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50억’ 부천FC의 감동, ‘160억’ 수원FC의 실망

정식 명칭은 ‘부천FC1995’다. ‘1995’가 눈에 들어온다. 창단이 2007년이니 이건 아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한(恨)인 것 같다. 부천은 축구의 본고장이었다. 유공 코끼리, 부천SK가 있었다. 2000년대 들어 이전설이 돌았다. 시민들이 매달렸다. 삭발투쟁으로 막았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논리는 냉정했다. 2006년 떠났다. 그게 지금의 제주유나이티드(SK)다. ‘1995’는 부천 SK가 처음 자리 잡은 해다. 그 한을 ‘1995’에 담은 부천FC다. 모기업 없는 시민구단이다. 열정과 희망으로만 버티기 고되다. 예산이 K리그2에서도 최하위권이다. A급 선수 영입은 생각도 못한다. 외인 용병 수입도 흉내만 낸다. 육상 트랙으로 격리된 운동장을 쓴다. 로커룸·선수 대기실도 리그 평균 이하다. 전용 클럽하우스도 없고, 훈련장도 빌려 써야 한다. 이런 부천FC1995를 두고 하는 축구계의 말이 있다. ‘언제 해체돼도 이상할 것 없는 팀’. 이랬던 팀이 감동의 역사를 썼다. 창단 19년 만에 K리그1에 승격했다. 한참 선배 시민구단인 수원FC를 꺾었다. 1, 2차전을 함께 뛴 부천시민들이었다. 부천운동장과 수원운동장을 오가며 열광했다. 감독, 선수, 시민이 모두 얼싸안았다. ‘49억원’짜리 구단이 만들어낸 역사다. 어떤 구단은 선수 한 명 영입하는 데 50억원을 썼다. ‘린가드’ 한 명도 못 살 부천FC1995다. 이들이 풀어 낸 30년 한이다. 더없는 감동이다. 이제, 수원FC 데자뷔로 가 보자. 2015년 가을 부산 구덕경기장. 그때 감동은 수원FC였다. 시민구단 최초의 1부 도전이었다. 상대는 1부 명문 부산아이파크. 6천135명이 입장했다. 그중 눈에 띄는 응원단이 있었다. 리얼크루(당시 서포터스)와 함께한 수원시민 1천명이다. 전세버스로 부산까지 5시간을 달려갔다. 한 골, 또 한 골. 1천명의 함성이 5천명을 압도했다. TV중계진도 말했다. ‘수원시민, 정말 대단합니다.’ 이겼다. 최초의 시민구단 1부 승격이었다. 조덕재 감독이 울먹이며 말했다. “저런 응원 열기가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실망시킬 수 있나.” 선수단 감동은 시민 감동도 이끌어냈다. 홈페이지를 채운 릴레이 시민 후원이다. 해장국집 사장님 5만원, 체육사 사장님 10만원, 평범한 직장인 3만원.... 수원시도 큰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그해 50억원으로 겨우 꾸려온 살림이었다. 지원예산 대폭 증액을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시의회도 기꺼이 동의했다. 2016년 91억원, 2020년 130억원, 2024년 157억5천300만원, 그리고 2025년 162억5천700만원. 부족하기는 여전하다. 그래도 혈세로 운영되는 시민구단 중에는 가장 큰 규모다. 이제 스타 출신의 단장·감독도 왔다. 몸값 제법 나가는 선수도 쓴다. 그런데 그 팀이 이런 결과를 냈다. 30년 축구 한 앞에 무너졌다. 49억원 예산 앞에 무너졌다. 홈 경기까지 무너졌다. 더 없는 실망이다. 10년 전 부산 경기장을 묘사한 글이 있다. -경기가 0 대 1에서 추가 시간에 접어들었다. 부산 서포터들이 걸개를 걷어냈다. ‘Pride of Busan’도 뜯겨 나갔다. 경기 후, 선수들에게 물병이 날아들었다. 구호가 이어졌다. “부산 아이파크, 나가 뒤져라. 나가 뒤져라.”-(칼럼 ‘서호정의 현장’ 중에서). ‘감동’이 축구의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묻겠다. ‘성적에서 감동을 찾는 게 잘못인가’, ‘내 보일 다른 감동은 있었나’. 전술 고착, 색깔 부재, 영입·방출 오판, 신뢰 상실, 육성 실패, 경쟁 실종.... ‘차원 높아 보이는’ 논제들이다. 하지만 이런 논제의 종착은 성적이다. 많은 시민이 그 ‘성적 부진’을 묻는 것이다. 답을 내놔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직을 내놓든가.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세종대왕, “(종교) 급거히 개혁하려 들지 말라”

두박신 사건. 사이비 종교였다. ‘두박’은 사람 넘어지는 소리다. 옛날에 참형당한 장수와 재상의 혼을 소환했다. 그들의 이름을 적어 나뭇가지에 걸었다. 백성들이 놀라 종이와 베를 내놓았다. 강유두, 박두언, 최우 등이 만들었다. 밑바닥에 반정부 저항이 흘렀다. 고려조 충신들에 대한 동경이었다. 국법에 강유두는 교형에 처해져야 했다. 박두언·최우는 장 100대, 유배 3천리가 맞았다. 대신들이 임금에게 법대로 엄벌을 청했다. 임금이 대답했다. “그 정상을 생각해 보면, 화(禍)를 두려워하고 복을 받으려고 귀신에게 기도한 것뿐이었다. 또 한재(旱災·가뭄 재해)를 당해서 차마 중하게 죄 줄 수 없어서, 장차 경한 죄로 감해서 시행하고자 하니, 여럿이 의논하여 아뢰라”(세종 18년 5월28일·1436년). 시왕도 사건. 한양 바깥 사찰에서 유행했다. 죄인이 죽어서 간다는 지옥 그림이다. 몸에 못 박는 모습, 오장육부 끄집어내는 모습, 끓는 물에 빠져 있는 모습.... 10개 지옥 모습이 끔찍했다. 겁먹은 백성들이 구원을 위해 재물을 바쳤다. 사간원이 임금에게 고했다. “간사한 승도들이 생업으로 백성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백성의 폐해가 이 그림에서 연유됩니다. 그림 둔 사찰을 불태우거나 헐어 버리게 하고... 죄를 주게 하옵소서.” 임금이 대답했다. “(승도들의 처벌을) 윤허하지 아니한다”(세종 22년 1월25일· 1440년). 불교 혁파 청원. 집현전 제학 윤회가 상소문을 올렸다. “불씨(佛氏)가 심하였다고 하는 것은, 이적(夷狄)의 풍속으로 사민(四民)의 밖에서 백성들로 하여금 궁곤에 빠지게 하여 도적질하게 만들었으니, 그 죄가 마땅히 어떠하겠습니까... 백성들이 굶다가 죽는 것은 보았어도, 승려들이 굶주려 죽는 것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날마다 방자하게 속이고 꾀어서 백성들의 고혈만 녹이니, 신 등은 이리하여 마음 아프게 여기는 바입니다.” 임금이 대답했다. “불씨의 법이 그 유래가 이미 오래되어 급거히 한번에 다 개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세종 6년 3월8일·1424년). 세종은 너그러운 애민 군주였다. 백성을 보듬는 왕이었다. 하지만 국법 집행에는 추상 같았다. 조선 시대 왕이 27명이다.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왕이 바로 세종이었다. 400명 이상의 죄인을 사형시켰다. 사지를 찢어 죽이는 능지처참도 60명에 달했다. 조선은 유교에 기반한 나라였다. 억불(抑佛)은 조선 개국의 유지였다. 숭불(崇佛)은 국정에 반하는 거였다. 사이비 종교 처벌은 더 엄했다. 민심을 교란시키는 중범죄였다. 하지만 세종의 접근은 사뭇 신중했다. 종교의 출발을 민심에서 찾았다. ‘가뭄이 심하니 복을 빌었던 것이다’, ‘민가에 오랜 세월 뿌리 내린 신앙이다’.... 종교의 기능을 국정 불만의 발현으로 봤다. 피로 물들인 역성혁명의 조선조다. 그때까지 고려에 대한 향수가 만연했다. 역모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불안한 여론을 누르지 않고 보듬어 달랬다. 종교의 역사를 정치보다 위에 놨다. 섣불리 개혁하려 들지 말라고 했다. 시왕도를 그렸던 승려. 사간원 주장은 참형. 세종은 덮어두라 했다. 두박신을 만든 강유두. 국법의 규정은 교형. 세종은 감형하라 했다. 만일 참형과 교형을 내렸다면 어땠을까. 실록에는 종교 탄압의 예로 남았을 거다. 읽기 불편한 부분으로 여겨졌을 거다. 세종은 그러지 않았다. 시공을 초월하는 울림을 남겼다. 600년 지난 지금도 어색하지 않을 ‘하교’를 내렸다. 종교 문제 처리에서조차 확인되는 세종대왕의 성군스러움이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도지사선거, 마이너리거들의 ‘喪家 반란’

박정 의원이 혼잣말처럼 했다. “수원 왔으니까 담판을 지어야겠어.” 파주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다. ‘李氏 喪家’에 문상차 들른 길이다. A시장, B시장도 합류했다. 언론인도 여럿 있었다. ‘요란한’ 애도(哀悼)가 끝날 때 던진 말이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이내 일어섰다. 자리에 있던 동석자들도 같이 따라 나섰다. 밤도 늦었는데 어디로 향했을까. 나중에 알았다. 담판 상대는 염태영 의원이었고, 담판 의제는 경기지사 출마 여부였다. 상가 밖 상황은 전언(傳言)으로 옮겨 본다. -수원 모처에서 염 의원과 만난다. A·B시장, 지역 정치인들이 있다. 도지사선거 출마 여부를 얘기한다. 한참 얘기 뒤 이런 제안이 나온다. ‘염태영, 박정, 권칠승, 강득구 포함해 단일화 하자’, ‘심판은 김영진 의원으로 하자’. 시한까지 ‘연말’로 제시된다. 다들 환하게 웃고 헤어진다.- 여기까지가 10월18일 얘기다. 중앙당은 모르는 ‘상가 반란’의 전모다. 신문에는 이날 밤 모의가 나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저랬을까 싶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게 저들은 마이너리거다. 메이저리거는 중앙에 있다. 현재 민주당을 지배하는 별들이다. 6선 추미애 법사위원장, 친명 측근 김병주 의원, 한준호·이언주 최고위원.... 높은 별인지는 모르겠고, 저 멀리 떨어진 별은 맞는 거 같다. 모두가 중앙에서 몸집을 키웠다. 언론 비중도 중앙이 크다. 이런 중앙 언론과 중앙 정치가 고착시켜 온 구도다. 이 구도에서 ‘이씨 상가’ 정치인들은 마이너리거가 맞다. 이게 정치 현실이잖나. 경선은 정치고, 정치는 권력이다. 권력은 중앙에 있고, 거기 중앙 정치가 있다. 그런데 이건 경기지사선거다. 도백(道伯)의 조건에 중앙 정치가 있나. 이인제, 임창렬,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이재명, 김동연.... 경기도 정치인들이었다. 안양·광명·부천·수원이었다. 성남시장 출신 지사도 있었다. 잘했다. 경제부총리 출신도 두 명 있었다. 다 잘했다. 세계를 돌며 100조 투자 끌어오는데, 무슨 중앙 정치가 필요한가. 한번 보자. 염태영 시장은 전국 최대 수원시 3선 시장이다. 최고위원도 했고, 경제부지사도 했다. 박정 의원은 파주에서만 3선이다. 경기도당 위원장도 했고 경기 북부 350만명의 대표다. 권칠승 의원도 화성에서 3선이다. 경기도의원을 했고, 장관까지 했다. 강득구 의원은 안양의 재선 의원이다. 도의원도 했고, 부지사도 했다. 예습(豫習) 없이 즉시 도정에 투입될 재원들이다. 경기도 직제표 외우다가 4년 허송할 낙하산과는 다르다. 이런 재원들을 떼어 놓고 있다. 군소 후보라며 밀어내고 있다. 하도 들으니 이제 그런가 싶다. 시종일관 불공정 게임 아닌가. 스포츠였다면 진작에 무효감이다. ‘상가 반란’을 응원하는 이유다. 박정의 경기도, 염태영의 경기도, 권칠승의 경기도, 강득구의 경기도가 펼쳐질 경선을 보고 싶다. ‘난데없는’ 낙하산들의 급조된 경기도보다 훨씬 촘촘할 거다. 당(黨)도 막으면 안 된다. 막을 필요가 없다. 작은 경선이 있어야 큰 경선이 성공한다. 빈약한 공약을 풍성하게 채워갈 수 있다. 떠났던 도민을 구석구석 긁어 모을 수 있다. 전례가 없다지만, 그래서 더 경기도 민주당이 시도해볼 만한 거다. 염·박·권·강.... 모두가 도청을 보고 있다. 많은 도민도 이미 알고 있다. 이제는 말해야 한다. ‘경기도지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 한마디할 무대를 안 준다. 그러니 스스로 만들어 보자는 거다. 응원하는 도민은 많다. 내 동네 인재를 내 동네 도지사로 만들고 싶다는 민심이다. 여론 조사도 좋고, 토론 대결도 좋고, 담판 합의도 좋다. 어차피 조용히 갔을 때 승률은 ‘0%’다. 이를 흔들어 볼 마지막 수가 ‘마이너리거 경선’이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고령의 급발진 핑계, 안 듣고 싶은데...

내가 조수석에서 하는 말이다. “앞차와 너무 가깝다.” “속도가 너무 빨라.” K가 앉으면 이런 말을 한다. “속도가 너무 느려.” “다른 차가 끼어들잖아요.” 그제는 내가 말을 바꿔봤다. “내 속도의 기준이 60대였다.” “너는 그냥 20대 속도로 달려라.” 스물 아홉 K가 의외라는 표정이다. “내 입장에서 말해주시니깐 좋아요.” 아들의 칭찬은 아빠를 춤추게 한다. 우쭐대며 부탁 하나를 던졌다. “평소보다 2m만 거리 두자. ‘효도 거리’.” 잘 안다. 녀석은 따르지 않을 거다. 나도 저 땐 막 달렸다. 그게 20대 속도였다. 이제는 못한다. 인정하고 말고 없다. 세상이 고령 운전자 능력을 정의했다. 하나, 시력이 저하된다. 야간 시야 감소, 사물 인지 저하, 주변 시야 축소.... 둘, 청력이 저하된다. 경고음 지각 지연, 후방 접근 차량 인지 지연.... 셋, 운동 능력이 저하된다. 반응 속도 저하, 손발 조작 능력 둔화, 목 허리 회전 제한.... ‘나는 괜찮다’고 토 달아야 부질없다. 브레이크 반응 속도(Reaction Time)라는 게 있다. 유사시 생명을 좌우하는 반응 속도다. 20~50대 평균이 0.7~1.0초다. 65세 평균은 1.2~1.5초다. 0.5초 차이다. 좀 소름 돋게 설명해보자. 시속 60㎞에서 이 차이면 8m를 더 가야 한다. 그 8m 안에 장애물은 그냥 치고 간다. 혹시 그 장애물이 사람이라면.... 그 기준 나이가 가차 없다. 65세. 나라가 65세 되면 면허증도 반납하라고 한다. 10만원 교통카드와 바꾼다. 괜히 에둘렀다. 하려는 말은 급발진이다. ‘고령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 정말 듣기 싫다.’ 억울한 측면을 안다. ‘급발진 주장’ 통계다. 2014~2024년 6월까지 456건이다. 거기 연령대 분포가 이렇다. 20대 1.8%, 30대 7.6%, 40대 20.2%, 50대 27.3%, 60대 30.8%, 70대 11.6%, 80대 0.8%다. 50세 이하가 56.8%다. 60대 이상은 43.2%다. 젊은 층의 급발진 주장이 더 많다. 세상은 고령자 급발진 주장이 전부처럼 말하는데. 억울해 할 수 있다. ‘60, 70대가 봉이냐.’ 그런데 여기엔 착시가 있다. 운전면허 소지자 비중을 보면 달라진다. 60대 이상이 32%다. 50대 이하는 68%다. 50대 이하가 60대 이상의 두 배다. 그런데 급발진 주장은 비슷하다. 무슨 얘긴가. 60대 이상의 급발진 주장율이 두 배인 거다. ‘60·70대 운전자’로 시작하는 ‘급발진 주장’ 보도가 괜한 게 아니다. 여기에 일부 대형 사고가 남겨 놓은 선입견도 있다. 부천제일시장 시민 21명 사상 질주(67세), 서울시청역 행인 9명 사망 역주행(69세).... 대형 사고 때마다 ‘고령 운전자’의 일성이 있다.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 앞서 본 396건을 다 조사했다. 단 한 건도 급발진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일단 ‘급발진’을 던지고 보는 것이다. 이래서 얻어지는 게 뭐가 있다고. 본인은 감옥 가고 패가망신한다. 여기에 애먼 고령자들에까지 멍애를 씌운다. 사고 때마다 고령자 운전자 옥죄는 대책이 강화된다. 고령자 면허 갱신 단축(3년), 고령 운전자 교육 신설(1시간).... 그래서 듣고 싶지 않다. 전부터 쓰려고 했다. 그런데 못 썼다. 고령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써도 될 나이가 됐다. 이렇게 결론 내려 했다. ‘운전대를 놓자. 그것도 고령의 멋이다.’ 그러나. 이렇게 못 쓸 현실을 본다. 운전이 생계인 고령 운전자다. 그들은 운전해야 산다. 폐지 모아야 살고, 용달 몰아야 산다. 이런 고령 빈곤에 손도 못 대는 나라다. 어떻게 ‘운전대 놓자’고 제안하겠나. 오늘 결론은 그냥 열어 두고 끝내자.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항소 포기가 개봉한 판도라, 업자들의 ‘입’

대장동 재판. 민간업자들은 무엇을 지키고 싶었을까. 첫째, ‘징역 덜 살기’ 아닐까 싶다. 모든 피고인들이 갖는 희망이다. 그래서 비싼 돈 주고 변호사도 선임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무죄를 받는 것이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게 네 가지다. 특경가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김만배·유동규의 뇌물, 유동규·남욱의 뇌물. 네 건 모두 검찰은 ‘승복 못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항소를 포기했다. 형사소송법 제368조가 불이익변경을 금지한다. 이제 1심 무죄가 최종 무죄로 됐다. 돌아보면 1심 판결 반응이 묘했다. 국민의힘이 환영했다. 이재명 대통령 유죄가 유력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환영했다. 이 대통령 무죄가 확실하다고 했다. 같은 판결문에 내려진 서로 다른 해석이다. 필자는 ‘판결문에 이재명 유무죄는 없다’고만 논평했다. 판결문 위력이 항소 포기로 터져 나왔다. 핵심 혐의가 전부 무죄로 끝났다. 어쩌면 ‘형이 과하다’는 항소심까지 나올 수 있다. 배임죄 폐지로 곧 출소할런지도 모른다. 둘째, ‘추징금 덜 내기’ 아닐까 싶다. 기업인 입장에서 당연하다. 감옥에 가도 기업은 지키려는 게 기업인이다. 당초 검찰이 요청한 추징금이 7천814억원이다. 부당이득의 규모였고 그래서 특경가법상 배임죄가 됐다. 1심 재판부가 이걸 인정하지 않았다. 부당이득이 맞는데 액수는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항소 포기로 이 특경가법상 배임죄 다툼은 끝났다. 같은 논리로 7천여억원의 추징도 끝났다. ‘대장동 재벌’의 귀환이다. 냉정히 봐야 할 반론은 있다. ‘7천억 추징 불허’는 판결이다. 1심 재판부의 결론이다. 2심과 3심은 미래의 재판이다. 지금은 결과를 알 수 없다. 추징 없이 끝날 수도 있고, 추징 명령이 내려질 수도 있다. 그러니까 검찰이 포기한 것은 ‘7천억원’이 아니다. ‘7천억원을 추징할 기회’다. 하지만 이렇게 넉넉히 봐줘도 검찰의 행위는 변칙이고 반칙이다. 미래 판결을 구하는 것이 검찰의 본질이다. ‘미래 판결 포기’는 곧 검찰권 포기다. 와중에 업자들만 재미 봤다. 검찰의 선물은 ‘징역 —α’와 ‘재산 +α’다. 이제 관심은 ‘입’이다. 업자들이 진술을 번복하느냐 여부다. 진술 번복 조짐은 이미 시작됐다. “김용·정진상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건 몰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들었다”, “팩트와 다른 증언을 했다”. 남욱씨의 바뀐 진술이다. “유발된 착오에 기인한 진술이었다.” 정영학씨의 바뀐 진술이다. 구속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도 말했다. 이것만으로도 김용·정진상 재판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 그 폭로가 더 독해질 수 있다. 대장동 사건의 특징이 있다. 현금 뇌물이라 물증이 없다. 배임의 단서도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진술 의존도가 높다. 지금까지는 그 진술을 검찰이 주도했다. ‘징역’과 ‘추징금’이 무기였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검찰이 버렸다. 손발 묶인 검사를 자청했다. 중형 구형할 검사도 없앴고, 추징금 요청할 검사도 없앴다. 업자들 ‘입’이 열릴 4년 만의 시간이다. 대장동 사건을 뒤흔들 판도라 상자가 될 수도 있다. 뭐라 할 거 있나. 이 또한 피고인의 권리다. ‘말 바꾸기’란 표현 자체도 왜곡이다. ‘어떤 말’이 진실인지 누가 알겠나. 그래서 ‘대장동’이 바쁜 것이다. 서로 살아야 하니 바쁜 것이다. 그런데 오직 검찰만 다르다. 항소라는 유일한 권한을 버렸다. 피고인들에게 선물을 떠안겼다. 형량 감경의 희망을 줬고, 재산 보전의 이익을 줬다. 이래 놓고 검찰끼리 막 싸운다. 누군 나간다며 화내고, 누군 나가라고 화낸다. 보기 안타깝다. 대한민국 정의를 말하던 검사들.... 검사 독립을 자부하던 검사들.... 적어도 그날 밤 거기에 그런 검사는 없었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카카오 무죄’가 ‘김용 무죄’에 희망 줬을까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씨에 무죄가 선고됐다. 사건 크기로만 따지면 사회면이 딱 맞다. 그런데 이게 1면 주요 기사로 배치됐다. 무죄를 선고하며 판시한 내용 때문이다. 공소사실은 김씨의 주가 조작 혐의였다. 김씨는 그런 적 없다고 항변했다. 제3자 진술이 검찰 쪽이었다. ‘(김범수와) 시세조종을 공모했다’. 이 진술을 판사가 인정하지 않았다. ‘별건 조사를 했고, 심리적으로 압박했다. 그러므로 ‘허위 진술을 할 이유가 명확하다’. ‘서랍 속 공소사실’이란 말이 있다. 기소 않고 ‘겁만 주는’ 범죄 사실이다. ‘진술’과 ‘처벌’을 맞바꾸는 수사 기술이다. 플리바게닝 또는 리니언시로 풀이된다. 프랑스, 미국, 일본에서는 널리 활용된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반칙이다. 검찰이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안 됐다. 그래도 수사 현실에서는 자주 등장한다. 바로 이 ‘기술’을 지적한 김범수씨 판결이다. 판사가 직접 ‘리니언시’를 언급했다. “수사가 진실을 왜곡했다”고 밝혔다. 굳이 1면으로 튀어나와도 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심리적 압박 상태에서의 진술은 인정할 수 없다. 이 진술이 유력 증거라면 그 사건은 무죄다.- 많은 이들이 이 법리를 대입했다. 대입했을 거 같다. 윤석열 검찰에서 기소된 ‘이재명 관련’이다. 이재명 야당 대표를 정점에 둔 재판들이다. 중심에 대장동 재판이 있다. 이 대통령 본인이 기소됐다. 측근들도 줄줄이 엮여 있다. 그중 가장 앞서 가는 사건이 있다. 김용씨 재판이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징역 5년이 선고된 상태다. 공소장 속 뇌물 전달자는 유동규씨다. 돈을 받은 수수자는 김용씨다. 유씨는 ‘줬다’고 하고, 김씨는 ‘안 받았다’고 한다. 물증 없는 뇌물 사건의 전형이다. 그래서 등장한 게 남욱·정영학씨 진술이다. 돈 만들고, 전달했다는 사람들이다. 항소심은 이들 진술에 신뢰를 두고 있다. “유동규에게서 허위 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있다 해도 나머지 남욱과 정민용에게는 찾을 수 없다.” 그랬던 남·정씨의 진술이 바뀌었다. “김용·정진상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건 몰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들었다”, “팩트와 다른 증언을 했다”. 남씨의 최근 진술이다. “유발된 착오에 기인한 진술이었다.” 정씨의 최근 진술이다. 두 사람 주장에 겹치는 부분이 있다. 구속 수사 등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을 말한다. 실제로 둘은 600억, 1천억 배임 사건 피고인이다. ‘심리적 압박 때문에 진술했다.’ 카카오 김범수 판결문 속 논리다. 김용 측에서는 번복된 진술을 진실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무죄라는 얘기다. 검찰에서는 터무니없는 번복이라고 주장한다. 여전히 유죄가 맞다는 얘기다. 남·정씨 진술의 진실을 누가 알겠는가. 판단은 자유지만 정답은 없다. 번복 자체가 오염일 수도 있다. 여기에 정치 환경의 변화도 있다. ‘수사하던’ 정부가 ‘수사받던’ 정부로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 진술이 ‘이재명 정부’ 진술로 바뀌었다. 여기 무슨 정의가 있을까도 싶다. 어차피 재판은 선악(善惡)을 찾지 않는다. 꼬리 자른 돈의 행방을 알 수도 없다. 단지 주어진 건 서류에 담긴 공소사실이다. 돈 줬다는 날짜, 장소, 정황이 적혀 있다. 그 내용의 합리성과 모순을 찾아가는 거다. 공여자 진술은 고법에서 부정됐다. “유동규에게서는 허위 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있다.” 전달자 진술에는 신뢰가 주어졌다. “남욱과 정민용에게는 (허위 진술의 동기를) 찾을 수 없다.” 근데 이 진술도 뒤죽박죽됐다. 온전히 남은 건 김용과 유동규다. 진실을 훤히 알고 있을 둘이다. 어느 한쪽이 거짓말하고 있다. 이제 대법원이 심판할 것이다. 판결이 잔인한 건 중간이 없어서다. ‘상고 기각’ 또는 ‘파기 환송’, 하나만 고르고 그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양평 사건, 산 자 기억은 특검 설명과 다르다

도로에 내걸린 만장이 줄어들었다. 무겁게 눌렸던 군청 마당도 밝아졌다. 거리를 오가던 취재차량도 확 줄었다. 돌아보면 10월10일은 충격이었다. 현직 양평군 면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33년간 봉직해 온 토박이였다.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고 나온 차였다. 수사의 모욕, 강압, 왜곡을 주위에 남겼다. 충격과 분노가 지역을 덮었다. 그랬던 양평군이 조용해지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더니. ‘정 면장’만 말이 없다. 특검도 조용하다. ‘정 면장’ 죽음의 출발은 특검이다. 강압 수사와 조서 왜곡을 호소했다. 변호인이 신문조서 열람·복사를 요청했다. 고인의 한(恨)이 지목된 중요한 자료다. 거부당했다. ‘당사자 사망으로 변호 대상 소멸'이 특검 입장이다. 고인이 지목한 행위자가 있다. 특검 소속 수사관들이다. 이들도 여전히 업무를 보고 있다고 한다. 외관상 특검은 달라진 게 없다. 정말 죽은 자만 말이 없다. 빠른 속도로 잊혀 간다. 극단적 선택은 절대로 안 된다. 본인에게 비극이다. 생명과 바꿀 절규는 없다. 모든 건 죽음으로 묻힌다. 동료들이 도와줄 수 없다. 아픈 가슴을 부여잡을 뿐이다. 유가족도 해 줄 게 없다. 진실을 모르긴 마찬가지다. 이슈만 쫓는 언론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산 자’들의 목소리가 남았다. 김건희 특검에 소환됐고, 그 조사실에서 조사 받고, 특검 수사관에게 심문을 받은 사람들. 이들의 조용한 목소리다. 이들의 목소리 하나. ‘영상 녹화 의사를 물어 본 적 없다.’ 공직자 A, 공직자 B, 또 다른 참고인.... 공통된 주장이다. 특검이 동의를 구한 적 없다고 한다. 또 있다. ‘조사실에 녹화 시설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 역시 복수의 당사자가 더듬는 기억이다. ‘수사 녹화 영상’은 논란의 중요한 열쇠다. 언론도 사건 초기부터 공개를 요구했다. 특검의 공식 답변은 이랬었다. “숨진 공무원이 수사 당시에 영상 녹화를 원하지 않았다.”(13일 특검 브리핑). 이들의 목소리 둘. ‘CCTV 속 배웅 장면’ 설명이 다르다. ‘정 면장’ 죽음은 10일 확인됐다. 같은 날 특검이 관련 입장을 냈다. “수사 과정에 강압·회유는 없었다.” 그러면서 CCTV 장면 하나를 소개했다. “담당 경찰관이 A씨를 건물 바깥까지 ‘배웅’하며 안전하게 귀가하도록 했다... 강압적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간접적인 정황’이다.” ‘산 자들’은 다르게 설명한다. “‘배웅’ 아니다. 시스템상 문을 열어줘야 나올 수 있다. 그래서 문 열어 준 것뿐이다.” 이들의 목소리 셋. 공직자 A의 말을 옮겨 보자. “지시받은 적 없고 보고한 적도 없다. 그런데 사실대로 말해도 믿어주지 않았다... 숨진 ‘정 면장’의 메모를 보고 마치 내가 쓴 것 같았다.” 덧붙인 말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수사관이 ‘조사받은 내용을 어디 가서 말하지도 말고 조사받은 사람끼리 연락하지도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피조사자가 일상까지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 면장’도 수사 후 ‘압박’과 ‘고통’을 말했는데.... 너무 닮았다. 사람이 죽었다. 33년 공직자였다. 목숨을 버리며 억울함을 남겼다. 진실은 아직 모른다. 예단할 일도 아니다. 망자의 한이 과했을 수도 있고 특검의 수사가 과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조사해서 밝히자는 거다. 그런데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다. 특검이 약속한 감찰 수준의 내부 조사? 결과 없다. 경찰 등 외부 기관의 진상 파악? 소식 없다. 인권 보호에 소홀함 없도록 만전을 기한다? 그 수사관들은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양평 공직사회가 불안하다. 관련 공직자들은 말도 무서워 한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양평 면장 사건, 부검은 있고 조사는 없고

세상에 소식을 전한 건 경기일보다. ‘황 기자’의 단독 보도였다. 보도 시각이 10월10일 오후 2시23분이다. ‘정 면장’이 발견된 건 11시14분.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상태로 있었다. 죽음을 전제한 유서가 확인됐다. 타살 혐의점으로 알려진 게 없다. 경찰도 애초 타살 혐의는 없다고 봤다. 그런데 하루 뒤 부검 영장이 청구됐다. 당시까지 유가족은 반대했지만 부검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결국 13일 부검했다. ‘관심이 큰 사건, 정확한 사인 규명.’ 경찰 입장을 잘 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분명 하다. 우리 정서에 부검은 거부감이 크다. 유족 뜻은 그래서 중요하다. 멀지 않았던 예가 ‘백남기 사건’이다. 이명박 정부 때 경찰 물대포에 맞았다. 의식을 잃고 300일 만에 숨졌다. 경찰이 부검 영장을 청구했고 판사가 발부했다. ‘부검 반대’ 요구가 거셌다. 그때는 진보 진영의 목소리였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거기 있었다. 정황은 극단적 선택을 가리킨다. 특검 조사를 마친 불안정한 상태였다. 동의한 진술에 대한 유감을 말하고 있었다. 정황을 기록한 메모를 주변에 전했다. 생을 정리하는 유서도 작성했다. 부검의 목적이 뭔가. 타살 가능성 확인이다. 이번 사건의 가능성은 낮다. 반대로 ‘정 면장’이 일관되게 가리킨 방향은 분명하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의 강압, 회유, 모욕, 수모다. 메모장에 자세히 적었다. “세상을 등지고 싶다”. 그 ‘몇 % 타살’에 경찰은 신속했다. 가족 반대 시점에서 부검 영장을 쳤다. 그런데 정작 ‘지목된 가해 행위’는 찾지 않고 있다. 읽고 읽어도 절박한 절규다. 공포와 절망이 행간에서 떨어진다. 죽음과 맞바꾸며 써 내려간 고발장이다. 그 속에 가해행위—강압·회유·모욕·수모—가 있고, 가해자—○○○수사관—가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한쪽으로만 분주하다. 시신 부검 소식만 들리고 특검 조사 소식은 안 들린다. ‘정 면장’은 한을 남겼다. 그 진실이 10월2일에서 10월3일 새벽 사이에 있다. 수사 녹화 파일이 있지 않겠나. 확인해야 한다. 지목된 수사관 역할은 뭐였나. 밝혀야 한다. 최초 조서는 작성돼 있나. 후속 조서와 비교해야 한다. 심야 조사 동의는 있었나. 그 진정성을 살펴야 한다. 세 차례 휴식을 줬다고 했는데 휴식의 형식·장소를 밝혀야 한다. 이 모든 게 진실을 밝히는 증거다. 특검과 고인 모두에게 절실하다. 그런데 이 현장을 일방이 지배하고 있다. ‘○수사관’은 특검 내부에 있다. 바꾸고 정리할 수 있다. ‘정 면장’ 측은 특검 외부에 있다. 바꿀 수도, 정리할 수도 없다. 이쯤에서 스치는 데자뷔가 있다. 검찰의 강압 수사 역사다. 매번 이랬다. 현장과 시간은 늘 검찰이 지배했다. 나중에 결론도 검찰 쪽이었다. ‘강압 수사 증거 없음’. 그런 검찰 없애겠다는 이 정부다. 그런데 이 정부 특검이 그걸 재연하고 있다. 똑같이. 국민의힘이 “특검 해체”를 외친다. ‘정 면장’ 메모에 그런 말 없다. 민주당이 “정치 악용”을 외친다. ‘정 면장’ 유서에 그런 말 없다. 평생을 공직자로 살아왔다. 전해 듣기에 정치에 줄을 대 본 적도 없다. 정치의 혜택을 입은 적도 없다. ‘정 면장’이 메모 말미에 썼다. “주민 위해 공무원 열심히 생활했다.” 마지막 임지의 주민들이 이런 만장을 내걸었다. “그리운 마음 가득히, 당신의 따뜻함을 마음에 새깁니다.” 2009년 5월23일 전직 대통령이 숨졌다. 검찰 조사를 받은 지 20여일 만이다. ‘논두렁 시계’, ‘○○○씨’.... 검찰 수사 폐습이 도마에 올랐다. 모든 게 바뀌었다. 대통령은 ‘진보 정신’으로 길이 남았고, 검찰 권력은 석양에 지기 시작했다. 2025년 10월 어느날, 양평군 면장이 숨졌다. 특검 수사의 모멸감을 증언하고 갔다. 전 대통령에 비견할 수 있을까만, 그래도 그를 아는 양평 군민에게는 남긴 부탁이 있다. 한(恨). 타깃 넓힐 필요 없다. 논점 흐려진다. ‘특검’이 죽인 게 아니다. ‘특검 수사’가 죽인 것이다. 그 ‘특검 수사’를 수사해야 한다. 부검보다 몇 배 중한 수사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경기 체육은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황선학 국장의 모습은 늘 같았다. 상대를 존중하며 따뜻하게 바라봤다. 던지는 말 한마디도 조심하고 가렸다. 남의 앞보다 뒤에 서기를 좋아했다. 좋은 일, 나쁜 일에 똑같이 차분했다. 체육계가 본 그의 모습도 똑같았다. 윽박지르지 않고 따뜻하게 대했다. 체육인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고민했다. 주장보다는 설득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기자 황선학’은 강했다. 언제나 현안의 중심에 섰고, 시비를 분명히 했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황선학 국장이 22일 새벽 운명했다. 홀로 병마와 싸워 온 게 수년이다. 발병, 쾌유, 재발을 오간 고통의 시간이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았다. ‘경기체중·고 2025 스포츠 영재캠프... 유망주 발굴·초등생 진로 길잡이’(2025년 8월30일), ‘경기수원월드컵재단, 베트남 다낭시와 스포츠·문화 교류 MOU’(2025년 8월29일), ‘의정부 경민고, 추계 중·고유도 2연패... 시즌 4관왕 매트.’(2025년 8월29일). 생사의 기로에서 작성한 기사다. 마지막 주장은 2024년 11월22일이다. 칼럼 ‘혼돈의 대한민국 체육이 바로 서는 길’이다. 대한체육회장선거로 혼란스러웠다. 그는 변화와 개혁을 말하고 있다. “체육계가 더 이상의 혼란 없이 자치권을 되찾는 지름길은 올바른 선택을 통해 ‘체육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체육기자 황선학의 마지막 칼럼, 마지막 주장이다. 칼럼 작성은 일반 기사보다 훨씬 고되다. 그 뒤로 칼럼은 작성되지 못했다. 이미 기력이 거기서 다한 것 같다. 경기일보는 끝까지 그와 함께했다. 언젠가 청천벽력 같은 발병 소식이 들렸다. 대수술에 들어간 그의 쾌유를 모두가 빌었다. 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도 경기일보의 체육 데스크는 그의 공간이었다. 투병 5년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동료 후배들이 내일처럼 기뻐했다. 다시 힘들어졌다. 이때도 모두 그를 지켰다. ‘환갑’이 왔고 8월31일이 정년이었다. 회사는 그를 놓지 않았다. 영면한 순간까지 그는 현직이었다. 열흘 전쯤인가. 정리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직원들이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 후배 노조·기협 대표들, 그리고 임원들이 찾았다. 몰라보게 여위었지만 웃음 띤 얼굴이었다. 간단한 인사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사랑하는 아내를 어찌 두고 가려는 것인지.... 딸바보가 아이를 어떻게 두고 떠나려는지.... 추억 만들어주고 싶다던 여행도 다 못했을 텐데.... 남겨진 이들의 가슴이 저민다. “여기 뒷고기가 맛있어요.” 황 국장과 필자가 낮부터 술이었다. ‘다른 회사’에서 막 입사한 필자였다. 어색했고 불편했고 힘들었다. 그때 낮술로 맞아준 게 그다. 멀리는 못 가고 회사 앞이었다. 비싼 것도 못 먹고 돼지고기였다. 그래도 좋았다. 나를 환영해주는 사람도 있나 싶었다. 기억해보니 15년 된 얘기다. 햇빛이 훤한 대낮에 무슨 얘기를 그리 많이 했는지. 다 잊었는데 이 말은 또렷하다. “논설위원님, 난 체육 대기자가 되고 싶어요.” 그때 못한 대답을 이제야 해 본다. “당신은 최고의 ‘체육 大기자’였습니다. 차고 넘치게 훌륭했습니다.” 主 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11대 경기도의회, 최악의 비리 사건을 쓰다

처음엔 ‘경기도의회 금붙이 의혹’으로 불렸다. ‘금덩어리’를 돌렸다는 소문이었다. 도 교육위원을 도의원이 뽑던 시절이다. 아무리 그래도 황당하지 않나. ‘금덩어리’, ‘금붙이’, ‘도의원 명단’....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얘기다. 그런데 이 소설 같은 얘기가 경기도의회를 흔들었다. 어느 기자의 ‘휴지통 쪽지’가 기폭제가 됐다. 뇌물 수수 명단이 줄줄이 적혀 있다고 보도했다. 받은 쪽은 경기도의원, 건넨 쪽은 교육위원 후보 M이라는 것이다. 해당 경기도의원들이 강하게 부인했다. 보도 언론을 찾아가고 항의도 했다. 하지만 검찰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관련자 계좌 추적을 시작했고 M을 포함한 관련자 소환을 이어갔다. 부장검사가 매일 하나씩 깠다. ‘○○○도의원, 금품 수수 확인’. 뇌물은 ‘금붙이’가 아니라 ‘200~300만원’이었다. 충격적인 보도가 나온다. “검찰, 경기도의회 현직 의장이 집으로 찾아온 M에게 지지 부탁과 함께 300만원을 받은 정황 확인 중.” 해당 의원들의 변명이 매일 나왔다. 절박한 데다 소박하기도 했다. “받기는 했지만 돌려줬다”, “나중에 보니 소파 틈에 놓고 갔더라”.... 수뢰 의사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내가 재산이 얼마인데 그깟 돈을 받겠느냐”, “200~300만원 받을 만큼 궁하지 않다”.... 때 아닌 재산 자랑도 나왔다. “뇌물죄 성립 안 된다.”, “의원이 공무원인가.” 법 해석을 통한 항거였다. 하지만 부질 없었다. 검찰 결정은 간단했다. ‘현 도의원 8명 동시 구속 수감’. 수갑 찬 경기도의원들. 도민은 실망과 분노에 휩싸였다. 막 시작한 지방자치에 당한 배신이었다. 비난이 극에 달했고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의장이 2심 선고 직후 의장·의원직을 내놨다. 하지만 나머지 도의원은 끝까지 버텼다. 판사의 인정신문(人定訊問) 때마다 그들의 직업은 ‘경기도의원’이었다. 그래서 언론도 ‘경기도의원 사건’으로 갔다.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하고서야 의원직은 박탈됐다. 그 꼴을 경기도민은 2년간 봤다. 더 나쁜 사건이 27년 만에 생겼다. 이번에도 경기도의원들이다. 지능형교통체계(ITS)에 뇌물이 얽힌다. 경기도 특조금이 뇌물의 대가다. 경찰이 발표한 뇌물이 수천만~2억8천만원씩이다. 차명계좌와 자금세탁까지 등장한다. 도의원 3명이 구속되고 계속 수사 중이다. 비교하면 ‘1997년 사건’은 차라리 순박했다. 교육위원 선출이라는 내부의 일이었고, 범죄 액수가 200만~300만원의 소액이었다. ‘ITS 뇌물 사건’은 이보다 엄중하다. 범죄 내용이 나쁘고, 범죄 액수도 많고, 범죄 방법도 지능적이다. 범죄 도구가 전부 도의회 권한이다. ‘ITS사업 확대’를 주문했다. 도의회 권한이다. ‘특조금 지급’을 요구했다. 도의회 권한이다. ‘뇌물 대가’를 완성했다. 도의회 권한이다. 옆에 있던 동료 의원도 있었고, 주장을 들은 동료 의원도 있었다. 경기도에는 이 전체가 경기도의회다. 늘 경기도를 외포(畏怖)케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어떤 정당이 규탄 성명을 냈다. 그럴 만큼 당당할 수 있나. 탈당시켜 손절하려는 정당도 있다. 그러면 단절되나. 78 대 78로 시작한 이번 도의회다. 도민이 주문했던 모습은 ‘협치’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자리 싸움이었다. 의장직에 매달려 개원까지 미뤘다. 2022년 7월, 도민 분노는 이렇게 폭발했다. “더 이상의 극단 대립을 멈추라”(경기교사노조). “도의원 본연의 역할을 망각하지 마라”(경실련 경기협의회). “의회 갈등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소상공인연합회). 그러던 11대 경기도의회가 결국 참담한 역사를 썼다. ‘지방의회 최악의 사건’. 괴담은 여전히 올라온다. ‘○명이 추가 소환 통보를 받았다’, ‘당이 사퇴 시기를 조율시키고 있다’. 수사가 안 끝난 것 같다. 정신을 못 차린 것도 같고.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조지아州 사태’에 여·야, 좌·우 없다

2024년 9월29일 강남구 신사동 골목. 만취한 미군이 차량을 훔쳤다. 차량을 몰고 오산까지 도주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당한 재산 피해다. 같은 달 1일 경기도 동두천시 한 도로. 미군이 택시비 7만7천원을 내지 않았다. 돈 달라는 기사를 때리고 달아났다. 대한민국 국민이 당한 재산·폭행 피해다. 두 범행에는 ‘도주’라는 구속사유가 있었다. 국민 이익을 보호하려면 수갑을 채웠어야 했다. 하지만 구속도 안 됐고, 수사도 안 받았다. 그해 453건의 주한미군 범죄가 있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마약사범, 유사강간, 강제추행, 공연음란, 공무집행방해, 재물손괴, 특수절도, 폭행....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 피해자다. 대한민국 법률 위반이고. 단 한 명도 쇠사슬에 묶이지 않았다. 장갑차에 짓밟힌 ‘두 소녀’의 역사가 있다. 여중생 둘이 미군이 모는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주둔군지위협정(SOFA)로 미군은 보호 받았다. ‘한국에 도움 주는 미군’이란 정서가 깔려 있다. ‘미국에 도움 주는 한국’은 없나. 우리는 조지아주(州)를 그런 곳으로 알았다. 지난 3월 현대차 매가플랜트가 완공됐다. 지역 일자리가 급증했다. 서배너 교외 풀러는 인구가 22% 늘었다. 현대차는 조지아공과대학에도 투자했다. 지역 사회복지단체에 15만달러도 기부했다. 새로운 55억달러 투자 지역도 여기다. 올 3월 백악관에서 발표했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 옆에 트럼프 대통령이 섰다. 윙크 세 번에 ‘땡큐 현대’를 연발했다. 그리고 5개월. 미 연방이 현대가 짓는 공장을 급습했다. 장갑차 들이대고, 벽에 몰아세우고, 쇠사슬로 팔 다리 묶었다. 더럽고 벌레 들끓는 수용소에 감금했다. 한국 기업 현장을 겨냥한 노골적인 한국인 사냥이다. 외교적 표현은 점잖다. ‘유감 표명’ ‘재발 방지 요구’.... 하지만 국민 분노는 점잖지 않다. 영어 표현은 모르겠는데. 이건 그냥 ‘배은망덕’(背恩忘德)이 맞다. ‘남에게 입은 은덕을 저버리고 배신하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미국에서도 ‘문제 있다’는 평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체포 작전은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미 제조업 확장’이 그의 공격적 이민 단속과 출동하며 이해관계 상충을 드러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6일자 논평이다. 트럼프 스스로도 모순을 인정하는 듯 하다. “(미국 입국의) 합법적 길을 열어줄 것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 정부만 다르다. ‘근로자 석방’만 계속 강조했다. ‘국민 분노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그 수위는 알려진 바 없다. 야당 논평도 묘하다. “미군기지 압수수색, 이번 사태와 관련 있는지 답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일성이다. 수백명 끌려가고, 가족들 놀란 와중에 내놓은 말이다. 일부 유튜브에 펴진 소문이다. 그렇다고 이걸 제1 야당 대표가 받나. 혹여 사실이라면 어떻게 결론 지을 건가. ‘미군 기지 압색은 이재명 정부 과오다. 그러므로 한국 근로자 체포는 미국의 정당한 보복이다.’ ‘미군 영장 1장이 한국 근로자 300명 값이다.’ 이 말인가. 그 근로자들, 미국인 일자리를 만드는 중이었다. 공정률이 건물 95%, 설비 50%였다. 곧 끝내고 철수할 수 있었다. 그들을 체포해 끌고 갔다. 그러면서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예로 자랑했다. 이 모욕 어디에 대한민국 여·야가 있나. 대한민국 좌·우파가 무슨 상관인가. 그저 역사에 남은 모욕·배신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 책임도 여기서 찾아봐야 한다. 한 치 앞 재앙을 모른 책임. 국민 분노를 밝힘에도 당당하지 못한 책임. 근로자 석방은 진짜 싸움의 시작이다. 비자 문제 해결해야 하고, 대미 투자 점검해야 하고, 국민 분노 풀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근로자, 국민이 산다. 방금 뜬 외신이 있다. “신뢰할 수 없게 된 미국,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전 발행인이 진단한 조지아 사태의 심각성이다. 여야 싸움, 좌우 대결의 소재로 몰고 갈 문제가 아니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대통령 옆자리와 경기지사 공천

사진 속 나는 이렇게 악수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인다. 나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선은 노 대통령을 내려보고 있다.- 사진이 보도되고 많은 얘기를 들었다. ‘대통령 앞에서 당당하다’부터 ‘대통령에게 그래도 되냐’까지. 고백하건대, 머릿속에 셈이 있었다. -악수할 차례가 온다. 대통령이 가까이 온다. 미리 허리 굽혀 예를 갖춘다. 촬영 순간은 고개를 빳빳이 들자.- 그 순간이 찍힌 거다. 일종의 사술(詐術)이라고 할까. 권력 옆에서 존재감을 과시해보려는.... 돌아보니 참 얄팍한 짓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공식이 존재한다. 촬영 때 대통령 옆은 언제나 노른자위다. 먼저 가서 서려는 쟁탈전이 벌어진다. 어깨를 치면서 끼어드는 사람도 있다. 서열 없는 집단의 촬영 때는 더 치열하다. 사진으로 표현되는 권력과의 관계가 그런 거다. 사인(私人)이 이런데 정치인은 오죽할까. 세월이 흘렀건만 그 버릇 못 버렸다. 사진 한 장 놓고 거리를 잰다. 지난달 29일 대통령실이 언론에 뿌린 사진이다. 장소는 청와대 영빈관 앞이다. 중심에 이재명 대통령이 있다. 오찬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이 나란히 섰다. 전체 의원은 아니고 100명쯤 돼 보인다.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의원들이 등장했다. 한일·한미 정상회담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당정의 국정 협력 다짐도 있었다고 한다. 거기서 나는 뭘 쟀을까. 민선 9기 경기도지사다. 지방선거가 아홉 달 남았다. 핵심은 도지사선거다. 경기도는 경기지사선거다. 다양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정리해 보도한 경기일보 기사가 있다. 민주당 후보군 15명, 국민의힘 후보군 5명이다. 넉넉하게 어림잡은 명단이다. 여기 다 쓸 수 없고, 지면도 없다. 논리를 위해 하나만 구별하자. ‘중앙 출신 후보’와 ‘경기 출신 후보’다. 대통령이 나오면서 ‘중앙 출신 후보’가 가세했다. 달포 전쯤인가. 양기대 전 의원이 ‘도지사에 나가겠다’고 했다. ‘비명’, ‘원외’의 첫 도전장이다. 그러면서 해설을 하나 붙였다. 추미애 의원과 김병주 의원 출마 관련이다. “여론으로 보면 추 의원, 대통령과의 거리는 김 의원 아닐까.” 그 말이 생각나서 들여다보는 사진이다. 셋이 한 컷에 잡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운데다. 옆에 정청래 대표를 지나 김병주 의원이 섰다. 거기서 또 한 명 지나 추미애 의원이다. 둘 다 굵직하다. 추 의원은 헌정사 최다선 여성 의원이다. 당 대표, 법무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일반 국민 인지도에서 월등하다. 김 의원은 육군 대장 출신의 재선 의원이다. 12·3 계엄 이후 비상 사태에서 당내 역할이 특히 컸다. 친명의 지지도가 높다. 둘의 경기지사 출마설은 어느새 정보도 아니다. 그래서 사진에서 둘을 찾아 재보게 됐다. 김 의원이 추 의원보다 대통령에 가깝게 섰다. 이게 ‘명심’의 위치인가. 도민이 좋아할 패(牌)는 아니다. 추 의원은 경북 출신이고, 서울(광진구) 근거였다. 경기(하남갑)에 온 지 1년여다. 김 의원도 경북 출신이다. 초선은 비례대표였다. 경기 정치(남양주) 1년여다. 짧고 얕다. 밖에서는 난장(亂場)으로 보였을까. 그래도 경기지사에는 큰 줄기가 있다. 경기 출생 손학규(광명)·남경필(수원), 경기 다선 출신 이인재(안양)·김문수(부천), 그리고 경기 시장 출신 이재명(성남시장 재선). 추·김 의원은 하나도 해당 안 된다. 조건 갖춘 후보군이 많다. 경기 다선 출신도 있고, 경기 시장 출신도 있고, 도 수뇌부 출신도 있고, 원조 친명 출신도 있다. 그런데 사진에서는 하나같이 멀리 서 있다. 웬일인지 보이지 않는 의원도 있다. ‘사진 공식’대로면 이들은 물 건너 갔나. 대통령 옆에 선 ‘김-추’의 대결인가. 이 답은 몇 달 뒤로 미뤄 두자. 그 대신 촌스럽지만 당연한 결론으로 맺어 본다. 선거 목적은 당선이다. 당선은 권력이 아니라 표심이 만든다. 사진? 거리? 도민과 가까이 찍고 많이 찍은 사람이 도지사 된다. 아닌 거 같지만 대체로 보면 그래 왔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세계 7대 부자도시 화성시, 교육환경이 완성한다

-화성시 인구가 지난달 27일로 3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01년 3월21일 당시 인구 19만2천명이었던 ‘화성군’에서 ‘화성시’로 승격한 지 6년 만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박○○(56)씨가 동탄면 송리에 30만번째 화성시민으로 전입을 신청하면서 인구 30만명을 넘어서게 됐다고 밝혔다.-2006년 4월3일자 신문 기사다. 아직도 ‘승격 일’로 기산하고 있다. 동탄을 면(面)이라고 부르고 있다. ‘30만’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2025년이다. 인구 증가율 전국 시·군 1위다. 100만. 지역내총생산(GRDP) 전국 시·군 1위다. 91조4천173억원. 전체 고용률 50만 대도시 1위다. 65.9%. 제조업체 전국 시·군 최다다. 2만6천689개. 재정자립도 경기도 최정상이다. 52.0%.- 변화를 넘어선 기적이다. 올해 1월 특례시도 됐다. 수원, 고양, 용인, 창원에 이은 다섯 번째다. 엊그제는 구(區)가 4개나 생겼다. 해외 언론의 흐뭇한 평가도 있었다. ‘세계 7대 부자 도시’. 좋은 평가마다 모조리 1등이다. 통틀어 평가한 항목이 있다. ‘미래 성장 가능성 도시 1위’. 특히 의미 있는 ‘1위’가 있다. 신생아 출산이다. 2024년 출생아 수가 7천200명이다. 전국 시·군 1위다. 2023년 출생아는 6천714명이었다. 그때도 1위였다. 이러다가 시장에게 별명 붙겠다. ‘다산(多産) 시장(市長).’ 여기에는 과감한 행정이 있다. 결혼자금 마련 연지곤지 통장, 예식장·신혼집 지원, 공립 어린이집 최다, 아이돌봄센터 완비.... 인구절벽 한국이 화성에 달렸다. 그래서 간절하다. 개인적·사회적 책임이 있다. 출산을 이어받을 육아, 육아에서 이어지는 교육이다. 결국 교육 환경에서 승부 난다. 화성시도 2024년 적절한 목표를 던졌다. ‘대한민국 제1의 과학인재 특별시, 화성’이다. 4대 과학기술원 통합 연구 거점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과학고·마이스터고 설립을 통한 과학기술 인재 특화 교육을 약속했다. 반도체·자동차 산업의 본산을 교육과 연계했다. 방향이 좋다. 잘 잡은 거 같다. 신도시 성공은 늘 교육이 좌우했다. 모래 벌판 강남을 완성한 게 ‘경기高’다. 분당을 끌어올린 것도 교육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입시’(入試) 환경이다. 다만 관(官)이 명문고를 말할 순 없다. 날아들 융단폭격이 있다. 그래서 타협된 게 ‘과학인재 특별시’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출발은 ‘화성맘’, ‘동탄맘’의 욕구다. 쉬운 일이 아니다. 경기형 과학고 선정에서 탈락했다. 통합교육지원청의 한계도 숙제다. 목표도, 비교도 서울 교육이다. ‘농촌 아이’가 아닌 ‘강남 아이’를 원한다. 서울과 연계할 교통 인프라가 중요하다. 동화성(동탄)의 교육열이 뜨겁다. 전철·철도·GTX가 큰 역할을 한다. 이 철도를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無철도 도시’였고, 지역 철길이 1m도 없었다.’ 이걸 극복해야 한다. ‘철도 사업 추진 상황판’에 이 갈증이 묻어난다. 산업에도, 관광에도 절박하지만 그중에 제일 급한 건 교육환경이다. 철길 투자가 곧 교육 투자다. 참 가난했던 80년대다. 교육의 길은 수원에 있었다. 화성발 시외버스에 실려 다녔다. 만원 버스에서 몸과 몸이 부대꼈다. 책가방은 머리 위로 이동했고, 반찬통 사이로 김칫국물이 흘렀다. 그 난리를 쳐도 맨날 지각이었다. 그 학생 중에 하나였을 ‘지금 시장’이다. 세상은 달라졌다. 그런 화성에 남아 있을 아이들은 없다. ‘내 아이’를 그런 화성에서 키울 엄마들도 없다. 1등 출산율을 유지시키는 첫째 조건이 그래서 1등 교육환경이다. ‘105만 구청 시대’를 축하한다. 더 큰 화성특례시를 확신한다. 이 희망에 보태 보는 교육 이야기다. 主 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대통령의 씨앗論, 농부의 빚과 국가의 빚

‘동막골’은 용인군 수지면에도 있었다. 동네 부자 ‘종화’네 마당이 컸다. 따듯했고, 넓었고, 복판에 있었다.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또 다른 용도는 뻥튀기 장소다. 뻥튀기 아저씨가 겨울이면 왔다. 많은 짐을 자전거에 싣고 왔다. ‘펑’ 소리는 마을 잔치의 신호였다. 아이들과 엄마들이 몰려들었다. 옥수수가 담긴 깡통이 나란히 늘어섰다. 돌아가는 손 가득 뻥튀기 포대가 푸짐했다. 맛있었다. 덜 튀겨진 옥수수는 특히 달았다. 50원-기억이 맞다면-이 뻥튀기는 값이다. 가난해서 이 돈이 없는 아이들도 많다. 해결할 방법이 하나 있다. 장작 한 짐 가져가면 공짜다. 기계를 달굴 때 쓸 장작이 그렇게 조달된다. 문제는 옥수수다. 옥수수가 없으면 방법이 없다. ‘어린아이’의 눈에 들어온 게 있다. 서까래에 줄줄이 매달린 옥수수다. 내년 농사에 쓰일 소중한 종자다. 어린 마음에 그 씨옥수수에 손을 댔다. 아버지가 동네를 돌았다. 씨옥수수를 얻어와 채워 놓으셨다. 정부에 돈이 없다. ‘6월 말까지 관리재정수지가 94조3천억원 적자다.’ 기재부 발표다. 역대 네 번째 적자 규모라고 한다. 2020년 110조5천억원이 제일 컸다. 다음으로 2024년 103조4천억원, 2022년 101조9천억원 순이다. 모두 코로나 팬데믹 영향권이다. 특히 2020, 2023년은 직격을 당했다. 여덟 차례 추경을 하며 각종 지원금을 줬다. 효과에 대한 평가는 나뉜다. 하지만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그나마 그 덕에 버텼으니까. 이제 팬데믹은 없다. 2024년도 없었고, 2025년은 더 없다. 그런데도 역대 네 번째 적자다. 윤석열 정부의 성적표다. 6월 말 이재명 정부 첫 추경이 있었다. 모두 31조8천억원이다. 저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또 다른 경고등도 있다. 국채다. 올해 국고채 총 발행 규모가 207조1천억원이다. 역대 최대다. 적자 국채는 국민의 직접 부담이다. 이게 90조원을 넘어섰다. ‘국채 증가→시장 금리 인상→기업·자영업 압박’이 수순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돈이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재정 적자표, 국채 증가표를 읽었을 거다. 더 많은 지표가 보고됐을 거다. 짐작건대 ‘넉넉하다’는 통계는 없었을 거다. 그런데도 민생지원금 13조원은 결정했다. 전 국민에게 줬고, 90%에게는 또 줄 예정이다. 여기에 ‘미래 청구서’까지 나왔다. ‘이재명표 정책’에 들어갈 예산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뽑았는데 210조원이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두루뭉실하다. ‘세입 확충’,‘지출 효율화’. 이즈음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 나왔다. “지금 (씨앗을) 한 됫박 빌려다가 뿌려서 가을에 (곡식을) 한 가마니 수확할 수 있으면 당연히 빌려다 씨 부려야 하는 것 아닌가. 씨앗을 옆집에서 빌려오든지 하려고 그러니까 ‘왜 빌려 오나’, ‘있는 살림으로 살아야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씨앗론(論)’이다. 재정 투자의 메커니즘을 농심(農心)에 빗댔다. 들어보면 짐작가는 결론이 있다. ‘적자·국채가 늘더라도 재정을 투입하겠다.’ 귀에는 쏙 들어온다. 그렇지만 결론까지 공감되지는 않는다. ‘빚 농사’와 ‘적자 재정’은 서로 비교 권역 밖이다. 뿌려진 씨앗은 열매를 맺지만 투입된 재정은 실패를 낳기도 한다. 농사의 결과는 가을에 확인되지만 재정의 결과는 임기가 끝나야 확인된다. 농사에 끌어쓴 빚은 당대의 짐이지만 재정에 끌어 쓴 빚은 후대의 짐이다. 씨앗값 없는 농부에겐 돈 꿔줄 옆집이 있지만 재정 능력 상실한 국가엔 돈 꿔줄 옆 나라가 없다. 옆은 지금도 시골이다. 토박이 농사꾼 L이 자산가가 됐다. 물려받은 땅값이 100배 쯤 올랐단다. 몇 년마다 땅 한 귀퉁이씩 판다고 한다. 그걸로 하는 건 ‘농사 빚’ 갚는 거라고 한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위안부 할머니까지 AI 환생 추모인가

하나. 영화 ‘에일리언: 로물루스’는 2024년 개봉했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7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관심을 끌었던 독특한 이야기가 있다. 2020년 사망한 배우 ‘이언 홈’의 출연이다. 흔히 접하던 사망 전 촬영 분량이 아니다. 처음부터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AI 환생이다. ‘AI 홈’은 여러 장면에서 적대적 조연으로 등장한다. ‘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에서 연기한 배우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은 부인의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영화를 본 팬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복제가 필요하고 적절했는가 묻고 있다. 연기가 자연스럽지 못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망자(亡者)의 뜻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본인 동의 없이 AI로 재현해 내는 일이 계속 잇따를 수 있다’(비즈니스 인사이더). 배우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감독은 “AI 기술 비용이 배우 출연료보다 비싸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AI비용이 저렴해질 시대를 설명하지는 못했다. 둘.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유튜브 하나를 틀어놨다. ‘뚯뚜 뚜~’. 밤 11시를 알리는 라디오 시보다. 연주곡 Adieu, jolie candy(안녕, 귀여운 내 사랑)가 퍼진다. 그리고 들리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 안녕하세요. 이종환입니다.” 아련한 익숙함에 귀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한다. 44년 흘렀어도 설렘은 그대로다. 자극하는 동기가 없었을 뿐이다. 1981년 9월3일 방송이라고 돼 있다. 그러면 나는 고등학생이다. 그 설렘이 먹먹함으로 바뀐다. 2025년을 말하는 이종환이다. “지금 이것은 어느 애청자께서 AI 기술로 살려 낸 제 목소리입니다. 저를 기억해주시고, 그 시절의 감성을 그리워해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진행도 똑같다. “다음 노래는 저처럼 고인이 된 올리비아 뉴턴존의 노래입니다. 블루 아이스 크라잉 인 더 레인.” 방송이 1시간을 채웠다. “이 밤은 여기서 마무리해야겠지요.” 어떤 이의 댓글이다. “이종환님, 저는 2025년에 있습니다.” AI가 ‘범죄자가 될 얼굴’도 특정해 내는 세상이다. 202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대학 연구팀 논문이 있다. ‘화상 처리에 의해 범죄성을 예측하는 딥 뉴럴 네트워크 모델.’ 얼굴에서 범죄 성향을 간파하는 AI 알고리즘이다. 정답률이 80% 이상이라고 했다. 이를 발전시킨 AI 감시·예측 시스템도 있다. 장소, 시간, 계절 등을 종합해 AI가 판단한다. 히트리스트(위험인물 리스트) 작성이다. 미국 시카고 경찰이 이를 현실에서 썼다. 무죄 추정은 법치 국가의 기본이다. ‘AI가 분석한 범죄 얼굴’이 그래서 위험하다. 죄 없이 얼굴 때문에 유죄 추정을 받을 수 있다. 생김새에 따른 인종 차별 우려도 있다. 시카고 경찰이 이 우려를 간과했다. 시민 로버트 맥다니엘이 피해자다. 총격 발생 예상지도가 그의 집을 지목했다. 경찰이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웃이 알게 됐다. 마을에서 범죄자로 몰렸다. 결국 그는 지역 마피아에게 총격을 당했다. AI 맹신이 부른 황당한 비극이다. 셋. 위안부 출신 화가 김순덕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2025년 8월9일 광주 ‘나눔의 집’이다. 기림의 날 기념식 및 기림 문화제 현장이다. “어떤 꿈을 가장 먼저 이뤄 드리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습니까.” “내가 죽기 전에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소원이지, 뭐.” 김동연 도지사와 나눈 대화다. 김 할머니는 2004년 세상을 떴다. 대화를 나눈 건 ‘AI 김순덕 할머니’다. 참석자들은 숙연했다. 언론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영화 예술 분야, 방송 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개인 방송에서는 이미 현실의 기술이다. 놀랄 일도, 거부할 일도 아니다. 그 기술이 광복절 기념 행사에 등장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광복의 의미를 되살린 기획일까. 엄숙함을 반감시킨 실험일까. 평가하자는 건 아니다. 같이 생각해 보자는 거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공무원 수당비리는 못 없앤다’

서너 달 전이다. 모두가 분노했다. 경기도의회의 수당 부당 수령 적발이다. 돈을 빼먹은 건 정책지원관들이었다. 도의원의 의회 활동을 지원하는 자리다. 이들이 하지도 않은 근무로 돈을 타 먹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조사했다. 정책지원관 16명의 200여건이 이상했다. 경기도의회가 적발된 16명을 경기도 감사위원회로 넘겼다. 시민단체가 분노를 누그러뜨리며 엄벌을 기대했다. ‘경기도가 엄격하게 처벌해주겠지.’ 그때 스멀스멀 나왔던 말이 있다. ‘도청에도 수당 부당 수령은 있다.’ 징계권을 쥔 도청도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였는지는 모르겠고. 그 즈음 경기도가 수당 비리 조사에 나섰다. 소속 공무원을 다 조사한 건 아니다. 5급 상당 공무원만 대상으로 했다. 조사 내용도 일정하게 제한했다. ‘새벽시간대(오전 3~7시)’, ‘월 5회 이상 근무자’. 수박 겉핥기 조사로 보였다. 그저 시늉만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무슨 비리를 밝히겠나. 하지만 나왔다. 도의회 수당 비리 의혹과 판박이다. 경기일보 지면에 실렸다. 도청 A팀장의 초과근무가 이렇게 돼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했다. 이 8개월간 166일을 근무했다. 이 중 82%인 136일을 초과근무했다. 136일 가운데 116일을 오전 3~7시에 출근했다. 그렇게 8개월간 받아간 수당이 600여만원이다.- 이런 격한 근무가 가능한가. 3시부터 할 일이 그렇게 많나. 의심을 하게 되는 게 합리적이다. 팀장은 당당하다. ‘평소 일찍 일어난다’, ‘기획 업무 등을 수행했다’, ‘수당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주 52시간은 법이 정한 노동 시간이다. 김동연 지사는 이것도 4.5일로 줄이자고 한다. 그런데 소속 공무원은 3시에 출근시킨 건가. A팀장 한 명의 얘기가 아니다. A처럼 새벽에 근무한 5급 공무원이 26명이나 된다. 이 사람들 다 새벽잠이 없나.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사무실·자택 CCTV, 차량·대중교통카드 내역.... 그런데 감사는 안 할 것 같다. “의혹만으로 감사를 하긴 어렵다”고 한다. 그래. 이 정도로 그치자. 판단은 독자가 해도 충분하다. 사실 이만큼 식상한 소재도 없다. 흐름이 뻔했다. 터지면 국민은 분노했다. 해당 기관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다 슬그머니 덮었다.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 표본이 된 사건이 있다. ‘수원시 330억원 사태’다. 2007년이니까 18년 전 얘기다. 대리 기재 등으로 나간 수당이 330억원에 이른다. 경기도 인사위원회가 적발했다. 그때도 경기도 징계는 어이없다. ‘감봉 1개월’. 수당 결재 라인에 있던 3명만이다. 수당 빼먹은 공무원들은 ‘천수’를 누렸다. 과장도 하고, 국장도 하고, 구청장도 했다. 결국 잘못된 선례로 남았다. 공무원 수당 비위의 패턴이 됐다. “수당 편취 의혹이 제기된다→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다→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제일 가벼운 징계로 끝낸다→적당한 때 다시 편취는 시작된다”. 아닌가. 조금 다른 얘기로 매듭지어 보자. 계곡 장사가 있었다. 누군가의 생계였다. 이 애환에 행정이 무뎌졌다. 방치된 불법은 권리로 변했다. 철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기도지사가 이걸 정비했다. 그 과정이 대충 이랬다. 엄단 의지를 피력했다(경고). 계단을 놓고 옹벽을 쌓았다(대책). 상인들의 동의를 구했다(대화). 대대적 단속에 나섰다(실현). 공직사회 수당 문제가 그렇다. 도, 의회, 시·군, 교육청에 만연한 현실이다. ‘계곡 정비’보다 열 배 어려운 게 ‘수당 개혁’이다. 엄격히 조사할 경고가 필요하고, 근원을 뿌리 뽑을 대책이 필요하고, 공직자가 공감할 대화가 필요하고, 일벌백계를 보여줄 실현이 필요하다. 이런 절차와 접근 없이는 수당비리 못 없앤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의대생 특혜’ 주려면 ‘의료개혁’ 받아내야

A일보의 1면 톱 문구는 이랬다. ‘의대생 복귀 선언’. 그러면서 ‘뒷 감당은 대학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부제목도 붙였다. ‘대학들은 학칙 개정, 추가 수업 개설, 형평성 난제 떠 안아.’ 같은 날 B신문의 1면 톱 문구는 이랬다. ‘의대생들 전원 복귀’. 그러면서 ‘의정 갈등 출구 찾기’라고 설명했다. 여기는 이런 부제목을 붙였다. ‘의대협, 국회·정부 믿고 학교 복귀’, ‘교육부, 대학과 복귀 시기 등 논의.’ 논조(論調)는 다르지만 의미는 같다. 복귀 환영이다. 왜 안 그렇겠나. 1년5개월 의료 공백이었다. 생명을 담보 잡힌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딱 1년 되던 지난 2월에 나온 분석이 있다. 정부 신고센터에 피해 신고가 900건을 넘었다. “의사가 없어 아기 등에 호스를 꽂고 있습니다.” “통 사정을 했더니 ‘어쩔 수가 없어요’라며 딱 자르더라고요.” 목숨이 걸린 절절한 사연들이다. 어린아이, 산모, 만성질환자가 특히 많았다. 이럴 때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다. ‘환영’을 제목으로 걸기에 충분하다. 정부 여당이 ‘한 건’했다고 여기는 듯하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큰 일보 전진이 있어 다행이다.”, “주술 같은 2천명 밀어붙이기(였다).” 전공의 대표와 비공개 만찬도 무용담이 됐다. 복귀 선언 현장에도 민주당이 있었다. 의대·대학원생 대표 옆을 김영호·박주민 의원이 지켰다. 학사 특례, 병역 특례, 시험 특례도 교육·복지부가 해줄 것 같다. 차별화를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저질러 놓고 책임 못진 전(前) 정부와 다르다고. 환자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죽음 앞에 내몰렸던 사람들이다. 일단 복귀 발표를 환영했다. ‘정상화의 출발이 될 것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말이다. 그러면서도 우려를 담아 낸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에 대한 특혜 지적이다. 사실이다. 의료계는 ‘특례’로 말하지만 국민에는 ‘특혜’다. 수업 일수 특혜, 군대 입대 특혜, 국가 고시 특혜.... 의사 불패의 신화가 또 한번 증명됐다. ‘과연 의대생은 법보다 위에 있는가.’ 지켜보는 여론이 불편하다. 착각하면 안 된다. 의대생·전공의 복귀가 본질은 아니다. 절차를 바로잡는 수습일 뿐이다. ‘윤석열 의료 개혁’은 다 버려도 좋다. 어차피 버릴 것 같다. 총리도 ‘주술 같은 2천명’이라고 했다. 의대생 복귀 조건도 ‘尹 정책 폐기’다. 하지만 부둥켜안고 갈 과제는 있다. 의사 증원, 의료 개혁이다. 2024년 이후 여론조사가 많았다. 모든 지표가 ‘70~80% 찬성’을 가리키고 있다. 지금도 여론은 같다. 말 없이 ‘의대생 특혜’를 보는 침묵이 그래서 무섭다. 이재명 대통령 워딩이 있다. 의사 증원 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증원 규모는 400~500명 선이라고 한다”(2024년 2월25일 페이스북). 직접적으로 내놓은 공식 선언도 있다. ‘전국에 공공 의대와 지역 의대 총 네 곳을 신설하겠다’(21대 대선 공약). 정부 방향도 이 부근 아니겠나. 뭐가 됐든 개혁안을 내놔야 한다. 400~500명 증원을 밝히든가. 의대 신설 계획을 밝히든가. “이제 정부 차례”라는 대통령 지시는 나와있다. A일보도, B신문도 후속 보도는 없다. 1면을 꽉 채웠던 14일 이후 침묵이다.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최종 평가에 대한 유보일 것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의대생·의사 복귀는 부분에 불과하다. 궁극적 목적지는 의료 개혁이다. ‘의사 S’의 촌평은 이랬다. “의료계가 쓰레기차 피하려다 ×차 만날 수 있다.” 의료 개혁은 그만큼 뇌관이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알 수 없다. ‘환영’만 하고 ‘평가’는 미룬 신문이 대통령의 ‘입’을 보고 있는 이유다. 主 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한국은행 총재 차례인가

“내 목장의 황소처럼 다루겠다.” 갈등의 발단은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였다. 존슨 대통령이 1964년 연두에 화두로 던졌다. 그리고 그해 가을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올랐다.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 정책이었다. 마틴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을 고집했다.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존슨 대통령과 반대로 갔다. 인플레이션을 막는 연준의 기본 책무였다. 그러자 존슨 대통령이 그의 목장으로 불러 ‘저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마틴은 금리를 인상했다. 연준 독립성을 지켜낸 역사가 됐다. ‘금리 인하’(政) 대 ‘금리 인상’(經). 비슷한 갈등이 미국 역사에는 많다. 현직 대통령과 연준 의장 간의 대립이다. 내용은 경기 부양과 인플레이션 억제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이 아서 번스 연준 의장을 압박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하라고 했다. 여기서는 닉슨의 금리 인하 주장이 먹혔다. 카터가 임명한 폴 볼커 의장의 투쟁도 남아 있다. 기준금리를 20% 끌어 올려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엄청난 압박을 가했지만 소신을 지켰다. 자본주의 미국의 역사가 남긴 단면들이다. 요즘도 본다. 트럼프의 파월 의장 망신 주기다. 너무 많아서 정리하기도 힘들다. 최근 외신에서 뽑으면 이런 말이 있다. “파월은 곧 물러나게 된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형편없다. 후임자는 3~4명으로 압축해 두고 있다.” 미국 정치 언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정도면 세계 공통 언어다. 대놓고 ‘나가라’는 망신 주기다. 이번에도 원인은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이다. 트럼프는 2.5%포인트 인하 요구, 파월은 4.25~4.5% 유지다. 맞서는 파월 의장도 참 어지간하다. 우리에는 한국은행 총재가 그런 건가. 여당 이언주 의원의 논평이 상당히 이채롭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실명 공격했다. 그것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공개·공식 비판이다. 한은 총재를 비난하면 안 될 거야 있겠나. 하지만 논평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도 아니다. ‘오지랖이 너무 넓다’로 주장을 열었다. “한은 총재가 할 말이 있으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하든가, 대통령실에 조용히 전달하면 되지 언론플레이 할 일은 아니다”, “자숙하고 본래 한은 역할에 충실하라”는 충고도 했다. 시간이 꽤 지난 발언도 문제 삼던데.... 그것보다는 최근 발언 몇 개가 직접적 도화선이 된 듯하다. 지난 23일 시중은행장 모임에서 말을 했다. “금리 인하 기조하에서 주택 시장 및 각 대출과 관련한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지 않도록 은행권의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시기다.” 6월 가계 대출 잔액 증가액이 6조원에 육박한다. 사상 최대 영끌 광풍이 불었던 게 지난해 8월이다. 그때 증가폭이 9조7천억원이었다. 이걸 훤히 들여다보는 한국은행 총재다. ‘그러니 관리하라’는 거였다. 사흘 뒤,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여기서도 대출을 방어하는 게 핵심이었다. 이 총재 발언과 차이도, 문제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 며칠 앞서 다른 발언도 있었다. “민생지원금, 선택적 지원이 보편 지원보다 효율적이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온 말이다. 민생지원금은 통화의 직접 증가다. 한국은행이 관심둬야 할 본연의 영역이다. 그걸 물으니 그렇게 답한 거다. 며칠 뒤 정부 추경안이 나왔다. ‘선택적 지원’을 골자로 편성됐다. 여기서도 ‘경고받을 말’은 안 보인다. 이언주 의원의 발언 이후 댓글을 봤다. ‘옮기기 민망한 표현’들이 부쩍 늘었다. 이 총재를 향한 부정적인 평가다. 결과적으로 ‘좌표 찍기’의 전형이 됐다. 그렇게 보면 ‘이재명 정책’은 통화 증가를 유인한다. 한국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 혹, 그래서 한은총재를 경고해둔 것일까. 아니면 근본적인 ‘변화’까지 암시하는 것일까. 한국은행은 원래 껄끄럽다. 그래야 자본주의가 지켜진다. 마틴 연준 의장이 남긴 말도 그런 거였다. “연준의 역할은 파티가 무르익었을 때 그릇을 치우는 것이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접경 지역민은 ‘귀신 곡소리’ 보상도 못 받나

표현의 자유에 비중을 두고 보면 단속이 무리다. 대북 체제에 대한 의사 표현이며 정보 공유다. 살포 주체가 민간 단체여서 공공 대표성도 없다. 강제로 막거나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 헌법적 정신이 ‘대북전단금지법’에서 확인됐다. 북한의 의견을 존중해 문재인 정부가 만든 법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가 결정을 내렸다. ‘과도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고 했다. 적어도 법률적 측면에서의 판단은 끝난 문제다. 이재명 정부가 막고 나섰다. 대통령이 현장을 찾았고 의지를 피력했다.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불법 행위로 선언했다. “현행범 체포 대상”이라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통일부는 이미 해당 단체에 경고를 전한 상태다. 행위를 처벌하려면 이를 규정한 법률이 있어야 한다. 경찰은 항공안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밝힌다. 글쎄다. 적국을 비방하는 전단을 적국에 살포하는 행위다. 현장에서 체포 당할 일일까. 굳이 에둘러 갈 필요 없다. 집권 정부가 가진 대북관 문제다. 남북 화해에 가치를 둔 정권은 제한했다. 강경 대응에 중점을 둔 정권은 묵인했다. 문재인 정부는 막았고, 윤석열 정부는 허용했다. 이러는 사이 위법성 인식도 무감각해졌다. 민간 단체의 목소리만 커졌다. 정치 탄압이라며 되레 목청을 높인다. 이 패턴은 이번에도 그대로 반복됐다. 대통령이 살포 제한을 공언하자마자 보란 듯 전단 살포를 시도했다. 대북 전단 논쟁에는 중간지대가 없다. ‘보내야 한다’고 하면 극우로 본다. 전쟁주의자로 내몰리기 십상이다. ‘보내면 안 된다’고 하면 극좌로 본다. 북에 굴종하는 친북주의자로 몰린다. 이념 논쟁의 속성인 선명성 공방의 결과다. 이걸 논할 생각도, 한쪽에 설 생각도 없다. 말하려는 건 거기서 외면되는 접경지 피해다. ‘소음 지옥’에 대한 고민이나 배려가 없다. 극심한 고통에 내몰렸던 피해를 거론도 안 하고 있다. 귀신 곡소리, 쇠 긁는 소리.... 만성 수면 부족, 영유아 경기·발작.... 캠핑장 폐쇄, 상권 붕괴.... 고통의 1년 밤낮이었다. 보상이 있을 줄 알았다. 정치권이 그렇게 약속했었다. 국민의힘이 강화를 찾은 건 지난해 9월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피해 보상을 약속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그해 10월 찾아갔다. 민방위기본법을 개정해서라도 보상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이 반겼고 믿었다. 얼마간은 그렇게 갔다. 민방위기본법이 11월에 개정됐다. 곧 보상이 나오는 줄 알았다. 많은 국민은 보상이 된 줄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10원 하나 보상된 거 없다.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발효되려면 시행령이 있어야 한다. 반년 흐른 지금까지 안했다. 소급입법 적용 여부도 문제다. 대남방송의 피해는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보상이 이뤄지려면 법이 소급 적용돼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해석도 정리되지 않았다. 시가 피해를 채증했다. 이게 인정될는지도 걱정이다. 그 새 북한의 대남방송은 조용해졌다. 보상까지 잠잠해지려나. 정권이 바뀌었다. 그때 야당 대표는 대통령이 됐다. 대북 전단 제재를 통일부에 지시했다. 접경 마을을 찾아 ‘평화’를 약속했다. 거기 ‘보상 약속’도 있었으면 좋았는데. 그날은 없었다. 반대편에서는 대북 전단 제재를 비난한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도 ‘보상 주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역시 없다. 그렇다.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대북 전단 논쟁이다. 찬성과 반대 모두 ‘제1 피해자’는 쏙 빼놓고 간다. ‘접경지 70년’을 짓눌러온 논리가 있다. ‘위험 지역인줄 모르고 살았나’, ‘참기 싫으면 좋은 곳으로 이사 가라’.... 분단을 전제한 고통 강요다.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접경지 보상’은 안중에도 없는 대북 전단 논쟁을 보면 그렇다. 결국 ‘귀신 곡소리도 그냥 참고 살라’는 말이다. 主筆 김종구

[김종구 칼럼] 취임 첫 주부터 전국민 지원금 띄우기

취임 첫 날인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에서다.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법원조직법상 정원은 14명이다. 법 시행에는 1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그 후 매년 4명씩 4년간 16명을 늘리는 안이다. 박범계 소위원장이 법안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대법관 1명이 3천건을 처리한다. 충원이 합리적이다.” 재판 업무 과중이 현실이긴 하다. 하지만 개정 목적을 그렇게만 보는 국민은 없다. 취임 5일째인 8일 오전. 서영교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적극 검토해 경제가 살아나는 마중물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을 빨리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파생될 경제 효과를 수치로 설명했다. “경제성장률이 1% 정도는 성장할 것이다.” 물론 통계가 나온 구체적 근거는 생략됐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그다. ‘명심’(이재명 지지) 확보가 절박했을 것이다. 대통령 뜻을 대변한다고 한 것 아니겠나. 취임 6일째인 9일 오전.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 TF 회의를 주재했다. 지시의 방점은 두 가지로 모아졌다. 하나는 서민 물가 안정, 다른 하나는 신속한 추경 편성. 고물가를 상징하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그러더라. 라면 한 개에 2천원도 한다는 데 진짜냐.” 윤석열 정부 1차 추경에 이은 2차 추경 편성도 지시했다. ‘1인당 25만원 지급’이 포함될지가 관심사다.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없었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규모 방식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 이게 대통령 취임 첫 주다. 물론 보기 좋은 모습도 있었다. 낙선자인 김문수 후보에게 전화를 했고, 야당 비대위원장 등과 비빔밥 회동도 했다. 치열한 경쟁의 푸근한 마무리다. 비상 명령권을 발동해 경제TF를 출범시켰다. 경제 회복을 향한 의지 표현이다. 총리·국정원장·국가안보실장을 지명하고 임명했다. 국정 공백을 채워가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그 일주일에서 위의 세 모습만 본 국민도 있을 거다. 내게는 유독 선명한 이유가 있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한다, 나는. 2009년 무상급식 취재부터 쭉 그랬다. ‘재벌 집’에 도시락 주면 안 된다고 봤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의 기세는 거대했다. 없어지기는커녕 모든 선거를 삼켰다. 유권자는 보편적 복지를 예외 없이 찍었다. 언제부턴가 진보·보수 차이도 없어졌다. 그래도 ‘보편적 복지 반대’를 끌어안고 있다. ‘현금 퍼주기=미래 세대 빚’이라는 등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표 청년 배당·기본소득에도 그래서 늘 이견을 달았다. 대선에서 잠깐 놀랐다. 이재명 10대 공약에서 기본소득이 빠졌다.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썼다(경기일보 5월13일자 사설). 우클릭이더라도 의미 있어 보였다. 당선 뒤에 현금 복지 축소를 권해볼까도 했다. 이런 기대가 첫 주에 사라졌다. -당내에서 알아서 운을 떼줬다.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주자’(취임 5일). 같은 민주당의 ‘사법 방탄’과 뒤섞였다. ‘대법관을 왕창 늘리는 법안 강행’(취임 당일). 대통령실도 ‘심도 있는 논의’로 받았다(취임 6일). 그냥 현금 복지로 갈 것 같다. 현금 복지가 불편한 건 대가성 때문이다. 선거 때 뿌리면 표를 받았다. 위기 때 뿌리면 지지율을 받았다. 지금까지 보편적 복지는 그랬다. 그래서 무서운 게 통치권자의 현금 복지다. 임기 내 지방선거도 있고 총선도 있다. 고전할 때도 있고 욕 들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현금 복지를 꺼낼수도 있다. 통치권자는 그럴 수 있는 자리다. 그 현금이 부채가 되고, 물가 올리고, 미래 세대 빚이 되더라도.... 현금 복지를 통한 위기 돌파는 있어선 안 될 통치 패턴이다. 이 패턴의 일단이 첫 주에 얼비쳤다. 그 속에 ‘임기 5년’이 투영됐다. 토론 중 A가 내게 물었다. “그러면 국가는 아무것도 안 해야 옳은가.”, “공화주의는 왜 있나.” 내가 해준 답은 이거다. -경제의 한계가 복지의 한계다. 그 선을 넘는 영역은 빚으로 전환된다. 지금의 빚은 미래 세대의 짐이다. 재난소득 축제가 부채로 바뀐 경기도가 증명이다. 매년 3천억원씩 갚아가고 있다.- 이런 걱정이 더 커진 일주일이었다. 主筆 김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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