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교통카드를 잊고 탑승한다. 버스 기사가 말한다. “그냥 타세요. 외상해 드릴게.” 다른 어르신이 승차한다. 지팡이가 먼저 오른다. 착석까지 한참 걸린다. 버스 기사는 ‘잘 앉으셨어요’라며 확인하고야 출발한다. 어느 할머니는 아예 내릴 곳을 버스 기사가 알려준다. “따님네 가시는 거죠. 이번에 내리세요.” -용인의 한 전원마을에서 목격되는 마을버스 모습이다. 훈훈함과 절박함이 함께 묻어난다. 그런데 마을버스가 위기다. 무엇보다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경기일보가 한 구직 사이트의 채용 공고를 분석했다. 시내버스 기사가 월 356만~443만원이다. 전세·통근 등 특수 버스 기사는 350만~420만원이다. 반면 마을버스 기사는 280만~313만원이다. 월 급여가 100만원 가까이 적다. 생업인데 이렇다. 무조건 봉사만 요구할 수 있겠나. 문제의 시작은 한계에 온 경영난이다. 돈 되는 노선도 없다. 손님도 많지 않다. 정부·지자체 지원은 현실성 없다. 경기도의 마을버스 지원 항목에 두 가지가 있다. 수도권환승할인 지원금과 청소년할인 지원금이다. 시내버스 지원은 이보다 다양하다. 적자노선 지원금, 공영차고지 조성비, 서비스 개선비, 저상버스 구입비 등이다. 마을버스에도 적자 노선 많고, 차고지 필요하고, 서비스 개선해야 하고, 좋은 버스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도 없다. 올해 지원된 경기도의 예산 규모를 보면 마을버스에는 27억5천만원, 시내버스에는 2천909억원이다. 정책 때문에 경영이 악화된 경우까지 있다. 2007년 시행된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가 그렇다. 환승할 때 일정 금액이 자동 할인된다. 시내버스와 마을버스의 할인 폭이 같다. 기본요금이 낮은 마을버스다. 상대적으로 손해다. 그래서 올해 마을버스 총 환승손실액이 1천7억원이다. 보전받는 금액은 288억원이다. 719억원이 운수사의 손실로 넘어갔다. 시내버스와 이렇게 차별해도 좋을 근거가 있나. 마을버스의 공공성을 가벼이 보는 건가. 일본을 얼핏 보자. 운영손실 보조금 제도가 있다. 버스 구입비 보조금 지급도 많다. 우리 체계와 차이점은 있다. 일본 지자체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 일본의 마을버스 정책이 우리의 그것보다 좋다고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중교통 정책에서의 위치를 비교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보다 중하게 매겨져 있음은 분명하다. 시내버스에 돈 주는 이유는 공공성 때문이다. 마을버스도 공공성이 크다. 교통복지의 당당한 핵심이다. 경기도에 운행 중인 마을버스만 3천여대다. 22개 시·군, 826개 노선에서 오간다. 전국 마을버스의 60%를 차지한다. 이 역시 경기도가 선도해야 할 영역이다. 도, 시·군, 업체,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토론의 장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사설
경기일보
2025-11-1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