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제학자 장바티스트 세는 ‘세의 법칙(Say’s law)’을 통해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공급을 하면 수요가 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기므로 공급 과잉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하지 않은 저축은 투자 재원으로 쓰여 결국 모든 소득은 재화와 서비스 구입에 사용되므로 애덤 스미스의 주장대로 시장은 스스로 균형 상태를 유지한다고 봤다. 그러나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현실에서는 ‘세의 법칙’이 장기적 관점에서 예외적으로 작동하고 공급에 비해 유효수요가 부족, 경기 침체와 대공황 등으로 인한 실업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정부가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경제학적 논쟁은 정부가 이민정책을 통해 개입해 경제의 공급 증가와 유효수요의 증가를 동시에 이루면서 균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연계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지속성장 속에서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는 경기 침체나 위기를 최소화해 실업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국민의 평균적인 소득과 복지 수준을 높여 빈부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소비지출과 투자지출을 증가시킴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을 이룩하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초반부터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에 따라 경제 전반적으로 공급 역량과 국내 유효수요 규모가 급속히 확대됐고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사업혁신 등을 통한 국제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5명인 초저출산 현상과 함께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등 인구 구조의 급변은 유효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또 노동투입, 자본투입 및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의 하락으로 공급 측면의 성장률(잠재성장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보호무역주의의 부상을 극복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런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민자를 수용할 때 주로 노동시장에서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분야의 인력 부족을 메우는 외국인력정책이라는 단편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민은 정치, 외교, 안보, 사회, 문화, 복지 등에 미치는 영향은 차치하고라도 경제적 측면만 봐도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민과 경제와의 관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나 관심이 부족해 부처별 이해관계와 관심도에 따라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시각에서 임기응변적으로 대처한다면 올바른 이민정책이 수립될 수 없다. 따라서 이민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외에 공급 측면에서 연구개발과 생산성 등에 미치는 영향, 수요 측면에서 소비지출, 투자지출, 재정지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연구의 가장 큰 장벽은 중앙행정기관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데이터가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된 연구기관과 공유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없고 공공기관에서 세부적인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거나 수집하더라도 그 분류체계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기관에서 이민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어떠한 데이터를 어떠한 분류 체계에서 수집하고, 이를 공익 차원에서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금융기관 등 민간기관의 경우에도 공익적 차원에서 공개 가능한 통계를 적극 외부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 동 데이터가 정부의 부가가치세, 인적 사항 데이터와 결합해 체류자격(정주 여부), 연령, 거주 지역과 기간, 소득 수준 등에 따른 소비지출액과 소득 대비 소비 비율 등을 분석할 수 있다면 국가단위 또는 지역단위 내수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이민정책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5-05-12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