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역사를 잊은 민족의 결말, 그 문턱에서

지금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2023년 고등학교 11학년 세계사 교과서를 개정하며 학생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는 개정된 교과서에 ‘한국전쟁과 그 이후의 재건’ 사례 등을 새로 포함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교육과정에는 중국, 일본, 인도 등 동아시아 주요국은 포함돼 있었지만 한국은 빠져 있었다. 전후 초토화된 한국이 불과 수십년 만에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사례를 자신들이 설계할 미래 희망의 모델로 삼고 있다. 반가운 일이며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 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실려 있다고 한다. “1950년 한국은 전쟁으로 국토의 80%가 파괴됐지만 수십년 후 아시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나라가 됐다.” 전시의 포화 속에서도 한국의 사례를 가르치며 미래를 준비하는 우크라이나의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정작 우리 현실의 모습은 어떤가. 2025년은 6·25전쟁 발발 75주년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6·25는 점점 ‘시험에 나오는 연도나 지명’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국가보훈부의 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국민의 81.4%가 ‘6·25를 잘 알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20대 이하에서는 그 비율이 22.7%에 불과했다. 전쟁의 상처와 교훈은 세대의 변화와 함께 빠르게 잊히고 있다. 6·25는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었다. 광복 후 미소 냉전이 격화되며 한반도는 이념의 대리전장이 됐고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의 남침으로 민족이 총을 겨눈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전쟁이 시작됐다. 전쟁 기간 우리 군인과 경찰 15만명이 전사했고 250만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유엔군 참전 16개국 가운데 약 4만명의 젊은 병사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중 미국 병사만 해도 3만7천여명에 이른다. 안타깝게도 이들의 평균 나이는 19세였다고 한다. 이는 한반도의 전쟁이 단순한 내전이 아니라 냉전의 최전선이자 국제사회가 함께 치른 전쟁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평화를 누리는 우리는, 정작 그 역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지 못하고 있다. 기억되지 않는 전쟁은 반복될 수 있다. 기념일만으로는 부족하다. 살아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자라나는 세대가 반드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전쟁의 기억을 단지 고통으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가의 위기 속에서 전 세계가 함께 지킨 자유의 기록이기도 하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여러 분야에서 1위 자리를 내어주며 국가경쟁력이 쇠퇴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국민 모두의 힘을 결집해 ‘한강의 기적’을 다시 한번 이뤄내는 것이다. 국가의 존립과 다른 나라도 도울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는 되새겨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모든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해줘야 한다. 역사를 잃어버린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 더하기] 국립이천호국원, 호국 추모의 성지로

길을 걷다 주변을 잠시 둘러보면 태극기를 쉽게 볼 수 있고 휴가 나온 군인들의 군복에도 태극기가 부착돼 있다. 그만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들 일상에 스며들었다고 본다. 매일매일이 호국보훈의 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그중에서 특별히 6월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면 좋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서울현충원을 비롯해 6개의 호국원 등 전국에 12개의 국립묘지를 조성했으며 순국선열과 국가유공자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기념하고 있다. 특히 국립이천호국원은 수도권에 소재한 호국원으로 접근성이 좋아 안장과 이장을 희망하는 유가족의 선호도가 높은 국립묘지라 할 수 있다. 2008년 5월 개원한 국립이천호국원은 9년 만인 2017년 4월 유공자 5만기가 모두 안장됐다. 국립이천호국원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다하기 위해 안장할 수 있는 봉안시설 5만기를 추가로 확보해 올해 유공자 안장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설 확충이 완료되면 6개의 호국원 중 안장 능력이 큰 10만기 규모로 확대돼 국립묘지 안장을 희망하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에게 안장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참전유공자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안장 수요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국립이천호국원의 국가유공자 안장 재개는 그분들의 충의와 위훈정신을 기리기 위한 국가의 막중한 책무라 할 수 있다. 또 2025년 2월28일부터 경찰·소방공무원으로 30년 이상 장기 재직하고 정년퇴직한 사람이 사망하면 국립호국원에 안장될 수 있도록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 시행됐다. 이는 오랜 기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국민의 존중을 받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새롭게 조성되는 국립이천호국원 봉안시설에는 유가족을 위한 편의시설은 물론이고 방문객 누구나 편안한 쉼과 추모의 마음을 지닐 수 있는 휴식 공간 등 다양한 시설을 마련할 것이다. 이천호국원 주변에는 태극기 물결과 호국테마둘레길을, 실내 봉안당 앞에는 무궁화동산을 조성하는 등 호국 추모의 성지로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최신 트렌드에 부합한 실감형 콘텐츠를 도입한 전시·문화 공간을 조성해 문화가 함께하는 ‘열린 호국테마공원’으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다. 호국원 최초로 새로운 콘텐츠 기법을 도입해 노후한 기존의 현충관 전시시설을 리모델링 함으로써 유가족뿐만 아니라 청소년, 일반 국민이 찾아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출 것이다. 국립묘지가 엄숙하고 경건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나라사랑 정신을 배우고 함양하는 상징성 있는 교육 공간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써 수도권 국립묘지의 품격을 제고하고 추모·문화·휴식의 상징시설로 탈바꿈할 것으로 본다. 우리가 안전한 일상을 영위하고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의 용기와 열정 덕분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분들의 공헌이 우리와 자손들에게 숭고한 애국정신의 귀감이 되고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보훈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본다. 국립이천호국원이 10만기 안장이 가능한 호국 추모의 성지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국가보훈부와 지역 국회의원, 시장, 유가족, 지역주민의 관심과 협조로 이뤄질 수 있었다. 확충되는 봉안시설에 국가유공자 안장을 재개하고 전시시설 리모델링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유공자를 예우하고 국민 누구나 찾아가고 싶은 국립이천호국원을 만들어 갈 것이다.

[생각 더하기] 잊혀진 무명의병을 찾아서

118년 전 한 장의 사진이 남겨졌다. 산속에서 총을 든 조선 청년들, 그 곁에 외국인 기자 한 사람이 있었다. 1907년 가을 영국의 종군기자 프레드릭 아서 매켄지가 경기 양평군 오빈리에서 의병을 만나 촬영한 사진이다. 오늘날 이 사진은 교과서, 박물관, 신문 기사 속에서 익숙하게 등장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안의 인물들에게 묻지 않는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들의 이름도, 나이도, 마지막 순간도 알 수 없다. 우리는 그 얼굴들을 수없이 봐 왔지만 한 번도 그들의 삶과 죽음을 상상해보지 않았다. 왜 우리는 그들을 잊었을까.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무명의병들 역사는 기록을 남긴 자의 몫이다. 안중근, 유관순 같은 독립운동가는 기록이 남아 있기에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순국 독립운동가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다. 싸웠지만 드러나지 않았고 그렇게 잊혔다. 기록을 남기면 일제에 체포되고 탄압당하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놓친 진짜 독립운동가는 누구입니까.” 1906년부터 1911년까지 일본군이 남긴 ‘조선폭도토벌지’에 따르면 전국에서 1만7천779명의 의병이 전사했다. 경기도 출신만도 1천288명에 이른다. 그러나 공식 독립유공자로 지정된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름이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역사 속에서 ‘사살된 폭도 ○○명’으로만 남아 있다. 우리는 그들을 역사의 가장자리로 밀어냈다. 무명의병을 찾아 떠난 3년의 여정 세계는 이름 없는 무명용사를 기억한다. 프랑스 개선문 아래 무명용사의 묘,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신만이 아는 병사’가 잠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명의병을 기억하지 않았다. 의병의 전투 기록은 남아 있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이름 있는 의병장 중심으로만 기억해 왔다. 2022년 몇몇 역사학자가 잊혀진 무명의병 찾는 일을 시작했다. 양평 오빈리 사진 속 의병의 흔적을 따라가며 기록을 모았고 영상과 카드뉴스, 학술포럼, 시민 행사로 확장됐다. 2023년에는 경기도의회가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으며 2024년부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본격적인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에는 강연과 포럼이 열리고 무명의병에 대한 기억을 시민과 함께했다. 이는 단순한 과거 정리가 아니라 기억을 다시 세우는 윤리적 실천이다. 무명의병 기억은 우리 시대의 책임이다 무명의병은 누구의 아버지였고 이웃이었으며 조선이라는 나라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우리는 그들의 자리를 비워두지 않았다. 그저 지워 버렸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그들을 다시 불러야 한다. 이름은 없어도 그 정신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가 무명의병을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곱씹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되묻는, 미래를 향한 실천이다. “산천초목만이 기억하던 이름, 이제 우리가 부르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생각 더하기] 통신사 데이터 요금, 소비자 눈높이 맞춰야

스마트폰은 현대인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자연히 모바일 데이터도 우리 삶의 필수재가 됐지만 현재 통신사들의 요금 정책은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데이터 요금의 불투명성이다. 음성 통화나 문자 사용량이 과거에 비해 점차 줄어들면서 통신사 수익의 대부분은 데이터 요금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데이터 요금제는 여전히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일례로 많은 이들이 카카오톡 메시지나 일반 문자 메시지는 ‘무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다. 무심코 사용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나 일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데에도 데이터가 소모된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는 이를 간과하거나 제대로 알지 못한다. 또 현재의 데이터 요금제는 대부분의 요금제가 한 달 사용량을 정해 놓고 이를 초과할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하거나 속도 제한을 거는 방식이다. 이는 마치 정해진 양의 물건을 사지 않으면 벌금을 내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반면 남은 데이터는 이월되지 않고 소멸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진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매우 불합리한 처사다. 데이터 이월제는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과점 구조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단 세 곳의 통신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고 통신사들의 불합리한 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 특히 카카오톡 같은 특정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데이터 사용량 증가를 부추기고 데이터 요금제에 영향을 주는 현상도 나타났다. 수많은 이용자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을 통해 고용량 파일을 주고받으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마치 통신사와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암묵적인 공조를 통해 소비자들의 지갑을 털어 가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우리는 컴퓨터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때는 유선 인터넷이나 와이파이(Wi-Fi)로 데이터를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데이터는 요금제에 따라 과금되거나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어 동일한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때만 유독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정보 접근성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물론 이동통신사 역시 망 투자 및 유지 보수 등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요금 인하보다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요금제가 결정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불합리한 요금제를 개선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합리적인 수준의 요금 체계는 건전한 시장 발전의 토대이며 이는 결국 통신사에도 장기적인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 데이터 이월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아닌 즉각 시행해야 할 조치이며 복잡하기만 한 요금제를 소비자들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단순화해야 한다. 정부 역시 통신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데이터 요금을 감당해야 하는 시대는 없어야 한다. 정부와 통신 사업자들은 더는 소비자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생각 더하기] 제60회 발명의 날을 맞아

5월19일은 제60회 발명의 날이다. 우리나라 발명의 날은 서양보다 200년 앞선 1441년(세종 23년) 5월19일(음력 4월29일), 세계 최초로 측우기가 발명된 날에서 유래했다. 아쉽게도 발명의 날은 정부 주관 기념일이 아니다. 개별 법률(발명진흥법)에 따른 기념일이라 인터넷 포털 첫 화면은 물론이고 달력에도 잘 등장하지 않는다. 지식재산의 날인 9월4일도 마찬가지다. 흔히 지적재산권, 지적소유권으로도 불리는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은 산업재산권, 저작권, 신지식재산권으로 나뉜다. 산업재산권은 다시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으로 분류한다. 또 저작권은 문화예술 분야의 모든 창작물에 적용되며 새로운 흐름에 맞춰 신지식재산권으로 따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에 따른 모든 창조 활동을 우리는 흔히 ‘발명’이라고 부른다.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발명의 한 영역인 저작권에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올해 3월 발표한 ‘저작권 무역수지’ 통계에 따르면 전년 대비 약 29% 증가한 33억6천만달러(약 4조9천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2013년 이후 12년 연속 흑자 기록이다. 또 게임이 주력인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 저작권 수지는 28억4천만달러(약 4조1천410억원) 흑자를 냈다. 특히 음악, 영상, 어문 등을 포함한 문화예술 저작권은 5억2천만달러(약 7천580억원)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이제 저작권은 우리나라 문화와 예술, 콘텐츠 산업 성장의 커다란 기반이 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발표하는 저작권대상 시상식의 수상자들은 매월 수억원에서 수천만원의 지식재산권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은 저작가가 사망해도 70년까지 보호된다. 영화나 방송 같은 영상물은 작가의 사망과 관계없이 공표 이후 70년까지 보장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올해 발명 교육의 한 과정으로 ‘책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경기도교육청의 ‘북作북作 책 쓰기’ 사업 지역 중심 학교로 지정돼 학부모가 함께하는 현판식 행사도 개최했다. 아울러 ‘책 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24가족과 전체 학급을 대상으로 지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에 오리엔테이션 및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된 저작물들은 올가을 합동출판기념회를 통해 소개된다. 필자도 책 쓰기 프로젝트에 동참하고자 얼마 전 주문형 출판(POD) 시스템을 통해 단행본을 출간했다. 독서와 책 쓰기는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오래된 효과적인 창의 발명 교육 방법이다. 책 쓰기를 하려면 관심 갖고 찾아야 하고 계속 고민을 해야 하므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창의 융합 인재 육성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확신한다. 도서, 영화, 드라마, 가요 등 이른바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발명과 지식재산 교육의 방향도 새롭게 모색할 때가 된 듯하다. 발명이 지식재산(IP)으로 이어지면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과 국가의 풍요를 보장한다. 필자가 교직 평생을 발명과 지식재산 교육에 헌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각 더하기] 고립·은둔, 가족·사회 역할 재조명해야

우리에게 ‘히키코모리’보다 더 익숙한 고립·은둔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거나 낯선 일이 아니다.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채 방 안에 머물며 삶의 활력을 잃어 가는 이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보편적이고 시급한 과제가 됐다. 2024년 경기복지재단이 실시한 ‘경기도 고립·은둔 청년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내 청년(19~39세) 인구 약 369만명 중 5.9%(21만7천명)가 고립·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립·은둔의 특성상 대외적인 노출을 기피하거나 지원 체계와의 접촉을 피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규모는 통계에 나타난 수치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립·은둔을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 부족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시각이다. 청소년·청년기에 발생하는 사회화의 좌절은 경제적 어려움, 교육과 진로의 불확실성, 관계의 단절, 심리적 상처 등 다양한 요인이 얽혀 있는 복합적인 문제이며 국가와 지역사회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 없이는 결코 해결하기 어렵다. 최근 들어 경기도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에서 일자리 제공, 심리 상담, 재사회화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충분히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립·은둔 당사자들은 사회적 시선과 두려움으로 인해 기존 지원 제도에 접근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처방이 아닌 당사자의 삶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지원 체계’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있다. 바로 ‘가족’이다. 고립·은둔 청년을 둔 부모들은 막막한 현실 앞에서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자녀를 돕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노심초사하거나 잘 못 대응해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면서 가족 전체가 함께 어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고립·은둔의 영향은 당사자 개인을 넘어 가족 전체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가족에 대한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회적 기반으로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가족이 당사자의 회복 과정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체계적인 가족 지원이 있어야 한다. 첫째, 가족 구성원들이 겪는 심리적 소진과 스트레스에 대한 정신건강 지원과 활력, 자조모임 프로그램 역시 함께 마련돼야 한다. 둘째, 가족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고립·은둔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자녀와 공감·소통하는 등 효과적인 대응 역량을 길러야 한다. 셋째, 고립·은둔 자녀의 회복과 사회 이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사회가 지원해 가족에게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이러한 다층적인 지원은 고립·은둔 당사자에게 안전한 회복과 사회 이행, 자립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가족 전체의 삶의 질을 지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아울러 고립·은둔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인식을 바꾸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고립·은둔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삶의 위기이며 이들을 향한 이해와 존중의 시선이 사회 전반에 퍼져야 한다. 고립·은둔 문제는 결코 개인의 몫이 아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함께 풀어 가야 할 사회적 과제다. 특히 당사자와 가족을 함께 돕는 지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때 더 이상 세상과 단절된 채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 고립·은둔이 더는 삶의 끝이 아닌 사회와 다시 연결되는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따뜻한 관심과 연대를 보여야 할 때다.

[생각 더하기] 디지털 시대, 경영자의 덕목은 ‘혁신’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소매업의 강자는 전통적인 대형 유통업체들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추천 시스템과 혁신적인 물류 네트워크로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접근 방식을 도입해 기존 제조사들이 수십년간 구축해 온 경쟁력을 단숨에 따라잡았다. 이처럼 정보기술의 발전은 기업의 성공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데이터 분석과 기술 활용 능력이 필수가 되고 있다.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물인터넷과 같은 디지털 기술이 기업 운영의 중심이 되면서 경영자는 단순한 의사결정자가 아닌 ‘디지털 혁신의 리더’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 시대에 요구되는 경영자의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 첫째, 정보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력이다. 디지털 시대의 경영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기업 운영과 비즈니스에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은 단순히 산업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무력화할 수 있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내연기관 차량의 기술력을 쌓는 동안 테슬라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었다. 경영자는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기업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또 조직 내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인재와 자원을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 둘째, 데이터 기반의 신속한 의사결정 역량이다. 디지털 시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방대한 데이터의 실시간 생성, 분석 그리고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거보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이제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아마존은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물류 최적화를 통해 비용 절감과 빠른 배송을 동시에 실현했다. 이처럼 데이터 활용 능력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됐다. 경영자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을 빠르게 감지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네트워크를 활용한 협업 역량이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조직 구조와 업무 수행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내부 자원을 활용한 독립적인 경영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필수가 됐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모든 업무와 기능을 수행하기보다는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 최고의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함으로써 아이폰을 탄생시켰다. 경영자는 조직 내부의 부서 간 협업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외부 파트너, 스타트업, 연구기관 등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경영자가 새로운 정보기술을 이해하고, 데이터 기반의 민첩한 의사결정을 내리며, 네트워크 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기업은 대변혁의 시대에서도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자세 없이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경영자가 있어야 한다.

[생각 더하기] 경기도, 영남지역 산불 ‘타산지석’ 삼아야

최근 영남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나라 전체가 산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성묘객의 실화(失火)에 의해 발생한 산불이 초기 진화에 실패해 대형화로 연결됐고 산불 진화 과정에서 드러난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의 부실한 산불 대책과 산불 진화 전문성 부족으로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2019년 4월 강원 고성 산불, 2022년 3월 강원도와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이 대표적인데 올해 영남지역 산불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앞선 두 번의 초대형 산불에서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경기도는 전체 면적의 42%가 산림지역이고 도시 외곽 산지에 전원주택과 펜션, 텃밭 농가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등산객 유입이 많아 입산자에 의한 실화 비중이 매우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그동안 경기도의회와 경기도의 적극적인 산불 방지대책 및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관내 산불 발생이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수도권이라는 특성과 함께 도심과 산지가 맞닿은 구조가 많아 대형 산불 발생 위험이 잠재해 있다. 그래서 필자는 도의회 3선 의원이면서 경기도산림보호협회 고문으로서 지난 10년간 발생한 초대형 산불을 통해 경기도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봄·가을 건조기에 도심 인접 지역 산림에 산불감시원을 집중 배치해 인화물질 소지자의 입산 통제 및 화재 위험 지역의 사전 감지 후 보고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2019년 4월 발생한 강원 고성 산불은 강풍에 의해 고압전선이 끊겨 발생한 전기 아크로 추정되고 있기에 경기도 관내 산림을 지나는 고압선에 대한 예찰 활동을 한국전력과 협력해 강화해야 한다. 둘째, 산림·도시 경계의 완충지대를 확보해 경계 방화선을 구축해야 한다. 수원, 용인, 남양주, 가평, 포천 등 지역 외곽 산림 인접지역에는 농가, 전원주택, 노후 마을이 조성된 지역이 많아 주거지역과 산림지역의 방화선이 짧을 경우 대형 인명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그래서 경기도와 산림당국, 소방당국은 주민의 협조를 얻어 경계 방화선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셋째, 주민 대피 시스템의 전면 보완이 필요하다. 경기도는 산림에 인접한 농촌마을이 많고 거주자 대부분이 산불 재난 등의 스마트폰 알림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도와 재난당국은 기존 스마트폰 알림 외에 지역 거주자의 특성을 고려한 재난 알림 시스템을 주민 친화형으로 전면 보완해야 한다. 또 주민 대피 시스템을 보완하고 산불 등 재난 발생 시 사생활 보호 기능이 있는 모듈주택을 각 지자체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도의 산불진화 장비 현대화 및 전문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초대형 산불 진화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 중의 하나가 산불진화 인력의 전문성 부족이다. 도와 산림당국, 소방당국은 산불진화인력 전문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세우고 ‘공동 대응 체계’ 쇄신안을 마련해 정부와 경기도의회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산림 녹화와 산림자원의 관리, 이용에 대해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데 산불 발생으로 훼손된 산림이 복구되는 데는 30년이라는 긴 시간과 인내 및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도와 산림당국은 시대적 변화 요구를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에 도와 산림당국, 소방당국은 최근 10년 동안 발생한 초대형 산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푸르고 아름다운 산림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생각 더하기] 산불예방과 진화 임도개설이 시급하다

최근 전국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우리의 소중한 숲이 사라지고 재산 및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산불 진화에 필수적인 산림도로(임도·林道)가 없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경남 함양·산청군과 경북 의성군 등 50여곳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수십년간 가꿔온 산림과 주택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이로 인해 막대한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는 대형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강원 영동과 경상도 동해안 지역이 ‘푄 현상’과 ‘양간지풍(襄杆之風)’ 등의 영향으로 산불에 취약했으나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산불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작은 불씨가 강한 바람을 타고 산을 넘어가면서 급격히 확산하는 비화(飛火) 현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대형 산불의 원인을 소나무 침엽수림에서 찾으며 불에 강한 참나무류를 심어야 한다거나 자연 복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소나무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수종으로 그 지역에서 가장 잘 적응한 나무다. 문제는 소나무 자체가 아니라 우리나라 산림의 50% 이상이 조림 후 50년이 경과한 장령림(長齡林)으로 변화하면서 나무 사이 간격이 좁아지고 가지가 발달해 수관화(樹冠火·나무의 가지나 잎이 무성한 부분만을 태우며 지나가는 산불)가 쉽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또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어 땅속에서 계속 타는 지중화(地中火)에도 매우 취약한 구조다. 이달 들어 산청에서 산불 진화 도중 발생한 인명 사고는 노령화된 진화대원의 미숙한 대응이나 장비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산불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임도가 부족한 탓이 크다. 산불 확산을 차단하고 신속한 진화를 돕는 임도는 산림 관련 학계와 임업계에서도 반드시 확충해야 할 인프라로 지목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ha당 4.1m로 일본(24.1m)이나 독일(54m)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환경단체들이 임도를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확충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그러나 임도는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산불 방지와 산림 보호를 위한 필수 기반 시설이다. 이를 활용하면 소나무재선충병, 참나무시들음병 같은 산림 병해충 방제 작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며 조림, 숲 가꾸기, 임산물 생산이 원활해져 임업인의 원가 절감에도 기여한다. 산불 진화 임도는 특히 야간 산불 진화에 필수적이다. 헬기가 야간에는 운항할 수 없어 진화 작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접근성이 좋은 임도는 진화 효율을 5배 이상 높일 수 있다. 또 생활권 주변에 임도를 조성하면 산림 레포츠 공간으로도 활용 가능하며 지역주민의 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더욱이 산불 진화 임도는 기존 임도보다 도로 폭을 넓혀 조기 진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며 야생동물 먹이 공급대, 이동 통로, 생태 통로 등을 함께 조성하면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산불은 더 이상 산악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권 주변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신속한 산불 진화와 예방을 위해 산불 진화 임도의 확대가 시급하다.

[생각 더하기] 특혜도 감수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인천의 별명은 마계다. 마계란 악마의 세상이란 뜻. 지극히 부정적인 별명이지만 젊은이들은 이를 숨기려 하지 않고 축제까지 연다. 지난해 마계인천 축제에 1만여명이 다녀갔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공공기관인 부평문화재단도 가세했다. 지난해 ‘부평지하던전’이라는 임시매장을 열었다. ‘던전’은 괴물들의 소굴이라는 의미의 게임용어다. 이는 이행 행동적(Transitive Action) 역브랜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의 관찰과 체험으로 캐릭터 및 동기 등을 추론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썩 달갑지는 않다. 2000년대 중반 폐허 상태로 십수년 방치돼 오던 가정오거리 일대의 괴괴한 풍경 때문에 그 별명이 붙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현재 그곳은 루원시티로 탈바꿈했지만 마계의 불명예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도시 곳곳에 방치된 빈 건물, 짓다 만 미준공 공사현장 따위가 원인이다. 민간은 몰라도 공공 부문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건축물들까지 끼어 있는 것은 문제다. 동인천역사, 영종도 리포 카지노,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 등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그 지역의 랜드마크다. 민선 8기 인천시는 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동인천역은 일정 성과도 보인다. 문제는 속도다. 인천대 제물포 캠퍼스는 가장 시급하다. 2015년 대학과 전문대가 송도로 이전하면서 건물이 비워진 지 10년이다. 그동안 학교나 인천시는 지금까지 이곳의 활용이나 개발에 관한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성화에 주차장이나 운동장을 개방하는 정도의 임시대책만 내놓고 있다. 시와 학교가 체결한 협약서가 문제다. 시는 2040 도시기본계획에 부지의 일부를 상업용지로, 나머지를 공공시설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워 놨지만 협약서에는 상업용지를 일절 분양(판매)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민간업자들은 입질조차 없고 인천대는 고개만 젓고 있다. 지난해 시와 학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렸지만 의견 대립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짜로 땅 주고 ‘개발 특혜’까지 주면 법적 책임 소지가 있다는 시의 입장이 특히 완강하다고 한다. 틀린 소리는 아니지만 다 옳은 말도 아니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자. 텅 비어 방치된 건물 주위론 매일 수천명의 학생들이 오간다. 폐쇄회로(CC)TV나 첨단 시건장치 등을 내세우며 안전을 장담하지만 그건 관리자의 생각일 뿐이다.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다. 우리 아이가 그런 학교에 다닌다 해도 그렇게 법 타령만 할까. 야밤에 제물포역에서 보이는 도화언덕의 풍경은 섬뜩하다. 달리 ‘마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혜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공공기관이라면, 특히 학교라면 말이 달라진다. 더 크고 유연하게 보자. 그래서 민선 8기 임기가 끝나기 전에 실시계획이라도 나오기를, 그것으로 멋들어진 도화언덕이 완성되기를, 그게 기폭제가 돼 마계인천의 고리가 완전히 끊기기를 정말 간절히 기대해 본다.

[생각 더하기] 독립운동가 김상옥 선생의 명예선양 방안

올해는 106주년 삼일절, 광복 8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일제강점기 나라를 위해 희생한 독립운동가 중 대표적인 인물로 일제 경찰 1천명과 처절하게 싸우다 순국한 ‘동대문의 홍길동’이라 불리는 김상옥 선생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생의 독립운동 활동을 국가보훈부 공훈록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김상옥 선생은 서울 종로구 효제동에서 태어나 20세 때 동흥야학교를 설립해 교육운동을 전개하면서 이전부터 종사하던 철물공장을 설립해 이윤을 분배하던 그는 이종소·임용호·손정도 등과 사회계몽·민족독립에 대한 일을 의논하고 실행했다. 백영사를 조직하고 금주·단연 운동을 크게 전개하며 말총모자 공장을 설치하고 국산 모자의 생산·보급에 힘썼다. 그는 3·1독립운동이 일어남과 동시에 윤익중·신화수·정설교 등 동지들과 함께 비밀결사인 혁신단을 조직하고 기관지 ‘혁신공보’를 발행·배포해 독립정신을 고취했다. 1920년 봄에는 만주에서 들어온 군정서원 김동순과 만나 암살단을 조직해 적 기관을 파괴하고 요인을 암살하는 등의 직접 행동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을 계획했다. 그해 8월에는 미국 의원단 일행이 서울에 들어오는 기회를 이용해 한우석등과 함께 의원단이 남대문역(지금의 서울역)에 하차하기를 기다려 시위와 총격전을 전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원단의 서울 도착 전날에 일부 동지들이 붙잡혀 실패했다. 그는 일제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그해 10월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다. 그곳에서 그는 김구·이시영·조소앙 등 임시정부 요인들의 지도와 소개로 중국의 지사들과 교유하면서 조국독립을 위한 투쟁을 펼쳤다. 1921년 일시 귀국해 군자금 모집과 정탐의 임무를 수행했고 1922년 겨울 의열단원으로 폭탄·권총·실탄 등의 무기를 휴대하고 동지 안홍한·오복영 등과 함께 서울에 잠입했다. 이때 그는 의열단장 김원봉을 통해 서울에 있던 의열단원 김한과의 연락 협력을 당부받기도 했다. 그리고 동지들에게 연락하며 거사의 기회를 노리다가 이듬해 1월12일 밤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했으며 이후 일경을 피해 10여일간 은신하다가 1월22일 일본 경찰과 교전 끝에 장렬히 순국했다. 순국 후 1924년 상하이 임시정부 외교부장 조소앙은 전(傳)을 지어 간행했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려 1962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살펴본 바와 같이 김상옥 선생은 그 공적이 뚜렷하고 독립운동에 미친 영향이 매우 커 국민을 대상으로 명예 선양 방안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방안을 몇 가지 제시하면 첫째, 김상옥 선생의 경우 독립유공자 서훈 등급은 현행 2등급인 대통령장으로 선생의 공적과 활동을 보훈학적 관점에서 면밀히 연구해보면 1등급인 대한민국장으로 충분한 자격이 인정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김상옥 선생 기념사업회에서는 서훈 등급 상향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국가보훈부에 기존 신청한 자료 외 독립운동과 관련해 국가기록원, 일본 외무성, 신문 등을 활용해 더 많은 새로운 거증 자료를 추가해 올해 광복절에 맞춰 1등급 대한민국장으로 서훈을 인정받도록 한다. 둘째, 생가 복원 및 기념관 설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서울시에서 먼저 예산을 확보한 후 국가보훈부에 국비를 신청해 늦어도 생가 복원은 2028년, 기념관 설립은 2030년에는 이뤄져야 한다. 셋째, 올해 80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국회 정책세미나 및 정기적인 학술포럼 세미나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김상옥 선생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을 제작해 국민에게 나라사랑정신 함양 등 보훈문화 확산에 기여하도록 한다.

[생각 더하기] 설악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설악면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 가평중고 운동장에서 열렸던 가평군민체육대회에서 설악면 선수단을 봤을 때였다. 50여년 전의 일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악은 청평을 거쳐 비포장도로로 가야 할 정도로 무척이나 오지였다. 그런데 지금은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고 가평군에서도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른 동네가 됐다. 그런데 이 지역이 수년째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로 엄소리 레미콘 공장 입주 문제다. 2021년 엄소리 반딧불마을 입구 레미콘 공장 설립 신청에 대해 가평군이 불허 처분하자 사업자 측이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패소한 가평군이 항소해 지금은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1심에서의 패소 원인이 행정처리 절차상의 하자가 주요인이고 항소심에서는 다행히 재판부가 레미콘 공장 설립의 적정성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작년 9월 현장실사까지 했다고 한다. 승소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질 만하나 수년간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불안과 설악면 레미콘 반대 대책위원회의 수고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필자는 레미콘 공장 설립의 부당성과 관련해 물, 교통, 경제 문제에 대해 정리하고 설악면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하수 고갈이다. 현재 가평에 있는 두 레미콘 회사의 하루 평균 레미콘 생산량과 물 사용량으로 추정할 때 레미콘 1천루베 생산 시 레미콘 믹서와 세척수로 하루 평균 최소 160t 이상의 물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설악면 전체 취수량(1천357t)의 약 13%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으로 이 경우에 지하수의 쏠림 현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주위 하천이 고갈될 것이다. 더구나 설립 신청 회사가 제출한 소규모 환경평가서에서 하루 물 사용량을 실제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평균 14.7942t을 사용한다고 기재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신홍철 설악면 레미콘 공장 설립 반대 공동 대책위원장이 최근 한강유역환경청에 이를 작성한 M사 기술단을 고발했다. 이를 작성한 환경 관련 회사가 기술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2022년 면허취소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판단의 기초가 되는 자료의 신뢰성에 큰 의문이 일고 있다. 둘째는 교통 문제다. 통계적으로 하루 평균 왕복 500대 정도의 레미콘 관련 차량이 오가는데 이 경우 도로 상황은 어떻게 될까. 국도 37호선과 국도 17호선은 설악IC에서부터 전 구간이 2차선의 구불구불한 도로다. 지금도 행락철이면 바이크족, 운전면허 학원 주행 연습차량과 관광객 차량으로 좁은 도로의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앞으로 국도 37호선 개선 사업으로 중미산 터널이 뚫리되면 중부 쪽의 여주, 이천, 양평 쪽으로 오가는 차량까지 더해져 도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설악면의 경제적 불이익 문제다. 수백대의 레미콘 차가 오가고 먼지 날리는 곳에 누가 휴식하고 힐링하러 찾아오겠는가. 물은 고갈되고 오염된 곳에 엄소리의 반딧불, 천연기념물, 보호종들은 어찌 될까. 수도권 이주민들은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면 이곳에서 살 수 없다고 말한다. 관광 휴식객들의 발길은 끊기고, 물은 말라가고 부동산 가치는 하락하는 설악면을 도시민들은 외면할 것이다. 설악면은 앞으로 장락산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단지 조성, 이화여대 설악면 수목원과 연계한 학과 신설, 북한강 신선봉 일대의 관광산업 개발 등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한편 향후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수도권의 치솟은 집값으로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든 요즘 설악면에 대단위 스마트 주거단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적정 부지를 선정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단지를 만들거나 민간사업자의 투자유치로 가능할 것이고 잠실, 송파, 하남 등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유입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설악지역 자연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가능하다. 엄소리의 레미콘 업체 입주 건은 단순히 지역주민의 반발이나 적법한 요건을 갖췄다는 행정절차상의 문제로만 볼 것이 절대 아니다. 설악면의 미래, 그리고 가평군의 향후 도시 디자인의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생각 더하기] 지식재산권과 기업의 미래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 예상치 1.9%보다 낮고 작년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된 수치다. 이와 더불어 경기 부양을 위해 18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정부의 대책은 현재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할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지식재산권이다. 2025년은 기술혁신과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시대다. 특히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딥러닝, 블록체인 같은 첨단 기술은 물론이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드론, 로봇, 자율주행 같은 초격차 기술이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한 혁신의 도구를 넘어 기업의 지식재산권 전략과 결합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업은 특허, 상표, 디자인 등 모든 지식재산권의 등록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AI와 블록체인 기반의 지식재산권 보호 시스템을 통해 기술의 독창성을 지키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따라서 지식재산권 사전 조사 분석은 기업의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브랜드와 상표는 기업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얼굴이다. 상표를 국내외에 등록하고 상표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핵심적인 방법이다. 이는 고객 신뢰를 유지하고 기업의 장기적 시장 지위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반대로 상표권을 놓친다면 브랜드 정체성을 잃고, 경쟁자에게 시장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허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도 중요한 요소다. 경쟁사의 특허를 분석해 침해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침해 주장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내부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은 중소·중견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해외 진출 시 지식재산권 등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주요 시장에서 특허, 상표, 디자인을 등록하고 현지 법률 전문가와 협력하는 것은 국제적 권리 보호를 위한 핵심 전략이다. 또 디자인 보호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또 다른 필수 요소다. VR와 AR 기술을 활용한 소비자 경험이나 드론, 로봇 기술을 결합한 제품 디자인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한다. 이를 등록해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제품을 차별화하는 것이 아니라 모방 제품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소비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전략이다. 국가정책과 산업전략은 이러한 첨단 기술과 지식재산권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초격차 신기술의 유연한 체계 구축과 블록체인 기반 특허 관리 시스템 도입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다. 또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중심의 산업전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제 데이터 경제와 디지털 혁신의 대전환은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과 초격차 기술의 성과는 국가의 생존과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데이터와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보호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 체계를 통해 세계 속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국 기업의 미래를 기대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오늘 시작된다.

[생각 더하기] 안산 도시개발사업 미래

지난 6월 안산시와 도시공사는 초지동 666-2일원 18만3천927㎡의 부지에 대한 개발사업 의사를 밝혔다. 이민근 시장 역시 지난 5월13일 ‘2035 안산 뉴시티 프로젝트’ 기자회견을 통해 철도역을 중심으로 도시 주요 기능을 한곳에 모으는 콤팩트시티 계획을 공개했다. 구상은 인근 도시 소비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대형쇼핑몰과 2만석 정도의 문화복합시설, 호텔과 업무 복합시설, 학교, 2천~2천500가구의 명품 아파트단지 등을 조성,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설이다. 도시공사는 용역을 거쳐 민관합동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 설립을 위한 자본금 100억원 가운데 49억원을 직접 출자하는 방안을 마련해 ‘초지역세권 도시개발사업 출자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고 동의를 구하는 중이다. 시는 지난 11월13일 3차 시민설명회를 통해 사업의 시급 및 당위성, 그리고 의회 상임위에서 보류 결정의 이유로 제시한 △시민과 더 소통하라는 요구 △4호선 지중화 사업과 연계해 추진 검토하라는 요구 역시 모두 진행했다며 구체적인 사업 설명을 실시했다. 이젠 시와 시의회가 협력, 급변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또 다시 도약의 기회를 잃어 버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안산시장이 바뀔 때마다 좌초됐던 개발사업이 민선 8기에 다시 본격 추진돼 윤곽이 드러나면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이유가 뭘까. 첫째, 안산시 인구가 고점 대비 10만 이상 감소되고 있다는 것은 도시로서의 매력을 잃어 가고 있는다는 것인데 이는 오랜 시간 정체된 도시의 미래 발전 계획이 오래 지체되고 추진 동력이 멈췄음을 의미한다. 둘째, 인근 도시들의 개발사업이다. 특히 화성 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의 ‘스타베이 시티’는 숙박·쇼핑·여가·엔터테인먼트·미디어시설이 집약된 복합개발 프로젝트로 완성될 경우 인구 15만명 유입에 11만명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발전의 효과가 예상된다. 안산시는 도시로서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셋째, 한때 경기 서부의 중심도시였던 안산시가 이제는 베드타운 도시, 화성의 위성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도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개발사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스타필드 같은 대형 복합쇼핑몰시설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점과 대형 공연장(아레나)이 추진된다는 것이다. 인천 청라 돔구장(2027년 12월 준공 예정), 화성국제테마파크(2029년 개장 예정)와 연계해 내·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며 안산시 도시 이미지 개선은 물론이고 문화복합도시로의 변모도 가능할 것이다. 경력단절 노동자나 퇴직자의 이후 일자리 창출과 함께 관내 대학생들이 일할 수 있는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향후 신안산선 복선전철 사업이 개통되면 서울과의 교통도 편해지고 국제테마파크역과도 접근성이 향상된다. 초지역은 교통환승역으로서의 큰 강점을 갖고 있다. 기존 4호선 및 수인선, 서해선과 함께 신안선, KTX, GTX-F 노선이 예정된 곳이다. 이런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면 교통환승역으로의 역할만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에 안산시는 사활을 걸고 인근 도시의 도시개발사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초지역세권 도시개발 사업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 안산의 미래와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중대한 사업에 오로지 63만 시민의 입장에서 안산시와 시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현명하고 빠른 결정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생각 더하기]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야

1992년, 빌 클린턴 후보는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을 꺾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여의도에서는 여전히 국가의 불안 요소가 정치가 아니라 경제라고 외치고 있다. 동시에 복잡하고 낯선 경제 지표를 내세워 국민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경상수지, 무역수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고용률, 소비자물가지수, 가처분소득, 청년 취업률, 출산율 등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통계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언론과 방송매체는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 앞다퉈 ‘경기 침체’와 ‘경제 위기’를 언급하며 한국의 내일을 어두운 겨울로 묘사한다. 그렇다면 진짜 문제가 경제일까. 정치가 경제를 결정한다.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인 대런 애스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국가 흥망성쇠의 주요 원인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제도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영국과 이집트,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나뉜 노갈레스시,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 동서로 나뉜 독일, 북미와 남미, 유럽과 아프리카의 극단적 차이를 통해 정치제도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는 정치제도가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오판으로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 첫째, 단임제가 만든 불안정한 구조다.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선진국에서 보기 힘든 5년 단임제다. 1987년부터 시행된 단임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과 제도가 극단적으로 변화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경제 상황 예측에 불안정성이 늘 따라다녔다. 정권이 경제정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안정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단임제는 정책의 단절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둘째, 수도권 과밀과 주택 문제다. 수도권 주택 집중화 문제는 이미 2004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해결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보다 투자나 투기를 통해 얻는 수익이 훨씬 크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 이로 인해 청년들은 불안한 미래를 감수하며 대출에 의존한 투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단기적인 일자리가 증가하며 결혼과 출산율은 감소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와 경제 활동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셋째, 교육제도의 악순환이다. 거의 매년 바뀌는 입시제도, 사라지지 않는 주입식 교육, 그리고 거대한 사교육 시장은 우리 교육제도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사교육으로 인해 가계 부담은 커지고, 학교 교육의 역할과 교권은 약화됐다. 또 대학 입시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은 사회성이나 공동체 의식 형성을 방해하며 결국 취업 시장에서도 대졸자만 선호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이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양극화와 부동산 시장의 통제 불능은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넷째, 외교정책이 중요하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돼 한국 경제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 인상, 방위비 분담금 증가, IRA법의 확대 등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업 등 한국의 주요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교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이러한 문제는 국민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 우리 경제는 수출 중심, 제조업 중심 구조이기 때문에 관세나 환율의 변동은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 외교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책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제도는 국민의 생계와 경제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권은 정쟁에 매몰돼 국민경제를 살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닌, 국민의 경제를 살리는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드는 길이다.

[생각 더하기] 도시 미래 열쇠는 ‘싱크탱크’

인천시는 개항장과 차이나타운, 월미도를 중심으로 문화와 관광을 통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지역 활성화를 도모해 왔다.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인천시의 이러한 노력이 집약된 정책이다. 그러나 중·동구 일대는 항만시설과 배후 산업 지역의 유휴화 및 이전으로 인한 공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송도·청라·영종 경제자유구역 등 외곽 신도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중·동구의 경제적, 물리적 쇠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인천시가 추구하는 목표가 시민이 편안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라면 ‘원도심과 신도시’ 간의 균형 발전은 더는 미룰 수 없는 핵심 과제가 됐다. 도시 개발은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히고설켜 복잡하기 그지없다. 특히 원도심의 활성화는 인구 감소로 인해 주민들의 목소리가 점점 약해지고, 그로 인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위험이 커지고 있어 더욱 어려운 과제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난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천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시정부가 제시하는 비전과 시정 슬로건은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실천되는 것일까.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곳이 정책 연구와 자문을 제공하는 싱크탱크, 즉 인천연구원과 같은 기관이다. 이들은 실현 가능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필요한 근거와 자료를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순한 비전 제시를 넘어 그 비전을 실천 가능한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인천연구원은 인천시 산하의 ‘정책 지식인’ 싱크탱크다. 인천시의 각종 정책이나 주요 미래 구상에 대해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시정을 자문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인천연구원에서 수행한 정책 연구 과제 건수가 2023년 241건, 2022년 214건에 달했지만 이러한 연구 성과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많은 연구 결과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않거나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연구 성과의 실질적 적용을 위해서는 정책을 만드는 입안권자와 연구자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많은 연구 결과가 일회성 프로젝트로 끝나는 문제는 연구 결과에 따른 정책 실행과 평가를 위한 체계적 피드백 메커니즘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이를 보완하려면 연구 결과부터 정책이 시행된 이후까지 그 효과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 및 정책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객관적 평가를 가능하게 하여, 정책뿐 아니라 연구의 질적 향상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피드백 과정이 지속된다면 인천시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한 예측과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장기적 정책과 단기적 정책을 구분한 논의도 가능해져, 정책의 전략 또한 한층 효율적으로 실행될 것이다. 또한, 정책 입안자와 연구자 간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책연구회의’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연구회의는 인천연구원의 전문가와 정책 담당자가 연구 결과와 정책 제안을 논의하고 실질적 적용 방안을 검토하는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자신의 성과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체감할 수 있으며, 정책 입안자는 현장의 문제 해결과 연구 성과의 연결 고리를 더욱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부서 간 소통을 촉진해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고, 중복된 연구와 비효율적인 정책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아울러, 인천연구원이 진정으로 실효성 있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민 중심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토론회, 세미나 등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실제로 직면하는 문제를 연구 주제로 삼는 방식도 고려해 본다면, 인천연구원은 단순한 연구기관을 넘어 인천시 정책의 성과를 높이는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300만 인구를 품은 인천은 진정한 글로벌 도시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진정한 성장과 도약을 이루기 위해 인천연구원의 역할 강화는 인천시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다. 결국, 도시 문제 해결의 열쇠는 객관적 자료와 논리를 바탕으로 한 정책에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싱크탱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 간의 긴밀한 협력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인천은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도시이자 시민 공감을 더한 진정한 르네상스를 선사할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을 갖추게 될 것이다.

[생각 더하기] 문화로 함께한다는 것

지난 2022년 8월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들은 지병과 생활고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주변의 관심이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고립돼 있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우리에게 ‘서로를 살피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수원시가 3차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됐기에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은 ‘서로를 살피고 문제에 맞서는’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시민들이 겪는 문제들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시민 주도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문화자치 상생 모델을 개발하며 문화와 생활이 연결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급격한 도시 팽창 속에서 새로운 도시문화 커뮤니티를 모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시민을 중심으로 예술가, 문화 기획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문화축제와 플리마켓, 국내외 유명 공연 등 수요자 중심의 프로그램이 다수 추진됐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그들만의 리그’라고 혹평을 받았던 문화도시 수원이 시민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이제는 문화예술인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함께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것이다. 지난 10월19일, 수원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린 ‘문화도시 수원 페스티벌’은 기존 축제들이 단순하게 문화를 향유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 축제에서는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기획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문화배율×125 나의 사사로운 나의 도시이야기’와 ‘수원했어, 오늘도’가 대표적이다. 수원 인구 125만명을 대표하는 수원시민 125명을 모집해 그들의 ‘사사로운’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빙 영상을 통해 나를 암에서 이겨내게 해준 공간, 타지에서 왔을 때 나를 보듬어준 공간 등 수원시민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내며 서로를 살피고 의지할 수 있는 도시로서의 문화도시 수원의 가치를 재조명했다. 또 ‘수원했어 오늘도’는 문화배율×125에서 선정한 시민과 수원에서 활동하는 공연예술가들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 서로에게 위안이 돼 주는 콘서트로 진행됐으며 시민 한 분은 직접 무대에 나와 연주를 선보이며 큰 울림을 줬다. 이번 축제는 수원이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각 개인의 삶과 기억이 깃든 장소를 공유하고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이 수원이라는 도시와 더 깊이 연결되며, 앞으로의 문화적 발전과 소통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문화도시 수원은 단순히 문화적 행사나 프로그램을 넘어 시민들이 서로를 살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공동체로 나아가고자 한다. 우리가 함께하는 문화도시 수원은 외로움과 아픔이 없는 미래를 꿈꾸고 행복을 나누는 도시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생각 더하기] 마주한 기후위기, '적응'을 넘어 '대비'해야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후가 변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위기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했지만 과장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지독한 더위가 9월이 다 지나도록 물러날 기미가 없다가 10월이 돼서야 좀 수그러들었다. 동시에 집중호우는 더욱 날카롭게 도시들을 공격하고 있다. 과거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는 평생 한 번 볼까 말까한 드문 일이었다. 요즘은 이곳저곳에서 툭하면 발생한다. 언론에도 100년, 200년 빈도의 폭우가 내렸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비정상이 정상이 돼버린 게 기후변화의 현실이고 위기의 근원이다. 지구의 평균 온도 증가가 이런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건 이론적으로도 규명된 사실이다. 산업혁명 이후 단지 1도 정도 상승한 기온이 오늘날의 현실을 만든 것이다. 이에 각국 정상은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구 평균 온도의 증가를 1.5도 이하로 억제하자고 약속했다. 안타깝게도 이 약속은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현실적 이유로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위기는 현실이 될 것이고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완화’와 ‘적응’을 중심으로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완화는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 자체를 억제하는 것이고 적응은 이미 발생한 변화에 대응해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러나 완화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 모든 나라의 협력이 필요하나 선진국과 후진국, 대륙별 이해관계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각국은 적응을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위 적응은 각국이 처한 상황과 우선순위에 맞춰 해법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기후변화로 홍수와 가뭄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저항 능력도 키우면 된다. 물 분야에 있어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다목적댐이다. 최근 발표된 기후대응댐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적응 전략 중 하나다. 기존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의 홍수와 가뭄에 대응해 저항 능력을 키우기 위한 해법이 될 수 있다. 홍수나 가뭄에 대응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홍수 대응을 위해 위험지역을 보호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위험지역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있다. 극단적이지만 주민을 이주시키고 하천 주변 농경지는 포기할 수 있다. 용수전용댐을 건설할 수도 있지만 해수 담수화 등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는 결국 사회가 합의해 나갈 몫이다.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며 갈등은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 고려되고, 그도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삼선이 고려된다. 하나의 안으로 부족하면 두 개, 세 개의 안이 복합적으로 고려되기도 한다. 이번에 발표된 기후대응댐 건설 계획도 이런 과정을 치밀하게 거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강 유역에는 특히 다목적댐이 2개 포함돼 있다. 그중 하나가 경기 연천의 아미천댐이다. 임진강, 한탄강 유역의 연천, 포천은 매년 홍수특보의 발령을 거르는 적이 없을 정도로 홍수에 취약하다. 실제로 1996, 1999년 이 지역을 덮친 대홍수로 당시 한탄강 인근 마을과 군부대 침수로 인한 인명 및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2020년에는 집중호우로 연천읍 일부 지역이 침수 피해를 겪기도 했다. 또 한탄강댐의 다목적화를 요구할 정도로 가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2007년 북한지역에 황강댐이 건설되면서 평상시 임진강 수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연천군은 이에 대한 용수 확보 대책 마련을 정부에 꾸준히 제기했다. 2015년에 중부지방에서 발생한 대가뭄 역시 가뜩이나 가뭄 대책이 부족한 이 지역의 용수 확보 문제를 더욱 부각시켰다. 아미천댐은 임진강과 한탄강 유역에 반복되고 있는 홍수와 가뭄 피해를 막기 위해 연천군에서 건의한 댐이다. 정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검토해 7월 발표한 기후대응댐 계획에서 다목적댐으로 제시했다. 추진 목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적절한 대응도 달성하면서 댐이 건설되는 지역에도 충분하고 실질적인 혜택이 지원되는 정부 당국의 정책을 기대해 본다.

[생각 더하기] 경기도 독립기념관

황금빛 가을 들녘을 가르며 화성시 궁평항으로 떠나는 자동차의 행렬이 평화롭다. 그러나 이 길은 한때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며 일제에 항거한 피로 얼룩진 독립항쟁의 길이었다. 1919년 3월28일은 사강 장날이었다. 따라서 인근 지역의 면민들은 자연스럽게 장터로 모여 들었다. 당시 관할 주재소는 3월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의 독립선언문 낭독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번져 가는 거족적 만세운동과 3월21일 동탄면의 만세운동, 3월26일 사강리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난 만세시위를 빌미 삼아 상점 문을 열지 못하게 했다. 그럼에도 송산·서신·마도면민 등 1천여명이 합류, 격렬한 만세 시위를 했으며 급기야 분노한 시위 군중들이 강경 진압하는 일본인 순사부장 노구치 고조(野口廣三)를 살해했다. 이후 독립만세운동은 향남 발안 장터와 장안, 우정면으로 빠르게 확산돼 시위 행렬은 2천500여명에 달했으며 일본 군경의 총칼에 격렬하게 맞섰다. 당시 체포된 애국선열들의 재판기록을 보면 ‘다음에 언급한 자들은 1919년 4월3일 수원군 장안면, 우정면내에서 조선독립운동에 가담하고 각 동리 사람 약 2천500명을 선동해 조선 독립만세를 불렀으며, 두 면사무소의 유리와 창문 및 서류상자, 책장, 의자 따위를 파괴하고, 그곳에 비치된 장부와 서류 따위에 불을 질러 태웠다. 또 화수리 경찰관 주재소에 불을 질러 전소시키고, 그곳에 근무하는 순사 천단풍태랑(川端豊太郞)을 살해한 범인을 인치하고 이에 보고 한다’로 돼 있어 단순한 독립만세 시위가 아니라 일제와 맞서 싸운 독립항쟁이었다. 화성시가 발간한 3·1운동사에 따르면 일본 군경들은 자국의 형사들이 살해되고 시위가 확산되자 보복의 일환으로 1919년 4월15일, 향남 발안장터 만세시위 사건 인근에 있는 제암리에서 15세 이상 성인 남자를 교회에 모이게 했다. 불참한 사람들을 강제로 불러 모아 교회당을 포위하고 창문을 통해 안으로 일제히 사격을 했다. 그런 다음 예배당에 짚더미를 넣어 석유를 끼얹고 불을 질렀다. 바람이 세게 불어 교회 아래쪽 집에 불이 옮겨 붙었고, 군경들은 위쪽 집에 불을 질렀다. 그로 인해 2명의 부인을 포함해 23명이 그곳에서 순국했다. 그 후 제암리 너머 고주리로 이동해 6명을 살해, 결국 29명이 순국했다. 잔악무도한 일제에 희생된 화성시 3·1운동사의 아픈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화성시의 독립운동사는 다른 지역보다 저평가됐다. 이에 화성시장은 기존의 제암리 3·1운동 순국기념관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지난 4월15일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으로 확장 개관했다. 이런 가운데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도 독립기념관 건립‘ 추진 의사를 밝혔다. 9월26일에는 도담소(옛 도지사공관)에서 이종찬 광복회장, 김호동 광복회 경기도지부장 등 관련 인사들과 회동, 건립과 관련된 논의를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 다른 어느 지역보다 아픔과 상처, 그리고 큰 희생을 치른 화성시민들은 화성시장과 함께‘경기도 독립기념관이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성지(聖地)인 화성시에 건립되기를 고대(苦待)하고 있다.

[생각 더하기] 개항장, 언제쯤 인천의 몽마르트르 될까

최근 로컬리즘 트렌드가 소비자들을 저격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이나 부산 영도지역이 대표적인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의 변화가 아니라 소비자가 소비를 넘어 생산적 소비자인 프로슈머(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고정된 불변의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그 변화의 주체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옮겨 가는 추세다. 건국대 김시월 교수는 ‘소비는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일시적 유행이나 트렌드, 그리고 문화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소비행위는 개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를 모방해 동참함으로써 대중에게 확산된다’고 한다. 인천아트플랫폼 H동에 들어선 개항장 뮤직갤러리가 인천서점을 대신하면서 많은 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대상공간을 활용해 시민과 문화예술을 공유하기 위해 카페, 북카페 등 다양한 시도를 했으나 일단은 실패했다. 이러한 실패의 책임은 오로지 인천문화재단에만 있을까.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 문제는 없는 것인가.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된 뮤직갤러리는 시작도 전에 왜 술집으로 방점이 찍혔을까. 커피나 빵 그리고 서점이 소재가 됐을 때는 어디에 방점이 있었을까. 요즈음 음주문화도 많이 변하고 있다. 맥주 한잔을 들고도 광장문화가 가능하고 흥겨우면 어깨춤도 자연스럽게 춘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 즐길 줄도 안다. 뮤직갤러리의 방점은 맥주가 아니라 음악이지 않을까. 공간성의 문제에서 문화예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세간의 시선은 본질보다는 술집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인천맥주는 지역 맥주로 수제맥주를 만들어 인천을 알리고 있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인천관광공사는 인천의 양념치킨과 인천맥주를 콜라보한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정도로 지역 맥주와 지역 치킨을 홍보하며 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문화와 관광은 오감 만족의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이들이 한몫을 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에 등장한 뮤직갤러리는 과연 유흥업소인가. 어쨌거나 이 논란은 개항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본질에 대한 적확한 진단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부차적인 술집 논란으로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문화예술에서 주체는 생산자만의 전유물일 수 없다. 소비자도 주체가 돼야 한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문화예술이 설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역사학에서는 공공역사라는 용어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역사가 소수 연구자만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역사소비자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도 공공문화예술의 관점으로 옮겨 갈 수 있지 않을까. 시각예술에서 대학의 사진과가 폐과(廢科)되는 현실이 시사하는 바를 읽어야 한다. 시민의 참여와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당연히 개항장과 관련한 모든 사람의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이러한 소통의 장에 대한 요구는 오늘날 처음 새롭게 등장한 말은 아니다. 대안 없는 제안은 아무나 할 수 있다. 소위 책임질 일이 없는 ‘지적질’은 쉽다. 어느 한편의 생각만이 옳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다. 역사나 문화나 예술이 소수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제는 모두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다. 역사든 문화예술이든 소비자가 없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꽃피던 시절 위대한 예술가의 탄생은 기억하지만 그 예술가의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문에 대한 이해는 깊지 않다. 그러나 현지에 가보면 이 메디치 가문에 대한 존중은 남아 있다. 이제는 인천에서 메디치 가문 같은 후원을 소비자에게서 받을 수 있는 예술가들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관이 못하면 소비자가 하면 된다. 이 글을 쓰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사례는 다르지만 공론화 과정을 제시했던 20여년 전 신문에 기고했던 필자의 글을 다시 보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인천은 변한 것이 없다는 느낌 때문이다. 빠른 시간 내에 이런 먹먹함이 추억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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