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일상을 지내며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을 꼽으라면 단연코 ‘말’일 것이다. 특히 요즘 시대는 말이 더욱 많아지고, 말로 인해 수많은 문제와 어려움이 생겨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치러진 선거에서도 수많은 말이 오갔고,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말과 그로 인한 이슈가 생겨나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말은 가장 빠르고 무엇보다 가볍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빠름과 가벼움과는 달리 말이 지닌 힘은 어떤 행동보다 무겁고 무섭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을 조심시키고 말을 무겁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는 불교도 마찬가지다. 불교에는 중생이 살아가며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을 계율로 정하고 있다. 계율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공통되게 들어있는 네 가지가 있는데 이를 ‘성계(性戒)’라 부른다. 성계의 네가지는 ‘불살생, 불투도, 불음행, 불망어’로 이를 어기면 불교인으로서의 자격(성품)을 박탈당하거나 큰 업을 짓게 된다고 한다. 이 중 ‘불망어’가 바로 말과 관련된 것이다. 불망어는 ‘거짓말하지 말라’로 번역되지만 그 안에는 망어(妄語·거짓말), 기어(綺語·속이는 말), 양설(兩舌·두 말), 악구(惡口·욕설)의 네 가지가 전부 포함돼 있다. 그리고 계율 중 보살계에는 10계가 있는데 그중 4계가 앞의 말로 인한 것으로 돼 있을 정도로 말을 조심시키고 있다. 그리고 불교의 오래된 경전인 ‘숫타니파타’에서는 ‘사람은 태어날 때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자는 나쁜 말을 함으로써 그 도끼로 자기 자신을 찍는다’고 설한다. 말은 부메랑과도 같아 일단 자신의 입을 떠나면 여러 사람을 거치지만 다시금 그 자리로 맹렬하게 되돌아와 다름 아닌 자신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이는 명심보감에 나오는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는 말도 같은 가르침이다. 우리는 이제 말로 만든 길목에 다시금 서게 됐다. 우리가 뽑은 이 나라의 대표가 우리에게 했던 공약(公約)이 어떻게 실천되고 실현될지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우리의 말을 다시금 해야 할 때다. 그저 지켜보고 남 일과 같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걸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수없이 말한 약속이 공약(空約)이 아니라 모두와의 약속으로 실현되고,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의 무거움과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우리가 사는 곳이고 우리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말을 함부로 하게 되면 구업(口業)을 짓게 되고 그 구업은 말과 같이 가장 빠르게 현세에 그 과보를 받게 된다는 무서운 말이 있다. 말의 무서움을 여실히 알고 무거운 말로 그 약속들이 실현되는 그런 오늘이 되도록 이제 우리가 그 말의 거울이 돼야 할 때다.
오피니언
경기일보
2025-06-04 1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