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공연보다 더 판타스틱한 문화재단

평일, 그것도 목요일 저녁 7시30분.

저녁먹을 식당도 아니고, 개봉작을 볼 영화관도 아니고, 담소 나눌 찻집도 아닌데 사람들로 붐빈다.

특히 어린 자녀의 손을 잡은 젊은 부부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향한 곳은 오산문화예술회관.

지난달 28일 오산문화재단(상임이사 강창일)이 주최한 넌버벌 퍼포먼스 ‘판타스틱’(FANTASTICK)에는 평일 저녁임에도 총 객석 4분의 3 이상인 관람객 700여 명이 몰렸다.

이 같은 이례적인 관객 몰이는 문화재단이 최근 종영한 ‘주말 인기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즐겼던 바로 그 공연’으로 홍보한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처음으로 오산을 찾은 판타스틱은 지난 2011년 초연 후 전용 상연관에서 공연 중이다.

타악, 현악, 상모를 돌리며 추는 비보잉, 퓨전국악 등 한국 특유의 공연 콘텐츠를 한데 모은 작품이다. 정비소를 운영하는 ‘타악 가문’과 귀신이 돼 하늘피리를 찾아 떠도는 ‘현악 가문’이 음악 베틀을 겨루는 스토리다.

간결한 이야기에 다채로운 보고 들을거리로 무장해 어린이와 노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 대상 작품으로 제격이다.

하지만 그만큼 허점도 있다.

진부한 슬랩스틱식 코미디나 유명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통해 익숙한 타악과 각종 퍼포먼스는 식상하게 느낄 법 하다.

또 당초 중극장 규모의 작품인 판타스틱은 리허설 부족과 대극장 규모에 적응하지 못해 조명 실수를 연발하고 배우들이 무대를 장악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이날 판타스틱은 오산의 특별한 공연으로 기억될 만 하다.

지난해 7월 창립된 문화재단이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많다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온 가족이 관람할 수 있고 때마침 드라마 인기 상승에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작품을 선택, 공연계 비수기인 2월 평일에 많은 관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날 문화재단 직원들이 공연장 로비에서 커피와 빵 등을 저렴한 가격에 직접 판매하고 공연장 외부에 친숙한 음악을 틀어놓는 등 섬세하면서도 적극적인 서비스가 돋보였다.

어린 꼬마를 웃기고 관객을 춤추게 했던 공연보다 더 판타스틱했던 것은 맞춤형 공연에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의 문화예술 저변 확대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문화재단이었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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