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수원시니어합창단 ‘광교산 연가가 흐르는 효의 사랑의 이야기’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느린 걸음걸이, 외우지 못한 가사. 여느 음악회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런 출연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공연 중간 중간 ‘OO가 최고다!’라는 응원 메시지를 전한다. 출연진뿐만 아니라 관객도 달랐다. 백발은 물론 허리는 반쯤 꼬부라져 지팡이에 의존한 할아버지, 할머니로 공연장이 가득 찼다.

지난 7일 저녁 특별한 사람들이 만든 특별한 음악회 수원시니어합창단 ‘광교산 연가가 흐르는 효의 사랑의 이야기’ 무대의 모습이다.

서곡으로 수원 애향의 시인 임병호씨의 시 ‘광교산 연가’가 단원들의 하모니로 변해 울려 퍼졌다. 오현규 지휘자가 직접 작곡한 곡은 부드러우면서도 금세 귓가에서 맴도는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오 지휘자는 이날 지휘자로, 사회자로, 색소폰 연주자로 멀티 플레이어의 면모를 선보였다.

2부에서 두 무리로 나뉘어 연신 ‘야옹’, ‘야옹’ 앙칼진 고양이 소리를 냈던 여성단원들의 ‘고양이 2중창’은 지루할 수 있는 음악회에 활력소가 됐다. 마지막 3부에서는 단원들의 연기가 가미된 코믹무대 ‘중화반점’과 율동과 어우러진 ‘무조건’으로 딱딱한 음악회라는 이미지를 깨고 좌중을 폭소케 하는 센스를 보였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단원들의 손자, 손녀가 직접 무대에 올라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단원에 대한 감동과 함께 효를 주제로 한 음악회가 한껏 돋보인 순간이다. 51세 막내부터 78세 맏이까지 일주일에 세 번, 하루 5시간을 함께 한 그들이 만들어 낸 작품은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 1, 2층을 꽉 채운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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