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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오디세이] 내게 맞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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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찬 새중앙침례교회 담임목사

하나님께서 사람을 지으실 때 부지런하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게으르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되도록 쇳덩어리를 가만히 두면 녹이 생기고, 땅을 가만히 두면 엉겅퀴가 자라고, 사람도 때가 되면 머리를 깎아야 하고 손톱을 손질하도록 창조하셨다.

 

나는 두 달에 한 번쯤 머리를 깎는다. 우리 동네는 시장 안에 남자 전용 미용실이 있다. 오랫동안 단골손님으로 이발을 했는데 어느 날 주인이 바뀌었다. 머리를 깎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아는 언니가 호주에 있다고 했던 적이 있는데 호주로 이민을 갔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날부터 낯선 미용사에게 머리를 맡기고 인사말을 시작으로 대화가 되지 않는 겉도는 말을 하면서 아직 친해지지 않은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주일 예배를 앞둔 지난 주말, 때가 돼 단골 미용실을 찾았는데 문을 열기도 전에 밖에서 봤더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어 뒤돌아 왔다. 마침 30년 넘게 운전하며 다니던 골목길에 보이지 않던 보조간판을 본 기억이 났다. ‘남자 전용 이발 구천 원’ 집으로 오던 발걸음을 돌려 새로운 미용실을 들어갔다. 연세 많은 아주머니가 힐끔 쳐다보며 자리에 앉아 기다리라고 하며 나 같은 아저씨 머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잠시 후 내 차례가 됐다. “어떻게 깎아 드릴까요”라는 물음에 장난기 섞인 대답으로 “잘~ 깎아 주세요”라고 했더니 “뻗치는 머리라서 조금 다듬어 드릴게요”라면서 이미 현란한 손놀림의 가위질이 시작됐다. “조금만 다듬어 준다”는 말이 걱정돼 “그래도 한 달이나 두 달 후에 미용실에 올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수줍은 요구를 하나 더했더니 깎고 있던 머리는 더 짧아지기 시작했고 시간이 길어지게 됐다.

 

처음 만난 손님에게 온 신경을 써서 집중하고 있는 미용사에게 과감하고 정확하게 요구사항을 말씀드렸다. “저는 목사입니다. 잘 부탁해요.” 내가 목사라는 말에 잠시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어느 교회이며, 어디에 있는 교회인지, 교인은 얼마나 모이는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준비하고 있었듯이 질문을 쏟아냈다. 단골 미용실에서도 있었던 질문들이었고, 대부분 사람이 나를 처음 만나 나누는 대화이기에 스스럼없이 대답했더니 본인 이야기를 맨 나중에 했다. 자신도 예전에 교회에 다녔는데 쉬다가 다시 교회를 찾고 있다고. 그리고 주일 예배에 한 번 참석하겠다고 약속했다.

 

머리를 다 깎을 즈음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교회는 이곳저곳 옮겨 다니면 안 됩니다. 본인에게 맞는 교회를 찾아 꾸준히 교회 생활을 해야 믿음이 자라고 유익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알겠다고 대답하고 정말 주일에 일찍 교회에 와서 맨 뒷자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갔다. 교회 뒤에 서서 성도들을 관리하는 아내에게 다음 주에 또 오겠다고 하고 갔다고 한다. 교회를 찾고 있는 그분에게 우리 교회가 잘 맞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다.

 

나는 그분과 약속을 했다. “뻗치는 머리지만 잘 다듬으면 멋집니다. 주일에 교회에 오셔서 확인하세요.” 그분은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갔을까. 내 머리만 바라보고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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