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병주 ‘한번 붙자’-김동연 ‘붙기 싫다’

경기도지사 선거사(史)에 남은 논쟁이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 등장했던 ‘조조론’이다. 시작은 남경필 당시 지사의 SNS 글이었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동탁을 토벌할 수 있다면 기꺼이 조조가 되는 길을 택하겠다.” 한국당 재입당을 타진하고 있었다. ‘동탁’은 상대인 민주당을, ‘조조’는 당적 변경 결정을 시사한 듯했다.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논쟁’에 뛰어든 상대가 있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통령이다. “조조는 시류 따라 진영을 옮겨 다니지는 않았다”며 남 지사의 당적 변경을 비꼬았다. “유·불리를 가려 진영을 바꾸었고 의탁했던 동탁을 제거한 건 여포였다”고 했다. 축구 경기에서 수시로 유리한 곳을 찾아 골대를 옮기는 건 ‘반칙’이라고도 했다. 이 시장은 남 지사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남 지사도 유력 후보인 이 시장과의 설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언론은 둘의 입씨름에 빠져들었다. 결국 둘이 본선을 향했다. 2026년 선거가 6개월여 남았다. 민주당 도지사 후보군의 하마평이 한창이다. 다선·최고위원급 인사로 추미애, 김병주, 이언주, 한준호 등이 있다. 경기도 정치를 대표하는 염태영, 박정, 강득구 의원 등도 있다. 현직은 김동연 지사다. 각종 여론조사에 현직 프리미엄이 나타난다. 최근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김병주 의원(남양주을)이다. 전략상 타깃을 김동연 지사로 정한 것 같다. 연일 ‘김동연 때리기’를 이어간다. 12일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 설명회다. 경기 북부지역과 직접적 이해관계에 있다. 북부 주민들의 관심이 적지 않은 사안이다. 그런데 이날도 ‘김동연 때리기’부터 했다. 앞선 최고위원회에서 경기도의 지역화폐 가맹점 등록 기준 완화를 비판했다. 연 매출 12억원에서 30억원으로 완화한 조치다. 이재명 정부와 방향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것 말고도 많다. “경기도 소방공무원들이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10일·최고위원회), “경기도가 노인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7일·충북 최고위원회), ‘김 지사의 도정이 이재명 정부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경기도 반박이 아름아름 나온다. 소방공무원 수당은 법률 판단이 엮여 있다. 노인 지원 예산 축소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하지만 김 지사는 입을 다물고 있다. 행정과 예산의 달인이지만 침묵하고 있다. 둘이 저마다의 선거를 치르고 있다. 그 방식을 두고 뭐라 할 건 없다. 다만 무대가 경기지사선거다. 경기도 정책을 무기로 쓰고 있다. 그렇다면 도민 앞에 져야 할 책임이 있다. 검증된 팩트로 공격할 책임, 잘못된 오류는 설명할 책임 말이다.

[사설] ‘마을버스’는 대중교통이다, 이대로 죽일 건가

-어르신이 교통카드를 잊고 탑승한다. 버스 기사가 말한다. “그냥 타세요. 외상해 드릴게.” 다른 어르신이 승차한다. 지팡이가 먼저 오른다. 착석까지 한참 걸린다. 버스 기사는 ‘잘 앉으셨어요’라며 확인하고야 출발한다. 어느 할머니는 아예 내릴 곳을 버스 기사가 알려준다. “따님네 가시는 거죠. 이번에 내리세요.” -용인의 한 전원마을에서 목격되는 마을버스 모습이다. 훈훈함과 절박함이 함께 묻어난다. 그런데 마을버스가 위기다. 무엇보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경기일보가 한 구직 사이트의 채용 공고를 분석했다. 시내버스 기사가 월 356만~443만원이다. 전세·통근 등 특수 버스 기사는 350만~420만원이다. 반면 마을버스 기사는 280만~313만원이다. 월 급여가 100만원 가까이 적다. 생업인데 이렇다. 무조건 봉사만 요구할 수 있겠나. 문제의 시작은 한계에 온 경영난이다. 돈 되는 노선도 없다. 손님도 많지 않다. 정부·지자체 지원은 현실성 없다. 경기도의 마을버스 지원 항목에 두 가지가 있다. 수도권환승할인 지원금과 청소년할인 지원금이다. 시내버스 지원은 이보다 다양하다. 적자노선 지원금, 공영차고지 조성비, 서비스 개선비, 저상버스 구입비 등이다. 마을버스에도 적자 노선 많고, 차고지 필요하고, 서비스 개선해야 하고, 좋은 버스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도 없다. 올해 지원된 경기도의 예산 규모를 보면 마을버스에는 27억5천만원, 시내버스에는 2천909억원이다. 정책 때문에 경영이 악화된 경우까지 있다. 2007년 시행된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가 그렇다. 환승할 때 일정 금액이 자동 할인된다.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의 할인 폭이 같다. 기본요금이 낮은 마을버스다. 상대적으로 손해다. 그래서 올해 마을버스 총 환승손실액이 1천7억원이다. 보전받는 금액은 288억원이다. 719억원이 운수사의 손실로 넘어갔다. 시내버스와 이렇게 차별해도 좋을 근거가 있나. 마을버스의 공공성을 가벼이 보는 건가. 일본을 얼핏 보자. 운영손실 보조금 제도가 있다. 버스 구입비 보조금 지급도 많다. 우리 체계와 차이점은 있다. 일본 지자체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일본의 마을버스 정책이 우리의 그것보다 좋다고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중교통 정책에서의 위치를 비교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보다 중하게 매겨져 있음은 분명하다. 시내버스에 돈 주는 이유는 공공성 때문이다. 마을버스도 공공성이 크다. 교통복지의 당당한 핵심이다. 경기도에 운행 중인 마을버스만 3천여대다. 22개 시·군, 826개 노선에서 오간다. 전국 마을버스의 60%를 차지한다. 이 역시 경기도가 선도해야 할 영역이다. 도, 시·군, 업체,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토론의 장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사설] 황교안, 선동 정치인가 선동 범죄인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긴급 체포됐다. 내란을 선동·선전한 혐의다. 특검이 청구한 체포영장을 법원이 발부했다. 형사소송법에 관련 규정이 있다.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때다. 황 전 총리는 고발된 혐의가 있다. 세 차례 특검 출석을 거부했다. 두 차례 압수수색도 무산됐다. 황 전 총리 거부 또는 지지자들의 방해가 있었다. 체포 요건에 해당한다고 특검은 봤다. 당초 고발된 혐의는 SNS 글이다. “나라를 망가뜨린 종북 주사파 세력과 부정선거 세력을 이번에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 계엄 당일인 12월3일 올린 주장이다. 대통령의 계엄에 대한 소감과 지지를 담고 있다. 진보 성향의 인터넷 매체가 고발했다. 내란 선전·선동 혐의였다. 이 외의 혐의에 대해서는 12일 현재 확인되는 게 없다. 이견이 있다. 그는 대선을 치른 정치인이다. ‘종북 주사파 세력’은 이념적 구획이다. 정치적 스팩트럼으로 분류된다. ‘부정선거 세력’도 그렇다. 증명되지도 않았고, 증명하지도 못한 주장이다. 그저 그가 속한 정치집단의 구호다. 한동훈 전 대표 체포 주장도 그렇다. 전·현직 대표라는 경쟁 관계다. 경쟁자를 향한 격한 정치 공격으로 볼 수 있다. 어차피 선동은 정치 실현의 수단이다. 선동 범죄와는 구별된다는 논리다. 요는 시점이다. 정치가 첨예하다. 8일 대장동 항소 포기가 등장했다. 검찰 반발과 ‘7천억원 포기’로 이어진다. 11일에는 ‘내란 특검 TF’안이 등장했다. 국무총리가 제안했고 대통령이 승인했다. ‘내란 연루자 색출’ 얘기가 있다. 12일 새벽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다. 12일 오전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체포됐다. 두 건 모두 ‘내란’ 관련이다. 이게 모두 11~12일 사이의 상황이다. ‘대장동’과 ‘내란’의 정면 충돌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가장 날카롭다. ‘적폐 청산 카드 등장’이라는 해석이 있다. 여러 언론이 내리는 진단이다. 바로 이 한복판에 등장한 황 전 총리 체포다. ‘황교안式 언어’의 가벌성(可罰性)이 주목한다. ‘선동 정치’와 ‘선동 범죄’의 어느 쪽이 될 것인가. ‘표현의 자유’와 ‘표현의 책임’의 어느 쪽이 될 것인가. 향후 적폐 청산 수사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영장이 청구됐으니 또 한번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사설] 아파트 밑에 철길 뚫으면서 설명회도 없다니

성남 A아파트 주민들이 물으려는 게 있다. ‘당신 아파트 밑에 지하철을 파도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나.’ 분노의 입장도 냈다. “국가철도공단, 성남시, 지역 국회의원은 지금까지 어떠한 공식 설명회도 개최하지 않았다.” 이 아파트 지하 36.5m에 터널이 뚫린다. 수서~광주 복선전철 공사 3공구 33구역이다. 광명 신안산선 붕괴, 서울 부암동 주택 균열, 인천 아파트 지반 침하 등을 모두가 지켜봤다. 불안과 분노가 당연하다. 원래 서울이 먼저였다. 그런데 서울 2공구 구간에서 민원이 생겼다. 불가피하게 경기도 구간 선착공으로 바뀌었다. 2023년 9월12일 공사가 시작됐다. 일부 노선이 A아파트 지하를 통과하게 설계됐다. 그런데 주민들은 몰랐다. 어디에서도 이런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입주자대표회의가 9월26일 처음으로 알아냈다.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것은 11월3일에 와서다. 이러니 제대로 된 설명회가 있었을 리 만무하다. 아파트 단지를 뚫고 가는 공사다. 당연히 우려가 있다. 지반 침하, 지하수 흐름 변화 등이다. 균열 같은 지상 구조물 피해도 걱정이다. 재산권 행사 제약 걱정이 제일 크다. 구분지상권을 설정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일단 설정되면 재개발 등 지상 개발이 역으로 제한받는다. 물론 이런 우려가 모든 현장에 동일한 건 아니다. A아파트의 경우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요구되는 절차적 조건은 있다. 투명성과 소통이다. 사실 수광선에서 이런 민원은 처음이 아니다. 2024년 서울 강남 한 아파트에서 닮은꼴 충돌이 있었다. 아파트 옆 50㎝를, 깊이 25~30m로 지나게 됐다. 안 그래도 수서고속철도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의 지하 터널이 지나는 곳이다.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강하게 반발했다. 국토교통부,철도공단, 아파트 비대위가 안전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 여파로 옮겨 온 게 성남 33구역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통보했다는 게 1천171가구 중 300여가구다. 그나마 8년 전 명단이라고 한다. 이해당사자는 현재 소유자들이다. 통보 시늉만 한 것 아닌가. 주민이 인지한 뒤에도 답답하다. 두 달 가깝도록 진척된 소통이 없다. 한 주민이 기자에게 말했다. “시와 공단에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몰랐다는 것뿐이다.” 혹시 서울 강남 아니라 이런가. 설마 그럴 리는 없고. 그럼 왜 이런가. 중요한 일이다. 갈수록 수도권 아파트는 촘촘해진다. 그만큼 아파트 지하를 뚫어야 한다. 지하 터널 민원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해결의 틀과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 핵심은 투명성과 소통이다. 성남 33구역 공사에는 이 두 가지 다 없다.

[사설] 양평고속도로 재개 요구, 강하게 전달하자

양평군민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고속도로다. 만성 체증인 서울 가는 길을 해결해 준다. 지금 2시간 걸리는 시간을 20분으로 줄여준다. 시골에서 하루아침에 서울 생활권이 된다. 없던 진출입로를 어렵사리 만들었다. 주민들이 머리띠하고 연판장 돌리면서 만든 것이다. 막 삽을 뜨려는 시점에 사달이 났다. 세상 다 아는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다. 정권이 바뀌었다. 문제를 특검이 뒤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불려 다니고 조사 받고 오간다. 특검 조사에 대한 우리의 이견은 없다. 국토부의 자체 조사도 필요하면 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수사와 조사에 꼭 사업이 중단돼야 하느냐는 것이다. 모든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서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사업이 멈춰 선 게 2년을 훌쩍 넘겼다. 2023년 7월 갑자기 멈춰섰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 쪽에서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된 이유라고 했다. 김 여사 일가 소유 토지를 경유하고 있다. 차분히 돌이켜 보자. 당시 양평군민들의 원성은 뭐였나. 의혹 자체가 아니었다. 시작되려던 사업이 중단된 사실에 분노했다. 그 원성이 향했던 것은 당시 국토부 장관이었다. 민주당에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문제를 삼았다. 그러자 원희룡 장관이 난데없이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민주당의 사과 없이는 ‘사업 안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원 장관의 이런 황당한 결정에 많은 군민이 분노했다. 우리도 논평을 통해 부적절한 대처라고 지적했다. 그 양평고속도로가 지금까지 멈춰 있다. 원 장관의 사업 중단을 맹비난하던 민주당이다. 그 민주당 정부가 들어섰다. 그런데 여전히 멈춰 있다. 정부 여당에서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없다. 이런 가운데 모처럼 주장이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염태영 의원이 공사 재개를 촉구했다. “도로 이용 국민의 편의와 지역의 염원을 고려할 때 조속히 사업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 염 의원은 종점 변경 이전 노선, 즉 원안 추진을 강조했다. 고속도로 총연장 26㎞다. 중·단거리에 해당한다. 통상 사업 기간은 4~5년(평지 위주), 6~8년(터널 교량 포함)이다. 여기에 예타 및 설계가 2~3년이다. 총 소요 기간을 6~10년 정도로 본다. 아주 투박하게 예상한 공기다. 여기서 벌써 2년 반을 허송했다. 양평군민들의 속이 타들어간다. 염 의원 질의 덕분에 국토부 입장은 들었다. “기존 대안이 대외적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사업 재개 방식을 국회와 협의해 결정할 계획이다.” 답변 속에 희망적인 구절은 안 보인다. 더 많은 군민 목소리가 필요한 것인가. 관심을 끌어 오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설] 검찰 항소 포기로 7천억 ‘대장동 재벌’ 생긴다

검찰이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의 항소를 포기했다. 수사팀과 공판팀이 강력히 반발했다.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막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은 사의를 표했다. 어쨌든 검찰의 항소 시한은 지났다. 민간업자들은 모두 항소했다. 원심보다 피고인에게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68조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다. 피고인들 주장과 진술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도 검찰의 반박은 제한적이다. 이 핵심에 배임죄가 있다. 다들 1심 판결이 중형이라 놀랐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공사 본부장과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에게 징역 8년씩 선고했다. 구형보다도 높았다. 나머지 3명도 징역 4~6년을 선고했다. 전원을 법정에서 구속했다. 그런데 적용된 죄목이 업무상 배임죄다. 검찰은 특경법 배임죄로 기소했다. 손해액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차이가 크다. 특경법 배임은 최대 무기징역이고 업무상 배임은 최대 10년이다. 계속 특경법 배임이라고 해왔다. 항소가 당연했다. 그런데 갑자기 포기했다. 특경법 배임을 포기한 셈이다. 이제 특경법 배임이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 다른 대장동 재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도 그렇다. 이 대통령 혐의 중에 ‘특경법상 배임죄’는 이미 논리를 잃었다. 야권에서 성토하는 가장 큰 맥락이다. ‘이재명 봐주기’. 물론 여권은 ‘시작부터 억지 수사’라며 맞선다. 이 싸움은 정치에 넘기자. 이보다 관심은 7천억원 환수 불가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죄 액수를 7천814억원으로 특정했다. 이 전액을 추징해달라고 요구했다. 살폈듯이 1심 판결은 특경법 배임을 부정했다. 범죄 수익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같은 논리로 추징금도 명하지 않았다. 추징금을 다투려면 항소심을 가야 한다. 이 기회를 포기한 것이다. ‘7천억여원’을 포기하고 끝낸 것이다. 그 돈은 업자들의 이익이 됐다. 징역 몇 년 살고 지켜낸 7천억원이다. 여기에 배임죄 폐지 논의까지 있다. 어쩌면 그 징역조차 짧아질 수 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 재판은 법과 양심으로 한다. 그걸 보는 국민의 기준은 상식이다. 배임이라는 ‘범죄’가 있다. ‘7천억원’이라는 수익도 있다. 유죄 땐 추징이 자연스럽다. 추징 땐 무죄가 자연스럽다. 그런데 1심 판결은 아귀가 잘 안 맞는다. ‘8년 중형’을 때리면서 ‘7천억원 추징’을 불허했다. ‘범죄 액수 특정이 어렵다’는데.... 뭔가 어색한 구석이 있다. 정리가 필요했다. 다 떠나서 이런 걸 심리하는 게 2, 3심제도 아닌가. 이런 상식적 재판이 갑자기 이상해졌다. 검찰 빠진 피고인들의 놀이터가 됐다. 그 결정을 누구도 아닌 검찰이 했다. 법무부 탓하고, 대검 탓하던데.... 입만 열면 ‘검사 독립’ 외치던 검찰의 모습은 아니다.

[사설] 정년 65세 연장, 사회적 합의 통해 보완책 마련을

더불어민주당이 3일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 회의를 개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경영자총회 등과 함께 ‘65세 정년연장’ 입법을 본격적으로 논의함으로써 국회에서 정년 연장이 급속히 추진될 것 같다. 더구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6일 민주노총을 찾아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이 국정 과제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밝힐 정도로 입법 추진을 약속했다.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65세 정년 연장을 연내 입법하라며 정부와 국회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양대 노총은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 도심권인 동대문과 여의도 일대에서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각각 개최, “정년 연장은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적 요구”라며 올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 가두 시위를 전개했다. 법정 정년 연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을 보면 민주당은 ‘법정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 2025년 내 입법 및 범정부 지원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우리나라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노후 소득 공백을 줄이기 위한 정년 연장은 시대적 추세이므로 원칙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 사회적 논의가 분분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까지 심화시킬 우려성이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민주당이 4월 정년연장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7개월째 뚜렷한 진전은 없었던 이유는 정년 연장 문제로 인한 각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다른 의견을 나타내고 있을 정도로 첨예한 쟁점들이 많아 단순히 공약이라고 연내 목표로 속도전을 낼 입법사항은 아닌 것 같다. 우선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 문제로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동계는 급속한 노령화와 연금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정년 연장 입법화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노동시장 구조, 기업 경쟁력, 세대 간 고용 균형 등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므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청년층의 일자리 축소 문제도 반드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 정년 65세 연장제도가 기대한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철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설] 반미로 가는 ‘걸산동 통행증’, 정부가 풀어야

동두천시의회가 한목소리로 들고일어났다. 걸산동 주민 통행 제한에 대한 규탄이다. 주한미군을 겨냥하고 있는데 그 표현이 거칠다. ‘내 집에 가는 길을, 너희들이 뭔데 가로막아’, ‘통행권 보장 없이 한미 동맹도 없다’, ‘왜 미군 허락을 받아야 하나’. 성명서도 나왔다. “용산—케이시 기지사령부가 훈훈한 한미 상호 우호와 신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운동권의 시위 현장 구호가 아니다. 시의회 본회의장에 붙은 문구와 시의회의 성명서다. 미군에 막힌 걸산동 주민들의 통행권 문제다. 마을 대부분이 미군 부대에 둘러싸였다. ‘육지 속의 섬’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부대를 통과하면 10분에 오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을 1시간가량 돌아가야 한다.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이런 상황을 헤아려 온 게 통행증 발급이다. 마을버스 이용에도 이 통행증이 있어야 했다. 6·25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이렇게 지냈다. 주민은 미군을 인정한 것이었고 미군은 주민을 헤아린 것이었다. 이랬던 ‘70년 길’이 막힌 게 2022년이다. 새로 전입한 주민에게 통행증이 나오지 않았다. 알려진 이유는 ‘군사 보안’이다. 주민들이 따지고 들기에도 애매하다. 신규 전입 주민들이 임도로 1시간을 돌아 통행하고 있다. 동두천시가 나섰다. 실무자 회의도 하고, 협조 공문도 보내고, 기지사령관 면담도 했다. 패스를 계속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전부 무시됐다. 최근 신규 전입 주민 4명도 거부됐다. 통행증 발급 불가를 확정한 셈이다. ‘군사 보안’의 내용까지 따지고 들 수는 없다. 우리도 이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은 있다. 동두천 미군 부대(캠프 케이시)는 거대한 규모였다. 5개 미군 부대 군인 1만5천명, 군무원 2천800명 등 1만7천850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하 재배치로 빠졌다. 그런데 군사 보안을 더 강화하며 통행을 막는다. 이해할 수 있겠나. 70년 발행하던 통행증을 부대가 축소된 상황에서 거꾸로 막아 버린 이유가 뭔가. 동두천은 주한미군과 함께 살아온 지역이다. 미군에 대한 지역민의 정서도 친화적이다. 그런 동두천에 반미 구호가 넘치고 있다. 시의회 본회의장까지 치고 들어왔다. 안 그래도 반환기지 활용이 시원치 않은 동두천이다. 상권이 쇠퇴하고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걸산동 갈등’에 반미 구호가 붙는 정서적 배경이다. 반향이 커질 수도 있다. 빨리 풀고 가야 한다. 시, 시의회 노력만으로는 벅차 보인다. 정부가 나서 줬으면 좋겠다.

[사설] 특조금 쟁송, 대법원 입장 봤으니 끝내라

경기도 조례 쟁송의 선제적 결정이 나왔다. 해당 조례의 집행을 정지시켰다. 경기도 조정교부금배분조례 일부개정조례(특조금 조례)다. 특조금 조례 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은 경기도다. 대법원이 이를 인용했다. 앞서 경기도는 대법원에 특조금 조례 재의결 효력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은 그와 함께 이뤄진 전치 신청이었다. 집행정지 신청 인용으로 해당 조례 효력은 본안 소송 판결 때까지 정지되게 됐다. 도지사 특조금은 시·군의 재정 격차 해소와 균형적인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한 예산이다. 도지사가 재량으로 시·군에 지원한다는 특징이 있다. 경기도 특조금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본예산 심사가 늦어지면서 특조금 배분이 지연됐다. 그러자 경기도의회가 특조금의 집행 시기, 시한 등을 강제하는 조례를 만들었다. 경기도는 도지사 권한 침해 등을 이유로 재의를 요구했다. 도의회가 수정안을 만들어 다시 통과시켰다. 개정조례 내용에는 ‘도지사가 특별조정교부금을 상·하반기 각각 한 차례 이상 배분하고 하반기 배분은 11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고 돼 있다. 특조금에 대한 도의원들의 관심은 크다. 그런 관심이 담긴 수정안이다. 도는 확정된 조례를 공포하지 않았다. 사실상의 불수용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러자 경기도의회 의장이 직권으로 공포했다. 여기서 경기도가 꺼내든 카드가 대법원 소송 제기였다. 이런 난타전이 지난 1년간 계속됐다. 선례가 많지 않은 쟁송이다. 그래서 관심도 많았다. 바로 이에 대한 대법원의 선제 입장이 나온 것이다. 물론 집행정지 자체가 조례의 효력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 본안 소송에서 나올 결론도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의 방향은 읽을 수 있다. ‘조례가 옳은지 살펴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밝혔다. 헌법재판소가 내렸던 특조금 관련 결정도 있다. ‘특조금의 배분에서 도지사에게 일정 재량이 인정된다’고 밝힌 과거의 결정례다. 대법원의 이번 판단과 헌재의 과거 결정. 모두 도 입장에 좀 더 가까운듯 하다. 경기도는 ‘본안 소송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회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 살폈듯이 현 단계에서 추이는 짐작하기 어렵다. 한쪽의 과오를 따지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생각할 건 있다. 이런 다툼이 도민에게 무슨 득이 될 것인가. 기약 없는 소송전에 모호한 행정 상태를 계속 방치하는 것이 옳은가. 대법원은 ‘조례 집행을 일단 정지하라’고 명했다. 이 뜻을 존중하면서 사태 종결을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사설] ‘착한가격업소’ 폐지하라, 이럴 거면

‘착한가격업소’ 현판이 사라지고 있다. 누가 떼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다. 가게 주인들 스스로 내리고 있다. 2023년 자진취소 건수는 72건이었다. 2024년에는 73건으로 비슷했다. 올해 들어 갑자기 늘어났다. 3개월이 남은 9월 현재 이미 104건이다. 지자체가 인정해주는 신뢰의 상징이었다. 지정에 적지 않은 경쟁까지 붙었다. 그러던 착한가격업소가 외면을 받고 있다. 자진 취소 업소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착한가격업소 제도는 소상공인 지원책이다. 물가 안정 유도와 서민경제 지원이 목표다. 고객에게는 저렴한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로 인식된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다. 지정 기준이 다섯 가지 정도 있다. 가장 핵심은 저렴한 가격이다. 지정 때 주어지는 혜택도 몇 가지 있다. 지방세 감경, 공공요금 감면, 홍보 지원, 현판 부착, 일정 경비 지원 등이다. 경기도 전체에 1천721곳이다. 자진 취소 추세가 지금 같다면 몇 년 못 갈 수 있다. 문제의 출발은 급등하는 물가다. 제도가 시행된 것은 2011년이다. ‘일정 경비’는 2023년부터 지원하고 있다. 액수는 연간 85만원으로 변함이 없다. 이 기간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2023년 3.6%, 2024년 2.3%, 올 10월 현재 2.4%다. 고정된 지원금이 그만큼 삭감된 셈이다. 착한가게업소의 핵심은 저렴한 가격이다. 각종 지원과 착한 가격은 상관 관계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안 한다며 현판을 떼는 지경이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심각성을 지켜봤다. 수원 팔달구의 한 냉면 가게가 있다. 2014년부터 착한가격업소였다. 5년 전, 한 그릇에 7천원으로 올렸다. ‘일정 경비’ 지원 이후에는 못 올렸다. 이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 7천원으로는 원가도 안 된다. 그도 그럴 게 냉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1만2천269원이다. 맛집이나 특식 냉면은 1만5천원에서 1만8천원까지 간다. 연 85만원 받고 통제할 수준이 아니다. 마땅한 방도가 있기는 한 것일까. 혈세를 투입해 형성된 낮은 가격이다. 시민이 인정하지 않는다. 211만 소상공인 가운데 1천여명만 받는 혜택이다. 다수 소상공인도 관심이 없다. 85만원으로 충당될 수 없는 고물가 시대다. 당사자들까지 취소를 원하고 있다. 시민이 인정하지 않고, 소상공인이 환영하지 않고, 당사자들도 반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부터 현실성이 없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그 정책적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폐지를 포함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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