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경기도립극단 ‘부활’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을 원작으로 한 동명 연극이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최근 출판계와 영화계에서 고전을 재조명하는 등 세계적으로 고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주목받는 실력파 연출가’ 고선웅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이 각색ㆍ연출을 맡아 고전 중의 고전을 어떻게 연극 무대에 표현해낼지 연극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부활’은 귀족인 네흘류도프 공작(서범석)과 창녀 카츄샤(예지원)의 이야기를 통해 정신적 타락과 육체적 타락에서 부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선웅 감독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은 채 ‘순수로의 회귀’라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대신 각색 과정에서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역사적 배경(러시아 말기)은 과감하게 버리고 노래와 현대무용 등 ‘뮤지컬적인 양념’을 팍팍 넣어 현대적으로 변신시켰다. 그래서 순수연극이라기 보다는 뮤지컬 냄새가 짙다.

고 감독이 기존에 즐겨 사용하는 연극 기법도 곳곳에 묻어 있다. 네흘류도프가 약혼자 미시와의 파혼을 선언하는 만찬장에서 귀족들이 ‘속사포’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과 카추샤와 네흘류도프가 만나는 유치장 면회실 장면을 언어 자체의 리듬과 역동적인 춤을 이용해 연출한 점이 그렇다.

폴란드 출신의 무대디자이너 알렉산드라 바실리코프스카의 무대 연출도 연극의 뮤지컬화를 한몫 거들었다. 리모델링 공사로 무대 안쪽으로 30m나 깊어진 CJ토월극장의 공간을 적극 활용, 턴테이블 한쪽 끝에 7m 높이의 언덕(사이클로라마)을 세웠다. 인물들은 연신 오르락내리락, 굴러떨어지거나 미끄러진다. 그리고 언덕을 회전시켜 장면 전환효과를 높였다. 고 감독은 이 언덕을 주인공 네흘류도프의 영적인 성장과정과 그가 점진적으로 부활과 깨달음의 상태로 도달하는 것을 상징하는 장치로 사용했다.

무엇보다 주연급 서범석, 예지원을 비롯해 이승철, 류동철 배우를 비롯한 경기도립극단 배우 19명 등 모두 26명의 출연진이 무려 103명의 등장인물을 소화해 낸 것 자체가 탄탄한 팀워크를 입증해보이기에 충분했다.

단, 네흘류도프의 비중이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카츄샤 캐릭터가 왜소해졌다는 것과 극 전반부에 힘이 많이 실리고 후반부가 급하게 마무리된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선웅 예술감독의 ‘부활’은 한편의 뮤지컬같은 명작연극임은 틀림없다. 오는 6월2일까지 공연된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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