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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3 (목) 메뉴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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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과전이하(瓜田李下)

”외밭에서 신발을 고쳐신거나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매는 정치인들 때문에 정국이 연일 술렁거리고 있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 지난 20일 사퇴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이나 ‘이운영 배후설’을 양심고백(?)해버린 한나라당 엄호성의원이 그렇다.

이들 모두 최근 ‘고위층 외압설’을 터뜨려 정치권을 온통 흔들어 놓았던 이운영 전 신용기금 영동지점장과 연루돼 있다.

이씨는 지난해 4월 거래업체로부터 지급보증 사례금을 받은 혐의로 서울지검 동부지청에 의해 수배됐던 인물.

박전장관은 신용보증기금 대출보증 과정에서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아왔고, 엄의원은 이를 제기한 이씨와 직·간접적인 관련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물론 박전장관은 사퇴하는 자리에서도 결백과 억울함을 주장했고, 엄의원 역시 “술자리에서 나눈 몇마디가 과장 보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한빛은행 사건과 수배중인 이씨를 17개월동안 보호해 주었다는 배후설에 대한 국민들의 체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박전장관이 지난해 2월 아크월드사의 대출보증과 관련 이씨에게 두 차례 전화를 한 것(이씨 주장)이나 올해 3∼5월 한빛은행 이수길부행장에게 몇차례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의 오해를 살 만하다.

엄의원의 경우도 지난 21일 “이씨측 인사가 한나라당 모중진을 만나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 중진이 나를 이씨측에 소개했다”, “국정원 전직 간부 S씨가 (이씨를)돌보고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함으로써 배후설을 시인한 셈이 됐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이씨의 일기장을 공개하고 그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발언은 ‘한나라당=배후세력’이라는 식으로 이해될 소지가 적지 않다.

관련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억울하다’거나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설혹 이들의 주장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 책임은 본인들에게 있다.

‘과전이하’라는 단순하고 명료한 진리를 외면한 때문이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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