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오랜 도시의 역사와 공항, 해양, 산업 등 다양한 산업자원을 지닌 기회의 도시다. 그러나 서울 외곽으로 저평가된 과거의 인식이 있었기에 이를 탈피하기 위한 여러 분야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에게 인천은 여전히 ‘지나가는 도시’로 인식된다. 특히 대학생들의 일상은 강의실과 카페, 집과 편의점 사이에 갇혀 있는 듯하다. 교육 인프라는 풍부하지만 정작 ‘놀거리’와 ‘문화적 실험’이 부족한 도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놀거리란 단순한 소비나 오락을 넘어 청년이 스스로 만들어 가고 즐길 수 있는 문화적 자율성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포함한다. 도시의 매력은 곧 청년의 자율적 상상력과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인천의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지역 속에서 놀거리와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도시는 청년을 실험자이자 창조자로 인정할 때 비로소 살아 숨쉬기 시작한다. 행정은 공간과 재정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청년은 콘텐츠를 실험하며 도시에 생동감있는 문화를 불어넣는다. 일방적인 공급이 아니라 참여와 창조의 여지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은 지금 더 많은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그 상상력은 대학생들이 참여를 통해 함께 기획하고 놀 수 있는 즐거운 도시를 만들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놀 줄 아는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야말로 진짜 미래를 가진 도시다. 인천대와 연세대, 카톨릭대, 국제캠퍼스 등 11개 대학이 입지한 송도의 경우에도 정작 그곳에 머무는 청년들은 “이 도시에 추억이 없다”고 말한다. 반듯한 도로, 여유로운 녹지, 최첨단 국제학교와 캠퍼스들이 자리한 이곳은 대한민국의 미래도시 모델로 소개되는 계획도시이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고,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고, 자기만의 문화와 감성을 축적할 수 있는 공간은 드물기에 청년의 감성을 담아낼 그들만의 이야기는 비어 있는 셈이다. 왜 송도는 청년의 도시가 되지 못했을까. 문제는 도시 설계가 기능과 이미지 중심으로만 짜여 있다는 데 있다. 주거, 교육, 비즈니스라는 목적이 도시를 채우고 있지만 그 사이에 일상과 유희, 감정이 흐를 공간이 없다. 청년들이 같이 웃고, 무대에 서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그런 장면이 송도에서는 연출되지 않는다. 청년에게 도시는 ‘기억의 무대’가 돼야 한다. 장소성이 있는 골목, 모르는 친구와도 우연히 함께할 수 있는 골목안 가게들, 공감하며 아우성칠 수 있는 열린 광장, 아무 때고 몰려와 창작 활동을 벌일 수 있는 지하작업실 같은 것들... 우연한 청년의 감정과 창작이 스며들며 도시의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는 자기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무대가 절실하다. 기억이 있는 도시는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가 된다. 도시는 단순히 기능과 효율로 완성되지 않는다. 청년에게 도시란 단순히 거주하거나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추억과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무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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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25-05-19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