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이 정해지면서 청년의 표심이 역시 관건이 될 모양이다. 고용 통계상 청년층(15~29세), 2030세대, 이른바 MZ세대의 투표율과 선택이 대선 지형을 결정할 것이라 예견된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합쳐 부르는 MZ세대는 넓게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이니 20~40대 연령층을 아우른다.
여야 후보 모두 MZ세대 마음에 들 공약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래의 주역이 공약 담론과 정책 담론의 중심에 놓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MZ세대에게 내세우는 후보들의 공약은 주로 일자리와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어느 편의 방안이 더 바람직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차후 면밀하게 검토되고 선택을 받게 되겠지만, 우선은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대규모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통 큰 약속을 하는 데에는 여야가 다르지 않다.
MZ세대는 기성세대가 이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혜택으로 기성세대보다 물질적으로 여유롭고 안정적으로 교육받으며 성장하기는 했다. 하지만 삶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는 소득과 자산,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야 할 일자리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를 간파해 일자리와 주택을 만들어 그들 세대에게 우선 제공되도록 하겠다는 후보들의 공약은 일견 매우 유용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한 획일적인 양적 공급 위주의 거대 프로젝트가 과연 그들 세대의 다양한 수요에 다가가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MZ세대는 디지털 세대이고 스마트폰 세대이며 4차산업 세대의 주역이 될 것이다. 언뜻 ‘창 없는 단자’처럼 보이지만, 타자(他者)와 관계 맺고 호흡하며 공감한다. 기성세대보다 더 자신을 타자화할 줄 알고 겉과 속이 다르지 않게, 그리고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타자와 공감하는 특별함이 있다.
자기만, 자기가 속한 부류의 이해 관심만 생각하는 고약한 이기주의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탓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MZ세대에게서는 개인이 건강하게 복원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비로소 타자를 자신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의 소유자로 인정하는 참으로 진정한 개인주의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MZ세대는 소비와 노동도 다르게 연출한다. 사용가치에 얽매여 구매하지 않고 상품에 덧붙여진 가치를 소비하는 데에 더 즐거워한다. 그들은 노동을 생계를 위해 짊어져야 하는 고통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듯하다. 할 수만 있다면 안 하는 것도 좋고 취미나 여가가 노동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렇게 기존의 획일성, 권위주의의 가치관에서 벗어나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고 연출하기를 원하는 MZ세대의 정서와 멘탈리티를 중시하면, 그들이 도대체 일자리와 주택을 공급하는 거대 공약 담론에 쉽게 합류할 것이라고 기대되지 않는다. MZ세대를 위한 공약과 정책 담론은 그들의 다름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공감하고 존중하며 그들과 함께 결정하는 방식으로 펼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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