 않는 게 상례다. 수원·인천지검장의 29일 취임사도 이런 궤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심이 컸던 건 이재명 정부에서의 변화 기류 때문이었다. 두 검사장의 취임사는 어렵지 않게 와 닿았다. 검찰권 행사보다는 검찰권 성찰에 비중을 두고 있고, 안으로부터의 평가보다는 밖에서 보여지는 모습에 비중을 뒀다. 평범한 덕담으로 전달한 검찰의 상황이다.

[사설] 특검 수사와 정치 탄압, 경기 정치에서 뒤엉키다

28일 하루 경기도 야당이 어수선했다. 김선교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수색 대상에 양평 자택도 포함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역시 지역구인 화성의 자택이 포함됐다. 평택의 최호 전 도의원은 숨진 채 발견됐다. 2022년 평택시장 국민의힘 후보였다. 인천 정가에서는 윤상현 의원 소환이 있었다. 공천 의혹과 관련된 피의자 신분이었다. 경인지역, 특히 경기지역 야당이 하루 종일 중심에 서 있었다. 전부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팀)과 관련 있다. 김 의원은 두 개 의혹을 받고 있다. 하나는 양평IC를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지역으로 바꾸게 했다는 의혹이다. 다른 하나는 김 여사 일가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이때 김 의원은 양평군수였다. 이 대표에 대한 혐의는 공천 개입 여부다.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당시 당 대표로 김 여사의 공천 개입과 관련 있다’는 의혹이다. 이 대표는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에 있었다. 이런 상황을 접하는 경기도 야권은 근심이 많다. 2026년 지방선거까지는 열 달 남았다. 2022년 구성된 지방정부 구성은 비슷하다. 시장·군수 비율만 보면 국민의힘(22명)이 민주당(9명)보다 많다. 하지만 2024년 4월 총선이 만든 비율은 일방적이다. 60석 가운데 53석이 민주당이다. 야권은 국민의힘 6석, 개혁신당 1석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1년 차다. 이것만으로 경기도에서 야권이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런 때 마주하게 된 국힘·개혁신당 두 야당 수사다. 대상자 모두가 경기도 지방선거를 지휘할 위치다. 김 의원은 16일 경기도당 위원장에 선출됐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기는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10여일 만에 강제 수사를 받았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후보군의 하나로 거론된다. 야권 단일화의 한 축이 될 수도 있다. 개혁신당 대표에 17일 당선됐다. 취임 하루 만의 강제 수사다. 경기도 야당에 닥친 악재다. 물론 당사자들은 펄쩍 뛴다. 김 의원은 “지극히 정상적인 의정 활동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의혹 모두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무고죄로 고소하겠다”고도 했다. 이 대표 측은 ‘공천 영향 행사 없었다’고 부인했다. 본인도 “강제 수사가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각 정당의 경기도 선거를 책임진 두 의원이다. ‘의심받는 도당 위원장·당 대표’로는 선거를 이길 수 없다. 도민 앞에 의혹을 석명해야 할 책임이 놓여 있다.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공개 수사의 시작이다. 기소·불기소를 결판 내야 한다. 수사와 선거는 뒤엉킬 것이다. 이것이 경기도에서 목격될 가능성 높은 ‘2026 선거’다.

[사설] ‘추락 직전 기장 표정 그려라’, 수원대 제정신인가

예술도 결국은 인간의 삶 속에 있다. 듣고 보고 판단 받게 되는 영역이다. 그런 면에서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비행기 추락 직전의 기장(40대 남성)의 얼굴 표정을 묘사하시오.” 한 대학교가 실기대회에 출제한 주제다. 응시생들은 고교생 등 대학 입시생이다. ‘참사 직전 표정’을 그려 보라는 문제다. 비행기 추락 참사 순간을 상상해야 그릴 수 있다. 모두가 연상하는 참변이 아주 가까이 있었다. 2024년 12월29일 제주항공 참사다. 문제를 출제한 대학은 수원대다. 미술대학 실기대회 중이었다. 두 개 문항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그중 하나가 이 문제였다. 39명의 학생이 이 문제를 선택해 그림을 그렸다. 과연 어떤 연상을 했을까. 어떤 표정을 그렸을까. 상상하기도 고통스럽고 끔찍하다. 수원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시험 보러 온 학생 중에 유가족이 있었으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창피한 것을 넘어 유가족분들께 너무 죄송하다.” 최근 상황과 연결해 보면 더 어처구니없다. 제주항공 비극은 그날로 끝난 게 아니다. 비행기 추락은 시작에 불과했다.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제의 실기대회는 19~20일 치러졌다. 바로 그 19일에도 유가족의 분노가 폭발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내용 설명이었다. 기장이 엔진 정지 오작동을 했다고 발표했다. 유족들은 기장의 잘못으로 몰지 말라며 항의했다. 그 충돌이 19일 있었는데, 바로 그날 이 문제가 출제된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부분은 또 있다. ‘기장(40대 남성)’이라고 설명한 대목이다. 제주항공 사고기 기장은 공군 출신 H씨다. 6천800시간의 비행 경력을 보유했다. 여객기 조종간을 잡은 지 5년 차였다. 바로 이 H기장의 나이가 45세다. 누가 봐도 희생자 기장을 향한다. H씨를 염두에 둔 출제로 보인다. 당사자 유족들 심정이 어떻겠나. 유가족협의회가 성명서를 냈다. 돌이킬 수 없는 2차 가해라며 분노했다. 전면적인 진상조사 착수를 요구했다. 이런 경우 흔히 보아온 대처가 있다. 행위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대학은 추상적인 관리 책임으로 쏙 빠진다. 이번에도 그렇게 가고 있다. 수원대가 밝힌 입장이 이렇다.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중”, “최종 관리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 전형적인 유체 이탈식 해명이다. 누가 누굴 조사하나. 수원대가 그리라며 던진 주제다. 피해자의 죽음을 희화화했고, 유족의 아픔을 우롱했고, 듣는 국민을 분노케 했다. 수원대가 엎드려 사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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