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세계 초연 괴테의 ‘쉰 살의 남자’

욕심많은 사냥꾼은 사냥에 나가 빈손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토끼, 사슴, 맷돼지 등 모두 잡고 싶은 마음이 앞서 정작 사냥 대상에 따른 도구와 방식을 선택하는 데 시간을 뺏기기 때문이다.

지난 22~23일 부평아트센터(관장 조경환)에서 초연된 창작오페라 ‘THE 50’은 바로 그 욕심많은 사냥꾼이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독일의 대문호 볼프강 폰 괴테의 단편소설 <쉰 살의 남자> 를 바탕으로 제작한 창작오페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오페라단의 창작팩토리 지원사업에 선정, 작곡가 성세인과 부평아트센터가 공동기획했다.

오페라로 구현하기 어려운 독일 문학작품 중 괴테의 숨겨진 보석을 끄집어낸 것만으로도 획기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 하다.

원작은 아들의 짝으로 생각했던 스무살 여인의 사랑을 받게 된 쉰 살 먹은 아버지 ‘소령’과 연상의 미망인을 사랑하지만 거절당하는 아들이 제자리를 찾기까지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그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유학한 성세인 작곡가는 이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함축적인 대본과 서정적인 아리아로 표현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어둡고 낮은 음률이 반복돼 폭발력이 아쉬웠다. 특히 좁은 음역대의 곡이 이어져 각 성악가의 기량을 발휘할 지점이 없었다. 다만 소령의 여동생 ‘남작부인’역의 정미영 메조소프라노가 고혹한 분위기의 몸짓과 특유의 음성으로 놀라운 흡인력을 보였고, 아리아 ‘봄이 와 꽃을 피우고’를 통해 극의 주제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 것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극이 단조롭게 느껴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많은 요소를 한 무대에 끌어올린 탓이다.

박상연 연출가는 ‘전형적이지 않은 복합 장르의 표현법이 관건’이라며 텍스트나 음악의 전형성을 깨겠다고 밝혔으나, 욕심이 지나쳤다.

예로 검은색 디귿자를 좌우 반전 시킨 중심 무대는 단순하고 강렬했지만 너무 높았다. 1막 후 앞자리에 앉은 관객은 모두 뒷자리로 옮겨 앉았야만 했다.

무대 전체를 덮은 검은 스크린에 하얀색의 공간 분할 선, 한글, 숫자 50 등을 연출했는데 역시 과했다. 극 초반에는 신선한 무대 공간 연출로 다가왔지만, 점차 눈의 피로감을 가중시키고 살아 움직이는 배우에 대한 몰입도를 방해하는 요소가 됐다.

욕심많은 사냥꾼의 사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3월 ‘2013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막을 올릴 예정이다. 참 진부하지만, ‘THE 50’은 이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를 맞았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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