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네거티브 헤리티지, 부평캠프마켓

지난 14일 80여년 만에 반환된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개방식이 있었다. 1939년 일제강점기, 조선을 병참기지화 하면서 대륙 침략전쟁을 위한 병기를 제조하는 일본육군조병창으로 쓰이다 광복 이후에는 주한 미군의 군수지원사령부로 미군의 무기와 식량을 공급하는 보급창 역할을 했던 캠프마켓. 닉슨 독트린 이후 주한 미군 감축이전이 시작되면서 1973년 폐쇄, 2002년 3월에 반환이 결정됐지만 반환 작업이 끝나지 않아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었던 금단의 땅이었다. 그러다 지난 2019년 12월 11일 정부는 주한미군과 부평 캠프마켓을 공식 반환하기로 최종 합의하면서 81년 만에 드디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공간은 전체 44만여㎡ 부지 가운데 야구장야외수영장농구장 등으로 쓰였던 B구역(9만3천㎡)이다. 개방에 앞서 시는 부평구과 협의해 100여명의 인력을 투입, 시설 재정비와 담벼락 철거하고 개방한 출입구 주변에 캠프마켓의 과거를 기록한 스트리트 아트 갤러리 조성한 데 이어 캠프마켓을 상징하는 조형물도 설치했다. 주한미군 쪽이 여전히 빵공장 등으로 쓰고 있는 23만㎡가량 용지 경계에는 울타리도 놓았다. 시는 우선 시민 휴식 공간 및 문화행사 공간으로 사용한 이후 시민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 내년 말까지 캠프마켓의 활용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인천시민 입장에서 부평 미군기지의 반환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축제 분위기 속에서 시민에게 하루 빨리 개방한 점 역시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반환받은 토양오염 정화 문제와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또 일제강점기 한강 이남 최대의 병참기지라는 역사적 사실과 의미를 간과해서도 안 된다. 강제 징용된 약 1만명 조선인의 슬픔과 애환이 서려 있는 굴곡진 우리 근현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캠프마켓 내 완성된 총과 칼을 검사했다는 지하벙커가 실제 존재하는지, 부영공원에서 발견된 땅굴 입구는 과연 어디까지 연결되는지, 함봉산에 산재한 24개의 지하호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등 부평 미군기지 내 지하시설과 땅굴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조사가 필요하다. 군사 유적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간직한 부평 캠프마켓. 아프고 어두운 역사지만, 우리의 소중한 유산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코로나 이후, 디지털 소외계층 포용해야

전세계에 갑자기 몰아닥친 코로나19 영향으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비대면 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다. 팬데믹 쇼크로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영화도 보고 은행 일을 처리할 뿐 아니라, 직장 일을 보고, 학교 수업도 받는 등 멀게만 느껴졌던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인건비 절약을 위하여 QR코드나 키오스크 등 스마트 기술과 기기가 도입되면서 디지털 뜀박질의 시대는 이미 시작됐는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인 진화의 속도는 노화하는 세대가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는 미처 적응할 기회도 없이 배제되는 사람들이 생기게 돼, 디지털 정보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디지털 격차는 감염병과 범죄에 취약한 계층을 각종 정보로부터 소외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는 4대 정보 취약계층인 장애인, 장노년층, 저소득층, 농어민 등이 주로 겪을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9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취약계층 중 50대 이상의 고령자의 디지털 접근성 및 활용도가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노인들은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혐오의 대상이 되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 요즘 은행권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수수료 면제, 맞춤 금융상품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모바일 인터넷 이용 비율이 낮은 노년층은 이러한 경제적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 분위기가 고조되던 올해 3, 4월에는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 감염병 예방 정보나 공공 마스크 구매 정보를 접하지 못한 노인들을 비난의 타깃으로 삼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시대에 심화된 디지털 소외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대면 지원이 절실하다. 부양가족이나 돌봐줄 젊은이가 없는 노인의 경우 새로운 기술이나 정보를 습득할 기회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이 반복된다고 하니 비대면을 위한 기술적인 발전을 가속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기술적인 발전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누릴 수 있고 모든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만 진정으로 바람직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우리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문현 숭실대 교수 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눈을 뜨기 힘든 가을 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우리가 잘 아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의 가사 일부다. 이 노래는 바리톤 김동규의 대표곡으로 10월이면 여기 저기 불리며 가을에 잘 어울리는 노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곡의 원곡은 1995년 시크릿 가든의 1집에 수록된 봄의 세레나데(Serenade to Spring)다. 전 세계적으로는 봄 노래에 속하는 대표적인 음악이지만 한국에서는 이 노래에 가사를 붙여 가을의 대표곡이 됐다. 작사가 한경혜가 가을 정경과 느낌 그리고 그 감정을 음악에 옮겨 가을의 노래로 탄생시키고 김동규는 봄과 가을에서 느끼는 감정의 차이와 변용을 가을의 느낌으로 풍성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한다. 이 노래 한편만 보더라도 인간의 감정은 실로 다양하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감정을 우리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계몽주의 토대를 마련한 서구 철학자 스피노자는 그의 책 에티카의 제3부에서 감정의 문제를 다뤘다. 스피노자는 인간의 감정을 기쁨, 슬픔, 욕망 세 가지의 기본 감정으로 정의하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총 48가지의 감정을 정의했다. 우리는 흔히 복잡다단한 감정이라는 표현을 쓴다. 말 그대로 감정이 복잡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라도 어느 감정이 더 지배적이며 우리 삶속에서 어떻게 영위되는지 곱씹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불과 1년 전에 당연했던 일상은 존재할 수 없게 됐고 장밋빛 희망찬 내일과 미래보다는 음울하고 걱정되는 삶을 맞이하는 것 아닌지 우리는 두려워하고 공포에 휩싸여 있다. 소위 코로나 블루로 최근 신경정신과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스피노자는 공포 없는 희망 없고, 희망 없는 공포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간의 감정이 기쁨, 슬픔 그리고 욕망이라는 단선적인 정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각자에게 획일적으로 덧씌워지는 비감이야말로 우리를 희망없는 공포로 몰아넣고, 희망이 없는 일상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슬픔의 감정에서 회환과 연민을, 기쁨의 감정에서 박애, 환희 그리고 확신을, 욕망의 감정에서 질투, 적의, 분노라는 감정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욕망이라는 감정에서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질투, 적의 그리고 분노라는 감정의 전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친절하고자 하는 욕망을 통해 오히려 박애를 느낄 수 있다. 우리 모두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이 가득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즐기는 기쁨의 감정을 느끼길 소망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인천광역시지사회장

[인천시론] 온오프라인 융합형 교육의 질적 성장을 응원하며

코로나19 전후로 일상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 혹자는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역사적 시기를 구분하기도 한다. 마스크는 생활필수품, 화상회의는 일반화, 재택근무는 확대, 원격진료는 보편화되고 있다. 교육분야에서도 온택트(ontact)수업이 확대되면서, 교사는 티칭(teaching)보다 코칭(coaching)의 역할이, 학생은 주입식(cramming)보다 자기주도학습(learning)이 강조된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교육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일단 온라인 수업은 4차 산업혁명시대 새로운 교육의 전기를 마련했다. 온라인 수업은 전에 이미 등장했다. 방송통신대학이 선두주자이다. 그 뒤를 사이버대학이 뒤따랐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선망의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온라인 강의가 전국대학에서 동시에 이뤄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일부 대학은 방송통신대학과 강좌를 제휴하였고, 사이버대학에서는 노하우를 전수받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나라가 ICT강국이면서도 대학의 온라인 강의가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원격강의가 전체강의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교수들은 온라인 수업이 대면학습보다 소통이나 실재감 측면에서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강의를 위한 인프라구축은 당연히 뒷전이었다. 온라인교육에 대한 선입견이 많은 상황에서 기회비용을 들여가며 굳이 온라인교육을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코로나에 밀려 순간이동을 한 지금의 온라인 대학강의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기에 급급하다. 교육혁신의 기회이기는 하지만 진정한 미래교육의 전범은 아니다. 온라인 교육이 미래 대학의 이념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대인관계, 종합적 사고력, 창의력 향상 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학사제도의 유연성이 요구된다. 구조적으로 대학 규제제도에 대한 혁신책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온라인 강의는 장점이 풍부하다. 분야에 따라서는 오히려 대면수업보다 더 큰 발전의 성과를 나타낼 수도 있다.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넘어 듣고 싶은 강의를 수요자에 맞춰 제공한다. 단순히 교수로부터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는 방식 대신, 다양한 온라인 툴을 이용한 실습이 가능해진다. 대면교육은 온라인 교육에서 담을 수 없는 부분을 다루기 위해 질적 향상을 이루는 방식으로 변해갈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 각자의 장점을 활용하는 융합형 교육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래교육의 핵심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원격교육에 대한 본격적이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제 시작되어야 한다. 유문무 인천대 기초교육원 교수

[인천시론] 나쁜 사람은 정말 벌을 받나?

착한 일을 하면 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다. 벌을 안 받는 것이 아니라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고, 일단 때가 되면 모든 벌을 돌려받는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속담치고는 길다. 청나라 때 소설 홍루몽(紅樓夢)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비록 잠시는 뜻을 이루는듯하나 결국은 스스로 발등을 찍어 목숨을 잃는다. 사필귀정(事必歸正:모든 일은 결국에 가서는 바른길로 돌아감)과 비슷하다. 세상을 좀 살아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지는 않는 거 같다. 평생 못되게 살았던 인간도 부귀영화를 누리고 편안한 임종을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명히 악(惡)인데 다른 사람은 선(善)이라고 한다.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은 상부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됐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惡)의 평범성이다. 중국의 대학자 지셴린(1911-2009)은 나쁜 사람은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장 나쁜 사람은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 자기에게도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쁜 사람은 결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한다. 나쁜 사람 유전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문제는 나쁜 사람이 다 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하늘의 그물은 크고 성긴듯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라면서 악인은 꼭 벌을 받는 것처럼 해놓고, 하늘은 어질지 않아 백성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라고 써놨다. 하늘은 무심하다. 특별히 무엇의 생장을 돕기 위해 햇빛을 비추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해치기 위해 지진을 내리는 것도 아니다. 조국 전 장관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민을 화나게 하고 있다. 현 정권의 전유물인 정의와 공정이 무참하게 무너졌다. 한쪽은 별거 아닌 거 가지고 난리라고 하고, 다른 쪽은 정권의 비도덕반윤리에 치를 떨고 있다. 천벌이 따로 없기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면 될 일인데 검찰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정권이 총출동해 진실을 호도하기 때문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다. 당시 부대장과 당직 사병 같은 의로운 증인들이 검찰 대신 나섰다. 현재 우리의 위기는 거짓이 진실을 덮고 있는 것을 넘어 진실을 왜곡하는 데 있다. 정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추미애 장관 사태를 보면서 선(善)이니 악(惡)이니 인(仁)이니 의(義)니 다 부질없는 것처럼 보인다. 힘센 사람들의 전횡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분노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공자도 나쁜 사람을 혼내줄 마음을 한시라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마천이 말하는 천도(天道)가 과연 있는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세종의 리더십

나는 고결하지도 나라를 다스리는 것도 잘하지 못하오. 하늘의 뜻에 어긋나게 행동할 때도 분명히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서 내가 그 꾸짖음에 답하게 하시오(세종실록 7년, 1425년 12월 8일자) 옛 상소문의 형태를 빌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시무(時務) 7조가 요즘 장안의 화제다. 이 청원은 인천에 거주하는 필명 진인(塵人) 조은산이라는 39세 가장이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쓴 글로 최근 동의하는 사람이 무려 4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당초 청와대는 이 청원을 보름 동안 비공개로 했다가 논란과 비판이 일자 27일에야 뒤늦게 공식 게재했다. 그동안 입소문으로 알려지다가 공개 이후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결국 시무 7조 청원은 공개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답변 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기에 이르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경제 실정에 분노하면서도 이를 표출하지 못했던 답답한 마음을 조선 시대 상소문 형식을 통해 예리한 비유와 풍자로 담아내면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그만큼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속에서 서민들의 삶은 날로 팍팍하고 경제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무 7조의 일침은 많은 이들에게 반향과 공감을 얻어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같은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세종처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릇된 정치를 바꾸려고 할까? 아니면 역린을 건드려 정국이 더욱 갈등으로 치닫을까?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에 대해 남에 대한 비판은 잘하면서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행태를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정부보다 평등하고 개방적이며 이견에 관대할 것을 약속했지만 정부에 반대의견을 낸 사람들에게 무관심으로 대응하거나 건설적 토론 대신 소송을 걸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사람은 신(神)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실수하거나 잘못이 있을 수 있다. 잘못과 허물은 고치면 된다. 문제는 잘못이 있어도 이를 고치지 않는 것이다. 공자는 잘못한 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고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잘못이라고 했다(過而不改, 是謂過矣). 조선 최고의 명군 세종은 백성들의 평범한 행복을 위한 군주의 비범한 노력을 정치의 목표로 삼았다. 세종이 그랬던 것처럼 국민을 위해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제갈량으로부터 얻는 교훈

인류의 역사 이래 수많은 사람이 나타났다가 사라져갔다. 그중에는 이름을 남기고 간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갔다. 그 수많은 유명인 중에서 필자는 제갈량을 매우 좋아하고 제갈량으로부터 정치 지도자는 물론이고 일반인들이 배울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제갈량의 명성을 드높인 것은 그의 비범한 능력보다는 자기를 믿어주는 주군의 신뢰에 대한 그의 진정한 충성심에 있다. 유비가 자기 아들 유선을 잘 보필해달라고 하면서도 유선이 신통치 않으면 제갈량이 황제가 돼 유업을 계승해달라고 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낮춰 대를 이어 충성하는 진정성으로부터 현대인은 배워야 한다. 둘째, 제갈량은 자기 실력을 기른 후 때를 기다리는 자세를 보여줬다. 유비가 자기를 한 번이 아니라 세 번이나 찾아올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 현대인들은 자기의 실력을 기를 생각보다는 자기 PR이나 자리에만 연연해 하는 자세를 보이는데 기다릴 줄 아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셋째, 제1차 북벌 중에 일어난 촉한과 위나라의 전투인 가정전투에서 제갈량은 자기의 명령을 위반해 대패한 마속(馬謖)을 주위의 만류에도 눈물을 흘리면서 군법에 따라 처형하고, 자신도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벼슬을 세 등급 깎아 달라는 상소를 올려 우장군승상사가 됐다. 이러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는 오늘날 법치주의와 동일시할 수는 없겠지만, 법치주의와 자기책임 원칙의 선례로 볼 수 있다. 넷째, 제갈량이 27세에 유비를 따라 정계에 입문한 후 촉한의 승상으로 장기간 재위한 제2의 권력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 재산은 뽕나무 800그루와 척박한 농토 15경이라고 한다. 막강한 권력이나 정보를 남용해 축재하지 않고 솔선수범한 그의 청백리 정신을 다주택문제로 사퇴한 청와대 수석들을 비롯한 오늘날의 정치지도자들은 배울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제갈량이 출사표를 던지고 위나라와 전쟁을 할 때 지략을 발휘해 위나라의 사마의 중달을 자기가 만든 지뢰 속으로 몰아넣어 죽이기 직전에 갑자기 하늘에서 청천벽력이 생기면서 비가 내려 실패한 사건에서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렸고 일을 이루는 것은 하늘에 달려있다(모사재인 성사재천)는 이치를 절감했는데 오늘날 현대인도 이 교훈으로부터 최선을 다하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이치를 깨닫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날 정치 지도자들을 비롯한 현대인들은 제갈량으로부터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의 신뢰에 대해 진정성 있게 봉사하는 자세, 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리는 자세, 아끼는 측근일지라도 법을 위반하면 법대로 처벌하는 원칙고수, 막강한 권력과 정보를 가졌음에도 이를 남용하지 아니한 청백리 정신, 일을 시작하면 최선을 다한 후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자세 등을 많이 배워 이를 정치현장이나 삶의 현장에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문현숭실대 교수前 한국헌법학회 회장

[인천시론] 머리가 시원해지는 글

이어령 전 장관의 글에 보면 조조(曹操)는 두통이 날 때마다 진림(陳琳)의 글을 읽었다고 한다. 그의 글을 읽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아픈 것을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소(袁紹)의 편에서 자신을 비방해 오던 진림이 포로로 잡혀 왔을 때에도 벌하지 않고 중용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글이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건의 경야(經夜): FINNEGANSWAKE라는 소설이 있다. 흔히 율리시즈에 이은 제임스 조이스 최후의 대작이라고 소개되는데 서구 수천 년의 역사를 주인공의 하룻밤 꿈 속에 압축했다고 한다. 17년간에 걸쳐 60여 개 언어의 응축으로 문학이 가능한 모든 기법과 문체의 실험장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 김종건 교수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번역에 성공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가장 읽기 어려운 문학 작품 리스트에 항상 1위로 꼽힌다. 구입하기는 그렇고 서점에서 읽어보니 5분도 안 되어 이건 미친 짓이야. 내가 뭐하고 있지? 이건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조이스가 문제야로 귀결된다. 머리가 시원해지기는커녕 빠개질 것 같다. 좋은 글은 번역을 해도 역시 좋은 글이 된다. 제임스 조이스에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글만 읽어도 시간이 부족하다. 나에게 좋은 글은 잘 읽히는 글이다. 잘 읽힌다는 것은 글이 운율을 맞출 때 가능하다. 게다가 내용도 좋고 글 자체가 정확하고 분명하면 금상첨화다. 쓸데없이 힘이 들어간 글은 목에 가시가 걸린 것과 같다. 사설이나 칼럼은 역시 논설위원들이 잘 쓴다. 자료도 많고 거의 매일 쓰기 때문에 짜임새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근육을 매일 단련하듯이 글도 매일 써야 실력이 는다. 소위 전문가라고 행세하면서 비문(非文:문법에 맞지 않은 문장)과 횡설수설 써대는 사람의 글을 볼 때마다 혈압이 오른다. 요즘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 신랄한 독설로 환호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진중권 씨의 글을 보게 된다. 그는 어느새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하루에도 여러 건의 글을 올린다. 그의 글은 간명하고 강한 어조이지만 매우 설득력이 있다. 문제의 핵심을 확실히 짚으면서 신속하게 대응하니 사람들의 전폭적인 관심을 끈다. 하나의 독립언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중권 씨의 촌철살인 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미학 오디세이를 비롯해 수십 권의 저서가 있다. 방대한 독서량과 엄청난 필력이 뒷받침한 결과다. 남을 비난하는 글도 격조가 있다. 언론계에 오래 근무한 분의 말을 빌리자면 흉내 내기 어려운 글이다. 오늘도 많은 글들이 양산되고 있다. 글의 시대가 가고 말의 시대가 왔다고는 하나 말도 결국 글에서 출발한다. 글쓰기의 소중함과 그 힘을 제대로 깨닫고 있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든다. 머리가 시원해지는 글을 읽고 싶다. 머리가 시원해지는 글을 쓰고 싶다. 자기 전에 한 페이지도 못 넘기고 포기하는 글도 수면제로서는 최고다. 최근에는 이슬람의 역사라는 책이 수면제다. 이인재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겸손한 정치인

2018년 8월, 81세 일기로 타계한 미국 공화당의 거물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자서전 쉬지 않는 파도(The Restless Wave). 뇌종양 투병 중에도 자신의 정치 인생을 정리한 회고록으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NYT)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책이다. 이후 순위권에서 사라졌지만 매케인이 죽고 난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추모 열기와 함께 다시 1위에 등극한 책이기도 하다. 매케인은 6선 상원의원으로 36년 동안 정계에 있으면서 의무, 명예, 조국을 좌우명으로 삼았다. 생각이 다르면 같은 당이라도 대통령에게 맞섰고, 방향이 같으면 다른 당과도 힘을 합치는 초당파 정치인이었다. 공화당 출신임에도 버락 오마마 전 대통령이 주도한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 오바마케어를 지지했고 이를 폐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싸웠다. 매케인은 회고록에서 오늘날 정치는 겸손이 부족하다, 겸손이 완전히 사라질 때, 우리 사회는 갈가리 찢어질 것이라며 겸손의 결핍, 이념의 양극화를 미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매케인의 우려는 트럼프의 자만과 양극화 전략으로 미국이 사분오열 되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전통적 갈등 요소인 이념과 지역 갈등 구조 위에 계층과 젠더(gender성)라는 새로운 갈등 요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60대 이상은 이념을, 30~50대는 계층을, 20대는 젠더를 지목했고 전반적으로 빈부 격차에 따른 계층 갈등이 앞으로 가장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 봤다. 이런 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고 입장 차가 너무 극명해 도저히 화해할 수 없었다고 응답한 사람도 60%에 달했다. 다시 말해 한국 사회에서 갈등과 분열로 인해 개인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피로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런 갈등을 해결하거나 정치 의제로 풀어내기는커녕 여전히 이념이나 진영 논리로 오히려 국론 분열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이승만은 친일파와 결탁했다, 안익태는 민족 반역자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야(與野)는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다. 미래통합당은 망나니짓이라며 김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은 (통합당은) 친일파의 대변자냐고 맞섰다. 일제 강점기를 이겨내고 나라를 되찾은 지 75년이 지난 오늘을 경축하고 앞으로 힘을 모아 대한민국 발전과 국력을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를 판국에 우리 정치권은 서로 상대를 비판하고 싸우는데 여념이 없다. 자신을 낮추거나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정치적 분열을 해결하고 타협을 옹호하는 겸손한 정치인, 한국판 매케인을 바라는 건 필자만의 욕심일까? 이도형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관짝소년단 속 블랙페이스 논란

매년 이색 졸업사진으로 전 국민에게 큰 웃음을 주는 경기 의정부고 학생들이 어쩌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학생들은 최근 SNS에서 큰 인기를 끈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하면서, 얼굴을 검게 칠한 졸업사진을 올렸는데, 이를 두고 흑인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관짝소년단은 가나의 장례식장에서 관을 옮기며 춤을 추는 상조회사 직원들의 영상에서 유래했다. 가나에서는 죽은 이가 현세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을 축복해준다는 의미에서, 춤과 노래, 각종 퍼포먼스가 함께 하는 축제와 같은 장례식을 치른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가나의 장례문화에 대해, 사람들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팀명을 따와 관짝소년단이라고 이름 붙였고, 일종의 밈(meme)으로 소비되며 큰 인기를 끌게 됐다. 밈이란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신체적 유전을 넘어 종교사상문화 같은 정신적 사유 활동까지 유전되고 전파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의정부고 학생들이 하나의 밈으로써,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하며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구현했고, 그 과정에서 얼굴을 흑인처럼 분장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흑인의 외모를 희화화한 소위 블랙페이스(Blackface)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돼 큰 논란을 일으켰다. 과거 백인 배우들이 구두약 등으로 얼굴을 까맣게 칠하고, 붉고 두꺼운 입술을 과장하는 등 흑인 노예를 희화화한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흑인 광대극을 공연했던 역사는 블랙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남았고, 이는 대표적인 인종차별 행위로 분류돼 지금까지도 문화적 금기로 여겨지고 있다. 아직 청소년인 학생들에게 인종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졸업사진을 재밌게 찍고자 하는 과정에서 온라인 상 가장 핫한 이슈를 밈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흑인 분장이 웃음의 소재가 된다는 사실은 흑인을 비하의 대상으로 소비했던 비뚤어진 역사를 반복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마냥 이를 지지할 수 없다. 특히 어떤 행위가 차별인가 여부는 행위자의 의도와는 상관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결국 몰랐다거나 단순 패러디였다는 해명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종차별을 비롯한 인권 감수성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서글프다. 이는 동양인의 눈이 서양인보다 작다는 생물학적 특성을 그것이 팩트라고 하며 밈으로 소비한다면, 우리 역시도 이를 패러디라 하며 웃으며 넘어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학생들의 밈은 그 취지가 순수했고, 조금의 악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밈이 웃음으로 소비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미처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이번 블랙페이스 논란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는 돌직구처럼 묵직하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인천시론] 광복절 그리고 ‘인도주의 4.0’

짐은 깊이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상을 감안하여 비상조치로써 시국을 수습코자 여기 충량한 그대 신민에게 고하노라. 1945년 8월 15일 정오, 식민지 조선의 수도 경성, 라디오에서 일왕 히로히토의 항복선언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로써 1910년 8월 22일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된 지 36년 만에 질곡(桎梏)의 세월을 끊고 일본제국으로부터 한반도가 독립하게 되었다. 올해로 광복절을 맞이한 지 75년이 흘렀다. 자주독립국의 염원으로 시작된 우리의 광복을 위한 독립운동과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 및 실천의 상관성은 19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59년 국제적십자운동이 시작된 이래 우리나라에 적십자 인도주의 정신이 뿌리를 내리게 된 계기는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던 대한제국이 추구한 중립외교 정책이었다. 고종 황제는 당시 열강을 상대로 중립국으로서의 외교를 펼쳤으며, 이에 대한적십자사가 1905년 10월에 창립되었으나 을사늑약, 경술국치를 겪으면서 암울하고 굴곡진 우리나라 근대사와 그 운명을 함께하였다. 특히 일제는 1909년 7월 23일 대한적십자사를 일본적십자사 조선본부로 흡수하였다. 이는 을사늑약을 통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함을 적십자 폐지를 통해 대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독립과 한국인이 자주민임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31운동은 비폭력 평화정신인 적십자 이념인 인도주의 정신과 그 맥을 함께하였다. 31운동 후 일제에 의하여 강제 폐지됐던 적십자는 상해임시정부가 부활시켜 대한적십자회를 창립하고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을 주도했다. 여러 부침(浮沈)을 겪은 대한민국은 1960년 세계 최빈국에서 현재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 무역규모는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고, 최근 코로나19 관련 어느 선진국보다도 정부의 민첩한 대응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K-방역으로 불리며 세계적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도 국내 최대 인도주의 네트워크로서 전국 45개 기관 48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 한 해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는 약 300만 봉사원, 헌혈자들과 전국 50만명의 직접 수혜자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실천해왔다. 국외적으로도 지난 2017년 세계 192개국을 대표로 하는 국제적십자사연맹 관리이사회로 선출되어 국제적십자운동의 효과적 실천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눈부신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국민이 가지는 특유의 협동심 그리고 상생의 가치에 대한 존중의 발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과 상생의 가치도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더불어 고도화된 디지털 사회가 가져온 초연결성의 사회가 되레 관계에 대한 피로도를 증가시켜 일종의 JOMO족(Joy of Missing Out, 자발적 아웃사이더)이 늘어나는 사회현상을 맞이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광복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자유 그리고 번영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의 인도주의 이념으로 달성된 것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이에 사랑과 봉사라는 인도적 실천가치를 토대로 협력적 인도주의 공동체가 구현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곧 인도주의 4.0으로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효과적인 인도적 대응이 될 것이다. ※인도주의 4.0(Humanitarian 4.0)은 대한적십자사에서 실용신안 등록함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인천시론]‘언택트 시대’를 맞이하며

코로나 19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야외 활동에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비롯하여, 인터넷을 통한 이른바 랜선 학습, 랜선 공연 등 이른바 언택트가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언택트(Untact)란 접촉한다는 의미의 Contact와 부정의 의미 언(un-)을 합성한 신조어로, 기술의 발전을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가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새로운 소비 경향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코로나로 인해 새롭게 생겨난 변화가 아니라, YOLO로 되변되는 신세대들의 사회적 접근과 변화를 상징하는 단어였다. 다만, 현 상황에서 다양한 필요성으로 인해 그 범주가 확대되고 있다. 언택트 산업은 이른바 비대면 서비스 산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이용이 급증했다. 언택트 서비스의 이용은 일시적인 증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전환을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국내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의 언택트의 유용함과 편리함을 지각하고 Webminar(Web+Seminar)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K-언택트가 실현되고 있다. 지난 4월에 발표된 중국에서 발표된 코로나19로 주목받는 중국의 언택트 산업에 따르면 최근 중국 경기가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원격근무, 온라인교육, 원격진료, 신선식품 온라인 구매 등 산업이 유망 분야로 나타났고, 실제 원격근무 이용률은 코로나 19 방역기간 중 시장 규모가 2018년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하였다. 또한 중국의 개학이 연기되고 학원들이 문을 닫으면서 온라인 교육서비스가 오프라인을 대체하고 원격진료 서비스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춘절 기간 중 중국 주요 온라인 의료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진료를 받은 이용자는 하루 최대 671만 명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원격의료 시장규모는 190억 위안(약 3조3000억원)으로 2015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는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많은 기관에서도 언택트로 인한 서비스와 관련 시장의 확대를 예상하고 있고, 소비자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쇼핑, 온라인 원격강의수강, 금융업무, 원격병원 진료, 원견근무등 해당 서비스의 이용에 참여하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언택트 산업의 활성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와 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 여건 개선이 필요하며 스마트 기기와 키오스크 등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와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 참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스마트 교육, 직무 교육, 보건 안전 강화 등과 같은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코로나 19는 우리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사회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마련이 요구된다. 문명국 청운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

[인천시론] 솔직한 묘비명

묘지명(墓誌銘)이란 죽은 자의 생전 행적을 기록한 글로 대개 돌에 새겨 함께 묻었다. 자기가 쓰고 싶은 내용의 묘지명은 살아있을 때 미리 써놓을 수밖에 없다. 죽은 다음에는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의 자찬(自撰:스스로 쓴) 묘지명은 그의 삶을 통째로 반추해 볼 수 있는 고백서이자 사료(史料)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선 시대 묘지명들은 대부분 남이 써준 것이다. 연암 박지원이 요절한 누님의 상여를 차마 떠나보내지 못해 읊은 묘지명은 조선 산문의 백미로 꼽힌다. 이에 반해 서양의 경우는 대부분 자신이 미리 써놨거나 자신의 저서나 한 말 중에서 그럴싸한 것을 뽑아 무덤 앞 묘비에 새긴다. 그래서 묘비명(墓碑銘:epitaph)이라고 부른다. 서양의 묘비명은 우리처럼 길지 않고 촌철살인이다. 생몰년과 함께 한두 줄 간단하게 표기한다.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묘비명은 자신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대목이다.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조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쳐지면서. 피츠제럴드가 이렇게 하라고 한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그 대목을 따온 건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서양의 작가 묘비명은 그 작가의 작품세계를 궁금하게 이끌어 읽게 만든다. 최근에 인터넷을 보다가 3년 전 타계한 미국 남성 잡지 플레이보이를 창간한 휴 헤프너(1926~2017)가 쓴 묘비명을 알게 됐다. 플레이보이 창간 50주년(2004) 행사에서 미리 쓸 묘비명을 공개했다. 죽기 13년 전이다. 성(性)에 대한 우리의 유해하고 위선적인 생각을 바꾸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했고, 또 그렇게 하는 동안에 많은 재미를 본 인물로 기억되기 바란다. 확인해 본 결과 이 묘비명은 실제 헤프너의 묘비에는 없다. 유족들이 뺀 것인지 주위에서 말린 것인지 알 길이 없다. 헤프너의 미리 쓴 묘비명에 내가 감탄한 까닭은 딱 하나다. 솔직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유명 인사가 죽으면 조사(弔辭)나 묘비명이 위선 그 자체다. 회고록도 마찬가지다. 온통 자기 잘했다는 이야기뿐이다. 반성은커녕 뻔뻔하기 짝이 없다. 이러니 세월이 흘러도 치욕스런 돌덩이에 적힌 낙서에 지나지 않는다. 백선엽 장군과 박원순 시장이 하루걸러 유명을 달리했다. 죽음에 대한 평가도 제각각이다. 문 대통령은 애매한 태도를 취했고 또다시 이념 전쟁으로 나라가 분열됐다. 분명한 것은 백 장군의 죽음과 박 시장의 죽음을 동렬에 올려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아마 두 사람도 묘비명이 생길 것이다. 김광규 시인의 시 묘비명을 패러디해서 표현하자면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제대로 기억할 수 있겠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작은 묘비명에서 시작할 수 있다. 휴 헤프너의 묘비명처럼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이인재 건국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인천시론] 조변석개, 부동산 정책

명나라 시대 홍자성(洪自誠)이 쓴 것으로 알려진 수양서(修養書) 채근담의 한 내용이다. 旋乾轉坤的經綸(선건전곤적경륜)은 自臨深履薄處操出(자림심리박처조출)이라. 즉 하늘을 돌리고 땅을 바꿀 만한 큰 경륜은 깊은 물에서 살얼음을 밟듯 조심하는 데서 나온다란 뜻으로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좋고 그 내용이 훌륭하더라도 매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나왔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다주택자와 부동산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등 세 부담을 대폭 늘리는 것이 골자다. 이번 710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을 3채 이상 가지고 있거나 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2채 이상 가진 다주택자는 종부세가 두 배 가량 인상된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도 늘어난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하기로 했다. 취득세도 크게 늘어난다. 가히 증세 위주의 세금 종합선물세트다. 반면 지난 617 부동산 대책은 규제 일변도 정책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뛰는 집값과 갭투자를 막기 위해 조정대상지역(69곳)과 투기과열지구(48곳)를 대폭 확대했다. 이에 따라 경기 김포와 파주, 연천 등 접경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수도권 전체가 부동산 규제지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포, 파주 등 비규제지역 역시 조만간 조정대상지역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 지역도 강화와 옹진을 제외한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 중 연수구와 남동구, 서구는 조정대상지역을 거치치 않고 규제가 한 단계 더 높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서구 주민들은 성명서와 청와대 청원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검단신도시의 경우 그동안 미분양에 시달리다 올 2월에서야 미분양관리지역에서 해제될 정도로 부동산 시장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617 대책으로 4개월 만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앞으로 서울과 같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받게 됐다. 인천 중구에서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인 실미도가 부동산 규제를 받게 되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 임기응변식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각종 규제와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기대와 달리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풍선효과 내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22번째 부동산 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정책의 잘잘못, 효과를 떠나 두 달에 한번 꼴로 조변석개(朝變夕改)와 같이 아침, 저녁으로 부동산 대책을 뜯어고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은 의식주를 떠나 살 수 없다. 특히 주거, 주택은 삶의 터전으로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채근담 이야기처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더욱 신중하길 바란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내가 최숙현이다”… 살아남은 자의 숙제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故 최숙현 선수가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다. 절규하듯 보낸 짧은 문장 너머로 최선수의 힘겨운 심장소리가 전해져온다. 최선수와 그 가족들은 소속팀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실을 알리고자,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 4월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각 진정서를 제출하였지만,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22살 청춘이 용기를 내 불의에 저항해 보았지만, 거대한 벽에 막혀버린 것이다. 최선수의 동료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고 하며 그동안 이루어진 상습적인 폭행과 갑질을 폭로했다. 특히 식사 자리에서 콜라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 빵을 먹도록 강요당했고 체중 감량을 이유로 3일씩 굶는 가혹 행위를 당하기도 했으며 슬리퍼로 뺨을 맞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자들 모두 폭행사실을 부인하며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사죄할 건 없다고 답했다. 분명 피해자가 있고 이를 목격한 사람도 있는데, 가해자만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한, 주요 가해자 중 한 명으로, 폭언폭행뿐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성추행까지 일삼았다는 팀닥터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인 문체부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역시도 그 정체를 알지 못한다고 해, 부실한 선수관리의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체육계의 인권침해 행태는 새삼 놀라운 일이 아니다. 역도와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각 금메달을 목에 건 사재혁이승훈 선수가 후배선수를 폭행한 사건부터,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심석희 선수에 대한 성폭행 사건까지 국민들은 분노했고 그때마다 체육계는 철저한 자기혁신을 다짐해 왔다. 이쯤 되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조차도 되지 않는 상황에 참담한 심정뿐이다. 과연 체육계가 스스로 변화할 자정능력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혹시 소수 엘리트가 중심이 되는 우리나라 체육계의 현실상, 체육인들 간 동업자 의식이 자정할 의지조차 없애는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이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육계의 고질병인 가혹행위의 근원적 원인은 문화체육관광부 및 대한체육회 등 스포츠 유관단체들의 안일한 대처와 인권 감수성 부족을 우선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체육계 특유의 엄격한 상하관계와 복종 문화는 폭력과 폭언을 일종의 관행으로 치부하여 감히 문제제기조차 못하게 만들고, 성적만 좋으면 연금부터 병역 혜택까지 얻게 되는 성적 지상주의는 훈련의 완성도나 기록 상승을 위해서는 폭력과 폭언같은 인권침해행태조차 정당화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다.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 한다. 선수들의 땀으로 이루어진 스토리는 그 어떤 각본보다도 위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땀의 근원이 폭언과 폭행이라는 반인권적 행태라면, 더 이상 스포츠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故 최숙현 선수가 떠난 자리, 한가득 숙제가 남아 있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 슬픔만큼이나 무거운 그 숙제들을 어떻게든 풀어내야 할 것이다.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비, 장마 그리고 완벽한 날들

오늘밤 비 내리고몸 어디인가 소리 없이 아프다빗물은 꽃잎을 싣고 여울로 가고세월은 육신을 싣고 서천으로 기운다꽃 지고 세월 지면 또 무엇이 남으리비 내리는 밤에는 마음 기댈 곳 없어라 도종환 시인의 오늘 밤 비 내리고라는 시이다. 이제 비가 내리는 날이 많을 것이고 이내 곧 장마를 맞이할 것이다. 비라는 것이 어떨 때는 구질구질 칙칙하다고 불평을 하다가도 어떨 때는 비 내리는 광경에 그리고 소리에 우리는 한없이 깊은 사유(思惟)에 빠지기도 한다. 비 내리는 소리에 내 몸, 마음 어디인가 소리 없이 아픔을 느끼고 소멸해 가고 있는 우리 인생의 어디쯤 노년의 삶을 관조하면서 알 수 없는 근원적인 고독함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이 비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비라는 것이 여러 문학 및 예술 작품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주제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대부분 비와 관련된 작품들은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때로는 쓸쓸하면서 비극적인 소재로 사용되며 한편으로는 긴박한 갈등으로 점철되어 파괴된 후의 소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소설 황순원의 소나기나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비를 통해 비극적이면 쓸쓸함을 표현한다면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주인공이 온갖 불의를 극복하고 드디어 쇼생크 감옥을 탈출하고 두 팔을 벌려 비를 맞이하면서 또 다른 소생을 준비한다고 볼 수 있다. 비가 오랫동안 계속해서 내리게 되면 우리는 일반적으로 장마라고 부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장마는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여름철에 여러 날 동안 계속해서 내리게 되면 우리는 장마라고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장마는 6월 중순에서 7월 하순의 여름에 걸쳐서 동아시아서 습한 공기가 장마전선을 형성하여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 많은 비를 내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이는 동아시아 지역 특유의 기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비가 장마가 되면 우리는 비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속성과 우리가 사고(思考)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경우의 수에서 어찌 보면 나쁜 점만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매년 여름 여러 날 동안 지속되는 비를 통해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일련의 감정들을 서구권에 있는 사람들은 7월 한여름 강렬한 햇빛을 즐기면서도 한 편으로는 비가 오길 기다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비와 장마 그리고 완벽한 날들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들의 기대는 각기 다를 것이다.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는 그녀의 산문집 완벽한 날들에서 날씨에 대하여 올바른 확실성들 사이의 변화의 매듭이고 고요를 뒤흔들어 광란 상태로 만들었다가 다시 그지없는 행복의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촉매제라고 하였다. 날씨가 가져다주는 어떤 상황에서의 불안정 속에서도 완벽한 날들이 가져다주는 행복과 감사함 그리고 경이로움을 예찬했던 것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비로 인해 피해 보게 될 우리 주위의 재난 취약계층이 먼저 생각나고 어떻게 하면 이분들을 위해 효과적인 재난대비와 대응이 가능할까 고민이 되는 것이 적십자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다. 누군가를 감성적으로 만들게 될 비, 누군가에게는 성가신 비, 누군가에게는 장마이겠지만, 비 그리고 장마가 가져다줄 긍정적이고도 완벽한 날은 우리가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인천시론] 수용자 중심의 디지털 포용정책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2일 제12차 정보통신전략 위원회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①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 ②디지털 포용 추진계획, ③제2차 3D 프린팅산업 진흥 기본계획, ④제2차 정보보호산업 진흥계획, ⑤실감콘텐츠 인재양성 추진계획 등 5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 등으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디지털 뉴딜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힌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은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플랫폼이 혁신해나갈 수 있도록 최소규제를 바탕으로 한 미디어 플랫폼 규제 완화와 1인 미디어 클러스터, 문화콘텐츠펀드 조성과 같은 제작환경의 개선이 중심이며, 3D 프린팅산업진흥 기본 계획은 전문인재 양성, 3D프린팅 융합기술센터 설립과 같은 기업환경 개선안을 제시하고, 실감콘텐츠 인재양성은 지역의 유망산업과 연계한 실감콘텐츠 전문인력양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필자가 유심있게 살펴본 대목은 디지털 포용 추진 계획이다. 본인은 지난 인천시론(본보 2019년 2월20일자 23면)을 통해 스마트 사회와 디지털 소외에서 4차 산업 활성화에 따른 정부의 다양한 추진에 상대적으로 불평등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위한 디지털 복지에 신경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계획에서는 이를 구체화 하는 방안으로 주민센터, 도서관 등 집 근처 생활 시설에 국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디지털 교육 공간인 (가칭)디지털 역량 센터를 설치(연 1천개 순환운영)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차표 예매, 모바일 금융, 온라인 쇼핑, 인터넷 윤리, 온라인 참여 등 디지털 종합역량 교육을 한다고 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등을 위한 찾아가는 디지털 역량 교육과 함께 국민 누구나 디지털 역량 수준 진단을 통해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포용적 디지털 이용환경을 위해 공공와이파이 구축, 농어촌 마을에 초고속 인터넷 보급, 취약계층을 위한 스마트 기기와 통신료 지원 등을 추진하며, 노인장애인의 댁내 또는 집단 거주시설에 호흡맥박활동 감지 센서 등을 보급해 비대면 디지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디지털 기술의 포용적 활용 촉진을 제시했다. 이 모든 정책의 방향성 제시를 위한 디지털 포용 법률 제정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많은 부분이 공감하며, 지금이라도 디지털 소외 해소를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정부에서 제시하고 추진하고자 하는 다양한 정책에 그들의 니즈가 올바른 방향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참여와 함께 그들에 대한 보다 깊이있는 정보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정책은 국민이 필요한 것을 적재 적소,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이번 디지털 포용정책이 필요한 곳에, 적절한 시점에 올바른 방향으로 제시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이들의 지혜와 참여가 필요하다. 정부는 포용의 자세로 많은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문명국 청운대 화학공학과 교수

[인천시론] 전국민 재난지원금 심사숙고해야

지난 3일 정부는 35조3천억원 규모의 제3차 추가경정 예산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작한 12차 추경에 이어 올해만 들어 3번째로 사상 최대 규모다. 3차 추경으로 인해 국가채무는 모두 840조2천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111조2천억원이 늘어나고 국가채무비율도 38.0%에서 43.7%로 올라갈 전망이다. 이처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0년에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110%인 점에 비추어 볼 때 한국은 재정 여력이 있고 상황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전례 없는 위기에 국가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점엔 이의가 없지만, 나랏빚이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우려스럽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8년에는 최대 8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88.7%)와 비슷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몇몇 여권 중진들은 2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1차 지원금이 한두 달 정도 소비를 뒷받침해줄 것이기 때문에 오는 8월이나 9월 초에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거론되는 대로 1인당 20만원씩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려면 10조3천5백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엄청난 금액이지만 대중적 인기와 호응은 상당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언제 진정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재난지원금 추가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리스와 브라질의 무분별한 대중영합주의, 이른바 포퓰리즘 정책이 국가를 부도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 지사의 2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건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경제 수장인 홍 부총리 역시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했지만, 지난 1차 긴급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정치권의 성화에 기재부가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대규모 추경을 통해 큰 폭의 재정을 풀어 성장을 이끈다면 국가채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국가채무비율 산술식은 국가채무에서 GDP를 나누는 것으로 분모인 GDP가 늘어난다면 채무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OECD 발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GDP 순위는 10위로 두 단계나 하락했다. 한국의 GDP 순위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캐나다(8위)와 러시아(9위)에 자리를 내줬다. 한국의 경제 상황을 마냥 낙관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쉽고 눈에 보이는 단기적 처방보단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거나 고용을 보장하는 등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초체력을 튼튼히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2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심사숙고(深思熟考)!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인천시론] 내무부 훈령 410호, 국가 주도의 인권유린이 시작됐다

전두환 정권은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환경미화라는 명분으로 부랑인을 잡아다 시설에 가두도록 했다. 당시 경찰이나 구청직원들이 역이나 길거리에서 주민등록증이 없거나 행색이 남루한 사람들을 잡아와 형제복지원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시설들로 넘기곤 했다. 1986년 형제복지원 입소자 현황을 보면, 전체 3천975명 중 84%가 국가기관에 의해 보내진 것이라 하니 가히 충격적이다. 이때 단속의 근거가 된 것이 바로 1975년 박정희 정권이 발표한 내무부 훈령 410호로, 부랑인에 대해 신고, 단속, 수용, 보호하고 귀향조치 및 사후관리하여 도시생활의 명랑화를 기하고 범법자 등 불순분자 활동을 봉쇄하는데 만전을 기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박정희 정권은 1972년 박 전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한 10월 유신을 단행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초헌법적 조치를 담은 긴급조치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내무부 훈령 제410호가 발령된 시기 역시 이른바 긴급조치로 대변되는 암울한 현대사의 한복판이었다. 내무부 훈령 410호는 영장 없이도 부랑인들을 단속하고 시설에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부랑인을 건전한 사회 및 도시질서를 저해하는 자, 사회에 나쁜 영향을 주는 자로 정의하였으나,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 누구라도 부랑인으로 지목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조차 길에서 배회한다는 등 갖가지 이유로 부랑인으로 취급하여 영장 없이 잡아들여 시설에 강제수용하기도 하였다. 최근 논란이 되는 한국판 아우슈비츠 수용소 형제복지원 사건, 선감학원 사건 등 모두 국가가 부랑인 단속과정 전체를 조직 지휘하고 단속 현장에는 경찰과 공무원이 투입됐으며,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처참한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침묵한 전대미문의 국가 주도 인권유린이었다. 어쩌면 이런 사건들이 군부독재 시절 철저히 은폐되었고, 지금까지도 그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국가에 그 원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히 지난달 20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그동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던 형제복지원 사건, 선감학원 사건 등에 진상 규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막판 쟁점이었던 정부가 피해자에 대한 배상 방안을 의무적으로 강구해야 한다는 조항이 정부의 재정부담으로 인해 배제된 것이다.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인 국가가 적극적인 피해배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지난 과오를 책임지지 않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이는 심히 유감이다. 향후 21대 국회에서 이를 보완해주기를 기대한다. 역사는 늘 진실의 편이 승리한다. 이제라도 그 진실을 밝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고인이 된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시절 국가폭력에 가담했던 공직자들에게 양심선언을 기대해보며,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취임 시 반드시 하는 선서문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인천시론] 왕에게 드리는 보고서

왕에게 드리는 보고서(Compte Rendu au Roi)- 1781년 프랑스 절대왕정의 재무총감 자크 네케르가 발간한 회계보고서로써 프랑스 재정의 온갖 추측이 난무했던 시절 절대왕정의 수입과 지출의 여러 세부내역들을 공개한 것으로서 이는 프랑스 혁명의 불씨를 지피는 하나의 사건이 된다. 이 보고서에서는 왕정의 총지출액 2억5천만 리브르 중 무주택 빈민층에는 고작 90만 리브르를 쓴 내역이 나온다. 이 회계장부는 파리의 시민들을 분노케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위의 사건은 최근 매스컴에 계속 보도되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논란의 데자뷰처럼 느껴진다. 핵심은 후원금이 어디 쓰였는지 모른다는 이용수 할머니의 분노가 논란의 불을 지피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아쉬운 점은 이 할머니 회견 이후 여야 정치권의 친일반일 논란으로 번지며 정쟁화되고 있음이다. 이 할머니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서 위안부 인권운동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닌 정의연이라는 단체 안의 적폐를 없애고 위안부 인권운동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도모하자는데 목적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 적폐의 사전적 정의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그렇다면 이 할머니가 말하는 정의연이 오랫동안 쌓고 쌓은 폐단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국세청 양식과 다른 회계 관행으로 이어지는 후원금 안일한 관리가 답이 아닐까 한다. 정의연은 수요집회 등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회운동을 하는 공익법인이다. 정의연은 일본군 성노예 문제에 대하여 지난 30년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감과 참여, 행동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특히 매주 수요일마다 개최되고 있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수위는 1천440회를 넘어서는 등 위안부 인권운동에 국내외 어느 단체보다도 적극적으로 활동을 해온 공익법인으로서 그 역할과 성과를 폄하할 수 없다. 압축과 생략은 엄연히 다르다고 한다. 세상을 어느 하나의 원인으로 다 이해하려는 것은 압축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일이고 생각의 안이함이라고 한다. 지난 30여 년간 위안부 인권을 위해 활동한 정의연의 성과를 압축이라는 시간적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조직 내의 적폐를 고민하지 않고 시민단체와 공익법인이 반드시 지켜야 할 책무성을 생략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도 여러 기부자와 후원자의 도움으로 여러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기부자와 후원자의 기부금 사용의 합목적성과 즉시성을 기반으로 집행의 투명성과 공개성의 원칙을 준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지난 2017년 기관의 투명성 및 신뢰도 강화를 위해 국내 비영리기관에서는 최초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했고, 4중감사시스템(국정감사, 감사원감사, 외부회계법인감사, 내부감사)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국민청구 기반 상시 정보공개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설화(說話)라는 말이 있다. 말은 입속에 감춘 칼과도 같아서 아무리 실언이라도 정치적으로 해석되면 순식간에 설화가 된다. 우리 사회는 진영논리에 따른 정쟁의 가열에서 나와 이번 논란을 공익법인과 시민운동이 한 단계 성장하면서 공익목적 사업의 본질과 책무성의 중요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경호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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