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유물 107개, 뿔뿔이 흩어져…'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 목소리 커져

인천 강화지역에서 고려시대 수도 당시 쓰인 100개 이상의 각종 유물이 나왔지만, 정작 이 유물이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안팎에선 이 같은 강화 출토 고려 유물을 보관·전시할 전용 공간과 함께 교육·연구 등을 위한 국립 강화고려박물관 건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2일 국립중앙박물관 등 전국 국립박물관의 소장품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강화 출토 고려 유물은 지난 6월 기준 총 107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 유물들은 현재 서울·충남·전북 등 전국 각지 박물관에 분산 보관 중이다. 강화에서 발굴이 이뤄졌는데도 이를 체계적으로 전시할 전담 공간이 없다 보니 전국 박물관에 흩어져 있는 셈이다. 특히 이들 강화 출토 고려 유물 중 청자 참외모양 병, 청자 사자형뚜껑 향로, 청자 동화연화문 표주박모양 주전자, 귀면 청동로, 청자 음각 연화문 유개매병 등 국보급 유물만도 48개에 이른다. 이들은 고려시대 수도 39년의 역사에서 왕궁이나 절 등에서 사용하던 유물이다. 여기에 현재 강화에는 고려시대 관련 지정문화유산 65개도 있다. 옛 고려시대 궁궐을 비롯해 성곽이나 관청, 그리고 묘·사찰 등 고려시대의 정치·종교·건축 유산이다. 희종의 석릉, 고종의 홍릉을 비롯해 고려궁지, 강화산성, 선원사지 등 핵심 유적이 모여 있다. 이처럼 강화는 ‘지붕없는 박물관’답게 고려 유물 및 유적이 많지만, 이를 전문적으로 전시·보관하거나 고려사(史) 교육·연구를 위한 별도의 박물관은 없다. 현재 국내에는 신라(국립경주박물관)·백제(국립공주·부여박물관)·가야(국립김해박물과) 등의 전문 국립박물관만 있다. 이날 국민의힘 배준영 국회의원(중·강화·옹진)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 필요성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강화출토 유물의 전시·보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형우 인천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는 “고려는 조선과 더불어 우리 역사에서 가장 긴 왕조임에도, 전담 전시공간이 없어 국민들의 고려사 이해가 단편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화는 39년 간 고려의 수도이자 고려 도성의 실체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일한 현장”이라며 “고려사의 재조명과 균형잡힌 역사 인식, 강화의 정체성 복원을 위한 국가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배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강화는 고려의 2번째 수도이자, 40년 가까이 자주 국가 고려의 자존심을 지킨 역사적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려 왕실 유물과 도성 유적이 남아있는 강화에 국립박물관이 없는 현실은 국가 정체성과 문화균형 측면에서 반드시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토론회가 국립강화고려박물관 건립을 위한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전국 옛 수도에는 모두 국립박물관이 있다”며 “하지만 옛 고려시대의 수도인 강화에 ‘고려시대 500년’의 역사를 담은 박물관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 강화 고려박물관 건립 실현을 위해 인천시, 지역 정치권과 함께 공동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기문화재단, 창립 28주년 기념식 개최…“문화 향유 장벽 낮추는 ‘열린 재단’ 될 것”

경기문화재단이 창립 28주년을 맞아 재단 임직원과 경기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함께하는 기념식을 2일 열었다. 이번 기념식은 1997년 창립 이래 경기도 문화예술 진흥을 이끌어온 재단의 성과를 돌아보고, 미래 비전과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기념식에서 유정주 대표이사는 “문화는 단순한 감상의 영역을 넘어 우리 사회를 연결하고 회복시키는 본질적 힘”이라며 “경기문화재단은 ‘문화로 연결하고, 도민의 삶을 완성하는 기회의 문화예술 경기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 대표이사는 재단이 지향할 핵심 방향으로 ▲MZ세대부터 시니어 세대까지 아우르는 혁신적인 문화환경 조성 ▲권역별 문화자원의 유기적 연결 ▲소속기관 문화자원 기반의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 ▲상징적 뮤지엄 브랜드와 페스티벌 육성 ▲통합 브랜딩을 통한 대표 문화브랜드 창출 등을 제시했다. 특히 2007년 이후 변화 없이 유지돼 온 재단의 CI를 시대정신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로 재정립하고, ESG 경영 및 인공지능(AI) 기술 등 최신 트렌드를 아우르는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본격화할 구상을 발표했다. 앞으로 재단은 AI 등 기술을 활용해 도민 누구나 쉽고 자유롭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31개 시군의 문화자원을 활용한 참여형 프로젝트와 특화 콘텐츠 확산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 조직 내·외부의 경계를 넘어 부서 및 기관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중복을 줄이며 자원을 집중하는 효율적인 운영체계를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유 대표이사는 “도민과의 소통과 참여를 바탕으로 문화 향유의 장벽을 낮추는 ‘열린 재단’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28년의 시간은 재단이 쌓아온 신뢰와 가능성의 역사다. 경기도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문화의 가치를 실현하는 든든한 문화 파트너가 되겠다”고 말했다.

[법률플러스]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

X(여)와 Y(남)는 1971년 7월 결혼했고 1973년 11월 그들 사이에서 자녀 Z가 출산했다. 그러나 이후 관계가 악화한 X와 Y는 1974년부터 별거를 했고 결국 1984년 이혼했다. X는 별거 시점인 1974년 이후 계속해 Z를 단독으로 양육했고 Y는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았다. X는 2016년에 이르러 Y에 대해 1974년부터 1993년 11월(Z가 성인이 된 시점)까지 Z를 단독으로 양육하며 지출한 과거 양육비의 분담을 구하는 심판을 청구했다. 법원은 X의 청구를 인용할까. 부모는 성년이 될 때까지(2013년 성년 기준이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변경) 자녀를 양육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어떤 사정이 있어 부모 중 일방이 단독으로 자녀를 양육했다면 이후 타방을 상대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통상의 채권처럼 이 사안의 양육비 청구권도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이 사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논쟁의 전제가 된다. 문제는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언제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즉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언제부터 진행하는가. 이에 대해 대략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주장이 제시될 수 있다. 첫 번째, 양육비를 실제로 지출한 때로부터 10년이라는 주장이다. 위 사안의 X가 1980년 5월 양육비를 지출했다면 해당 양육비 청구권은 즉시 소멸시효가 진행되므로 X는 Y를 상대로 1990년 5월 이전에 양육비를 청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1980년 6월에 지출한 양육비는 1990년 6월 이전에 청구해야 한다. 두 번째, 자녀가 미성년인 기간(양육이 계속 이루어지는 기간)에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으며 자녀가 성년이 돼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주장이다. 위 사안의 자녀 Z는 1993년 11월에 성년(만 20세)이 됐으므로 X는 2003년 11월까지 그동안 지출한 양육비를 청구해야 한다. 세 번째, 양 당사자가 합의하지 않는 이상 양육비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성립하므로 가정법원의 심판이 내려진 후 비로소 10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위 사안의 X는 Z가 성년이 돼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 가정법원에 심판을 제기했지만, 소멸시효는 심판이 내려진 후 비로소 진행한다. 물론 X는 세 번째 주장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는 대법원이 바로 이 입장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대법원은 그동안 자녀가 성년이 돼 양육의무가 종료된 후에도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해 구체적인 청구권으로서 성립하지 않았다면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정립했다. 그러나 위 사안을 심리한 대법원(2024년 7월18일자 2018스72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은 최근 종전 판례를 변경하면서 X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보는 것은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지만, 성년이 돼 양육 의무가 종료되면 아직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구체적인 금액이 확정되지 않더라도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두 번째 주장를 채택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분쟁을 겪고 있는 분들의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AI시대, 인간 고유의 가치를 되새기다…‘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 外

2023년부터 불어닥친 ‘인공지능(AI)’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AI를 활용한 기술이 날마다 쏟아지는 가운데, AI를 적극 활용한 ‘공생’이 강조되는 반면 일각에서는 AI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서점가에서도 AI 시대를 겨냥한 책들이 계속해 등장하고 있다. AI 시대 속에서 인간 고유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며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들을 모아봤다. ■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 “AI 시대가 도래했을 때 질문하지 않는 인간은 결국 AI의 도구가 된다.” 50만 베스트셀러 ‘관점을 디자인하라’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박용후 작가가 10년만에 신작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라’를 펴냈다. AI가 인간의 일상 속에 깊숙이 파고든 이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빨리 빨리’ 문화 속에서 자기 생각을 훈련할 시간을 잃어버린 한국사회. 저자는 우리가 질문하지 않고 정답을 복사하는 데만 능숙해졌지만, AI 시대에 지켜야 할 마지막 주권은 ‘질문’이라고 단언한다. 질문은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책은 총 5개의 주제로 사고의 회복을 돕는다.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질문력을 먼저 키워야 한다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을 비추는 거울이다 ▲정보가 넘칠수록 관점을 설계하는 능력이 ‘생각의 틀’을 디자인하는 힘으로 연결된다 ▲당연한 것을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 ▲기계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으로 그 관계를 초월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등이다. 저자는 스마트함과 편리함, 효율 뒤에 숨은 ‘사고의 실종’은 그 어떤 기술적 진보보다 더 위험한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질문을 설계하는 힘, 생각의 주도권을 디자인하는 능력, 결과를 해석하는 책임을 갖는 ‘사고하는 인간’만이 AI 시대를 이끌어 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창밖의 기린 ‘창밖의 기린’은 어린이를 위한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 소녀 ‘재이’는 AI 에모스가 만든 유토피아 ‘리버뷰’에 가족과 함께 들어가지 못한 채 혼자 남았다. 인류의 15%만이 리버뷰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혼자 남은 재이는 텅 빈 집에서 처음으로 외로움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당으로 들어온 기린이 말을 걸어왔다. “내 말 들려?” 그때부터 아주 신기하고도 특별한 만남이 하나둘 찾아온다.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 때문에 리버뷰에 들어가지 못하는 재이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없애고 리버뷰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이내 친구 소라를 만나면서 동물들을 돌보며 혼자 살기를 택한다. 김유경 작가의 ‘창밖의 기린’은 독자의 선택으로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는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인공 지능 시대를 사는 우리가 곧 마주할 미래와 특별한 선택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이 심사위원 120명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책은 재이가 혼자 살면서 겪는 외로움과 불안, 다정한 돌봄과 진정한 자유가 긴장감 있는 서사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은 ‘동물과 인간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 ‘인공 지능이 언제나 정당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가?’ 등 AI 시대를 살아갈 어린이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저물녘 오솔길’·‘신들의 고향 코카서스 세 나라’ 발간한 수필가 박태수

일흔 다섯의 나이에 세계 곳곳을 누비며 또 다른 세상과 삶을 만나고 있는 박태수 수필가가 수필 제3집 ‘저물녘 오솔길’과 여행에세이 2집 ‘신들의 고향 코카서스 세 나라’를 출간했다. ‘저물녘 오솔길’(문비 刊)은 느림의 모놀로그(2020) 새벽의 고요(2022)에 이은 세 번째 수필집으로 삶을 대하는 진지함과 차분함 잃지 않은 작가의 태도가 한 글자 한글자 묻어난다. 총 4부에 걸쳐 인생을 살아오며 느낀 그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삶의 여정과 여행길에서 건져올린 세계의 문화·역사, 고전을 통해 세상과 삶을 통찰하며 옮긴 삶의 지표, 현 시대를 통찰력 있게 들여다 보며 써내려간 직설 등이 옮겨졌다. 삶과 죽음, 인간과 신의 종교부터 건강, 의료대란, 갈등 사회 등 분야를 넘나드는 저자의 깊이 있고 풍부한 해석이 특히 돋보인다. 보건학 박사이자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영전략본부장과 경기인천지역본부장을 역임하고 보건학 분야로 대학 강단에 30년 넘게 서온 저자의 보건 전문 지식과 수필가로서 쌓아올린 문학적 세계, 다양한 공간과 세계를 여행하며 건져올린 그만의 이야깃거리가 문장마다 풍부함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신들의 고향 코카서스 세 나라’(문비 刊)는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 아르메니아순으로 한 달 동안 둘러본 여행기다. 그의 두 번째 여행에세이로 곳곳마다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수도원, 교회가 즐비한 코카서스에서 아름다운 동화같은 이야기를 펼쳐낸다. 코카서스 세 나라는 19세기 초 러시아 제국의 땅이었다가 독립 후 다시 편입과 독립의 역사를 지녔다. 저자는 이 곳의 같은 듯 하면서도 각기 다른 문화와 역사, 민족적 성향 등을 그가 옮긴 발걸음을 따라 풀어내며 여행의 세계에 독자를 초대한다. 저자의 발걸음과 친절한 해설과 함께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 익숙하지도, 널리 알려진 명소도 없는 이 곳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어릴 적부터 꿈이 세계일주였다”는 저자는 환갑 때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경희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하면서 여행을 글로 옮겼다. 현재까지 그가 여행을 다닌 나라만 70여곳. 그는 프롤로그를 통해 “스스로 가능성을 믿고 인생을 대하는 것이 성공을 향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며 “지금도 새로운 여행 꿈꾸고, 여행길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길 기대한다. 오늘도 새로운 도전을 향하여 마지막 촛불을 태운다”고 밝혔다. 책의 끝 무렵 코카서스 여행기를 마치며 풀어낸 저자의 글에서 끝이 아닌 또 다른 여정의 시작과 설렘이 느껴지는 이유다.

47년차 교육자의 인생관이 담긴 책…‘대답 없는 날의 인사’ [신간소개]

47년차 교육자가 삶의 기억과 진심을 담아 시집 ‘대답 없는 날의 인사’를 펴냈다. 저자 백기명은 수많은 계절과 사람들 사이를 지나온 나날들의 회상과 마음 한 편에 묻어두었던 말들을 시로 풀어냈다. 이 시집에는 부모에 대한 애틋함은 물론, 한 인간으로서 느끼고 살아낸 순간들이 잔잔하게 담겼다. 이 시집은 화려한 말보다는 담담한 진심에 집중한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아직도 눈가에 아른거리는 지난날의 풍경에 대한 기억이 한 편 한 편의 시로 다듬었다. 저자는 “삶의 태생부터 현재까지 살아온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인사들은 마음속에만 묻어두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시집을 통해 인연을 기억하고, 아직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조심스레 꺼내 보인다. 특히 부모님을 향한 시편에서는 진심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설팍이 닳도록 오가며 자식 돌보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는 고백과, “잔잔한 미소를 지닌 얼굴에 남은 주름이 부모님의 훈장”이라는 문장은, 그가 전하지 못했던 사랑의 무게를 고스란히 전한다. ‘대답 없는 날의 인사’는 삶을 돌아보며 전하는 진심의 기록이다. 모든 이별이 말로 마무리되지 않듯, 이 시집은 말 대신 시로 전하는 ‘늦은 인사’다. 백기명 저자는 “살면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참 많다”며 “지나고 나서야 소중했던 순간들이 보여 그 시간들을 시로 붙잡아 봤다. 시집을 통해 지금 이 순간 피어나는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재혁·앙상블블랭크, ‘싱크 넥스트 25’…무경계·소통·해체로 관객과 만난다

지휘자 최재혁과 앙상블블랭크가 ‘싱크 넥스트 25’ 무대에 올라 장르와 경계를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세종문화회관은 오는 4일부터 9월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싱크 넥스트 25(Sync Next 25)’를 개최한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는 장르와 매체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인 공연예술 프로그램으로, 총 18개의 아티스트 팀이 11개 프로그램, 총 32회 공연에 참여해 동시대 예술을 선보인다. 그간 싱크 넥스트는 ‘경계 없는 무대, 한계 없는 시도’를 슬로건으로, 장르와 매체의 구분을 뛰어넘는 실험적이고 동시대적인 공연 예술을 선보여왔다. 2022년 시작한 뒤 올해로 4년 차를 맞은 ‘싱크 넥스트’는 그동안 총 55팀의 아티스트와 34편의 공연을 소개하며, 새로운 창작 형식과 표현 방식을 탐색하는 대표적인 예술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싱크 넥스트 25’에는 총 18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11개 프로그램 32회의 공연을 선보인다. 테크노, 앰비언트, 현대음악, 힙합, 네오소울 등 다양한 음악 장르를 기반으로 한 공연은 물론, 무용·연극·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의 융합 무대가 펼쳐진다. 올해 참여하는 아티스트는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수민&슬롬 ▲앙상블블랭크, 주정현 ▲코끼리들이 웃는다 ▲리퀴드사운드 ▲강남, 김효은, 이준우 ▲제이통 ▲해니, 미스터 크리스 ▲문상훈과 빠더너스 ▲김성훈 ▲벌트vurt.,업체eobchae이다. 올해 싱크 넥스트 25에서 주목할 지점은 ‘무경계’를 향한 대담한 선언이다. 장르와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존의 틀을 과감히 해체하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오는 18일과 19일 양일간 이어지는 무대에서는 2017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 부문 최연소 우승자 최재혁이 이끄는 앙상블블랭크와 2024년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을 수상한 해금 연주자 겸 작곡가 주정현이 ‘원초적 기쁨’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이들은 ‘지금의 음악을 고민하는 두 창작자가 선사하는 가장 야성적인 순간’을 모토로, 익숙한 동서양의 악기 속에서 낯선 청음의 재미를 탐색하는 기회를 만들어 낸다.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해금, 첼로, 피아노, 드럼 등 익숙한 악기들이 신체의 움직임과 반응하고 거대한 음향의 덩어리로 나아가는 여정에 동참한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 속에서 연주자들이 빚어내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따라가는 이번 경험은 전형적인 공연에서 벗어난 색다른 체험의 장을 만들 예정이다. 앙상블블랭크 관계자는 “그간 최재혁과 앙상블블랭크는 다채로운 장르와 예술을 결합하며, 단순한 연주를 넘어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해오는 데 집중해왔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서도 실험과 혁신을 바탕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수채화처럼

세월을 쫓다가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나 많다. 올해도 반환점을 돈다. 가파른 세월을 힘겹게 오르다 어느새 브레이크 없는 내리막길로 들었다. 억울하지만 이미 저 아래 바닥이 바라보인다. 여름은 추억 숲이다. 경포해변의 푸른 바다와 여름밤의 텐트 속. 반딧불이 날던 마당에 멍석 깔고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바라보던 틴에이저 시절, 라디오는 낭랑하고 또렷했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시그널 뮤직이 아직 귓가에 있다. 직장 생활 땐 등산팀을 만들어 리드가 되기도 했다. 그 시절 그들은 어디서 무얼 할까, 많이 보고 싶다. 인생의 가장 왕성한 시절이 여름이었다. 오늘은 행궁동 현대미술팀과 수채화를 그린다. 스펀지 붓이 흠뻑 물을 머금고, 수채화지 하얀 가슴에 깊이 스며든다. 청춘의 수액 같다. 언젠가 고등학교 미술 교사를 하던 후배의 미술실을 찾아간 적이 있다. 복도의 창 위로 수업 중인 그를 바라봤다. 그런데 후배의 등 뒤에 걸린 급훈을 바라보고 미소가 전율처럼 흘렀다. 급훈은 ‘수채화처럼’이었다. 근면, 성실, 봉사가 아닌 ‘수채화처럼’이라니. 젊음의 패기가 무기인 아름다운 형용사로 느껴졌다. 수업이 끝나고 총각 선생인 그와 함께 맑고 투명한 이슬을 오래도록 축였다. 참이슬이 수채화처럼 번졌다. 후배의 보름달 같은 웃음이 그립다. 초록 물감으로 싱그럽고 명료한 옛꿈을 다시 그린다. 그대의 빛나는 눈동자에 맺힌 영롱한 추억 같은.

[청소년 Q&A] 고교학점제 대비 어떻게 하나요

Q. 고등학교 1학년생입니다. 올해부터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1학년으로서 대학 입시와 관련해 현명한 대처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A. 진로를 고려한 선택과 꾸준한 성실함이 고교학점제의 성공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교 1학년은 기초를 다지는 시기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로를 고민하고 선택과목을 계획적으로 설정하며 지금의 내신부터 잘 관리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입니다. 국어, 영어, 수학 같은 공통과목은 내신에 절대적인 영향을 줍니다. 또 상대평가 과목(주로 공통과목)은 상위권 유지가 중요합니다. 학교마다 내신 반영 방식이 다르므로 학교 내신 체계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진로를 고려한 대학의 학과와 연결되는 과목 선택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의과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 ‘생명과학 2’와 ‘화학 2’ 과목을 선택하고 경제 관련 학과에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경제’와 ‘사회문화’ 과목을 선택하면 선택 과목 성적이 대학 평가에서 ‘학업 역량’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유리합니다. 그리고 성취평가제 과목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합니다. A등급을 받기 위해선 과제, 발표, 수행평가 등 수업 참여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관심 분야를 다양하게 체험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진로와 관련된 독서를 하고 동아리, 캠프, 체험 활동 참여를 통해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자신이 그 과목을 선택한 이유, 성취 결과, 프로젝트, 보고서 등을 정리해두면 면접 대비에 유리하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습니다. 매학기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정리해 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잊지 말아야 하는 부분은 고교학점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그 선택이 대학 입시와 진로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학년별로 전략이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준향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자이언티부터 AI 어워즈까지”…힙(hip)한 예술의 결합 ‘2025 어반브레이크’ 내달 7일 개막

시각예술과 음악, AI와 토이, 스트리트 패션과 전통 민화, 푸드 등 각양각색 장르의 예술가들이 한데 모여 협업을 펼친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살아 숨 쉬는 예술가들의 창작 이야기는 관람객과 함께 호흡하며 생동감을 더한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케이팝과 AI의 결합은 단연 눈길을 끈다. 어반&스트릿 아트를 내세우며 매년 다양한 국내외 아티스트와 실험적인 콘텐츠를 선보였던 ‘어반브레이크 2025(URBAN BREAK 2025)’가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총 15개국 3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가운데 ‘Play with Artist’(아티스트와 함께 놀다)를 주제로 한 제6회 어반브레이크는 올해 예술가 중심의 ‘글로벌 아트 페스티벌(예술 축제)’로 진화를 거듭하며 아시아의 창작 허브를 지향한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원철 ㈜어반컴플렉스 대표이사는 “개별 작품보다는 아티스트 한명 한명 인물의 세계관, 라이프 스타일(생활 방식), 창작 활동을 관람객이 직접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현장형 콘텐츠로 구성했다”며 “4일간 어반브레이크·토이콘 서울·AIAA 3가지 콘텐츠를 매일 다른 콘셉으로 진행하니 골라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아티스트와 함께 놀자”…예술가 중심, 세계관 펼칠 전시 ‘어반브레이크 2025’는 ▲전시 부스별 독특한 큐레이션 ▲국내 유일 글로벌 아트토이 페어 ‘토이콘 서울(TOY CON SEOUL)’ 동시 개막 ▲뮤지션 ‘자이언티’ 등 음악과 패션을 아우르는 결합 ▲AI 예술가 만남 및 ‘AI 아티스트 어워드(AIAA)’ 신설 등으로 역대 제일 확장된 형태가 될 예정이다. 어반브레이크가 각 아티스트와 함께 구성한 개별 전시 부스는 부스별 정체성을 한껏 드러낸다. 관객과 소통하는 작은 축제 공간으로 부스별 디제잉, 라이브 퍼포먼스 등 다양한 콘텐츠가 관객과 만난다.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로는 런던 아트 비엔날레 2025에 선정돼 시선을 사로잡은 비주얼 스토리텔러 작가 문진성, LA와 베를린에서 독창적인 팝 조형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COARSE(코어스), 이탈리아의 떠오르는 스트리트 아티스트 에만스, 배우이자 팝컬처 아티스트로 아트토이와 캐릭터의 실험적인 확장을 선보이는 미우드 등이 한국 팬들과의 첫 만남을 위해 자리했다. ■ 국내 최초 글로벌 토이 페어 ‘토이콘 서울’ 동시 개막 “국내 아티스트도 대만 등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를 한국에서도 소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장 대표이사는 어반브레이크가 이번 현장에서 국내 유일로 선보일 ‘토이콘 서울’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올해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는 ‘어반브레이크 2025’와 동시 개최되는 ‘토이콘 서울’이다. 디자이너콘(미국), TTF(대만) 등 전 세계적 열풍을 이어가는 디자이너 토이 페어가 한국에서도 공식 출범하는 것으로 10개국 100여 팀의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토이 브랜드가 참여한다. 관람객은 세계 1위 아트토이 기업 POP MART와 Coolrain, TUD TOY 등 글로벌 토이 아티스트와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나며 한정 굿즈 드롭 이벤트, 토이 커스터마이징 체험 공간, 아티스트 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 ‘힙(hip)’의 대명사 자이언티 레이블이 선보일 시각예술과 음악의 결합 ‘어반브레이크 2025’에서 대중에게 흥미롭게 다가올 관전 포인트는 단연 뮤지션 자이언티가 이끄는 레이블 ‘스탠다드 프렌즈’와의 만남이다. 이번에 선보일 ‘TRACK 프로그램’은 시각예술과 음악이 만나 서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드러낸다. 특히 자이언티, 기리보이, 슬롬, 원슈타인은 어반브레이크 행사 4일간의 플레이리스트를 선정해 7월 둘째 주 공개할 예정이다. URBARN(도시), FRIENDSHIP(우정), TOY(장난감) 등 4일간 4개의 테마별로 어반브레이크를 위한 맞춤형 음악 큐레이션은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더한다. 대중에게 사랑 받는 싱어송라이터인 이들은 살아 숨 쉬는 라이브 퍼포먼스와 창작 뒷이야기를 스튜디오 및 오피스의 스태프들과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이들의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발자취를 담은 아카이브 전시인 ‘We are Friends’를 만나볼 수 있다. 이외 국내외 패션 브랜드와 시각예술 작가의 협업도 어반브레이크만의 정체성을 더한다. H.O.T 출신 장우혁이 발매한 유나이티드워커스과 얼킨, 등 국내 떠오르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대표적인 민화 작가 5인과 함께 독특한 작품과 공동 작업한 의류를 선보인다. ■ 기술 활용한 예술 작업 라이브로… ‘AI 아티스트 어워드’ 신설 기술이 발전할수록 결국 예술가 사이에 자기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이들이 살아남고, 상상력과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어반브레이크에서는 기술과 예술이 결합하는 현재, 전 세계 AI 창작자들을 직접 초대해 만나고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AI 아티스트 어워드(AIAA)를 개최한다. 전 세계에서 AI 활용하는 다양한 예술가는 창작의 이야기와 과정을 관객에게 직접 선보인다. 이번엔 기리보이, 원슈타인 등 케이팝과 함께 AI 예술과 음악이 만나는 특별 세션으로 창작의 실험이 이어진다.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등의 K-POP 기반 영상 콘텐츠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우수작은 실제 공연과 전시로 이어진다. 이와 함께 관람객은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생성형 프롬프트를 입력해 그 자리에서 작품을 생성하는 프로그램 존, 전 세계 AI 예술가의 세계관을 시각화한 콘텐츠 전시, 국내외 유명 문화예술인 초청 등 어반브레이크 기간 내 8월8일을 ‘AI 아티스트 데이’ 지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