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장스님 해인사 승가대학 학감
연말부터 새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다툼과 분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이야기를 나눠도 서로의 의견이나 성향이 다른 것은 아닌지 조심하고, 표현이나 말투도 이전보다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은 많은 생각과 오해가 뒤섞인 나머지 다름을 용서하지 않고 그것을 화로써 표출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탐진치(貪瞋癡)라는 삼독심(三毒心)이 있다. ‘탐’은 탐심과 욕심으로 내가 더 가져야 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는 집착의 마음이다. 그리고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진’의 화를 내고 더 나아가 ‘치’의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된다는 가르침이다. 즉, 화와 어리석은 행동의 토대에는 욕심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욕심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더 가지려는 마음과 더불어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심도 포함된다. 즉,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을 따라야 한다거나 자신과 같아야만 인정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우리는 같은 나라에 태어나 같은 한글을 사용하고, 같은 피부색을 가졌지만 그렇다고 그것들로 인해 모두가 똑같다고 정의할 수 없다. 모두가 다른 삶을 사는 세상에서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모든 것에 충돌할 수밖에 없고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오히려 자신이 가장 다른 존재일지도 모른다.
‘화합’이라는 말은 끌어당겨 합치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받아들이고 안아줘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다르기에 화합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작은 지구 속의 아주 작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한두 명만 거쳐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 속에 있고 지금도 그들 옆에서 내가 함께하고 있다.
지금은 화가 너무나 끓어올라 서로를 밀어내고 분별하고 있지만 우리는 결국 여기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미 절반이 잘려진 나라에서 다시 서로를 인정하지 못해 잘라낸다면 이 작디작은 나라에서 결국 자신의 설 곳이 없어질 것이다. 끓어오른 화는 언젠가 식을 것이고 밀어냈던 그들은 언젠가 우리와 함께 이곳에서 살 것이다. 서로에 대한 상처는 고스란히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지눌 스님의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人因地而倒者, 因地而起)’는 가르침이 있다. 지금 비록 이 땅에 분열과 성냄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다시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갈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그 ‘서로’ 속에 자신도 함께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서로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아물도록 화합의 마음을 열어줄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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