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지방자치의 다양화 옹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새정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와 도약을 이끌어내야겠지만 국민통합도 이뤄야 하는 과제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의 일상은 계속 선거전이다. 전국 곳곳 선거구에서 출마선언과 예비후보 등록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지도자들을 선출하는 주민주권의 행사다. 주민주권은 국민주권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부활 시점만을 기준으로 해도 30여년이 지났으니 민주주의 성장을 위해 기여해온 경륜이 제법 쌓인 편이고, 돌아보면 성과가 자랑스럽지만, 내다보면 자치와 분권에 있어서 개선할 점들이 적지 않다. 지방선거는 전국 동시로 시행되고 있다. 선거관리상 그럴 필요가 있고 전국적 이벤트이기에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역을 거점으로 해야 하는 선거를 국가가 중심이 돼 한꺼번에 치르는 행사가 되게 만든다. 이것이 지역의 의제보다 국가 전체의 이슈로 선거가 치러지도록 하지는 않는지 또 지방자치를 획일화시키는 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는 지역 여건에 맞게 주민복리를 위한 자치를 하는 것이니 획일성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데에 묘미가 있다. 지역별로 기일에 차이를 두고 선거를 치르는 것이 필시 전국동시선거보다 더 지방자치의 본질에 어울릴 것이다. 광역단체와 소속 기초단체 간 주민 밀착도가 차이 나고 이해관심도 다르다는 점을 중시하면 광역과 기초의 선거를 서로 다른 날에 치르는 것도 할만한 일이다. 또 전국 17개 시도별 선거가 원칙상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열어놔야 한다. 몇 개의 시도가 권역별로 동시 선거를 치르는 것은 현실적일 수 있고 광역행정이나 초광역권 전략을 위해 권장할 일이기도 하다. 이왕이면 지방자치를 다양화하는 제도를 보태면 더 좋겠다. 시도별로 단체장과 의원의 임기나 연임 제한 등을 다르게 하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을 중심에 놓고 의회를 두는, 사실상 균형적이지 않은 기관 대립형 모델의 획일성을 수선할 필요도 있다. 어느 시도는 현행처럼 운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곳은 의회를 구성한 후 의회에서 단체장을 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할 수도 있어야 한다. 또 현행을 전제로 의회활동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의원임기를 단체장보다 길게 하거나 선거주기별로 의원 정수의 일부만을 교체하는 방식도 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제 우리의 지방자치도 주어진 제도 하에서 정해진 수준으로 하는 자치를 넘어 주민이 바람직하고 현실적인 자치제도를 스스로 만들고 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지방자치와 공직선거를 규율하는 상위법은 원칙과 대강(大綱)을 정하고 구체적인 사안은 시도 조례로 위임하는 방식으로 더 다양하고 풍부한 지방자치를 펼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고민할 때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뉴노멀 시대의 자원봉사

새로운 기준, 새로운 일상의 시대란 말이 곧바로 신선함, 설렘 같은 밝은 느낌으로 이어지진 않는 게 역시 코로나19의 여파 탓일 듯하다. 그래도 새로운 기준을 대하는 우리 자세는 남다르고 전과도 달라야 한다. 예전 기준, 예전의 일상에선 이른바 선진 사회에서 만든 기준을 되도록 빨리, 잘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삼으면 됐다. 우린 그 일을 정말 잘했다. 그 덕에 세계적인 위기 상황에서 선진국이 됐다. 이제 새 기준이 서는 새 일상에서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자원봉사도 그랬다. 본디 우리 게 아니었다. 용어도 개념도 프로그램도 이미 다른 나라에서 만든 것이었다. 우리는 늦었지만, 또 나름의 방법을 동원해 따라잡느라 노력했다. 대표적인 게 바로 자원봉사센터다. 애초 선진 사회의 자원봉사는 우리처럼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따라가는 처지에서 자원봉사센터는 나름 큰 공을 세워, 어느덧 자원봉사가 사회의 구석구석에 젖어 들었다. 그간 자원봉사 활동은 대면해 정을 나누는 걸 중시했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이 대세다. 그러나 그 방식이 유효한지, 또 지속 가능해 미래가 있는지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런 방식으로 진화했을 뿐이다. 긴 안목에서 볼 때 비대면 자원봉사라 하더라도 시2027공간을 초월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비접촉 방식의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나가야 한다. 온라인 자원봉사활동이 크게 확대됐다지만 여전히 필요한 분야는 대면 서비스가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설봉쇄 조치로 생활 시설은 애초의 비개방성에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더해져 격리와 고립의 이중고를 겪었다.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파편화와 각자도생의 개인화 현상이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예상되는 문제들을 예방하기 위해 몇 가지만 짚어보자. 첫째, 정보통신기술이 취약한 계층이라면 또 다른 소외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들을 위한 대안 마련은 물론이고 비대면에 특화된 자원봉사 프로그램들도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 둘째, 자원봉사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그동안 자원봉사 제도에 적용되었던 개념, 운영방식, 정책 등을 돌이켜 확인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이제 도움을 주는 위치이니, 우리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차원까지 함께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라는 새 분야에서 세계적 기준까지 따라잡는 동안 큰 역할을 해온 자원봉사센터의 역할이 다시 기대되는 때가 됐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도 코로나 시대 위험의 일상화 속에서 나보다 더 어려운 누군가를 돕고자 시민에게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길을 열어 제시해왔다. 특히 2021년부터 정책연구팀을 설립한 점은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시대에 어울리는 대처로 보인다. 남들이 걸어보지 못한 길과 기준, 프로그램과 정책을 개발해서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정책 개발을 기대해 본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시론] 우리 모두가 킹메이커

당신의 아이가 중요한 시험을 치르러 가는 길, 신호등에 계속 걸려 시험에 늦을 것 같다. 신호를 위반해서라도 제 시간에 가는 것과 늦더라도 시간을 지키는 것 중에 무엇이 중요하다고 가르칠 것인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킹메이커라는 영화가 올해 초에 개봉되었다. 주로 1960~70년대를 배경으로 큰 뜻을 품은 젊은 정치인의 성장과, 열악한 여건에서 그의 승리를 이끌어온 음지의 인물이 중심이 되어 정치와 선거와 관련된 여러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된다. 내가 원하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권력을 가져야 하는데, 정의로운 방법으로는 이길 수 없는 불공정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통령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와 겹쳐 큰 흥행은 이끌지 못했지만, 배우들의 연기 자체만으로도 몰입되어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영화다. 영화에서는 여러 선거에서 기발하면서도 아슬아슬한 방법들로 극적인 역전들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에 불편한 마음이 함께 남으며 정치란 무엇인지,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우리는 본인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거짓된 정보와 그럴듯한 현혹에 쉽게 속곤 한다. 특히 몸이 아프거나 경제적으로, 심적으로 힘든 경우 더욱 그렇다. 일부는 이를 악용해서 물건을 팔고, 종교를 믿게 하고, 아픈 이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의료를 종용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모아놓은 것이 정치일 것이다. 직업과 연령, 지역과 성별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고, 편을 갈라 서로 다투게 하면서 권력을 잡기 위해 겉으론 웃지만 뒤에서는 지저분한 혈투를 벌인다. 영화는 부정한 상대편을 이기기 위해서 나도 그들과 비슷한 방법을 써야 하는가에 대한 고뇌와 모순이 잘 표현되어있다. 대중들은 편을 나눠 서로를 비난하고,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도 정치 얘기는 꺼내지 말아야 하는 주제가 되었다. 일부의 사람들은 정치 자체에 환멸을 느끼고 투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본인의 의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지금과는 많이 다른 1960년대의 배경이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행태는 2022년이 되어도 변함이 없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고, 가장 많은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르는 것이 쉽진 않지만, 내가 가진 한 표에 의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힘없는 개인들의 한 표들이 모여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정하는 소중한 기회이니 우리 모두가 킹메이커가 되어야 할 때이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

[경기시론] 대통령선거, 투표참여로 만드는 대한민국의 미래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일이다. 대한민국 5년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지도자가 새로 결정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해 선출한다(헌법 제67조 제1항). 모든 국민이 각자 1표씩 평등하게 직접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비밀이 보장되는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정치에 참여하고, 국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왔다. 최근 20여년 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제15대(1997년 12월18일 당선인 김대중)의 경우 80.7%였으나, 제16대(2002년 12월19일 당선인 노무현)는 70.8%로 낮아졌고, 그 이후 제17대(2007년 12월19일 당선인 이명박)는 63%로 더욱 하락하였다가, 제18대(2012년 12월19일 당선인 박근혜)는 75.8%, 제19대(2017년 5월9일 당선인 문재인)는 77.2%였다.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율 26.06%에 비해 2022년 3월 45일에 실시된 사전투표는 36.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선거인 수가 1천143만3천299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는 사전투표율이 33.65%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유권자 중 적게는 20%, 많게는 37%에 달하는 많은 사람이 투표를 포기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투표할 권리 못지않게 투표를 하지 않을 자유와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 다만, 우리보다 시대를 앞서 살아온 여러 사람이 남긴 말을 한 번쯤 되새겨 보자. 생각만으로는 동의나 반대를 표시할 수 없다. 투표를 해야 가능하다(로버트 프로스트) 당신 스스로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의 운명을 개선해 주지 않을 것이다(베르톨드 브레히트) 정치가는 스스로 정치적 포부나 신념에 따라서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고 그 신념의 구현을 위해 투쟁하며 그 결과에 대해서 국민에 책임을 져야 한다(막스 베버)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다(프랭클린 애덤스)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알란 케이) 이번 대통령선거는 여론조사 결과 여야 정당의 각 후보자 간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은 박빙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제 결과는 유권자들의 투표하는 손에 달렸다. 대통령 후보들이 당선되면 국민에게 실행할 것을 약속하는 공약(公約)이 구체성이 있는지, 실현 가능한 공약인지 한 번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나의 삶을 위해, 공동체를 위한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이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소비자주권시대에 걸맞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2022년은 선거의 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미 대선 후보들은 경제정책, 부동산정책, 일자리 정책 등에 관한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비자정책은 외면받고 있는 것 같아 소비자 공익활동가로서 아쉽다. 소비자는 곧 국민이고, 소비생활은 평생 지속되는 것임에도 말이다. 얼마 전 소비자단체가 수년간의 숙원 과제인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증거개시제 등의 도입을 대선주자들에게 요구했는데, 일부 후보는 소극적으로 응답했다고 하니 아쉬움을 넘어 실망감이 크다.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제대로 보상받았을까? 폭스바겐, BMW 등 외국산 자동차 사건, 대형 유통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 중 어느 정도나 보상받았을까? 현행 소비자기본법의 단체소송은 집단소송과는 다르다. 단체소송은 사업자가 표시광고 등의 규정을 위반해 소비자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권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그 침해가 계속되는 경우 법원에 소비자권익침해행위의 금지중지를 구하는 소송일 뿐이다. 반면 집단소송은 다수, 소액의 피해소비자가 발생할 경우 대표당사자가 전체 피해소비자를 대표해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하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도 배상을 받는 제도다. 경제인 단체의 집단소송제는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발생시키고, 기업에 타격을 준다는 논리는 다수의 힘없는 피해 소비자는 고려하지 않은 편협한 결론이다. 개인 소비자가 대기업을 상대로 불법행위와 피해사실 및 인과관계를 입증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배상을 원하는 소비자는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해야 한다. 원천적으로 많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감수하라는 것일 수밖에 없다.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소비자의 피해가 실질적으로 배상되는 것이다. 도지사,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도 소비자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 광역시도는 소비생활센터와 전임공무원을 두고 소비자행정을 추진하고 예산도 늘려가고 있으나 시군의 경우에는 소비자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정도이며, 그것도 일부 단체에만 국한돼 있다. 지방 소비자행정의 핵심은 규제행정이다. 소비자관련 법령에서 지자체에 위임한 위법행위에 대한 행정처분만 강력하게 시행해도 사업자의 기만적인 상술은 사라질 것이고, 소비자의 피해도 신속하게 보상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정책 규제행정을 위한 전임공무원제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제조, 유통, 판매 업체를 강력하게 관리감독해야 한다. 현재 순환근무제인 일반행정직으로는 효율적으로 소비자 관련 법령을 집행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에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찾아주는 대통령, 지방선거에서는 악덕사업자가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도지사와 시장이 선출돼 진정한 소비자주권시대가 도래하길 기대한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대통령제에서 작동되는 책임총리제

20대 대통령 선거까지 2주 남짓 남겨두고 있다. 과반수 득표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낮고, 박빙의 승부로 끝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다보니 진영별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치열한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보 간 단일화를 타진하는 일은 의미가 있지만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의아스럽기도 했다. 결국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를 단념하는 결단을 내렸다. 한쪽은 전문성을 보충할 파트너가 필요할 만도 한데 끝내 마다했고, 다른 한쪽은 자격의 우월함을 내세우는 길을 택했다. 이로써 이재명 후보가 단일화와 통합의 담론을 선점하는 기회가 커진 듯하다. 그는 뜻 맞는 후보와의 단일화를 절실하게 다루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선거과정과 무관하게 국민내각 통합정부를 구성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개헌을 공약한 상태다. 통합정부는 국정 권한을 정권 창출 파트너 또는 잠재적 국정 참여 주체와 공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런 새 정부가 구성된다면 정부가 국민과 함께 새로운 헌정체제를 구상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그렇게 개헌을 준비하는 통합정부는 필시 새로운 국정운영 체제에서 작동하게 될 정부를 미리 선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통합정부론의 원칙과 방향성을 선거 전에 공유하며 동료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선거 전에 동료를 얻지 못하고 승리한 경우더라도 대의(大義)를 따라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진정성을 보이는 것도 관건이다. 통합정부론이 대통령제를 포기하거나 그럴 것이라고 간주되는 것은 주의를 요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프랑스식 반(半)대통령제는 매력적이지만, 오늘날 국정 사무는 국가원수의 것과 행정수반에 속하는 것으로 쉽게 나눌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독일형 의회제 역시 대안이었다. 하지만 내각불신임과 의회해산이 낳을 불안정을 우리가 과연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제는 우리 헌정사의 유산이고,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는 여전히 강력하고 안정적인, 그러면서도 적절히 제어되는 대통령제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대통령이 국민뿐만 아니라 국회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며, 합의 지향 국정을 펼칠 수 있도록 개혁을 궁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기서 책임총리제가 새로운 국정운영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대통령제에서 가능한 책임총리제는 거대 양당 외 정당(들)도 국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창출하여 실질적으로 다당제를 구현할 것이고, 결정적으로는 국민과 더 가까이 소통하고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더 많이 수렴하는 국정을 펼치게 할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노후의 가난

검은 호랑이해, 임인년(壬寅年)이 이미 시작된 듯하지만, 사실은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시작이다. 이런 겹침, 혼동은 음력과 양력의 차이에서 비롯하고, 전통과 쇄신의 알력이 그만큼 크다는 걸 실감케 한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 양력 1월1일을 그대로 설로 삼았다. 일본 때문에 억지로 양력설을 쇠야 했던 우리는 (음력)설을 독립운동처럼 쇠야 했고, 중국에서 춘절로 거듭난 것 처럼 민속의 날을 거쳐 마침내 설로 거듭났다. 설이 그냥 설이 아닌 셈이다. 건강할 때 재미 삼아 이따금 하던 산책을 지금은 숙제처럼 진지하게 매일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전에 산책하다가 자주 보였지만 그냥 넘어갔던 모습이 떠올랐다. 캐리어, 손수레, 리어카 등을 이용해 박스를 줍는 노인들 모습이다. 저마다 구역이 있어 보이기도 했다. 같은 할머니할아버지가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박스들을 쌓아두고 정리하거나 모으곤 하였다. 한때 실업률이 치솟던 때에는 젊은 사람들이 트럭을 몰고 다니며 그 박스들을 선점해 싹쓸이하던 때도 있었다. 지금 그런 사람들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건 취업 사정이 나아진 덕보다는 폐휴지 수입원으로는 생활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저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변함이 없다. 얼마나 버실까? 차마 물어볼 엄두가 나질 않는다. 노후준비가 자식 농사로 통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뒤로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아래로 자녀부양, 위로는 부모 공양에 온 힘을 쓰다가 정작 본인의 노후대비에 소홀했던 게 우리 윗세대까지, 저 박스 줍는 노인들까지 흔한 경우였다. 물 한 그릇으로 주린 배를 채우고 그 힘든 보릿고개 힘겹게 넘기면서 자식들에겐 가난을 물리지 않겠다고 땀 흘려 오늘의 경제 대국을 이룩한 주역들이 핵가족화와 양극화로 인한 각자도생의 시대 노인 빈곤율자살률 세계 최상위 국가에서 박스를 주우며 살아간다. 국가의 경제 수준이나 기술력 그리고 K-콘텐츠가 세계를 휩쓸며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이 치솟는 중이다. 그러나 모두가 누려야 할 풍요에서 제외된 이들이 아직 너무 많아 안타깝고 민망하다. 20년 뒤쯤 노인 인구 비중이 35%를 넘는 시대가 다가온다. 통계를 보면 60세 정년퇴임 이후 35.3%가 일을 해야만 생계를 꾸려갈 수 있다고 한다. 우리와 비슷한 경제 수준의 서구 노인들은 연금으로 비교적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낸다. 그런데 노인 45% 이상이 가난에 내몰려 다시 일을 찾아 나서야 생계가 유지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정부의 공익형 일자리는 27만원 수준, 이런 일자리 사업으로는 노후의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박스 값이라도 후하게 쳐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면 다시 트럭들이 등장해 구역을 빼앗아간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노후의 가난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 있는 대통령을 이번 대선에서는 기대할 수 있을까? 김근홍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경기시론] 중대재해의 처벌과 예방

지난달 29일 양주시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사망해 중대재해처벌법 첫 수사 대상이 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 세월호 사건 등 시민재해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이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사업주, 법인 또는 기관 등이 운영하는 사업장 등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사망자 1명 이상 발생,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 3명 이상 발생)와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위험한 원료 및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사고가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사망자1명 이상 발생,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의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및 안전관리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 이 법의 제정 배경이다. 이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위반 유형에 따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7년 이하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경영책임자 등이 처벌 대상이 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기관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부과한다. 또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 그 손해액의 5배 내에서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이처럼 법인과 경영책임자의 처벌과 책임을 한층 강화하자 기업과 공공기관들은 안전전담조직 확대, 최고안전책임자 직책 신설, 안전환경 보건방침 제정, 용역사 직원들에 대한 찾아가는 안전교육 실시, 협력사의 안전 체계 평가관리, 현장에 안전관리 전문인력 배치, 안전관리비 증액, 국내외 사고사례 원인분석조사, 방지대책 마련과 공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최근 법령 적용 시 해석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보완하고자 고용노동부는 중대산업재해 해설서를, 국토교통부2022환경부2022소방청은 중대시민재해해설서를 각 배포하고 있지만 안전, 보건 조치의무가 포괄적이라는 비판을 새겨 듣고 조속한 시일 내 입법을 통해 개선해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의무를 이행해 중대재해를 예방함으로써 비극적인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우리 사회의 성숙한 인권 의식이 필요하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유사투자자문, 이대로 좋은가?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사촌여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주식 정보를 받기로 하고, 800만원을 결제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해지하려 했더니 환급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여러 지인으로부터 비슷한 내용으로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주식정보서비스, 정확한 법적 용어는 유사투자자문인데, 문제가 심각하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소비자상담 중 유사투자자문이 전체 품목 중 1위이고, 지난해 11월 한 달 상담건수만 4천169건, 전체 상담의 7.8%를 차지했다. 지난해 경기도 소비자권익활성화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유사투자자문에 대한 실태를 조사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개선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유사(類似)라는 용어의 불법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을 고려해 투자정보업 또는 투자정보제공업 등으로 법적 용어를 개정할 것을 제안한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불특정 투자자에게 인터넷이나 간행물을 통해 투자조언을 하는 것이므로, 개별 투자자에게 투자 판단에 대해 자문하는 투자자문업과 용어상의 명확한 구분도 필요하다. 둘째 현재 신고제인 유사투자자문업을 등록제로 전환해 진입 요건을 강화하거나 최저 자기자본금 또는 소비자피해보상 보증보험 등 사업자의 법적 의무를 신설해야 한다. 셋째 유사투자자문업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관리하는데,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해야 한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대부분 전화권유 및 인터넷 및 유튜브 등을 통해 회원을 가입시키는데 이는 방문판매법, 전자상거래법의 적용대상이다. 방문판매법, 전자상거래법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담당하므로 유사투자자문업도 지자체에서 관리한다면 소비자피해 구제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표준약관과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제정해야 한다.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전국의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서 상담 및 합의권고를 하는데, 유사투자자문업에 관한 분쟁해결의 기준이 별도로 없어 소비자의 피해를 해결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현행 소비자 법률 중 유사투자자문의 중도 해지 및 위약금 분쟁과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규정이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다. 이 규정에는 소비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지 못하며, 위반하면 처벌조항도 있다. 계속거래를 적용해 위법 사업자를 퇴출하게 시키는 지자체사법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작년말 기준으로 주식투자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상담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유사투자자문 소비자피해가 심각하다면, 문제점을 개선하고 해결하기 위한 법률 개정, 관련 기준 제정, 행정 및 사법행위 강화 등이 매우 시급하다 할 것이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페미니즘의 좌표

20대가 성별로 양분될 듯 과장되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찬반이 그들의 대선 투표 기준이 돼야만 할 듯이 꾸며지고 있다. 페미니즘 논란이 선거전으로 가세되는 모습이고 또 선거전이 페미니즘 논란을 확산시키는 모양새다. 얼마 전 대선 진영 한 곳에서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공약으로 확정했다. 페미니즘 리더를 영입해 20대 여성의 마음을 얻으려다 내린 선택이라 극적인 반전이다. 좌면우고 끝에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20대 남성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 결정이 득표에 도움이 될지는 후에 확인될 일이지만 근본적으로 권리에 관한 이슈를 균형 있게 취급하지 않고 한쪽의 요구를 거들고 다른 한쪽의 손을 놓은 것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이해타산 면에서 합리적일 수 있어도 이성적이지는 않은 것이다. 페미니즘을 구현하는 방법을 문제시하는 것을 넘어 그 취지마저 폄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젠더 이해관심에 따라 공공정책의 선호가 정해지게 하는 것이나 집단적 젠더 갈등이 과거 지역주의 투표행태를 대신하도록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합리적 선택에 이르는 것을 차단하고 방해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으로 촉발되고 촉진된 여성해방과 여권신장이 우리나라의 평등권을 탄탄하게 하고 민주주의를 확대심화시킨 공로는 결코 경시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여성 권리를 중심에 놓으면서 또 특정 가치와 이념을 선도하겠다는 결의에 매몰돼 공동체에 좋은 페미니즘을 지향하지는 못했다. 차별은 없애나가되 다름과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풍부하게 만드는 미션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페미니즘의 생활양식을 통해 여전히 미시적으로 작동하는, 가부장주의에 뿌리를 둔 권위주의 잔재와 위력을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반대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페미니즘 반대자들은 작금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몹시 못마땅해 하는 것들을 정작 되풀이하고자 한다. 그들 역시 사태를 권리 다툼의 문제로 끌고 감으로써 페미니즘의 한계를 넘어서거나 부족함을 보완하는 지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성 권리의 옹호로 유발된 남성 권리의 피해를 들춰내기에 바쁘고 특정 정부조직의 해체를 외치는 것 외에 더 나은 길을 찾고자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억압받아 왔고 아직 평탄해지지 않은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왜 저항이어야 하고 가중치를 둬야 하는 일인지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은 수정돼야 한다.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고 가지 못한 길을 갈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 페미니즘 좌표는 이제 페미니즘에 의해 정해지게 해서는 안 되고 반대로 그 반대자들에 의해서 세워지게 해서도 안 된다. 젠더 미움을 증폭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양쪽이 만나는 영점(零點)에서 양측이 함께 성장하는 좌표가 절실히 요구된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흰 소 엉덩이에 기대 검은 호랑이 눈을 바라보며

흰 소 엉덩이 토닥이며 지난 한해 칼럼으로 게재한 글들을 돌이켜본다. 복지제도를 되짚고 노후 준비 필요성을 개인과 사회 그리고 환경의 연결성 차원에서 살펴봤다. 개인의 빈부는 개인의 노력으로만 결정되지 않고 사회제도와 환경이 결정요인일 때가 많다. 그래서 복지는 국가의 의무이지 시혜가 아니다. 그래도 우리 몫을 다하며 노후를 돌보며 사회와 환경도 함께 생각하면 좋겠다. 그다음 돌림병 역사를 살피며 개인 비용까지 동원하는 정조대왕을 보았다. 복지는 비용보다 투자다. 코로나로 잃은 것과 얻은 걸 새옹지마와 연결했다. 코로나 하나 때문은 아니지만 코로나 시국에 선진국이 됐고, 그사이 많은 사람이 위기에 내몰리고 심지어 병에 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정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지만, 새옹지마 이야기를 인류 유산으로 남길 수 있던 유안처럼 있는 사람들도 나름 역할을 하면 좋겠다. 지난번엔 국민건강과 명의 이야기였다. 국민건강은 복지처럼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명의가 훌륭하고 고맙지만 그렇다고 명의 만들자고 레지던트를 오멜라스의 어린아이로 만드는 건 안 된다. 한 곳 찌그려야만 다른 대부분의 곳이 빵빵해지는 바람 빠진 공이어서는 안 된다. 지금의 건강보험 수가 정책과 의료인 배출 정책으로는 환자는 환자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전쟁이 불가피하다. 환자라면, 특히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면 죽기 전에 소위 빅5 병원이나 분당서울대 명의의 진료를 받아보겠다는 간절함으로 몇개월 기다리다 겨우 만나도 그 짧은 진료시간에 시원한 대답은커녕 갈증만 커진다. 한 명당 2~3분씩 봐도 시간이 모자랐다는 어느 명의의 절규(?)에서 장바닥에서 물건 거래하듯 의료 용역을 그저 거래 차원에서 대하는 병원, 그렇게 만드는 혹은 고치지 못하는 보험정책도 아쉽다. 누구나 환자로 삶을 마치는 세상이니 의사 잘 만나는 게 요행이다. 그보다 의사 모두 여유 있게 눈을 마주치고 환자 말에 귀를 기울이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세상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검은 호랑이해에는 그쪽으로 좀 더 다가갈 수 있을까? 당사자가 되고서야 서운함이 고마움보다 앞선다는 걸 체험했다. 나름 명의쇼핑에 나서기도 해봤고, 보험의 모자람도 겪었다. 그간 구조와 체계로 보는 게 습관이었지만, 그런 아쉬움과 서운함을 겪고서 체계와 구조도 중요하지만, 그늘진 자리가 생긴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는 마음이 더 절실해졌다. 프로스트의 시 가운데, 노란 숲 똑같아 보이는 갈림길 앞에서 망설이다가 다 걸을 수 없어 하나를 선택한다. 화자는 나중이 되어서 되짚어 본 것인지 아니면 앞당겨 보는지 먼 훗날 그 길을 고른 이유를 만든다. 남들 발길 덜 탄 길이었노라고. 한숨 쉬며. 젊어서는 저 한숨의 의미를 몰랐다. 이젠 좀 알 듯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여유를 갖자. 세밑에 아쉬움으로 손이라도 흔들어볼까 싶었는데, 허, 범이 내려오고 있구나! 김근홍 강남대 교수ㆍ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경기시론] 임인년 새해 간절한 소원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밝는다. 60간지 중 39번째로 임(壬)은 흑색, 인(寅)은 호랑이를 의미하는 검은 호랑이의 해다.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기상을 상징하는 동물로서 용맹하고 강인하며 신성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정신으로 앞으로 펼쳐질 호랑이해를 신중하게 살펴보자. 임인년은 오는 3월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고, 6월1일은 제8호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어 나라의 지도자와 지역의 일꾼들을 국민이 선거로 선출하는 중요한 해다. 그리고 2월4일부터 같은 달 20일까지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9월10일부터 9월25일까지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21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는 카타르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행사도 개최된다. 그리고 2022년 최저시급은 9천160원, 월급으로는 191만4천440원(주 40시간, 유급주휴 8시간 포함)이고,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징역 등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27일부터 시행된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중 우회전 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를 무시하면 과태료(승용차 6만원, 승합차 7만원)와 자동차보험료 할증, 벌점 10점이 부과되며, 육아휴직 급여 한계가 상승해 최대 150만원을 수급할 수 있고 아이가 만 0세 때 부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3개월간 각각 최대 월 300만원이 지원된다. 또 무주택 청년의 월세범위 내에서 최대 20만원 지원, 법정공휴일 유급휴일 의무화 및 대체공휴일 적용이 5인 이상 30인 미만의 사업장으로, 노동시간 단축제도가 3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며, 9억원 이상 상가주택은 1세대 1주택 비과세가 되지 않는 등 노동, 근로, 자동차, 육아, 부동산제도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제도와 정책이 올해부터 달라진다. 경기도민들의 새해 소원은 무엇일까. 경기연구원이 도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인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개인적 소망 1위는 가계 빚 부담 완화, 2위는 일상에서 여유로운 자유시간, 3위는 취업, 4위는 스트레스 없는 삶, 5위는 건강 순이었다. 지난 2017년 1위는 건강증진, 2위는 복권당첨, 3위는 마음의 평온, 4위는 가계빚 감소, 5위는 본인, 가족여행 순서였고, 지난 2019년 1위는 소득증대, 2위는 건강증진, 3위는 마음의 행복, 4위는 복권당첨, 5위는 여행이었다. 새해 소망은 매년 비슷하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채 새해를 맞게 됐지만, 올해는 꼭 코로나19가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모두 2022년 임인년에 원하시는 소원 한가지는 꼭 이뤄지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한다. 최정민 변호사ㆍ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고3 학생의 사회 출발은 소비자권리 찾기부터

수능시험이 끝난 고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소비생활과 관련된 특강을 다녔다. 소비자의 권리와 책무, 미성년 소비자의 소비생활 피해사례 및 관련 규정을 강의했는데,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이 고마웠다. 막내아들이 또래인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스마트폰을 바꿔달라고 노래를 부르고, 그동안 참았던 게임도 맘껏 하고 싶은 모양인지 PC방도 자주 간다.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고3 아들이 그동안 모아놓은 용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구입했다면 취소할 수 있을까? 민법에는 법정대리인(주로 부모)의 동의 없는 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되고 있으니, 부모나 미성년자 본인이 취소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 형의 주민등록증으로 판매자를 속이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보호받을 수 없고, 스마트폰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 미성년자의 게임 요금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는 더 심각하다. 대부분 미성년 아이들이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면서 부모의 신용카드로 결제하게 된다. 게임업체에서는 카드 명의자는 성년이고, 자신들은 누가 게임을 했는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성년 명의의 카드결제금액 환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미성년 아이가 부모 명의 카드로 결제한 것이 상대방을 속이려 한 것인지, 사업자가 게임명의자와 신용카드 명의자가 동일인인지 제대로 확인했는지에 따라 환급범위가 결정되는데, 판례나 피해구제 사례를 보면, 사업자와 부모가 절반씩 책임지는 것으로 결정된다.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관리할 책임이 인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3 학생들이 현장에서 관심 두는 것은 따로 있다. 술, 담배는 언제부터 할 수 있나요? 민법에는 사람은 19세로 성년에 이르게 된다라고 규정돼 있고, 이는 만 나이를 의미하니, 생일이 지나야 성년이 된다. 반면, 청소년보호법의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의미하며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라고 규정돼 年 나이를 적용한다.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1일을 맞이하면 생일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술과 담배를 살 수 있다. 2003년생인 고3 학생들은 2022년 1월1일이 지나면 보호의 대상인 청소년의 범위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의미다. 이제 고3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큰 꿈을 갖고 사회나 대학으로 진출하게 된다. 무엇보다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어학교재나 자격증교재의 방문판매 및 전화권유판매, 인터넷 사기 판매, 불법 다단계판매 등 악덕 상술을 조심해야 한다. 생일이 지나기 전까지는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 게임 아이템 결제할 때에는 부모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우리 고3 학생들이 소비자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고, 소비생활 피해 없이 스스로 꿈을 성취해 나가기를 아빠의 마음을 담아 응원한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산타클로스 논리와 선거 캠페인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겨루면서 또다시 맞이할 크리스마스인지라 서로 안부를 묻고 은총을 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일지 모른다. 때마침 선거 캠페인이 무르익고 있어 후보들은 저마다 공약 보따리를 마련하며 선물처럼 풀어 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후보들은 각자 선물 상자의 효과에 더 치중하기도 하고, 선물 상자 속 내용물을 더 중시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약속의 시간이요, 또 약속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어져야 하는 시간이다. 산타클로스는 선물이 있어야 제격이다. 장 보드리야르는 아이들은 곰곰이 생각해보지 않고 자신들이 받는 선물에 따라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해 믿거나 믿지 않거나 한다고 보고 아이가 산타클로스를 믿는 것만큼 사람들이 광고를 믿는 것을 산타클로스 논리라 말했다. 광고는 상품을 비로소 완성하고 상품의 복음을 작동시키는 요소가 있다고 본 것이다. 더욱이 자본주의 상업 광고는 구매자를 가리지 않는다. 상품을 살만한 이만을 겨냥하지 않고 누구나 고객으로 대우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상품을 구매할 수 없고 또 구매하지 않는 이들까지도 딱히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광고를 소비할 기회를 받는다. 따라서 광고는 누구에게나 소비될 수 있게 마련된 은총일 수 있고 누구든 구매자로 평등하게 대하는 민주주의적 지점이 있는 것이다. 선거 캠페인 역시 유권자를 원칙적으로 가리지 않는다. 누구나 어떤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잠재적 지지자로 존중받는다. 높은 지위에 오를 후보를 가장 낮은 곳으로 불러 저변에 있는 민의를 듣게 하는 최적의 시간이다. 후보와 정당은 자신의 공약을 다듬고 제시하기도 하고 또 자신을 최대로 뽐내고 자랑하는 최상의 시간이기도 하다. 선거 캠페인은 물론 상대방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는 것이 목표다. 선거 캠페인에서 이기려면 공약의 복음을 조목조목 말하는 내레이션이 필요하다. 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산타클로스로 믿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미지, 카리스마 등 비합리적 요소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선거 캠페인은 계몽의 사업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 선택을 비합리적 요소에 기대어 할 일은 아니다. 이미지나 카리스마 등에 가려질 수 있는 참모습을 살피고 공약의 복음을 따지는 사려 깊음이 있어야 한다. 후보가 더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해 불가피하게 또는 의도적으로 하는 과장된 선물의 약속까지도 균형 있게 판단하는 냉정함이 요구된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암 환자 지원 정책과 명의

국민건강이란 개념은 그리 오래된 게 아니다. 중세까지 흑사병을 비롯해 주기적으로 출현한 돌림병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지만, 대개 천벌이나 액운으로 받아들였다. 근대 국가의 성립과 함께 국민을 국가의 자원으로 간주하면서 국민의 건강이 중요해졌다. 돌림병이라도 돈다면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한다. 숙련된 노동력과 국가 세원의 상실은 물론, 치료를 위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국가가 나서 보험방식으로 국민건강을 지키려는 이유다. 개개인의 건강을 보호하고 인력풀을 유지해 차별 없는 치료를 통해 국민 행복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인생 위기를 만나면 신을 찾고, 큰 병을 만나면 명의를 찾는다. 화타, 편작, 허준, 슈바이처 등을 떠올려 보면 편안하고 풍족한 상태에서 명의가 생겨나지 않았다. 반대로 열악한 위기 상황에서 천재가 발휘되어 명의가 등장한다. 김동인 광염 소나타에서 작곡의 천재가 발휘되려면 괴상한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 천재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는가? BTS 덕에 다시 떠오른 오멜라스, 지하에 작은아이가 고통을 견뎌야 마을 전체의 행복이 유지된다. 서로 정반대 상황이지만, 둘 다 용인될 수 없다. 한국으로 명의를 찾아오는 외국 환자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에도 명의가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수련의들이 오멜라의 어린아이처럼 시달리는 것도 현실이다. 한국에서 의학 공부를 하고 다시 미국에서 전공해 의사가 된 사람들이 꼽는 미국행 이유는 대략 세 가지다. 첫째, 환자를 많이 봐야 돈을 더 받는 구조가 아니어서 워라벨이 가능하기 때문. 둘째, 레지던트 세계에서도 위계질서가 없는 수평적 관계 때문. 셋째, 연구 환경이 좋아서라고 한다. 수련의는 장래가 보장되었다는 점에서 대학의 시간강사, 직장의 비정규직과 다르다. 그렇지만 현재 겪고 이겨내야 할 상황만 본다면 그들보다 나을 게 없다. 왜 우리나라에서만 그들은 그렇게 혹독한 환경을 거쳐야 할까? 명의를 탄생시키기 위한 장치일까? 우리의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칭찬이 많다. 그런데 병원을 비롯한 의료시설은 민영이 대부분이다. 좋게 보면 균형이 잘 유지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보자면 수가를 더 받아내야 하는 쪽과 되도록 아껴야 하는 쪽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환자들, 특히 암과 같이 중증 질환 환자들은 치료에 성공하더라도 또 사회적 적응에 여러 차원의 도움이 필요한데, 의료인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고, 보험에서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가는 지역 사회가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또 하나, 의료 인력의 충원이다. 한사코 반대하는 의사들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행복을 지킨다고 애꿎은 어린애에게 고통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의료 인력 충원 없이는 수련의의 오멜라스는 피할 수 없으며, 환자를 위한 다양한 의료서비스도 불가능하다는 사실 인정하기 어려운가? 김근홍 강남대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장

[경기시론] 윤창호법 헌재 위헌 결정에 대한 단상

헌법재판소는 지난 25일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해 처벌하도록 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이른바 윤창호 법)에 대해 위헌 결정(재판관 7인 위헌, 2인 합헌의견)을 했다. 윤창호 법은 지난 2018년 9월25일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사망한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반복해 위반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자 규정됐다. 그런데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과거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는 점,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다는 점, 과거 위반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한 차량의 종류에 비춰 교통안전 등 보호법익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낮은 재범 음주운전행위도 2년 이상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은 전체 음주운전 사고 중 40% 이상이 재범이라는 점에서 음주운전 범죄를 근절하고자 하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화됐으며, 반복되는 음주운전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시적 제한을 두지 않고 과거 위반 전력을 가진 운전자가 다시 음주상태에서 운전석에 오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는 점,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벼운 재범 음주운전은 징역형 외 벌금형이 선택적으로 규정돼 있고, 구체적 사건에서 양형 요소를 고려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현재 재범 음주운전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사람은 가중처벌이 되지 않고, 집행 중이라면 가중된 집행은 효력이 상실된다. 이미 처벌은 다 받은 사람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이번 위헌 결정이 음주운전 재범에 대한 가중 처벌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으로 누구든지 술에 취해 운전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된다는 것이다.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면 면허정지, 0.08% 이상이면 면허취소라는 불이익 외에도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각종 회식과 모임으로 술자리가 많아지는 12월이 다가오고 있다. 소주 한잔, 맥주 한잔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몇 프로일까라는 복잡한 계산을 하지 말고, 아예 술을 마시면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됨으로써 나와 내 이웃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정민 변호사ㆍ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경기시론] 1372소비자상담센터, 개선 필요하다

구입한 상품 및 서비스의 품질에 문제가 있거나, 사업자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등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분쟁이 발생하면 소비자는 어디로 도움을 구할 수 있을까? 바로 1372소비자상담센터다. 센터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소비자원 및 광역지자체의 상담센터를 통합해 지난 2010년 1월 서비스를 개시했다.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소비자 상담은 총 70만9천714건인데, 그 중 소비자단체가 73.2%(51만9천321건)의 상담을 처리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한국소비자원이 22.2%(15만7천366건), 지방자치단체가 4.7%(3만3천27건)의 상담을 처리했다. 접수된 상담 중 70% 정도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관련 법규 등을 안내해 소비자의 자율적인 피해해결을 지원했고, 30% 정도는 사업자와의 합의권고를 통해 해결하거나 분쟁조정을 거치도록 진행했다. 세계적으로 NGO와 정부기관이 소비자분쟁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나라의 소비자권익을 위한 시스템은 잘 구축돼 있다. 하지만 센터가 문을 연 지 10년을 넘긴 시점에서 개선할 부분도 있다. 우선 상담원의 처우문제인데, 소비자상담은 일반 콜센터의 상담보다 소비자의 기분, 불만 내용, 관련 규정 숙지 등 상당히 어려운 분야다. 그럼에도 센터 소비자단체 상담원의 정규직화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었다. 센터 상담원은 이제 봉사의 차원이 아니라 엄연한 직업으로 인정받아야 하고, 그에 따른 정당한 처우가 당연하다. 정규직화 또는 최소한의 고정급으로 전환돼야 상담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또 위법 사업자에 대해서는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과의 업무 협력이 필수적이다. 소비자와 관련된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방문판매법, 할부거래법 등은 위법 사업자에 대한 벌칙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제로 형사처벌이나 행정조치 등의 사례는 찾기 어렵다. 결국 지방자치단체나 지방경찰청에서 악성 사업자에 대한 조치를 강화함으로써 소비자상담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특별사법경찰단에서 도민의 민생과 직결되는 소비자문제와 관련해 악성 기만상술 및 관련 법규 위반업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관련 규정을 알지 못하는 사업자를 위한 교육도 필요하다. 센터 자료를 근거해 사업자 현황을 품목별로 조사한 후 사업자에 대한 교육을 통해 선량한 소비자의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고, 악의적, 상습적, 지속적으로 규정을 위반하는 불법 사업자가 퇴출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를 위한 센터는 소비자 개인의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건전한 소비문화를 정착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억울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센터로 개선돼 세계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소비자권익을 위한 시스템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경기시론] MZ세대를 위한 정책 담론

대선 후보들이 정해지면서 청년의 표심이 역시 관건이 될 모양이다. 고용 통계상 청년층(15~29세), 2030세대, 이른바 MZ세대의 투표율과 선택이 대선 지형을 결정할 것이라 예견된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쳐 부르는 MZ세대는 넓게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이니 20~40대 연령층을 아우른다. 여야 후보 모두 MZ세대 마음에 들 공약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의 주역이 공약 담론과 정책 담론의 중심에 놓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MZ세대에게 내세우는 후보들의 공약은 주로 일자리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어느 편의 방안이 더 바람직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차후 면밀하게 검토되고 선택을 받게 되겠지만, 우선은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대규모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통 큰 약속을 하는 데에는 여야가 다르지 않다. MZ세대는 기성세대가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혜택으로 기성세대보다 물질적으로 여유롭고 안정적으로 교육받으며 성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삶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는 소득과 자산,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야 할 일자리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를 간파해 일자리와 주택을 만들어 그들 세대에게 우선 제공되도록 하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은 일견 매우 유용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한 획일적인 양적 공급 위주의 거대 프로젝트가 과연 그들 세대의 다양한 수요에 다가가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MZ세대는 디지털 세대이고 스마트폰 세대이며 4차산업 세대의 주역이 될 것이다. 언뜻 창 없는 단자처럼 보이지만, 타자(他者)와 관계 맺고 호흡하며 공감한다. 기성세대보다 더 자신을 타자화할 줄 알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게, 그리고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타자와 공감하는 특별함이 있다. 자기만, 자기가 속한 부류의 이해 관심만 생각하는 고약한 이기주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탓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MZ세대에게서는 개인이 건강하게 복원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비로소 타자를 자신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의 소유자로 인정하는 참으로 진정한 개인주의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MZ세대는 소비와 노동도 다르게 연출한다. 사용가치에 얽매여 구매하지 않고 상품에 덧붙여진 가치를 소비하는 데에 더 즐거워한다. 그들은 노동을 생계를 위해 짊어져야 하는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할 수만 있다면 안 하는 것도 좋고 취미나 여가가 노동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렇게 기존의 획일성, 권위주의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고 연출하기를 원하는 MZ세대의 정서와 멘탈리티를 중시하면, 그들이 도대체 일자리와 주택을 공급하는 거대 공약 담론에 쉽게 합류할 것이라고 기대되지 않는다. MZ세대를 위한 공약과 정책 담론은 그들의 다름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공감하고 존중하며 그들과 함께 결정하는 방식으로 펼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경기시론] 코로나로 잃은 것과 얻은 것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이 있다. 길흉화복(吉凶禍福)이 정해졌다기보다는 돌고 도니까 받아들이기에 따라 아픔도 기쁨이 될 수 있고, 기쁨도 아픔이 될 수 있다는 말로 풀어본다. 예외 없이 들어맞을수록 진리가 된다. 새옹지마는 길게 보면 정말 거의 예외가 없어 보인다.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흉과 화의 아픔은 길과 복의 기쁨보다 구체적으로 닥쳐 당장의 괴로움을 견디기가 어렵다. 어렵사리 퇴직금까지 털어서 마련한 음식점이 날아가고, 직원 챙겨주고 남은 게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런 아픔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서 개인으로서는 앞이 보이질 않는다. 오죽하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생길까? 더구나 이렇게 닥치는 흉과 화는 사람을 차별하고 빈부를 차별한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노출되기 쉽고 벗어날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넉넉한 사람은 세찬 비바람을 피해 있거나 오히려 거기서 다른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물론 넉넉하지 않더라도 운이 따르고 열심히 노력하면 닥친 위기에서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꼭 코로나19 덕이라고만 하긴 어려울지 몰라도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눈에 띄게 격상된 데에는 코로나19라는 위기가 결정적이었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별로 없다. 식품이나 의약품, 화장품이 이렇게 인기가 좋은 데에는 코로나19라는 위기에 잘 대처한 덕을 본 셈이다. 우리가 예전에 미제, 일제, 독일제를 그토록 선망했던 걸 돌이켜보고 또 중국산 김치 문제를 함께 따져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위상은 거시경제 안정성, 환경과 사회 및 지배구조(ESG) 평가 등에서 1위 혹은 1등급에, 국민총소득 3만 달러에 인구 5천만 이상이라는 30-50클럽 7번째 가입국이고 경제 규모도 10위에 수출은 7위다. 새옹지마는 회남자 책에 실려 2천150년을 살아남았다. 앞으로 인류가 살아 있는 한은 사라지지 않을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길과 복, 흉과 화가 극과 극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새옹지마란 말로 위안을 삼기는 너무 한가하다. 곧 대통령 선거도 다가오는 만큼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좀 더 생각해 보고 또 후보한테 구체적으로 물어야겠다. 개인은 새옹지마에서 배움을 얻어 아플 때 견디고, 기쁠 때 경거망동하지 않는다지만, 국가는 어려움에 닥친 사람들이 견뎌 이겨내 다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기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유방의 자손인 황족이던 유안(劉安)이 세상에 제 힘과 재주를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인물들을 모아 펴낸 책이 회남자다. 국가는 새로운 뉴딜에서 정보화와 디지털화 등과 마을 일에 일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자원봉사와 평생학습을 연계해 나이 불문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고수들을 길러낼 체계를 다져가야 한다. 거기에 이른바 있는 사람들도 유안처럼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한 고수들을 모아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문화가 유행하면 어떨까?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 원장

[경기시론] 위드 코로나와 함께하는 새로운 시대

2021년 11월1일 오전 5시부터 위드 코로나,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2020년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감염자 발생 후 651일 만이고, 2020년 2월29일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공식 실시한 지 611일 만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정책을 이미 추진 중이다. 영국은 지난 7월19일 자유의 날로 선언하며 실내외 모임제한ㆍ영업제한ㆍ실내 마스크 의무화 규정을 전면 해제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을 최초로 실시했다. 미국은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40개주), 실내 착용필수(6개주), 백신미접종자만 착용(3개주), 실내외 착용(1개주)으로 마스크 없는 일상이 거의 실현됐고, 이동제한, 집합금지 조치도 없다. 덴마크는 9월10일 모든 실내외 모임과 영업제한을 해제했다. 독일은 사전준비 후 백신 접종 완료, 완치자, 음성 확인 등 3G 규칙을 적용해 거리두기를 완화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지난달 31일 0시 기준으로 총 3천866만478명이 접종을 완료해 인구 대비 접종률은 75.3%이다. 선진국들의 위드 코로나 정책이 백신접종완료율 기준 60% 내지 70%에 도달했을 무렵 실시됐다는 점에 비춰 우리나라도 위드 코로나 정책을 하기에 적절한 시기인 듯하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한순간에 바꿔놓았다. 마스크 없이 외출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으며, 손소독, 체온 체크, 수기출입명부, QR코드, 전화인증을 통한 입장은 실내활동 시 당연한 절차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지역에 따라 집합금지 인원(4인)으로 회식과 모임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비대면 강의와 회의, 스마트 기기, 메타버스를 이용한 원격 근무 등 새로운 첨단기술이 한층 비약적으로 발달하는 계기가 됐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면 음식점, 카페, 독서실, 스터디카페, 영화관람(11월1일부터), 학원, 교습소(11월22일부터)는 시간제한 없이 이용가능하다. 헬스장, 노래연습장도 접종증명, 음성확인을 전제로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야구장 경기관람은 접종 구분없이 50% 입장이 가능하며, 접종자 전용구역에서는 취식이 허용된다. 사적 모임은 식당, 카페 외 접종여부 구별 없이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까지 가능해진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 직전일인 10월31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 확진환자가 2천61명으로서 아직 2천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아직 코로나 19가 종식된 것은 아니므로 각자의 자율과 책임으로 철저한 개인 방역을 계속해야 할 것이고 델타변이와 돌파감염에 대한 체계적인 방역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던 중 재확산으로 인해 사적모임 5인에서 2명으로 방역조치가 다시 강화된 싱가포르의 사례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위드 코로나를 통해 소중한 일상, 그리고 마스크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일상도 다시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최정민 변호사ㆍ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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