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장률 95%인데 화장장 부족해 큰일이다

묘지를 택하는 방식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이른 봄에 가장 먼저 눈 녹는 곳이 있다.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적은 곳이다. 이곳을 어르신들의 묘지로 선택했다. 마을 최고의 길지는 ‘죽은 자’에게 주어졌다. 장례문화의 숭고함이란 게 그랬다. 지금 세대는 이해하지 못할 옛이야기다. 요즘은 매장 묘지 조성 허가 자체가 어렵다. 매장도 크게 줄어 전체 장례의 5% 정도다. 2023년 경기도에서 7만5천여명이 사망했다. 95%인 7만1천명이 화장을 택했다. 언제부턴가 이 화장의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의 전통적인 장례 절차는 ‘3일장’이다. 이 기간 내에 장례를 마치는 게 점점 빠듯해진다. 경기도민의 3일 차 화장률이라는 게 있다. 2021년 88.1%, 2022년 73.3%, 2023년 71.5%다. 모두 전국 평균보다 낮다. 장례가 몰리는 시기에 사정은 더하다. 이를테면 2023년 12월의 3일 차 화장률이 46.8%였다. 절반 넘는 망인이 화장장을 제때 구하지 못했다. 간단한 이유다. 화장장이 부족하다. 경기도의 한 해 평균 사망자는 7만5천명이다. 현재 종합화장시설은 네 곳에만 있다. 수원, 성남, 용인, 화성이다. 서울 이북, 경기 북부에는 한 곳도 없다. 북부에서 남부까지 원정 화장을 해야 할 형편이다. 하다 하다 장례에서까지 차별을 받는가. 그렇게 볼 건 아니고, 관건은 화장장이다. 인접 시·군끼리 설립·사용하는 화장장을 만들면 된다. 화성(함백산추모공원)도 7개 시·군이 함께 만들었다. 북부 7개 시·군의 광역화장장이 양주에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멈춰섰다. 부지 인근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다. 도청에 ‘장사시설 백지화’ 청원도 올라온 상태다. 남부에서도 그렇다. 용인에 봉안시설이 추진되다가 무산됐다. 경기도가 불허 결정을 내렸다. 평택, 안성 등에서의 장사 시설 추진도 힘겹다. 다 주민 반대 때문이다. ‘화장장 오면 집값 떨어진다’며 결사 반대다. 전문가들은 장사시설에 대한 ‘계몽’을 말한다. ‘설명해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씨도 안 먹힐 소리다. 그렇게 풀어냈던 예도 없다. 관건은 입지다. 그리고 그 입지를 선정하는 과정이다. 행정기관이 ‘찍는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힘겹더라도 주민과 소통하며 찾아가야 한다. 때마침 화장장 부지를 확정한 이천시립화장장이 그랬다. 2019년 ‘부발읍 수정리’를 찍어 추진했다. 인근 여주 주민의 반발로 백지화됐다. 2024년 ‘구시리 화장시설’을 추진했다. 이 역시 주민 반대로 백지화됐다. 마침내 ‘호법면 단천리’로 확정했다. 이제 이천시가 자랑한다. ‘전국 최초 주민 제안 방식이다.’ 무엇보다 어려운 공무(公務)임을 잘 안다. 인내가 필요한 지난한 사업이다. 말로 다 못할 어려움도 있다. 그렇더라도 ‘원정 화장’을 보고 있을 순 없다. 생애 주기의 마지막 복지다. 처음부터 주민들과 같이 추진하길 권한다. 그런 화장장 추진이 대체로 성공했다.

[사설] 초 강력 규제, ‘경기 지역 풍선 효과’ 우려도

이구동성으로 ‘초강력 대출 규제’라고 평한다. 그만큼 내용이 강력하다. 주택담보대출이 6억원을 넘지 못한다. 소득이나 주택 가격에 상관 없는 한도다. 액수로 정한 대출 규제는 전례가 없다. 또 대출로 집을 사면 6개월 내 전입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서울지역 아파트 값은 119% 올랐다. 28번의 부동산 대책이 있었지만 실패했다. 이번 대출 규제의 강도를 설명하는 비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 규제 28번을 모두 합친 것만큼 강력할 것이다.’ 이번 처방을 부른 것은 주담대의 폭발적 증가다. 26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 대출 잔액이 5천8천억원 증가했다. 월말 증가폭은 6조원대 후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 영끌 광풍이 불었던 지난해 8월 증가폭이 9조7천억원이었다. 그 후 10개월 만의 최대 폭이다. 여기에 정부가 20조2천억원의 추경을 상정했다. 언제든 주택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유동성’이다. 이를 감안한 이재명 정부의 선제 조치다. 시장의 반응이 확연하다. 하지만 우려도 나온다. 시장 여건이 바뀌지 않았다. 경기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 기대가 여전하다. 주택 공급 부족 전망도 그대로다. 강력한 대출 규제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의 근거다.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것이 ‘풍선 효과’다. 아파트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의 시장 이동이다.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이른바 ‘불장’은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지역으로의 소비 이동이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가 주목된다. 여기에 우리 관심 지역인 경기도가 추가된다. 서울보다 낮기는 해도 최근 집값이 꿈틀대는 지역이 여럿이다. 성남 분당구는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서현·수내동이 올랐다. 과천시는 원문·중앙동, 하남시는 창우·학암동, 안양 동안구는 평촌·관양동이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6월 4주 아파트가격 동향’에서 수치로 확인된 지역이다. 수치로 잡히지 않는 ‘이상 조짐’ 지역도 여러 곳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은 취임 40일 만에 나왔다. 이재명 정부의 그것은 취임 24일 만에 나왔다. 내용에 있어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역설적으로 보면 부동산 시장의 이상 조짐이 그만큼 심각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풍선 효과 우려를 언급했다. “풍선 효과가 혹여 나타나더라도 추가 보완 조치를 할 것이다.” 매주 회의를 통해 점검하겠다고 했다. 그 점검의 핵심에 ‘경기도 풍선 효과’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설] 최저임금 책정, 노사는 합리적 접점 모색해야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금년에도 법정 시한을 넘겼다. 관계법령에 의해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심의 요청을 받은 뒤 90일 이내 결정해야 하며, 그 시한이 어제였다. 그러나 지난 26일 제7차 전원회의가 개최됐지만 노사 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입장 차이가 워낙 크므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다음 회의를 오는 7월1일 개최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제도가 1988년 시행된 후로 법정 심의 시한이 지켜진 것은 단 아홉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최저임금 결정은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한 사안이다. 지난해도 최저임금은 법정 시한을 15일 넘겨 결정됐기 때문에 금년에도 노사 간 조정이 안 되면 결국 공익위원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7월 중순경 결정하게 될 것 같다. 이후 고시와 이의 제기를 거쳐 노동부 장관이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할 예정이다. 올해도 그동안 7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노사 간 공방은 치열했다. 지난 제7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1만30원)보다 14.3% 높은 1만1천460원을 제시한 반면 사용자위원은 0.4%만 올리는 1만70원을 제안했다. 따라서 노사 간 최저임금 격차는 1천390원으로 여전히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사용자 측은 금년도 경제성장률이 0%대인 것을 감안해야 함은 물론 경기부진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인상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최저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에 육박해 있을 뿐만 아니라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미만율이 33.9%에 달할 정도로 현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1~6% 인상만으로도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비율이 10%에 달하는 기업의 현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노동자 측은 2024년과 2025년 최저임금이 모두 물가 상승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정해짐으로써 노동자들의 생활이 상당히 열악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생계비는 7.5% 상승했지만, 최저임금 인상률은 2.5%에 그쳤고 산입범위 확대의 영향으로 실질 인상 효과도 제한적이었다고 주장하면서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최저임금 결정은 이해가 첨예한 사안이므로 일방의 입장을 밀기보다 상생 가능한 차원에서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한다. 실용적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최저임금 결정에 접목되기를 기대한다.

[사설] 民 ‘이창용 총재 오지랖’, 한국은행 길들이나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이다. 들어 넘기기에 편한 표현은 아니다. 그 상대가 한국은행 총재라서 더 그렇다. 2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했다. “할 말 있으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하든가 대통령실에 조용히 전달하면 되지 언론플레이 할 일은 아니다.”, “자숙하고 본래 한은 역할에 충실하길 바란다.” 흔히 본 적 없는 여당 지도부의 한국은행 총재 직격이다. 23일 있었던 이창용 총재 발언을 지목했다. 18개 시중은행장들과의 만찬에서 나왔다. “주택 시장 및 가계대출과 관련한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라고 당부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19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749억원이다. 5월 말 대비 3조9천937억원 증가했다. 일평균 대출 잔액 증가액이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다. 한국은행 총재가 말할 수 있는 영역 아닌가. 시중은행장들과의 회동 자리니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이 위원은 ‘오지랖’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비난했다. 이 위원 지적의 근거는 한국은행 총재 발언의 중량감이다. “시장 구두개입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주목받을 만한 이 총재의 발언이 몇 개 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민 민생지원금 지급 관련이다. 추경에 포함될 민생 지원금의 지급 방식을 말했다. 알다시피 전 국민 민생지원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다. 새 정부 출범 첫 주부터 당정이 밀었다. 균등 지원, 선별 지원, 선택 지원 등이 토론됐다. 그 와중에 18일 보도된 이 총재의 견해다. “재정 효율성 면에서 볼 때 선택적인 지원이 보편적인 지원보다 어려운 자영업자와 영세 사업자를 돕는 데 효율적이다.” 물가안정 점검 설명회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대통령 결정에 대한 주제 넘는 관여’로 비쳤나. 어느 것이든 딱히 트집 잡을 일은 아니다. ‘은행의 은행’인 한국은행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당부할 수 있다. 18일 발언도 기자 질문에 낸 답변이다. 대통령의 결정도 그 뒤 ‘선택 지원’으로 갔다. 그럼에도 이 위원에겐 ‘경고해둬야 할 행위’로 보인 모양이다.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파월은 곧 물러나게 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형편없다.”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독설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낮설다. 그 어색한 모습을 이언주 최고위원이 연결시켜 줬다. 이 위원 개인의 일회성 의견 표현일 수는 있다. 하지만 보기에 따라 당의 방향성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국회(입법)·정부(행정)를 장악한 이재명 정부다. 가장 큰 정책 방향이 통화를 통한 국정 운영이다. 이 통화 정책의 수장이 한국은행 총재다. ‘관리’가 필요했다고 여겼을 수 있다. ‘오지랖’의 당사자격인 한국은행에는 더욱 그렇게 해석됐을 수 있다.

[사설] 李대통령의 야당 배려 모습, 보기에 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시정 연설을 했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강조했다.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경제 정책을 다짐했다. SOC 조기 투자와 부동산 PF 시장 지원을 통한 경기 활성화 방안도 밝혔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위한 민생지원 배경도 설명했다. 재정 정상화를 위한 과감한 세입 경정 구상도 밝혔다. 특히 각종 지원 정책의 배경으로 위기 경제에서의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런데 더 눈길을 끈 것은 야당을 대하는 모습이다. 연설 내내 야당인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구했다. 야당이 원하는 예산도 수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부가 추경에 담지 못한 내용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의견을 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야당에 대한 별도의 부탁과 약속을 남겼다.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겠지만 추가할 게 있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기 부탁드린다.” 이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연설 전 환담장에서도 목격됐다.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 환담했다. ‘정치는 공적인 일을 하는 것’이라며 여야 협치를 당부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위원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또 “제가 이제 을이라 각별히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회의장에서도 분위기는 이어졌다. 12차례 박수가 있었지만 야당의 박수는 없었다. 그러자 “이러면 쑥스럽다”며 웃어 넘겼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비교적 차분했다. 이 대통령 입장 때는 모두 일어섰다. 연설 도중에 야유나 고성은 없었다. 이 대통령이 ‘예산에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 달라’는 부분에서 웃음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은 연설 뒤에 야당 의원석을 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권선동 의원이 ‘김 총리 후보자는 안 된다’고 두 번 말하자 팔을 툭 치기도 했다. 김종민 의원과는 사진도 찍었다. 대표적인 비명계 무소속 의원이다. 정치적으로 계산된 모습일 수 있다. 막 취임한 대통령의 도리이기도 하다. 의미를 부여하는 데 과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비교되는 현실은 있다. 여야 대치가 극에 달했던 최근 몇 년이다. 시정 연설은 야유와 푯말로 채워쳤다. 연설을 하지 않는 초유의 일도 있었잖나. 대통령도 야당도 그저 대립만 했다. 그런 3~4년이 계속되던 터였다. 정치적 셈법이 있더라도 나쁘지 않았다. 어제 모습을 편안히 본 국민이 많다.

[사설] 中어선 ‘서해 바다 도둑질’, 새 정부 엄단 의지 보여줘야

아르헨티나도 중국 어선에 침해를 당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깃발 꽂기’ 수법으로 농락당하고 있다. 중국 어선이 아르헨티나 국기를 꽂고 조업하는 수법이다. 아르헨티나 오징어잡이배의 90%가 이런 경우였다고 한다. 참다 못한 아르헨티나가 군사 작전을 폈다. 코르벳함, 수송기, 대잠초계기까지 동원됐다. 아르헨티나 국방장관이 직접 초계기에 타서 지휘했다. 올 초 외신이 전했던 생생한 모습이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는 어떤가. 백령도, 연평도 인근은 황금 어장이다. 3~4월 꽃게철부터 어군이 형성된다. 때 맞춰 중국 어선들이 대거 몰려든다.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특히 집중된다. 밤 사이 NLL을 넘어와 조업한 뒤 북상하는 수법이 용이해서다. 성수기에는 하루 100여척이 이런 짓을 한다고 한다. 어획량을 배정받은 선박의 불법행위도 골칫거리다. 비밀 어창 설치, 조업 일지 조작, 불법 어선 합류 등이 비일비재하다. 우리 해경의 퇴치 작전이 늘 전개된다. 하지만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줄어들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럴 기미도 없다. 오히려 그 수법이 교묘하고 대범하고 분업화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24일 발생했다. 300t급 중국 어선 한 척이 우리 해경에 나포됐다. 백령도 해상에서 발견된 선박이다. 이 선박의 용도가 흔히 알던 불법 어로가 아니다. 연료를 싣고 다니며 해상 주유를 하는 배다. 중국 국적 선원 4명이 타고 있었다. 중국 어선 28척에 연료와 식자재 등을 제공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이 적발했다. 해군과 공조해 인천해경 전용 부두로 압송했다. 서해 불법 조업 어선에 연료를 주유하던 배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생태계가 완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수역에서 중국 어선이 고기도 잡고, 기름도 넣고 있다는 얘기다. 불법 어로 어선 나포는 2024년에 46건 있었고, 2023년에도 54건 있었다. 하지만 어선이 아닌 주유 선박 나포는 다른 문제다. 상황을 다르게 봐야 한다. 앞서 아르헨티나의 대응을 소개했다. 해군이 군사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이 초계기에서 지휘했다. ‘세계 국방력 40위’ 국가의 ‘마레 노스트룸(우리 바다)’ 작전이다. 의지를 보여주려 한 작전일 것이다. 세계 국방력 6위, 대한민국의 서해도 중국에 유린당하고 있다. 경찰이 힘겹게 막지만 틈만 생기면 밀고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피해 바다가 넓어졌고, 피해 어민도 늘어났다. 급기야 ‘해상 주유소’까지 버젓이 등장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 정부의 서해 수호 의지 선언이다. ‘유연한 외교’가 ‘유연한 서해’일 수는 없음을 보여야 한다. ‘서해 바다 도둑질’은 한중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 상징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이 바다 위에서의 단호한 대처다.

[사설] 건국국채는 6·25 폐허 극복하자는 애국이었다

‘금 모으기’는 IMF 위기에서 나라를 구했다. 전 국민이 힘을 모았던 28여년 전 역사다. 이보다 절절한 나라 구하기가 75년 전에 있었다. 1949~6·25전쟁 시기의 건국국채다. 빈손 건국과 전쟁 폐허의 시기였다. 세입 부족, 재정 적자로 나라가 어려웠다. 1949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채법이 제정됐다. 최빈국 국채는 필연적으로 불안했다. 그랬던 건국국채를 매입하는 심리는 애국심이었다. 내 돈을 기꺼이 국가 발전에 넣겠다는 사명감이었다. 6월 25일을 앞두고 경기일보가 건국국채 얘기를 전했다. 30년 전 작고한 장래복씨의 역사다. 경기도를 근거로 활동했던 사업가다. 제재소, 건설, 화물업을 했다. 1972년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 이사장도 역임했다. 그가 남긴 유품이 전해 온다. 오천원·이천원·일천원·일백환짜리 국채다. 발행일 ‘단기 4281년’, 발행 책임자 ‘재무부장관’. 만기는 5년이다. 장씨는 이 국채를 환가하지 않았다. 그의 자서전 갈피에 소중히 남겨 뒀다. 그의 딸 장성숙씨(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고문)가 본보에 그 사연을 전했다. “아버지는 늘 애국 정신을 가지고 살라고 가르치셨다.” 부친이 건국국채를 사들인 이유를 짐작했다. “6·25전쟁 직후 사들인 건국국채도 애국심이셨던 것 같다.” 폐허의 나라를 재건하려고 발행한 국채였다. 그 취지에 기꺼이 함께한 애국심이었다. 어찌 장씨만의 역사였겠는가. 해방공간, 6·25전쟁을 겪은 수많은 국민이 그렇게 참여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확인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성장했다. 국부가 몰라 보게 커졌다. 국채의 규모, 성격, 한계가 딴 세상 얘기다. 이재명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이 30조5천억원이다. 이 중에 19조8천억원을 국채로 조달한다. 하반기에도 추가 국채 발행이 예상된다. 국채 발행 한도가 197조6천억원에서 229조8천억원으로 확대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73조9천억원에서 110조4천억원으로 불어난다. 총 국가 채무도 1천300조6천억원으로 늘어난다. 국채의 많고 적음은 기준이 아니다. 통화 규모 증대는 경제 성장의 기본 요소다. 경기부양의 기능도 갖고 있다. 다만 커진 국채 규모의 적정선을 걱정하는 소리는 있다. 국채로 형성한 통화의 사용처도 중요하다. 현금 지원, 부채 탕감 등에는 이견이 있다. 국채가 늘어도 감당 가능한 조건은 있다. 인구 규모가 크고, 기축통화국이거나 신용등급이 높으면 괜찮다. 우리는 아니다. 그래서 편하게만 지켜볼 수 없다. 75년 전 건국국채는 나라 살리는 애국심이었는데 2025년 국채는 풍요 속 적정성을 따져야 하는 과제다. 6·25전쟁 75주년에 새겨 볼 만한 고민이다.

[사설] 4.5일제 타임라인, 경기도·정부가 조금 다르다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주 5일 근무제였다. 노동집약형 산업화 사회에 큰 충격이었다. 생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기업의 우려가 컸다. 흐름은 이미 주 5일제로 가고 있었다. 김대중 정부인 2002년 7월 시중은행이 도입했다. 노무현 정부인 2003년 8월 근로기준법에 명시됐다. 2011년까지 차례대로 실시됐다. 시범 실시부터 전면 시행까지 9년이나 걸렸다. 노동 일수 변화라는 게 그렇다.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변화다. 십수 년이 흘렀고 이번에는 ‘주 4.5일 근무’다. 사회적 논의는 꽤 진행됐다. 여러 지자체에서 간헐적 시행도 있었다. 행정기관 또는 산하기관에 한정됐다. 이번에 제대로 된 실시가 경기도에서 시작됐다. 19일 참여 업체의 협약식이 있었다. 민간 기업 67곳 등 68곳이다. 노동자 입장에서 환영은 당연하다. 자기 만족도 상승, 퇴사율 감소 등 효과도 기대된다. 관건은 임금 삭감 없고 생산성 저하 없이 시행할 수 있느냐다. 경기도는 이 구멍을 일단 재정으로 채우고 있다. 노동자 1명에게 11만~26만원씩 지원한다. 단축하는 시간에 따른 차이다. 이와 별개로 기업에 2천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근태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의 명목이다. 눈에 띄는 건 시범실시다. 2027년까지 3년을 정했다. 운영을 통해 효율성, 보완점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그 사이 참여 기업이 늘 수도, 줄 수도 있다. 유연성을 갖고 제도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다. 많은 것을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입되는 재정이 감당 가능한지도 봐야 하고, 기업의 생산성 변화가 어떨지도 봐야 하고, 국제 경쟁력에 미칠 파장도 봐야 한다. 3년간의 시범 실시는 그래서 중요한 시간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고용노동부가 같은 계획을 들고 나왔다.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밝혔다. 주 52시간 법정 근로시간을 48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연장 근로 허용 시간도 단축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한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 제정 계획도 밝혔다. 입법 시한을 ‘올 하반기까지’라고 못 박았다. 공교롭게도 동시에 나온 경기도·노동부 발표다. 경기도는 ‘시범실시’, 고용노동부는 ‘전격 도입’이다. 충돌·흡수 우려가 있다. 또 하나, 현대차 노사 협상도 변수다. 20여년 전 ‘주 5일 근무제’의 기폭제는 현대차 노조였다. 2003년 8월 노사 타협이 물꼬를 텄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18일 임단협 상견례를 가졌다. 노조가 내놓은 의제에 ‘주 4.5일제 도입’이 있다. 타결 여부에 따라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거듭 밝히지만 ‘주 4.5일제’는 신중해야 한다. 준비하고 실험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경기도가 마련한 절차가 적절해 보인다. 김동연 지사가 10일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는 국정 성공의 견인차이자 테스트베드다.” ‘주 4.5일제 시범실시’가 그런 사업일 수 있다.

[사설] 백남준 예술, 이 훌륭한 자산이 뭉개지고 있다

세계적인 예술품에 대한 결례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표현하게 되는 역사가 있다. 백남준 예술을 가장 먼저 품은 게 경기도였다. 그가 작고한 2006년 이전부터였다. 민선 2기 경기도가 130억원을 들여 작품을 사들였다. 작품을 보관·전시할 특별한 공간이 필요했다. 예산 390억원을 투입해 백남준 전용 전시관을 지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시작이다. 임창열 당시 지사가 이렇게 강조했다. ‘예술에 대한 존중이며 경기도민의 미래 투자다.’ 이 판단은 백남준 사후에 정확히 증명됐다. 2006년 대구에서 ‘백남준 미술관’ 건립 사칭 사건이 생겼다. 2011년에는 정부가 기념사업회, 기념관 건립을 시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교육청이 뛰어들었다. 2012년에는 ‘백남준 상표권 소송’도 있었다. 이 모든 시도가 ‘경기도 권리’ 앞에 무력화됐다. 작품을 매입하고, 시설을 만들고, 법적 권리를 확보한 터였다. 그때부터 경기도는 백남준 아트의 본산이었다. 경기도민이 만들어 낸 자산이었다. 그 ‘백남준아트센터’가 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예술품의 생명인 전시를 하는 것도 버겁다. 작품 특성상 전시회 비용이 많이 든다. 1회 전시 비용만 3억원 정도다. 배정된 올해 전시 예산이 5억1천만원이다. 두 번 하기도 힘들다. 다행히 올해 4회로 잡혔는데, 현대자동차의 후원 덕이다. 오히려 부산현대미술관이 3월에 회고전을 열었다. 8억원을 들여 개최한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이었다. 160여점을 전시했고 ‘사후 최고’라는 평을 들었다. 작품 살 돈도 팍팍하다. 백남준 작품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 있다. 지난 2월 서울 옥션 경매에 한 작품이 등장했다. 1994년 작품인 ‘해커 뉴비’다. 전문가들이 백남준아트센터에 있어야 할 작품이라고 권했다. 1억5천만원이었다. 사지 못했다. 올해 배정된 소장품 구입 예산이 ‘0원’이다. 2018, 2019년에는 그나마 3억쯤 있었다. 요 몇 년, 계속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협소한 전시실·수장고도 큰 문제다. 하지만 목돈 들어갈 얘기라서 꺼내지도 못한다. 백남준 예술작품은 여전히 독자적이다. 세계적 위상도 바뀌지 않았다. 국내외 작품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술 가치가 여전히 차고 넘친다. 그런데 경기도의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센터)만 왜소해져 간다. 투자가 줄어들고, 전시가 뜸해지고, 관심도 사라진다. 백남준 예술을 살려 볼 연구가 필요하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안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걸 행정이 부둥켜안고 있을 필요는 없다. 민간의 창의력이 반영될 길을 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사설] 경기국제공항 건립 사업 추진 동력 있는가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공약인 경기국제공항 건립 사업이 과연 제대로 추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국제공항은 수도권 남부 지역의 항공 접근성을 개선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으로 2023년부터 현재까지 약 3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진행했다. 그동안 도는 경기국제공항 건립 후보지로 지난해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 세 곳을 선정한 뒤 후보지 분석·배후지 개발전략 수립 용역을 추진했다. 그러나 후보지 분석 등을 위한 연구용역이 두 차례 입찰 공고에도 불구하고 응찰 업체가 없어 유찰된 것이다. 지방계약법 시행령에 의해 두 차례 이상 입찰이 유찰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도는 2월에 이어 지난달 2차 유찰 이후 수의계약 추진 방침을 밝혔지만, 입장을 바꿔 3차 입찰 공고를 냈다. 19일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분석 및 배후지 개발 전략 수립 연구’에 대한 입찰 공고를 게시했으며, 30일이 입찰 공고 마감일이다. 도는 이번 입찰이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국제공항 건립에 대해 도는 김동연 도지사의 역점사업이고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경기 남부 200만여명의 주민들의 공항 접근성이 떨어지며 수원·화성 등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용인 SK하이닉스 등 국가기간산업이 밀집해 있어 국제공항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도의 사업 추진에 대해 경기도의회가 제동을 걸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호준 도의원(남양주6)을 포함한 도의원 10명이 ‘경기도 국제공항 유치 및 건설 촉진 지원 조례 폐지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다. 지난해 6월 제정돼 도지사가 경기국제공항 유치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추진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례를 폐지하자는 내용이다. 특히 유 의원은 “경기국제공항의 수요 예측이 잘못됐고 국가 항공 정책과의 조화도 부족하다”며 “조례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집에도 경기국제공항은 빠져 있고, 오히려 청주국제공항 활성화가 명시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경기국제공항은 전체 조성비용이 약 30조원까지 점쳐지는 대형사업으로 중앙정부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수원 군 공항 이전 연계 문제도 불분명하다. 경기도는 경기국제공항 건립에 대해 도의회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와 더욱 긴밀히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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