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서 ‘윗선’ 규명으로 연결되는 실무라인이 모두 사망하면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유족들은 수사 당국의 무리한 조사와 공사 측의 징계 압박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김 처장의 막냇동생 김대성씨는 22일 낮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의 죽음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처장은 전날 오후 8시20분께 공사 1층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분당경찰서와 용인서부경찰서는 김 처장의 가족으로부터 ‘아침에 출근한 뒤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소재 파악에 나선 상태였다.
동생 김씨는 형의 사망 전날 반차를 내고 만나 식사를 함께하는 등 6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는데, 당시 김 처장이 ‘실무자로서 한 일밖에 없다’는 입장을 털어놨다고 밝혔다. 또 김 처장은 최근 체중이 10㎏ 이상 줄어 제대로 걷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고, 사건 당일 오전에도 자택 화장실에서 세상을 등지려는 시도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 처장은 공사 측으로부터 중징계 의결 및 형사고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통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생 김씨는 “수사기관은 윗선에 대한 조사 없이 실무 담당자만 건드렸고, 형은 검찰ㆍ경찰ㆍ공사 등 4곳에서 조사를 받아왔다”며 “쇠약해진 상태에서 회사로부터 고발을 당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큰 충격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처장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건 지난 9월 말 정민용 변호사를 만나 비공개 자료인 민간사업자 평가배점표 등을 열람해준 사실이 적발돼 자체 감사를 받던 내용으로 파악됐다. 공사 측은 징계가 내려진 게 아니라 의결 내용이 통보된 것이며 소명 절차가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 공사에서 전략사업실장을 맡았었다.
이로써 성남도시개발공사 조직에서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현직 실무라인이 모두 사망했다. 지난 10일 유한기 개발본부장이 사망한 데 이어 열흘 만에 바로 아래 직급이던 김 처장까지 숨을 거두면서 윗선으로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것이다.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 변호사만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김 처장은 유 전 사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의 공모지침서 및 사업협약서 등에서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했다는 의혹으로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장자를 선정할 당시 평가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사업을 위해 설립했던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에서 공사 몫의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다만 핵심 인물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곽상도 전 의원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을 연내 소환할 것으로 내다보는 의견과 이대로 마무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김 처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부검은 23일 진행된다.
장희준기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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