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2013 피스앤피아노 페스티벌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이 너무나 다니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핑크색 피아노학원 가방을 든 한 친구가 참 멋져보였고 부러웠다. 그런데 엄마는 나를 주산학원에 보냈다.(주산학원 가방은 촌스러운 초록색) 그렇게 피아노와 나는 멀어졌다.

어른이 되어서도 피아노를 배우지 것이 못내 한이 되었는지 2011년 가을부터 개인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급기야 악보 보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전에 피아노부터 구입해 남편으로부터 구박을 받았다. 서른을 훌쩍 넘긴 아줌마 기자의 피아노 입문에는 2011년 제1회 피스앤피아노페스티벌의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 페스티벌을 ‘아는 척하며 뻔뻔하게’ 관람한 것이 기자로서 솔직히 창피했다.

2013년 제2회 피스앤피아노페스티벌이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열렸다. 정진우, 신수정 등 세계적 수준의 참여 피아니스트들의 활약으로 이미 단일악기 페스티벌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최초(最初)라는 수식에 만족하지 않고 최고(最考)를 지향하는 페스티벌이 되기 위한 김대진 예술감독과 경기도문화의전당 임직원들의 노고가 대단히 많았음을 ‘오프닝콘서트’, ‘오마주 콘서트’, ‘피스 콘서트’ 3개 공연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다.

기자는 2년 전과 비교해 ‘아는 만큼 보인다’고 감동의 강도와 크기가 달랐다. 특히 22일 열린 ‘피스 콘서트’는 착한피아노들이 설치된 새로운 무대와 판소리, 현대무용, 타악기, 비주얼아트가 콜라보레이션(협업)된 기상천외한 무대였다. 그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법을 과감히 도전하는 도전성과 창의력이 압권인 공연이었다.

2013년 피스앤피아노페스티벌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의 단편적인 ‘연주’가 아닌 곡 너머의 ‘이야기’와 ‘열정’으로 관객들을 드넓은 피아노의 세계로 안내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일방적으로 어려운 피아노를 듣고 감동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또한 피아노를 ‘듣는’ 악기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보는’ 대상으로 권했다. 그 속에서 도민들은 피아노와 교감하고 최고의 호사를 누렸다.

단언컨대, 피스앤피아노페스티벌은 대한민국 대표 클래식 페스티벌이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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