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성별로 양분될 듯 과장되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한 찬반이 그들의 대선 투표 기준이 돼야만 할 듯이 꾸며지고 있다. 페미니즘 논란이 선거전으로 가세되는 모습이고 또 선거전이 페미니즘 논란을 확산시키는 모양새다.
얼마 전 대선 진영 한 곳에서 여성가족부의 폐지를 공약으로 확정했다. 페미니즘 리더를 영입해 20대 여성의 마음을 얻으려다 내린 선택이라 극적인 반전이다. 좌면우고 끝에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20대 남성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 결정이 득표에 도움이 될지는 후에 확인될 일이지만 근본적으로 권리에 관한 이슈를 균형 있게 취급하지 않고 한쪽의 요구를 거들고 다른 한쪽의 손을 놓은 것은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이해타산 면에서 합리적일 수 있어도 이성적이지는 않은 것이다.
페미니즘을 구현하는 방법을 문제시하는 것을 넘어 그 취지마저 폄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젠더 이해관심에 따라 공공정책의 선호가 정해지게 하는 것이나 집단적 젠더 갈등이 과거 지역주의 투표행태를 대신하도록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합리적 선택에 이르는 것을 차단하고 방해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으로 촉발되고 촉진된 여성해방과 여권신장이 우리나라의 평등권을 탄탄하게 하고 민주주의를 확대·심화시킨 공로는 결코 경시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여성 권리를 중심에 놓으면서 또 특정 가치와 이념을 선도하겠다는 결의에 매몰돼 공동체에 좋은 페미니즘을 지향하지는 못했다. 차별은 없애나가되 다름과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풍부하게 만드는 미션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페미니즘의 생활양식을 통해 여전히 미시적으로 작동하는, 가부장주의에 뿌리를 둔 권위주의 잔재와 위력을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반대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페미니즘 반대자들은 작금 의기양양한 모습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 몹시 못마땅해 하는 것들을 정작 되풀이하고자 한다. 그들 역시 사태를 권리 다툼의 문제로 끌고 감으로써 페미니즘의 한계를 넘어서거나 부족함을 보완하는 지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성 권리의 옹호로 유발된 남성 권리의 피해를 들춰내기에 바쁘고 특정 정부조직의 해체를 외치는 것 외에 더 나은 길을 찾고자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억압받아 왔고 아직 평탄해지지 않은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왜 저항이어야 하고 가중치를 둬야 하는 일인지 공감하지 못하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은 수정돼야 한다. 제대로 하지 못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고 가지 못한 길을 갈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 페미니즘 좌표는 이제 페미니즘에 의해 정해지게 해서는 안 되고 반대로 그 반대자들에 의해서 세워지게 해서도 안 된다. 젠더 미움을 증폭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양쪽이 만나는 영점(零點)에서 양측이 함께 성장하는 좌표가 절실히 요구된다.
원준호 한경대학교 교수·한국NGO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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