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같은 무대의 빛나는 감동…'더하우스콘서트' [공연리뷰]

1078th 더하우스콘서트 2025 신년음악회: 임지영(Violin), 박영성(Piano)

더하우스콘서트는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진행되고 있다. 2002년 박창수 예술감독의 연희동 자택에서 시작된 이 공연이 시작될 무렵 ‘하우스콘서트’는 붐을 일으키며 관객을 매료하기도 했지만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 없이 유지되고 있는 공연은 더하우스콘서트뿐이다.

 

더하우스콘서트(김보연) 제공
더하우스콘서트(김보연) 제공

 

손 뻗으면 닿을 무대, 몸으로 느끼는 진동

더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7월 12일 연희동의 가정집에서 시작했다.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박창수 예술감독은 “음악회를 만드는 일은 곡을 쓰는 것과 같다”는 생각으로 자택에서 첫 하우스콘서트를 올렸다. 각각의 공연에서, 그리고 그 공연들이 모여 전체의 구조를 이뤄 가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여겼다.

 

박 감독은 하우스콘서트에 대한 첫 영감을 “서울예고 재학 시절 친구들과 서로의 집을 오가며 연습하던 기억”이라고 말한다. 음향 시설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한 집이지만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몸으로 진동을 느끼며 직접 듣는 음악의 감동은 그 어떤 연주회장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작품을 만드는 심정으로, 감동을 나누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더하우스콘서트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와 객석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강당 같은 공간에 피아노 혹은 보면대가 놓여 있으면 그곳이 무대인 것이고 관객은 마룻바닥 위 드문드문 놓여 있는 방석에 앉으면 된다. 관객은 편의에 따라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다리를 폈다 굽혔다 하며 ‘방구석 음악회’를 감상하고 연주자들은 관객의 숨소리와 눈빛을 동력 삼아 민낯 같은 무대를 헤쳐 나간다.

 

더하우스콘서트(김보연) 제공
더하우스콘서트(김보연) 제공

 

대가와 신인, 관객 모두에게 공평한 이곳

1천78회, 20여년의 시간 동안 거의 매주 쉬지 않고 열리고 있는 하우스콘서트의 2025년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피아니스트 박영성의 듀오 연주로 시작했다.

 

연희동 자택을 시작으로 광장동, 역삼동, 도곡동 등 녹음실과 스튜디오를 거쳐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에 정착한 지 10년째인 더하우스콘서트는 매회 50~100명의 관객이 찾는다. 이날은 새해 첫 하우스콘서트라는 기대감과 설렘 때문인지 예술가의집 마루가 꽉 찼다. 공연이 끝난 후 진행된 미니 토크에서 더하우스콘서트 강선애 대표는 유튜브를 통한 생중계 동시 접속자 수도 100명을 훌쩍 넘었다며 고무적인 새해 출발을 알렸다.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2015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20세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 만장일치 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현재 연세대 음대 관현악과 조교수로 재직 중인 임지영은 최근 올바른 세대교체의 정석과도 같은 국내 바이올린계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행보와 연주력을 갖추고 있는 연주자다.

 

임지영은 아주 정성껏 연주하되 지루하지 않았고 정석적이면서도 대중이 좋아할 요소를 갖춘 소리와 매력을 갖춘 연주자였다. 특히 그녀의 연주 중 발동작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개 서서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다리를 고정한 채 상체의 움직임만으로 음악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음악에 따라 춤을 추듯 따라가는 스탭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연주나 감상을 전혀 해치지 않으면서도 연주자가 온전히 음악에 몰두했다는 느낌을 줬고 저음에서 고음, 지판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는 만큼 보폭도 너무 정확히 맞아떨어져 감상에 오히려 도움을 준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이날 함께한 피아니스트 박영성은 “함께 연주하지 않은 곡을 찾는 것이 빠르다”고 말할 정도로 자주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로 연주 초반부 두 연주자 모두 ‘영점’을 맞추는 시간이 조금 필요해 보였지만 곧바로 완전한 앙상블을 보였다.

 

임지영은 연주 후 토크 시간에 “관객으로서 하우스콘서트를 즐기러 올 때마다 분위기가 매우 좋았는데 실내악이 아닌 듀오로 오게 돼 설레었다”며 “(하우스콘서트가) 최근 연주 중 가장 기대되는 무대여서 심혈을 기울였는데 쉬는 시간 없이 세 곡을 연달아 하려니 너무 힘들었다”며 웃었다. 그 말처럼 슈베르트 ‘론도 D.895, Op.70’, 그리그 ‘소나타 2번, Op.13’,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소나타 Op.18’까지 한 곡 한 곡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레퍼토리였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소리꾼 장사익이 마다하지 않는 무대,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이 각각 15세, 17세일 때 그들을 먼저 알아보고 연주의 기회를 준 곳이 바로 더하우스콘서트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더 많이 주목받고 있는 최근이지만 하우스콘서트는 그저 언제나 이 무대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더하우스콘서트는 2월에도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예술가의집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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